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항에서 돌아오자마자 흐무라와 나는 쑨이셴 대학 동료들과 어울려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과일을 맛보기 시작했다. 기숙사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몇 자루의 칼로 수박을 자르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 얘기하자면 두리안은 수박과 다르다. (...) 결코 누군지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의 속옷 같은 냄새가 나지만 맛은 바닐라 커스터드 케이크 비슷하다. 굴 속에 바닐라 커스터드 크림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말이다.

 


무슨 맛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저 맛으로 포테토칩 출시된다던데.


이처럼 미국식 유머가 많이 쓰여서 상당히 재밌다.
게다가 비유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음. 초반부터 광우병 바이러스 비유에 커트 보네커트가 나온다. 의사는 아니겠다 싶었는데 역시 의사는 아니네 ㅋ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읽는 것 같다. 두께는 굵지만.

이 책을 쓴 당시가 에이즈에 대한 논란이 무르익었을 때였는지, 그 병을 겨냥하여 비교적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럴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멋대로 생각하고 있던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많이 유용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이를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치적 종교적으로 이용당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연히 에이즈와 비슷한 증상이 아프리카 영장류에게서도 발견이 되었다 한다. 그래서 에이즈를 발견했던 사람들 중 몇이 병의 근원을 찾아 아프리카를 뒤졌다. 원숭이가 만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종이라면(그렇게 생각하는 원인은 책의 앞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결론만 말하자면 종마다 하나씩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는 바이러스가 공존하고 있다. 그게 옮겨지면서 병이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옮을 때 진화했을테고, 그 중간이 있으리란 생각이었다. 그 중간(원숭이의 바이러스에 가까운)이 세네갈의 창녀들에게 발견되었다. 그들이 지닌 바이러스는 지금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널리 퍼진 에이즈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그래서 전자의 에이즈 바이러스는 HIV-2라고 부르고, 후자는 HIV-1이라 부른다.

결론만 말하자면 에이즈를 반대하기 전에 사냥이나, 혹은 사냥해서 죽인 동물을 먹는 걸 반대하는 게 낫다. (몸에 큰 상처가 나거나 혹은 상처가 있는데도 사냥을 할 때 감염될 확률은 더 커진다고 한다. 에이즈 환자의 피를 만져보게 하는 켐페인이 지금 실시되고 있다는데, 혹시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주의를 요한다. 혹시나 싶어서.) 동물실험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며, 수간을 걱정하기보단 사창가에 가지 않는 게 더 낫다. 에이즈가 '이성애 동성애 관련없이 콘돔 없는' 섹스로 전파될지도 모르나, 수혈로 인해 전파되는 가능성이 많다.

또한 에이즈는 옛날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는 서양의 간섭하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일회용 주사기가 개발되지 않아서 모든 사람들의 팔에 한 주사기가 꽂혀 들어갔다. 또한 혈장을 만들겠다고 모든 사람들의 피를 섞었으나 에이즈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콘돔을 안 쓴) 동성애자들에게 아예 혐의가 없는 건 아니나 정 에이즈 바이러스가 무섭다면 혈장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세계화를 반대하는 게 최고의 방책이다.

에이즈는 종간전파를 일으킨 후 종말을 맞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살아남아 크게 성공한 바이러스이다. 다시 말해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바이러스가 있는데 종간전파의 기회가 있어야, 즉 운이 좋아야 그렇게 되는 거라 한다. 생태계를 뒤집는 종이 제일 먼저 감염될 확률이 높다. 자 그럼 이 지구에서 가장 크게 생태계를 뒤집는 종은? 성경에서는 지구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결국 현실은 자기네들이 눈에 드러나게 보이는 지뢰를 스스로 밟아버려서 자멸한 자업자득의 종이 아닐지.

 

 

컴퓨터 위에는 '바이러스 생태계'를 찬양하는, 즉 지구 위에 존재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모든 바이러스의 다양성을 찬양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옆에 걸린 또 한 장의 포스터는 에드워드 호퍼의 유명한 그림 '밤샘하는 사람들'에서 등장인물 중 하나를 호머 심슨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그건 뭘 찬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도넛?

 


결국 무엇에 몰두하거나 열중하는 사람이라면 애니 덕후에 빠져드는 것도 시간문제... 응?

탁월한 취재와 함께 상당히 주제넘은 상상을 담고 있는 그리고 밴드는 연주를 계속했다의 저자 랜디 쉴츠에 따르면, 두가는 자신이 본격적으로 동성애를 시작한지 약 10년 동안 2500명이 넘는 섹스 파트너와 접촉했다고 생각했다. (...) 카포시 육종으로 계속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폐포자충 폐렴과 기타 에이즈 감염에 시달린 끝에 불과 31세에 신부전으로 사망했던 것이다. (...) 랜디 쉴츠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샌프란시스코 8번가와 하워드가가 만나는 곳에 있는 동성애자 전용 목욕탕에서 새로운 상대와 관계를 맺은 후, 불을 켜고 육종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호모들만 걸리는 암에 걸렸어. 나는 죽을 테지만 너도 마찬가지야."


결국 동성애자 중 나쁜 새끼가 병에 걸린 후 작정하고 퍼뜨렸을 뿐이란 얘기다. 솔직히 이성애자도 사창가를 간다면 마찬가지이지 않나? 고로 한 사람에게만 충실한 내용의 BL은 깨끗함(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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