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세니예프의 생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지음, 이희원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 진학 시 노어노문학과를 택한 것은 좀 어이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문학 쪽으로 가고 싶긴 한데, 영어 싫어, 독어 싫어, 일어 싫어…… 하는 식으로 지우다 보니 남은 것이 중국과 러시아뿐이었다는 슬픈 얘기다. 그 중 중국 문학은 루쉰(이라고 해 봤자 『아Q정전』)밖에 모르는데 반해 푸슈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고리키, 체르니셰프스키, 솔제니친 등 러시아 작가들은 비교적 친근한 편이었다. 그리하여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했지만, 시쳇말로 먹고대학생이었던 나는 대학 시절 내내 딴전만 벌였다. 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어학은 일찌감치 포기. 누가 러시아어를 물으면 내 전공은 러시아어가 아니라 러시아문학이라고 주장했더랬다. (잘도 그런 흰소리를. 언어를 모르고서 문학이 가능하다더냐.) 실제로 문학 수업을 좀 더 열심히 듣긴 했다. 그러나 심지어 푸슈킨의 대표작 『예브게니 오네긴』도 읽지 않은 채 졸업한 걸 보면 역시 먹고대학생이 맞았다.

 

이 엉터리 (과거의) 러시아 문학도는 실은 러시아 문학이라는 걸 잘 모르겠다. 한 지역에서 (여러 세대가 되었든 동시대가 되었든) 동일한 언어로 씌어진 글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별되는 비슷한 특징을 지니는지, 그런 걸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닐뿐더러 적은 대로 핵심을 추출해낼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푸슈킨으로부터 시작된 러시아 리얼리즘의 흐름을 배웠던 것도 같지만, 개별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스스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밝고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푸슈킨, 그로테스크한 풍자가 고골, 고독과 페이소스의 레르몬토프, 박애주의자이자 엄숙주의자인 톨스토이, 모순의 집합체라 할 도스토예프스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체호프, 선동가 고리키 등 재미있게 읽거나 좋아하는 작가들도 여럿이지만, 그들에게서 다른 여러 나라의 작가들과 구별되는 러시아적 특징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것이다. (등장 인물의 이름이 길다, 어렵다 이런 얘기는 빼 주시길.) ‘리얼리즘’, ‘비판 정신정도를 떠듬떠듬 읊조릴 수 있을 테지만, 그게 과연 러시아 문학만의 특징일까.

 

부닌은, 무슨 이유인지 머리 한 구석에 확 박혀 있는 작가이다. 수업 시간에 언급이 되었는지 어쨌는지 전혀 기억이 없고 어떤 작품을 썼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희한하게 이름은 친근해서 꼭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설마 이름이 쉬워서?) 그런 작가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 게다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명맥을 잇는 마지막 작가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말에는 꽤나 구미가 당긴다. (노벨상 수상 작가라는 사실조차 이번에 알았다만.) 내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 문학이라는 걸 이 참에 느껴보겠다는 야심찬 각오까지는 아니지만 하여튼 제법 기대를 한 작품이다.

 

과연, 곳곳에 러시아에 대한 묘사와 사색이 들어 있다. 부닌은 유럽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멸에 대한 러시아적 열정이라든가 혹독한 자연 환경에서 비롯되는 러시아인들의 우울과 냉담, 축제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하지만 정말로 우유가 흐르는 강과 끝없는 자유와 축제를 바라는 오랜 열망들이 러시아 혁명정신의 진짜 근원이었단 말인가?” -139),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는 버려진 영지와 방치된 정원(불모의 땅, 황폐함, 몰락 같은 것들은 러시아 영혼에 무엇 때문에 그토록 다정한 위안을 주는 것인가?” -144), 러시아적 자유분방함, 푸슈킨, 고골, 레르몬토프, 체호프 같은 작가들에 대한 경탄과 애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자신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넘치도록 드러난다. 아르세니예프가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를 읽으면서 감탄하고 2의 푸슈킨이나 레르몬토프가 되기를 염원하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러시아의 작가들이 같은 과정을 거쳤으리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푸슈킨을 읽지 않는 러시아인이 드물다고 하던데, 러시아인들에게 푸슈킨과 레르몬토프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가슴으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막상 책을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후에도 이 작품이 특별히 러시아적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다.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의 후예로서 문학적 감수성을 가진 소년이(1부 카멘카, 삶의 시작) 조국으로서의 러시아를 느끼기 시작하고(2부 나의 조국 러시아), 문학적 재능을 드러내며(3부 숭고한 사명, 문학), 성장통을 겪으면서 방황하고(4부 청춘, 그 찬란한 이름), 사랑을 하는(5부 사랑, 시들지 않는 기억) 과정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으로 바꿔 놓더라도 그대로 통용될 법하다. 나는 차라리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나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를 떠올렸다.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묘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적 특징보다 보편성이 먼저 느껴지는 이유는 러시아라는 배경 위로 삶과 문학과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 주제에 관한 성찰이 도드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거장이라 함은 이렇듯 특정 시대, 특정 장소에서 소재를 취하더라도 시대와 장소를 뛰어 넘어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까. 이쯤에서 나는 또 흰소리를 늘어놓고 싶어진다. 내가 러시아 문학만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읽은 모든 러시아 작가들이 거장인 까닭이라고.

 

 

 

 


댓글(8) 먼댓글(1)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6-07-0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전 부닌은커녕 예브게니 오네긴(사람 이름인거에요?), 체르니셰프스키, 레르몬토프, 이런 분들 하나도 모르는걸요. 얼블루님 러시아문학 전공 맞는데요, 뭘.
(소근소근. 러시아적 특징은 소설이 무지하게 길다, 아닌가요? -_-;; 쿨럭.)

sudan 2006-07-0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읽은 모든 러시아 작가들이 거장이라는 말을 다시 잘 생각해보니, 러시아문학에 대한 얼블루님의 애정이 확 느껴져요.

비로그인 2006-07-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요 러시아문학전공이라니 넘 멋져요..^^
그냥 넘어갈까했는데 블루님의 애정에 고무받아 읽어봐야겠어요..

urblue 2006-07-1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건 뭘 두고 하는 말씀이신지. ^^;
근데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싫으셨다고 하셔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수단님, 뭐 특별히 애정이랄 것까진 아니구요, 그냥 관심만 보이는 척입니다.
글구요, 몇몇 아자씨들이 좀 길게 쓴 몇 권 빼면, 푸슈킨이나 체홉이나 고골이나 단편도 많이 썼다구요.

nada 2006-07-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어 전공이셨구나... 워낙 할량할량 읽어서 다른 건 모르겠지만.. 딱히 러시아적이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그것이 모두 거장의 작품이기 때문이었군요!! (흰소리 댓글...- -;;)

비로그인 2006-07-1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문학 전공하신거요..^^ 취미로 러시아어를 배운 신랑이 늘 그러죠 러시아어는 정말 우아한 언어라구요..ㅎㅎ
아 그리고 싫다고 한게 아니라 힘겹게 읽었다는..-_-;;

urblue 2006-07-1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러시아어가 우아한 언어인지는 잘... 뭘 제대로 배웠어야 말이죠. ㅎㅎ

꽃양배추님, 흰소리에 흰소리로 답하시는 센스! ㅋㅋ

로쟈 2006-08-1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닌 자신이 '러시아'와 좀 무관한 작가입니다. 한 러시아 비평가가 한 얘기인데, 그는 생전에나 사후에나 언제나 '비동시대인'이라고...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베스트셀러 미니북 20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맥베스 부인에서 데스데모나를 떠올렸다가, 곧바로 그는 『오셀로』의 주인공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맥베스, 맥베스라 4대 비극 중 하나인데, 틀림없이 읽었는데 말이지, 대체 어떤 내용이었더라? 심각하게 고민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책을 읽는 며칠 동안 생각해내지 못해서 결국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찾고 보니 기억 난다. 이런, 아주 잠깐이라지만 어떻게 욕심 많은 레이디 맥베스와 순정에 목숨 바친 데스데모나를 혼동할 수 있지. 하긴, 비록 방향은 다르다 하더라도 대단히 용기 있다는 면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에 맥베스 부인을 넣음으로써 작가는 이미 자신의 얘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물론 나처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면 별로 도움이 안 되긴 한다.) 남편이 왕이 될 거란 예언에 왕을 암살하기로 마음먹고 남편을 부추기는 맥베스 부인이 영국의 악녀라면, 러시아의 작은 마을 므첸스크군의 맥베스 부인이라 작가가 명명한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어떤 여자일까.

 

안타깝게도 카테리나는 사랑에 눈 먼 여자다. 이게 왜 안타까운 일인가 하면, 사랑에 눈 먼 여자가 자신을 제대로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 가능성은 19세기의 러시아 뿐 아니라 현대의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그리 낭만적이지 못한 소리를 하느냐고? 글쎄. 사랑에 눈 먼 여자란 상대방이나 서로간의 관계보다는 자기 자신,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더 빠져 있기 마련이고, 눈 멀어서 상대의 속내를 어찌 알 것이며 사랑이 부스스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어찌 막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눈 크게 뜨고 자신과 상대를 바라보며 허약해지는 곳을 메워나가는 사랑이 진짜가 아닐까. 아무튼.

 

사랑 없는 결혼 생활과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보상이라도 된다는 듯 사랑과 재물을 양손에 움켜쥐려고 작정한 카테리나에게는 오로지 방해물을 치워버리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해서는 안될 일이 무에 있을 것이며 주저할 이유가 무엇이랴. 하여 그는 불구덩이 속으로, 아니 얼음이 덮인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끝까지 함께할 줄 알았던 그의 사랑은 그 차가움에 진저리를 치더니 손을 뿌리치고 혼자 뭍으로 내빼버린다. 그런데도 카테리나는 포기할 줄을 모른다.

 

지루하고 답답한 세월의 무게 혹은 빙하같이 엄혹한 가난의 무게에 짓눌리면 사람의 심성이 일그러지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본성 속에 악마가 될 불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 역시 눈이 멀어 제 갈 길을 찾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닐까. 바로 옆에 멀쩡한 길이 있는데도 무작정 강 속으로 허우적허우적 걸어 들어가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는 듯 하다. 『쌈닭』의 돔나 플라토노브나를 봐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사랑이든 재물이든 권력이든 사람을 현혹하여 눈 멀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는 주의가 필요한 법이다. 사랑이 찾아와도, 로또 1등이 되더라도, 기쁨에 눈을 꽉 감는 척만 하고 실눈을 뜨고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 책, 받아보니 길이가 보통 책의 2/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Minibook 시리즈라고. 알지 못한 채 구입해서 투덜댔으나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훨씬 편하다. 표지를 비롯한 삽화는 러시아 원서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이는데, 꽤 재미나다. 사실 레스코프는 러시아 문학사 시간에도 들어보지 못한(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작가이다. 새로이 알게 된 작가라는 점에서, 귀엽고 유쾌한 삽화가 곁들여졌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6-2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자연마을 감초 스킨재료(민감성피부용)
자연마을
평점 :
단종


전부터 모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천연 화장품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천연 화장품은 보습이나 기타 등등 과연 좋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쪽은, 일반 화장품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자연마을 스킨은 직접 만들어 쓰는 천연 화장품이다. 천연 화장품이라고 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물을 팔팔 끓인 후 씻은 감초를 넣고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우려낸다. 식힌 후 거즈에 걸러내어 함께 들어 있는 글리세린을 조금 넣고 흔들어 주면 끝이다. 나같은 귀차니스트에게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감초가 나무같이 생긴 거라는 걸 처음 알았다. 감초를 우려낸 물에 글리세린만 넣어 주었으니 스킨에서는 당연히 감초 향이 난다. 한약 냄새처럼 독한 건 아니고 은은하다.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사용하는데, 은은한 약재 냄새도 시원한 느낌도 상당히 괜찮다. 귀찮을 때는 스킨으로 기초 손질을 끝내기도 하는데, 이 감초 스킨으로 닦아내기만해도 피부가 당기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보습력이 좋은 듯 하다. 여드름이 나는 복합성 피부라 자고 일어나면 약간 번들거리는데, 이 스킨만 바르고 잠든 날은 다음날 아침 거의 번들거리지 않는다. 다만 여드름이 나는 건 그다지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조금 덜한 정도. 하긴, 그것만 해도 어디냐.

사용설명서에는 한번에 물 500ml를 끓여서 감초의 절반을 넣고 우려내라고 되어 있다. 그렇게 해 보니 약 300ml 정도의 스킨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것을 2주 이내에 모두 사용하라고 한 것. 천연 화장품이다보니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래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300ml의 스킨을 2주 이내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스킨으로 팩을 만들어도 좋다고 하지만 원래 그런 것도 안하니, 처음 만든 스킨의 대부분을 버려야 했다. 그래서 두번째는 물 300ml로 약 150ml 정도의 스킨을 만들었다. 2주 동안 쓰기에는 이것도 많은 양이다. 네 번으로 나누어 만들면 두 달간 쓸 수 있다.

가격 저렴하고, 사용감 좋고, 직접 만드는 재미도 있고, 그래서 깨끗하다는 생각도 들고, 꽤 괜찮은 스킨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2-2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 만들기에 직접 만들어 쓰는 스킨에,
예비 알뜰주부 티 너무 내는 것 아니오?=3=3=3

미완성 2006-02-2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큭 로드무비님 말씀이 맞네요!!
블루님 리뷰 보고 상품 소개 들어가 보니까, 오마나 값도 상당히 저렴하고 괜찮은 거 같아요- 지금 쓰고 있는 스킨 다 쓰고 함 써볼까~ 싶기까지 한데요^-^
좋은 상품 소개 감사!

하늘바람 2006-02-2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들어봐야겠어요

urblue 2006-02-2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인형 만들기랑 알뜰주부랑은 거리가 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안그래도 어제 애인이랑 저녁 먹으면서, 결혼하면 외식은 없다,라고 얘기했다가 그래도 먹는 낙에 사는데 그러면 안된다, 뭐 이랬답니다. ㅎㅎ '알뜰'이라는 말이랑은 안 친해요, 전.

ninoming님, 이거 말고 녹차랑 어성초도 있던데 전 다음엔 어성초로 바꿔볼까 해요.

하늘바람님, 가격 생각하면 괜찮은 제품인 것 같습니다.


瑚璉 2006-02-2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경우에는 냉동보관을 하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물론 글리세린을 첨가하기 전 상태의 액체를 얼려야겠지요.

urblue 2006-02-2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그런데 글리세린을 넣어서 얼리면 안 되나요?

瑚璉 2006-02-2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리세린(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글리세롤)은 예전에 부동액으로 쓰이곤 했습니다. 따라서 글리세린 혼합액은 얼지 않겠지요? 뭐, 얼지 않아서 안될 일도 없기는 합니다만...(휭~)

딸기야놀러가자 2006-05-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퍼갑니다

해적오리 2006-05-2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퍼가요...
 
가우디, 공간의 환상 다빈치 art 5
안토니 가우디 지음, 이종석 옮김 / 다빈치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크게 3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청년 시절의 자필 원고 중에 발췌한 문장들이고, 2부는 만년에 지인들에게 남긴 말을 옮겨 놓았다. 그래서 작가가 가우디 자신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3부는 대표적인 가우디 연구가라는 후안 바세고나 노넬의 연구를 중심으로 역자가 가우디의 작품을 정리해 놓았다.

 

실은, 이렇게 한 사람의 말이나 글을 토막 내어 조금씩 옮겨 놓은 책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만은 예외였음을 고백해야겠다. 1,2부는 대체로 한 페이지에는 가우디의 건축물 사진이, 반대편 페이지에는 가우디의 글이 실려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작품은 감탄스럽다. 반대편에 놓인 글은 그의 작품들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가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카사 밀라의 다락방 포물선 아치 

가우디는 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건축에서 빛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 주장은 실제 그의 작품에서 정당성을 획득한다. 카사 밀라의 다락방이나 테레사 학원 2층 복도를 보자. 건축은 빛의 질서라는 말이 눈으로 확인된다. 빛을 받는 돌출된 요소 전체와 또 하나의 함몰된 요소, 그림자 안에 있는 요소와 이에 대립되는 빛을 쬐는 요소 등 세부적인 사항에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자연 채광된 실내는 빛이 미처 닿지 않는 부분까지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상당히 부드러우면서 아늑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카사 바트료의 복도와 마요르카 대성당은 자연 채광 외에 공간을 윤택하게 하며 다양성을 부여하는 조명의 효과를 보여준다.

 

카사 바트료의 복도



 

 

 

건축은 입체적인 예술이다. 하여 가우디는 공간을 파악하는 것을 건축가의 기본 자질로 본다. 건축가는 모든 요소들을 3차원적인 관계 속에서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결합시켜야 한다. 심지어 인간의 지성은 평면적(2차원적)으로 작용하는데 반해 천사의 지성은 3차원적이며 직접적으로 공간 속에서 작용한다고 말하면서 공간적인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다. 구엘 궁전, 구엘 성지 교회,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 등은 3차원적인 상상력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건축물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SF와 유사하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나 단 한 사람만은 상상하고 보았다. 그것은 그 자체로 예술/과학을 발전시키는 추진력이 된다.

 


구엘 궁전                                      구엘 성지 교회                                       카사 바트료





 

 

 

 

 

 

 

 

 

 

 

 

 

그러면서도 가우디는 집의 기본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는다. 하나는 위생적인 환경을 갖추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예술적 환경을 통해 사람들이 좋은 품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가우디 스타일을 싫어해서, 가우디가 죽자마자 실내 장식을 모조리 뜯어 고친 사람도 있었다지만, 사람이 사는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축가가 지은 집에서라면 건강하게, 좋은 품성을 갖고 사는 것도 보다 쉬워질 듯 하다.

 

3부의 작품 소개는, 사진 없이 글로만 설명한 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가우디의 작품을 개괄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가우디가 궁금한 나 같은 문외한에게 만족스러운 책이다.

 

 


댓글(11) 먼댓글(1)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2-1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우디 책이 블루님과 잘 만났네요.^^

sudan 2006-02-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엘 궁전이랑 카사 바트료는 어디에 있는거에요?
저 건축물들, 굉장하네요.

sudan 2006-02-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는데,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리뷰제목이 아주 멋져요.(뒤늦게 추천.)

sudan 2006-02-1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멋진게 아니라 내용도... 라고 말씀하실거죠?
리뷰도 좋았어요. 저 책 보관함으로.

sudan 2006-02-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꽤나 심심하시군요,라고 말씀하실 듯. -_-

urblue 2006-02-2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수단님! 진짜 재미있는 분이라니까. ㅋㅋ
구엘 궁전도 카사 바트료도 바르셀로나에 있답니다. 개인 저택이라네요.
http://www.dakangel77.com.ne.kr/index2-2g.htm
요기 가 보시면 작품 소개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로드무비님, 순식간에 읽어버렸어요. 정말 예술이더라구요. 스페인에 가서 직접 보고 싶어요. 흑흑.

새벽별님, 하하.. 뻔뻔별에 이어 웃긴별. 별님이 어떤 이름을 쓰시나 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요. ^^

로드무비 2006-02-2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을 가세요. 그럼 되겠네!^^=3=3=3

urblue 2006-02-2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갈거에요! ㅋㅋ

2006-02-20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3-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우디는 건축가가 아닙니다..조각가에 가깝죠..^^
그리고 외계인입니다..!!!

urblue 2006-03-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계인이라굽쇼! ㅋㅋ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자한 명성 때문에 구입했다. 본래 책에 있어서 만큼은 귀가 얇은 편이 아니라 그런 명성 따위 들은 척도 하지 않지만, 분홍 야광 반바지에 털이 삐죽한, 제멋대로 그려진 달리는 다리가 안 쫓아올래?라고 묻는 듯 하여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첫 단편 [달려라, 아비]를 읽으면서 처음 눈에 띈 건 문장이다. 이 친구는 재미있는 표현과 비유를 쓰는구나. 독특하고 신선한 문장도, 아직은 어설퍼보이는 비유도 보인다. 대체로 나쁘지는 않다. 책 소개에서 보았던 대로, 화자는 태어나기도 전에 집을 나가버린 아비에 대해 원망을 쏟아내지도, 아비 없이 자란 자신을 연민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은 확실히 기존의 여성 작가들과 구별될만하다. , 사는 게 힘들어라고 징징거리거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고, 자신이 캔디라도 되는 양 두 주먹 불끈 쥔 채 파르르 떠는 모습을 보면, 공감하기보다 또냐? 지겹지도 않냐?는 짜증 섞인 한숨이 나올 뿐이다. 확실히 이 작가는 젊긴 한가 보다. 

 

처음 한두 작품은 신선하고 경쾌하다([달려라, 아비]와 [스카이 콩콩]이 괜찮다). 그러나 다음으로 넘어갈수록 석연하지 않은 허전함이 쌓여간다. 뭐지? 반복되는, 신선함보다 허술함과 어색함이 더 많이 보이는 표현 때문인가? 역시 반복되는, 1인칭 시점 때문인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허전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나쁜 건 아니지만 딱히 좋다고도 할 수 없는 아리송한 느낌만 남았다. 리뷰 쓸 생각도 안 들어서 바로 다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달려라, 아비>의 허전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소설을 쓰려거든 이렇게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그 책은 야마모토 후미오의 <플라나리아>다.

 

[달려라, 아비]의 아비는 화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화자와 어미를 버리고 사라졌다. 다른 단편들에서도 부모는 부재하거나([사랑의 인사]), 있다 해도 안식처나 버팀목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스카이 콩콩],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혹은 인물들이 극단적인 소통 단절 상태에 놓여 있다([나는 편의점에 간다], [종이 물고기], [노크하지 않는 집]). 김애란의 인물들은 그런 상황에 좌절하지도, 극복해보겠다고 이를 악물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보고 인정한다. <플라나리아>의 인물들도 이와 유사하다. 주어진 상황에 절망하기보다 그 안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부유하는 인물들은 독자에게도 편히 숨쉴 여유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달려라, 아비>와 <플라나리아>의 차이는 무엇일까.

 

<플라나리아>의 인물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부유하는 듯 보여도 현실에 닿아 있다. 그들은 살아 있다, 살아간다. 그러나 <달려라, 아비>의 인물들에게는 현실을 산다는 느낌이 없다. 온전히 작가의 머리 속에 들어 앉아 있을 따름이다. 김애란의 소설들은 트렌디 드라마를 닮아 있다. 밝고, 새롭고, 경쾌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울고 짜고 배신과 복수가 판을 치는 멜로 드라마에 식상한 사람에게 트렌디 드라마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두어 편 보고 나면 금세 질리고 만다. 드라마건 소설이건 현실에 기반해야 새로운 시도의 성과가 드러날 수 있다. 심각하지 않으려는 동일한 시도가 야마모토 후미오에게서는 성공적인 반면 김애란에게서는 미완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는 그러한 차이가 경험과 깊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써 놓고 보니, 나이 어리다고 타박하는 것인지, 깊이에의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이지 알 수 없긴 하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김애란은 젊다. 지나치게 젊은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지 혹은 독이 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좀 더 나이들기를, 더불어 깊어지기를 강요하고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2-1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와 비교하여 짚어내셨군요.
저도 이 책 읽었어요.^^

sudan 2006-02-1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읽고 플라나리아 주문했어요. 로드무비님의 '플라나리아계' 발언에도 끝내 안사고 버텼었는데. -_-

urblue 2006-02-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잘 하셨어요. 플라나리아 아주 괜찮아요.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소설들도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로드무비님, 실은 플라나리아의 리뷰를 써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훌륭한 님의 리뷰가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ㅎㅎ 이 책의 리뷰는 왜 안 쓰신걸까 잠깐 궁금했어요.

2006-02-15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2-1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현실에 두 발 내리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이십대, 김애란, 부럽다...ㅎㅎ
나이든 후에는 절로 깊이에의 강요에 시달리겠죠.
그 유머와 재치와 열정이 나이 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달려라, 아비 보다 플라나리아를 다시 읽고 싶네...ㅎㅎ

urblue 2006-02-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애란을 읽고 생각한건데, 제가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꽤 보수적인가봐요. 나쁘지 않았는데도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눈에 띄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음 소설이 나오면 볼랍니다. ^^

로드무비 2006-02-1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은 저보다 블루님 더 좋아하시죠?
아침부터 강짜!ㅎㅎ

<달려라 애비>를 그럭저럭 재밌게는 읽었는데
편의점이 배경인 단편하고 영화 '바이브레이션'하고
엮어서 페이퍼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만 잠시 했을 뿐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urblue 2006-02-1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강짜? ㅎㅎ
'바이브레이션' 좋았는데, '나는 편의점에 간다'랑 연결시킬 수도 있겠군요. 페이퍼 쓰지 그러셔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 ^^

내가없는 이 안 2006-03-1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플라나리아 안 읽었는데. 하긴 김애란의 소설집 읽으면서도 저도 허약한 부분이 자꾸 눈에 걸렸지만 몇 편의 단편이 썩 느낌이 좋아서 그냥 좋아하기로 했어요. ^^ 그리고 저도 좀 보수적인 독자예요. 큭.

urblue 2006-03-1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 읽어보세요.
김애란은, 제게 주는 느낌이 처음의 박민규 같아요. 뭔가 부족하지만 놓기도 쉽지 않은. 박민규는 후속작이 제게 성공이었는데, 김애란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