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aletti(비알레띠) 얼룩 무카 익스프레스 2컵 - 얼룩무늬 색상
Bialetti(비알레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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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님의 커피 중독 이야기 때문일까, 알라딘에 입점한 커피전문샵 때문일까. 벌써 몇 년 동안 인스턴트만 애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선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려면 도구가 필요하다. 예전에 끼고 살던 커피메이커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동안 먼지 쓰고 씽크대 안에 박혀 있다 이사하면서 버려졌다. 신랑이 쓰던 커피여과기가 있긴한데 써 본 적이 없다. 뭐 커피여과기 쓰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시도해볼 수도 있을 테지만, 사실은 마음이 다른 데 있으니 별로 내키질 않는다. 며칠 동안 커피에 관계된 도구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다 모카포트를 사고 싶어졌던 것.

처음이니 싼 걸 살까, 크레마까지 생긴다는 좋은 걸 살까, 고민하다 결국 고른 건 카푸치노와 카페라떼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이 제품, 비알레띠 무카 익스프레스다. 

다른 쇼핑몰에서 얼룩무늬를 주문했다가 재고가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고 당장 취소해버렸다. 실버가 더 고급스럽다고는 하는데 얼룩무늬에 이미 꽂혔으니 어쩔 수 없다.

막상 받고 보니 얼룩무늬가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 흰색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노란색에 가깝기 때문. 이걸 교환을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다 일단 집에 들고 왔다. 응? 씻어서 다시 보니 색이 다르다. 회사에서 봤던 것처럼 노랗지 않고 진한 우유색같다. 귀여워!

물과 커피와 우유를 담아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몇 분 기다리면 커피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15초 정도면 되는데, 한 30초 놔뒀더니 에스프레소의 거품이 다 사라져버린다. 카푸치노는 더 두어도 괜찮다. 처음이라 그렇겠지만 이 과정이 즐겁다. 전기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라 이걸 구입한 이유도 그것 때문.  

모카포트로 뽑아낸 카푸치노는 물론 콩다방 별다방에서 마시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미세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아니라 굵고 거친 거품이다. 따를 때 숟가락으로 거품을 함께 내려줘야 한다. 처음에 커피를 좀 적게 넣었는지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간 느끼한 맛이었는데, 커피를 늘리고 우유를 줄이니 배합이 맞는다. 우유를 조금 적게 넣으면 거품이 밖으로 넘치지도 않는다.

커피메이커에 비하면 커피는 조금 헤픈 편이다. 2인용에 10g이나 그보다 좀 더 넣어줘야 한다. 200g짜리 원두를 사도 한 달을 채 못 마신다는 얘기.

일단 에스프레소잔과 커피 200g을 함께 주문했다. 커피도 이거저거 마구 사고 싶고, 시나몬 파우더랑 먹지도 않는 시럽마저 사고 싶다.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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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1-1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저도 필이 확 꽂혔었는데 가격때문에 망설였단 말예요. ㅠ.ㅠ
집에서 카푸치노를.... 진짜 땡기네요. ㅎㅎ

urblue 2007-11-15 12:45   좋아요 0 | URL
핫핫, 저도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 이왕 사는 거 맘에 드는 걸루 하자고 큰 맘 먹었습니다.

조선인 2007-11-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얼룩무늬라구요, 이런 건 소장해줘야 되는데 말이죠. 가계부가 원망스럽습니다. 언젠가는 꼭! @,@

urblue 2007-11-15 14:54   좋아요 0 | URL
언젠가는 꼭! 장만하시기를. ^^

라주미힌 2007-11-1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싸다 ㅡ..ㅡ;;;;;

urblue 2007-11-15 14:55   좋아요 0 | URL
넵, 비싼 게 흠입니다.

2007-11-15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7-11-16 09:12   좋아요 0 | URL
반갑네요!
히힛, 사실 처음에 커피를 살살 조금씩 넣었거든요.
그게 좀 약했더라구요.
그래서 꽉 채워 넣었다는 얘기죠 뭐. ^^;
카푸치노에도 설탕은 안 넣어 마시는데, 설탕과 시나몬이 섞여 있으면 어떨라나 궁금하네요.
가게 쭉 둘러보고 이거저거 사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차가운 피부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 / 들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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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학자나 교수가 쓴 소설은 재미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가 읽은 범위 내에서다.) 학식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은 미처 배우지 못했는지 현학적이거나, 꼬리를 무는 사유를 떨치지 못해 난삽하거나,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해 막상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놓치기도 한다. 학자 출신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당신은 문학 말고 학문만 하셔!” 라고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진실을 드러낸다는 소설의 특징에서 방점은 ‘인생의 진실’뿐 아니라 ‘이야기’에도 찍힌다. 이야기만 난무하는 소설은 의미 없고 가볍다고 짜증내지만 끝까지 읽기는 한다. 반면 스토리텔링을 무시한 채 의미만 강조한다면 아예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집어 던진 책이 몇 권 된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모든 학자들이 재미없는 소설만 써댔다면 ‘학자’라는 꼬리표가 달린 작가에게 출판의 기회가 돌아갈 리 만무하다. 문화인류학자로서 [차가운 피부]가 첫 소설이라는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역시 예외에 속한다.

어려서부터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우면서 (실제로는 무기를 든 게 아니라 공급했을 뿐이지만) 친구의 희생을 지켜봐야 했던 남자는 독립 이후에도 분열과 대립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조국을 떠나 무인도 행을 자청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형제가 영국군이 떠난 자리에서 서로 각을 세우며 각자의 이상을 찾으려 할 때, 남자는 어느 한 편에 서는 대신 모두를 버리고 버림받는다. 같은 목표를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던졌고 누군가는 그 목숨에 빚져 살아남았고, 마침내 목표를 이뤄냈는데, 그러고도 서로를 이해하기는커녕 폭력만 일삼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환멸을 느낀 탓이다. 아무도 없는 땅에서 쉴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인간으로부터 입은 상처가 아물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그를 맞은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전임자(바티스)와 소통이 불가능한 괴물들이다. 밤마다 덤벼드는 괴물들로부터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바티스는 어떤 이해도 감정의 공유도 거부한 채 혼자만의 세계에서 헤어나려 하지 않는다. 괴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음에도 둘 사이를 이어줄 연대감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소통의 부재는 바티스의 개인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남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남자의 눈에 비치는 바티스의 모습만 알려줄 뿐이다. 대신 남자의 감정과 사고의 변화는 자세하게 언급된다. 자신을 돌봐주지 않은 바티스에게 분노하다가 함께 싸우면서 동료 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그와 닿을 수 없음을 뼈저리게 확인하기도 한다. 바티스가 길들인 괴물 암컷과의 수간을 통해 지극한 쾌락과 수치심이라는 양가감정에 동시에 빠져들며 일상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이 흘러가고, 어느 날 괴물들을 지켜보며 그가 깨달은 것은 괴물들이 단지 괴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래로 의사소통을 하고 다친 동료를 돕기 위해 적의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생명체가 어찌 단순한 괴물일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남자는 괴물들과의 소통을 희망한다.

올슨 스콧 카드는 SF 소설 [사자의 대변인]에서 외계인을 네 종류로 구분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인간이고, 세 번째 ‘라멘’은 인간과 다른 종이지만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는 종족이며, 네 번째 ‘바렐스’는 대화가 불가능한 존재로 모든 동물을 포함한다. 외계에서 처음 만나는 새로운 생명체가 ‘라멘’인지 ‘바렐스’인지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라멘’이라면 당장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할지라도 그들은 ‘사람’이며 언젠가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수천년 동안 숱한 외계 종족을 몰살시킨 이후에야 생겨난 것이다.

남자에게 괴물은 ‘바렐스’였으나 이제 ‘라멘’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책을 읽는 동안 작위적으로 보였다. 문화인류학자라는 피뇰의 이력을 생각할 때 제 3세계를 바라보는 서구인의 관점을 비판하려고 억지로 끼워 넣은 듯 했기 때문이다. 올슨 스콧 카드가 모든 종은 라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듯이, 켄 로치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통해 현재의 미국과 영국을 비판하듯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좀 다른 느낌이다.

남자는 괴물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의 시도는 미미하고, 바티스는 그의 설명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들에게 총을 쏠 수 없다고 버티는 것도 한 순간뿐이다. 낯선 존재에 대한 자신의 사고 방식을 완전히 바꿨음에도 여전히 소통은 불가능하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바티스가 없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글쎄, 그는 바티스와 이해를 나누는 것도 실패하지 않았는가. 결국 괴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제국주의적 시각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극한에 처해진 한 인간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인 듯 하다. 길들인 암컷을 데리고 있는 바티스도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남자 역시 바티스가 걸었던 길을 고스란히 따를 것인가?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들과의 투쟁 속에서 살다 보면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함께 사는 방법을 모두 잊어버리게 될까. 아니면 전쟁과 같은 한계 상황에 이를 때 타인과의 공존을 배제하는 인간의 숨겨진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일까. 결말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다.

사실 작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건 그대로 이 작품의 장점이 된다. 단순한 줄거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날 뿐 아니라 사람마다 다양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열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소설가로서는 실패한 학자군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셈이다. 이러면 작가로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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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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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이던가, 간송 미술관에서 열린 ‘단원대전’을 보러 갔었다. 때이른 무더위에 미술관을 찾아 올라가는 길부터 벌써 지치기 시작했고, 미술관에 도착하니 주말이라고 마당까지 빽빽하게 늘어선 인파에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교통 불편한 그곳까지 이왕 찾아간 거 그냥 돌아설 수는 없다고, 줄 서 기다리다 전시장에 입장했다. 처음 가 본 간송 미술관의 전시장은 워낙 작은 규모인데다, ‘단원대전’을 보러 몰려든 사람들로 꽉 차서 그림을 보기는커녕 제대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냉방이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에 치이면서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는데, 교과서에서 보거나 들은 유명한 작품들은 안 보이는 것이다. 힘들어, 재미없어 투덜대다 결국 다 보지도 않고 나와버렸다.

전시 공간 좁고 사람으로 북적대는 것이 간송 미술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말에 전시장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형편상 어느 전시회를 가나 인파에 파묻힐 각오를 해야 하고, 좁고 동선 안 좋기로는 한가람 미술관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유독 ‘단원대전’이 불만스러웠던 것은 ‘작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훌륭한(유명한) 작품이 나오지 않은 탓이라고 말이다. 보통은 전시회를 찾기 앞서 관련된 책 한 두 권을 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그저 그림을 보고 느끼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생경한 화가의 작품을 대하면서도 간단하게 ‘이 그림이 좋아, 저건 마음에 안 들어.’ 정도는 말할 수 있는 법이다. 하물며 ‘단원대전’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김홍도를 모르는 이 누가 있을까.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림을 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림 앞에 서면 그 아름다움과 뛰어남이 눈에 들어올 줄 알았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본 그림들은 낯설기만 했고, 좋기는커녕 어떤 흥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니 작품 탓이라고 푸념할 밖에.

이 책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고 나서야, 전시된 작품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었음을, 그림을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변명하자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과 분위기 때문이랄까. 중고등학교 미술 책에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의 이름과 몇몇 그림이 등장했으나 짝 맞춰 제목 외우기에 급급했을 뿐 정작 그림들을 보고 즐기는 법은 배워본 적이 없다. 대학에 들어가서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가장 쉽게 접했던 게 ‘서양 미술의 이해’ 같은 교양 수업과 ‘서양미술사’ 등의 책이었다. ‘동양 미술의 이해’나 ‘전통 미술의 이해’ 등의 수업은 아예 없었다. 이런저런 예술/미학 책들을 읽으면서 각종 사조와 화가들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고, 전시회 등을 통해 나름 그림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양화에 국한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옛 그림에 대한 지식이나 그림을 즐길만한 바탕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달을만한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해골이 등장하면 바리타스 정물화라고, 인생무상을 말한다고 단박에 알아보면서 고양이와 나비가 곱게 그려진 옛 그림은 그저 고양이인가보다 하고 있으니, 생각해보면 좀 한심하다.

우리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픽 웃고 만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급격하게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우리 전통 문화를 지나치게 홀대하지 않았던가. ‘서양 미술의 이해’는 가르쳐도 ‘전통 미술의 이해’를 가르칠 필요는 느끼지 못하는 것, 혹은 가르칠 만한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 아닌가. 켜켜이 쌓여온 사회적/문화적 바탕에서 단절된 채 '우리 것' 없이 어떻게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말 집어치우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전시회를 보러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도판으로 보는 것과 실제 그림을 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그림을 보는 순간 내가 아는 그림이 아니구나,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조차 있다. 그래서인지 외국의 유명 그림들이 들어올 때마다 전시장에는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은 부모들이 엄청나게 몰려든다. 아이들에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게 해 주고 예술적 소양을 길러주고 싶다면 외국 전시회가 열리길 기다리기보다 평상시에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들을 찾아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리 전통 그림에 대해 아는 바 없어 그럴 수 없다고 얘기한다면 지금 당장 두어 시간만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정도로 재미있는 이 책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생각이 바뀔 테니 말이다.

[특강]이라는 제목 그대로 오주석 선생의 강연을 옮겨 놓았는데, 내용이 어찌나 쉽고 재미있는지 정말 자리에 앉아 선생의 강연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그림의 붓 놀림은 이렇고, 저 그림의 여백은 저렇고, 조곤조곤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의 그림을 보면, 아, 우리 옛 그림이 이다지도 재미있구나, 문자 그대로 무릎을 탁 칠만한 깨달음을 얻는다. 무엇보다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는 선생의 말씀대로 그림이 좋아지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왜 진작 몰랐을까 아쉽고, 그간 나만 모르고 있었나 괜히 억울하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알았더라면 ‘단원대전’을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어릴 때 이렇게 재미있는 설명을 들었더라면 훨씬 폭 넓은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전통 공예나 전통 예술의 계승자가 없어 곧 명맥이 끊길 거라는 뉴스를 가끔 듣는다. 전통 문화를 홀대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나마 최근 한복, 한옥, 전통 음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니 다행이랄까. 오주석 선생의 말씀처럼 마음으로 즐기지 못하면 관심은 곧 사라지고 우리 문화는 잊혀질지 모른다. 마땅히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건 우리 모두에게 손해다. 이제까지 손해보고 살았으니 지금부터라도 그러지 않기 위해 욕심을 부릴 때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이 책을 읽어보시라.

옛 그림을 잘 보기 위한 팁. 오주석 선생은 옛 그림을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를 말씀한다. 그림의 크기에 따라 보는 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과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봐야 한다는 건 동양화나 서양화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옛 그림을 볼 때의 시선으로,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훑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그림의 구도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 실린 도판을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이런 중요한 사실을 어째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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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10-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저도 얼마전에 읽었어요. 재밌더라구요. 저도 추천! ㅎㅎ

urblue 2007-10-26 11:48   좋아요 0 | URL
앗, 이게 누구에요!
요즘 수단님 보고 싶어서 블록에 매일 드나들고 있는데, 업뎃도 안하고, 맘 먹고 보낸 메일에 답신도 없고...흑흑.. 미워욧!!
잘 지내고 있겠지만, 흔적 좀 남기고 살아요. 네?

chaire 2007-10-2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추천만 하고 가려다가.. 인사드리고 가려고... 큭, 안녕하시죠?
(오주석 선생 책 읽다가 밀어둔 거, 먼지 털고 다시 읽어야지, 또 결심하면서...)

urblue 2007-10-26 11:51   좋아요 0 | URL
앗, 이게 누구에요! (2)
보고 싶은데 뜸한 분 여기 또 계시네.
인사하고 가셔야죠, 그냥 가시면 됩니까.
님도 흔적 좀 남기세요. 요즘 영화도 안 보시나? 점심도 안 드시나?

sudan 2007-10-26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 안 왔는데요? 제가 얼블루님 멜을 모른척 할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오늘 얼블루님 댓글 재밌어요. 귀여운 시비조. '점심도 안 드시나?' ㅎㅎㅎㅎ

urblue 2007-10-26 13:25   좋아요 0 | URL
앗, 이노무 알라딘이 메일을 먹어버렸을까요?
그쵸, 수단님이 제 메일을 모른척 할 리가 없죠? ^^;
수단님이 안 놀아줘서 재미없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어요.
놀아줘요~~~

사야 2007-10-2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이 책이 그렇게 좋은가요?
전 사놓은지 백만년인데 건드리지도 않았거든요..^^;;
지난 주에 간송미술관에서 심사정 전시회를 봤어요
평일이라 그런지 볼만했답니다.
얼결에 신윤복의 미인도도 선물받았어요
아직 걸지는 못하고 바닥에 놓고 보고 있는데 아주 좋아요..

아 그리고 맞아요 블루님과 수단님의 댓글보는 재미가 있었는데..ㅎㅎ

urblue 2007-10-29 11:05   좋아요 0 | URL
엄청 재미있습니다.
이거 읽고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도 샀는데, 이 책만큼 재밌지는 않더라구요.
그래도 다른 책들까지 계속 살 생각입니다.

미인도는 그 문짝에 걸어놓으시면 어떨까요? ^^

하얀마녀 2008-07-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이 여기저기서 평이 굉장히 좋네요.
밤늦게 또 지름신이 꿀렁꿀렁한 옆구리를 찌르는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신 모양이네요?
흐흐흐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urblue 2008-07-18 09:35   좋아요 0 | URL
결혼한지 2년 가까이 되어갑니다만..핫핫...
 
바보 1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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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웃음은 꽤나 헤픈 편이지만 눈물에는 박하다. 냉정한 심성에 웬만한 감동은 먹히질 않는다. 그런 나를 울리는 사람이 있다. 희경 강도영. 노희경 드라마를 때마다, 강도영 만화를 때마다 기어이 눈물을 떨구고 만다.

순정만화 시즌 2 [바보] 보지 않으려 했다. 일단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다.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 있다는바보이야기라니. 착한 심성을 지닌 바보라는 설정에 지고지순한 사랑, 희생, 이런 숭고한 단어들이 마구 떠오르지 않나. 얼마나 뻔할까! 그런데도 결국 보게 다음에 연재중인 순정만화 시즌 3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문이다. 70 노인들의 생활과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릿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다. 주루룩 눈물을 쏟을 정도는 아니라 휴지 들고 슬쩍슬쩍 눈가를 훔치다가 킬킬 웃다가 하면서 1편부터 후루룩 보고 나니, 시즌 2 그냥 넘어갈 없게 되었다.

[바보] 예상대로 진행된다. 바보 승룡이와 초등학교 동창들 간에는 순수한 사랑, 우정, 애정이 흐르고 바보 오빠를 창피해하던 여동생 지인도 결국은 오빠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실 강도영 훌륭한 작가라고 평가하기는 무리지 싶다. (그의 작품을 보지는 않았다. 일단 것만으로 평가하자면,) 그림을 뛰어나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에 억지스런 우연이 겹치기도 하고 결국에는 메시지도 진부하다. 순정만화 시리즈가 그렇다. 그런데 울었을까?

글쎄, 이유는 아마 작가의 진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순정만화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소박하다. 어디서나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특이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열여덟 여고생에게 존댓말을 가며 사람의 성인으로 존중하면서 사랑할 있는 서른 남자가 과연 흔할까? ‘바보동창생의 지나친 호감과 관심을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있는 여자는 어떻고. 세상이 각박해진 탓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는 찾아 없을 것만 같은 주인공들을 강도영 아무렇지 않게 그린다. 고개만 돌리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 어쩌면 강도영 성선설을 신봉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 나쁜 사람이라고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동네의 카페 아닌 카페에서 여자 끼고 앉아 마시는 김사장도 알고 보면 생판 남의 가게에 도둑 들까 지키고 있는 착한 사람이고, 여종업원을 괴롭히는 카페 주인은 알고 보면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는 순정파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결국 막나가기는 한다만.) 못된 짓을 모르는 강도영 작품 인물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성정에 동화되고 그들이 느끼는 대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눈물이 흐른다.

강도영 평범한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작가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26]처럼 잘못된 현대사를 들춰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남편은 그를 “사회파 개그 작가”라고 불렀는데, 그리 틀린 칭호 같지는 않다. ‘개그 작가’라고 하기엔 사람을 울게 만드는 힘이 넘치는 듯도 하다만, 어쨌거나 강도영이 그리는 소박한 사람들 때문에 웃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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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7-2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전요즘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구 있어요
urblue님 시간되면 것도 한번 보세요. 강풀의 최신작이에요..
그건 어르신들의 이야기인데 것도 감동 뭉클 이에요 ^^

urblue 2007-07-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은근..이 맞나봐요. ^^;

토토랑님, 네,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면서 저희 건물에 폐지 수거하러 오는 할머니를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야옹이와 찍찍이의 팝업북 - 도형 배우기
데이비드 펠럼 지음 / 삐아제어린이 / 2007년 2월
품절


[야옹이와 찍찍이의 팝업북] '도형 배우기'편입니다.
각 페이지마다 한 가지 도형을 주제로 여러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첫 장은 '정사각형'이에요.
"그림 안에 정사각형이 모두 몇 개 있는지 찾아볼까요?"라고 찍찍이가 묻는데, 헛갈리네요. -_-; 그림이랑, 상자랑, 문고리랑, 창문이랑......
야옹이는 왜 치즈상자 안에 들어가 있을까요?

야옹이와 찍찍이는 파티 중이래요. 치즈도, 샌드위치도 삼각형이죠?
근데 야옹이 표정이 이상해요. 먹을 게 없어서 그런가.
'톰과 제리'와는 달리 얘들은 친구인 것 같은데, 같이 맛난 거 먹어야지.

아앗, 야옹이 사고쳤다!
어떤 도형인지 아시겠죠?

웃차, 찍찍이가 뭘 던졌어요.
야옹이랑 다른 생쥐가 받으려고 하는 모양인데,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같이 연도 날리고,
(마름모꼴이라는 거 보니 가오리 연이군요. 방패연은 직사각형인데.)

저렇게 나란히 그물침대에 앉아 있는 걸 보니 사이좋은 친구들이 맞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초승달 모양도 도형인가요? -_-a

사무실에 놀러 온 아기 엄마한테 줘서 보낼까 했으나, 귀엽고 이쁜 팝업북이라 그냥 가지고 있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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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운 책이군요. ^ ^.

2007-04-1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4-1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예쁘고 귀엽잖아요. 지난번 리뷰신청 떨어진거 또 맘아프네요. ㅎㅎ 우리집 애들 주면 완전 환장하겠슴다. ^^

하늘바람 2007-04-1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수록 탐나네요

urblue 2007-04-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에 아이도 없는 제가 뽑혔네요. 애들 보면 좋아라 할 것 같습니다. 귀여운 책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