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보내주신 귀걸이 하고 살랑살랑 봄옷 입고 놀러나가겠다고 했지만, 오늘 실제 다녀온 곳은 아현동 가구거리이다.
결혼을 해도 가지고 있는 가구와 가전 제품들은 그냥 사용하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살펴보니 쓸 만한 건 별로 없다. 침대와 책상은 벌써 10년 쯤 된 낡은 것들이고, 옷장 한 칸은 둘이 쓰기엔 너무 작고, 책장은 죄 휘어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결국 남들 하는대로 장롱, 침대, 서랍장에 책장까지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제 줄자를 사 들고 이사할 집에 찾아가 방 크기를 재고 왔다.
쇼핑하기 전 애인과 세운 원칙은,
1. 책장과 매트리스는 무조건 좋은 걸로 한다.
2. 장롱 기타 등등은 어차피 이사 다닐 때 망가질 염려가 있으므로 어지간한 걸로 만족한다.
였다.
브랜드 매장과 일반 매장을 포함해서 예닐곱 군데를 돌았는데,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난다. 장롱은 10자 기준으로 40만원부터 400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어찌 보면 그 가격이란 것이 비교적 정직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게, 일단 옆에 있는 다른 것보다 좀 더 좋아 보인다 싶으면 단돈 10만원이라도 더 비싸다. 애인은 가격 차이가 느껴지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한다. 만일 제품이 똑같은 품질인데 브랜드라고 훨씬 비싸면 배신감이 크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장롱, 침대 등등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이다. 디자인 특별한 걸 한다고 더 오래 예뻐할 것도 아니고, 매일 쓰는 거니까 사용하기 편하고 유행 안 타는 스타일이면 된다.
정작 애인과 나의 관심사는 책장. 작은 방 중 하나를 책방으로 꾸밀 건데 방을 재 본 결과 전체 5m 정도를 책장으로 두를 수 있다. 들른 가구점마다, 책장을 7~8개쯤 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서점 하느냐고 묻는다. 겨우 그 정도에 서점씩이나. 아무튼 책장 가격이 장롱이나 침대 가격보다 더 나간단다. 당연히 예상했던 바다.
5단은 비실용적이니까 무조건 6단이어야 하고, 지나치게 넓으면 휠 수 있으니까 적당한 너비여야 하고, 선반이 두꺼워야 한다. 깊이도 지나치게 넓은 건 싫고, 26cm 내외가 적당하다. 그리고 3면의 길이를 각각 맞춰야 한다. 하여, 이 모든 조건을 맞춰서, 6단에 깊이 27cm, 너비 68cm 5개, 42cm 3개로 결정했다. 선반은 2.5cm 정도 되는데 통판인줄 알았더니 그렇게는 안 나온단다. 대신에 가운데에 X자로 받침을 해서 휠 일은 없다고 한다.
남들은 가구 고르는데 몇 번씩 가구단지를 들락거렸다고 하더구만, 우리는 오늘 딱 세 시간 돌아보고 주문까지 끝내버렸다. 발품을 좀 더 팔면 좀 더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주 고가의 제품을 사는 것도 아닌데 그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중이다.
* 책장은 비슷한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