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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
리처드 커니 지음, 전예완 외 옮김 / 한나래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States of Mind: Dialogues with Contemporary Thinkers이다. 현대 철학의 뛰어난 주석가 중 하나로 꼽히는 리처드 커니가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유럽과 북미대륙을 오가며 철학자, 소설가, 정치가 등과 인터뷰한 것을 모은, 일종의 대담집이다. 1998년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다소 생소하게 들렸거나, 아니면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저서는 번역되지 않은 현대 사상가들에 입문하는 책으로 널리 읽혔다고 하는데, 최근에 이 책을 처음 읽은 나로서는 여전히 생소한 사람들 이름이 많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정치사상가', 2부 '문학사상가', 3부 '철학사상가'이다. 1부와 2부는, 2부에 실제로 작가들이 많이 들어가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편의적인 구분인 것 같다. 1부와 2부에 실린 대담 전반에 중심적으로 다루어지는 문제는 유럽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유럽 통합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유럽과 비유럽 세계와의 상호 이해와 공존이라는 과제와 지난 세기 유럽의 비극적 역사를 청산하는 한편 유럽 세계가 공유하는 긍정적인 유산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종합하는 방식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졌고, 대담자 또한 그런 차원에서 중요한 주장을 한 사람들을 선별한 듯 하다.
3부는 사실 별개의 책이다. 3부가 책 분량의 절반인데, 1,2부와 비교했을 때 각각의 대담의 길이도 다르고 질문들도 다르다. 현실정세에 대한 진단과 비평이 많은 1부와 2부에 비해, 주로 현상학적 경향을 띤 사상가들을 포함시킨 3부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의 사상의 중요한 논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3부 부분은 '입문서' 내지는 '개괄서'로 읽기에 족하다. 뒤로 갈수록 약간 소화불량이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데리나, 레비나스, 마르쿠제와의 대담 내용은 배경 지식 유무에 상관 없이 명쾌하게 읽힌다.
그런데 보통 한국어로 대담을 할 때는 존대말을 쓸텐데, 이 책에서는 번역을 몽땅 반말로 해 놓았다(여기 실린 대담은 원래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체코어로 이루어진 것이고, 이를 모두 영어로 번역해서 출간한 것이다).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가끔 연극 대본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