가능세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1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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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세포 생물 중에서

 

모든 클럽의 모든 무대에서 불이 꺼지면 디제이들

은 다 어디로 갈까

 

더러운 행주를 쥐고 어깨를 들썩이는 여자

짧은 치마를 입고 베란다에서 코피를 흘리는 여자

너와 함께 영원히 걷고 싶어 웃으며 몸을 배배 꼬는

여자

 

어떤 장면에서든 남자는 옆에 있다

 

 

 

작품 가지고 사람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이 시인 읽다보면 뭔가 인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단 말이지 ㄷㄷ 

 

두번째 시가 명륜동 성당이다. 시인의 신앙심이 강해서인지, 종교적인 색깔이 진하다. 이런 시인을 보면 좀 많이 반갑다 ㅎㅎ 요새 기독교 신자들은 많이 봤어도 유독 천주교 신자를 보는 경우가 드물어서. 게다가 유독 성당 다니는 시인들은 신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하던데 이 시인처럼 적극적으로 어필하셨음 좋겠다. 종교 좀 믿는게 무슨 죄입니까;; 신읍읍 신자가 시를 쓰는 건 못 봤지만, 그래도 그쪽 사람들은 항상 엄청 적극적이시던데.

 

이 시를 왜 올리냐면 추워서 페이지 넘기다가 순서를 잘못 읽어서... 깨닫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순서가 어떻든 그닥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왠지 찔려서 올려본다(?) 남들에 비해 비교적 장시인 걸 보면 순서 꽤 신경써서 올린 것 같은데, 순서가 뒤바뀌어도 그저 그렇게 읽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로맨스가 좋은지라 난 초반부터 사랑시 발견한 게 설랬었다. 근데 이게 읽어가면서 점점 ㅋㅋㅋ

 

 

여름시 중에서

 

해안가에서 그가 두 손을 펼쳐봐. 손가락을 위로 하고. 그래. 너는 불과 함께 할 수 없구나, 할 때. 눈이 큰 아이들은 원을 그리며 서로를 때리는 춤을 췄다. 점점 더 세게 서로를 때리며.

 

이 영화를 열 번 봤어. 대사를 다 외웠어. 소포에 든 건 새끼손가락이지. 그는 분홍리본 상자를 가리키며 웃는다.

(...)

야윈 개들이 눈을 빛내며 컹컹 짖을 때.

온종일 벽을 긁고 낮게 엎드려 앞발을, 꼬리를 숨길 때.

예감은 창백하고 밤은 길어서.

 

 

보통 시에서 손가락이라던가 발목이 나오는 건 흔하지만, 이 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아파보이더라. 그래서 올린 짤인데 예상한대로 페북에서의 반응이 굉장했다. 개인적으로 저 장면을 볼때 느낌이 '각성의 환희는 짧고 고통은 영원하다' 이런 것 같았다. 영원히 고통받는 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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