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의 <Red Blossom : 동북아 3국 현대목판화> 전에 다녀오다.
1층은 특별전으로 <한국의 고판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종 책, 불경, 지도 등의 유물들인데 대개 18~20세기 초까지의 작품들이다. 손자를 데려온 할머니께서 제목만으로 내용을 추측해 설명해주시는 모습을 보았다. 작품 설명이 좀 있으면 좋으련만, 달랑 제목뿐이니 아쉽다.
금강반야바라밀경 <오가해설서> 변상도
수선전도(首善全圖) 목판
2층에는 일본과 중국관이다. 일본 작품들은 일본의 전통화와 만화풍이 느껴진다. 키노시타 타이카라는 사람의 꽃들은 밝은 색채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느낌을 주고, 고바야시 케이세이의 작품은 가느다란 선이 어찌나 섬세한지, 펜화를 보는 듯 하다. 키노시타 타이카의 <Love-25-Y>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사카모토 교코의 파스텔톤 작품들도 마음에 든다.
기노시타 타이카, Love-25-Y
고바야시 케이세이, At the Dawn-03
사카모토 교코, Folder, Tent
중국 작품들은 좀 더 '판화'의 느낌이 강하다. 쟈리지엔과 캉지엔페이의 작품들은 다소 전형적인 듯 하다.
리우창홍, 내층의 공간
쟈리지엔, 모범
리웨이, 대화의 소망
3층의 한국관. 김준권과 임영재의 작품들이 좋다. 임영재는, 목판에 여러가지 색의 유화물감으로 여러번 프린팅을 해서 색들이 겹쳐 보이는데, 독특한 질감과 색감이 느껴진다.
임영재, Nest-62
김준권, 꽃비
홍선웅, 중암암
판화로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분명 다색 판화 제작법을 배웠을텐데, 전혀 기억은 나지 않고, 이거 어떻게 만든걸까, 라는 말만 계속했다. 또, 저런 작품들을 굳이 판화로 만든 이유가 뭘까, 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친구에게 던졌다. 몇몇 작품들은 일반 회화와의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우스꽝스럽게도, 지나치게 섬세한 작품들을 보면서, 어쩐지 작가가 굉장히 쪼잔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뭘 보는건지...
어쨌거나 재미있는 전시회다. 아이들이 보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