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0. 입사하여 오늘 아니 어제 2019. 8. 20.자로 퇴사를 했다. 퇴사하는 날까지 후임자가 없어 정신없이 일하다가 5분 만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퇴근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몇 시간 동안 휴대폰 계산기를 두드리고 회계하는 친구에게 전화로 문의하여서 얻은 답을 조금전 직장상사에게 메일로 보냈다. 9년을 일하고 퇴사한 기념으로 혼자서 멋진 저녁식사라도 하며 술한잔 하려고 했던 계획은 퇴직금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

 

오늘 아침 입사일도 기억이 안나 세무사실에 문의하였고 연락한 김에 퇴직금을 계산하여야 하니 내 급여도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급여명세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7월 급여대장이라는 것을 받고난 후에야 이런 것이 작성되어 매달 직장상사에게만 통지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급여명세서를 퇴직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세무사실에서 내가 받는 급여보다 몇 십만원을 적게 하여 세금신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걸 따져 물었고 내 실수령금액을 알려주고 이것에 맞는 8월 급여대장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퇴직금정산내역서도 함께 작성해달라고 했다. 내가 세무사실에 전화로 이야기하고 난 후면 바로 직장상사에게로 전화가 왔다. 그리하여 받은 퇴직금정산은 내가 실제로 받고 있는 급여를 반영하여 작성되기는 하였다. 단 5인 이하 사업장이므로 근로기준법상에서는 2011.6.20.~2012.12.31.까지는 법정퇴직금의 50%이상 지급할 수 있다면서 큼직막하게 근거 법조항을 써서 빨간색으로 강조표시까지 해가며 그 기간 만큼의 퇴직금을 50%로 처리를 해서 정산을 하여 내게 보내주었다. 그 차이금액이 120만원이다.

 

퇴근하고도 직장상사의 이런 행태에 너무 화가 나서 엄마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다. 엄마는 그깟 120만원으로 니 기분 망치지 말고 잊어버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친구들은 허위 지급명세서 발행한 것으로 국세청에 신고도 하고 부가가치세 신고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신고하고 9년치 급여명세서도 다 받아서 잘못된 부분 모두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라고 했다. 아마 친구들은 내가 이 사무실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일을 했는지 엄마보다는 더 속속들이 알기에 이런 처사에 대해 나보다도 더 분개하였던 것이리라.

 

대충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5인 이하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상 연차는 써볼 생각도 못하고 9년을 일했다.(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매년 5일의 휴가뿐이고 그것마저 한정된 기간에만 가능했다. 독감에 걸려서도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일했고 수술을 두 번이나 했어도 빨리 나와달라는 재촉에 고작 3~4일을 쉬고 사무실에 나갔다. 여동생이 뇌사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도 사무실에 나와달라고 해서 나갔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셔도 평일에 시골 다녀오는 게 눈치보여 장례식에도 못갔다. 그렇게 9년을 일했다.) 그런데 막상 퇴직금을 계산할 때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퇴직금을 적게 받게 되니 씁쓸한 게 사실이다. 이 부분은 알아서 판단해서 퇴직금을 지급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단서도 달았다. 그런데 내가 오늘 받아본 급여명세서와 원천징수영수증을 보니 급여 및 세금신고가 내가 받은 실제 급여와 많이 차이가 난다. 이 부분은 세무사실에서 착오를 일으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찝찝하다. 이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여러 곳에 문의를 해서 알아볼 생각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직장상사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120만원에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나름의 협박.  먹힐지 아닐지는 통장에 찍히는 퇴직금이 말해주겠지.

 

나는 직장상사들이 뒤에서 저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후임자에게 직접 인수인계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다음주부터 바로 출근이라 평일은 힘들어도 주말이라도 괜찮으니 인수인계 직접 해주겠다는 말이나 하고 앉아있었으니.... 그리고 퇴사한 날을 기분좋게 기념하려 한 이 밤에 화나는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은근한 협박성 메일이나 보내고 앉아있다니... 9년이란 직장생활의 유종의미를 망쳐버린 직장상사가 원망스러운 게 아니라 이런 직장에서 9년이나 일한 내가 한심스러워 화가 난다. 퇴직하는 날 처음으로 급여명세서를 받는 나란 인간이 짜증나도록 화가 난다.

 

남들도 퇴사할 때 나처럼 이렇게 기분 더러운 경험을 할까. 사실 서초동에 있는 작은 사무실들은 대부분 내가 일한 사무실처럼 회계처리를 한다. 오죽하면 세수를 늘리고 싶으면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사무실 탈세 조사를 하라는 말이 돌까. 그만큼 투명하지 않게 회계처리를 하고 직원들을 속이는 부분도 적지 않다. 9년을 일하고 퇴사하는 날 이런 푸념하는 글이나 적고 있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120만원 때문에 유종의미를 망쳐버린 나는 이제 그 공을 직장상사에게 넘겼으니 그들도 120만원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괴로웠으면 좋겠다. 

 

도대체 이런 기분일 때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지금은 이 책이 가장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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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u 2019-08-21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용노동부에 가셔서 상담하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설해목 2019-08-21 22:20   좋아요 0 | URL
네.. 상담은 고용노동부든 국세청이든 필요하면 모두에 해야할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19-08-21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회사에는 충성을 하면 안됩니다.
노동자는 그저 회사에서 소모품에 불과
하다는 걸 느낍니다.

직장은 그저 밥벌이하는 수단에 불과하
다는 걸 늘그막에 깨닫고 있네요 ㅠㅠ
그래서 일 끝나면 직장에서의 일들은
모두 로그오프해야 하나 봅니다.

그나저나 9년 동안 월급명세서를 받지
않으셨다는 건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연차도 야박하네요 정말.

세금신고 금액이 적었다면 연말정산
하고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꼼꼼
하게 따져서 호되게 빅엿을 선사해 주
세요.

설해목 2019-08-21 22: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직장은 그저 직장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걸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네요.
왜 급여명세서를 받을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안주니 그러려니 했나봐요. --;;
정말 세금문제 따지기 시작하면 새로 시작하는 직장에도 지장을 줄까봐서요.
원하는 걸 얻으면 조용히 넘어가려구요.

닷슈 2019-08-21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쁜놈들이군요

설해목 2019-08-21 22:23   좋아요 0 | URL
다른 의뢰인들에게는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은 변호사인데 유독 직원에게만 야박한 상사들이긴 해요. --;;

syo 2019-08-21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개......개나쁘다.
법 다룬다는 인간들이 제일 무섭군요. 힘내세요 설해목님!!

설해목 2019-08-21 22:28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법률사무원들은 노동조합이 없을까요!
그래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여직원이 사무실을 나가야 하는 게 이 업계 현실입니다.
조용히 안나겠다고 하면 다른 사무실에 취업못하게 소문을 내버리겠다고 그 중간급인 사무장들이 협박을 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억울해하며 일 그만둔 친구를 알고 있는데.... 뭐 어찌 대처를 할 수도 없어요.
상대를 해야할 사람이 변호사니..... --;; 그래서 어디보다도 노동조합이 시급한 직군이긴 한데 현실은....--;;
정말 파헤쳐 그 맨살을 들여다보면 무서운?! 조직이 법조인인 것 같아요!

2019-08-2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1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19-08-21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상한 마음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할지요...월급명세서를 안주는 직장이 있다니! 휴가도 5일이라뇨...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ㅠ 힘내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설해목 2019-08-21 22:33   좋아요 0 | URL
그죠. 제가 달라고 하지 않아도 당연히 줘야하는 거잖아요! 5인 이하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 적용 못받는 부분이 좀 있어요. 연차나 수당같은.... 사실 이거 국민청원이라도 해볼까 고민중입니다. 5인이하 사업장이라도 법은 법대로 하고 사정에 의한 건 고용주와 피고용주가 합의하에 해결하면 되는 거지 같은 법을 어디에는 적용하고 어디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서채 친구들이 이렇게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니 하루만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psyche 2019-08-26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세상에 너무하네요! 진짜 있는 것들이 더하고 아는 것들이 더한다는 말이 맞나봐요. 법을 다루는 사람이 이렇게 하다니 정말 화나네요.

설해목 2019-08-30 23:58   좋아요 0 | URL
제 심정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T.T
법 아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걸 실감합니다. 서초동에서 10년 있으면서요. ^^;;
여기는 선선한 바람이 부어 가을 느낌이 좀 나네요.
계신 곳도 좀 시원해졌기를 바라며 행복한 가을 맞으셔요. ^^

심술 2019-08-29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유, 정말 화나셨겠어요.

어쩌면 약간 도움 될 지 몰라 영상 하나 올려봅니다.

뮤지칼영호ㅏ ‘삼거리극장‘의 노래예요.

www.youtube.com/watch?v=xr1izaDsokw

설해목 2019-08-31 00:0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영상이 아주 기냥 비주얼도 노래도 끝내주네요.
덕분에 주말 밤에 가슴이 뻥 뚫렸어요. ㅋㅋㅋ
심술님.. 주말 잘보내요. ^^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가족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 보냈다. 올해 여름휴가 역시 가족들과 보낼 계획이었으나 나의 건강상의 문제로 나는 이번만큼은 그냥 혼자 보내기로 마음먹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삼척으로 출발하기 하루전날의 통보였고 엄마는 내 컨디션을 걱정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셨다. 2주 후 광복절 즈음에 가겠다고 말씀을 드려도 당장 보고팠던 손주들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내심 실망하신 거였다. 나 없이도 제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이틀 정도 다녀오기를 바랐지만 제부는 내가 가지 않으니 자기네 가족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여동생의 빈자리를 내가 가서 채워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니 아예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제부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처남도 있고 무엇보다 장인 장모가 아이들을 얼마나 기다리고 보고싶어하는지 알면서도 내 핑계를 대며 가지 않겠다고 하는 그 미지근한 마음이  동생의 빈자리에 대한 마음은 아닌가 싶어 울컥 서운한 마음과 미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서서히 멀어지는 건가.... 엄마도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들었기에 서운한 마음이 컸었던 것일 수도...

 

혼자 보내는 휴가는 느슨하게 편했다.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걸 먹고  띄엄 띄엄 봐서 궁금했던 일드 <대연애 ~ 나를 잊을 너와> 를 패키지 결제하여 이틀에 걸쳐 몰아서 봤다. 20대 초반에 소설을 출간하여 상까지 받았지만 그 이후 20년 동안 어떤 것도 쓰지 못하고 이삿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와 산부의과 의사로 엄마가 원장으로 있는 클리닉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지만 결국 여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그런 연애사이다. 이렇게 한두줄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연애사에는 청년성 알츠하이머병이 등장하면서 한층 애절하고 복잡하고 감동적인 서사가 만들어진다. 20년 동안 쓰고 싶은 것이 없어 소설쓰기를 포기했던 남자에게 청년성 알츠하이머병을 앓은 아내는 최고의 뮤즈였다. 아내와의 만남 그리고 아내와의 사랑의 과정을 세 권의 책으로 묶어 내면서 남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내가 자신을 모델로 하여 글을 쓰는 것에 찬성하고 오히려 기뻐하기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아내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어떤 주저함도 없었을까. 어떤 망설임이나 후회나 찝찝함 같은 개운치 않은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곰곰하다가 <서밍 업>에서 읽은 서머싯 몸의 글 일부가 생각났다. 인간을 자세히 관찰하고 꿰뚫어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편집을 하여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소설가의 일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언제나 살아 있는 모델을 기준으로 작업해왔다. 해부실에서 지도 교수와 함께 내가 맡은 시체의 어떤 ‘부분’을 점검할 때 교수가 어떤 신경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대답을 알지 못했다. 그러자 교수가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엉뚱한 자리에 있으므로 그 신경일 리가 없다고 항의했다. 교수는 그게 내가 안타깝게 찾고 있던 신경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신경의 비정상적인 위치에 대하여 불평했고, 그러자 교수가 미소를 지으면서 해부학에서는 정상적인 것이 곧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 나는 짜증이 났지만 그 말은 내 머릿속에 깊숙이 박혔고, 그때 이후 그 말이 해부학뿐만 아니라 인간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나는 되풀이하여 확인했다. 정상은 당신이 발견하려고 애쓰지만 별로 발견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다. 정상은 이상(理想)이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의 평균적인 특징에 적용하는 그림이고, 모든 정상인 특징을 한 인간에게서 전부 발견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내가 말하는 작가들은 이런 엉뚱한 그림을 그들의 모델로 삼았고, 또 아주 이례적인 것을 묘사하려 하기 때문에 생생한 삶의 효과를 좀처럼 성취하지 못한다. 이기심과 이타심, 이상주의와 감각주의, 허영, 수줍음, 공평무사함, 용기, 게으름, 신경질, 고집스러움, 소심함, 이런 것들이 모두 한 사람의 내부에 깃들어 그럴듯한 조화를 이룬다. 독자들에게 이것이 진실임을 설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제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월요일 평일의 대형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가봤는데....주말보다도 사람이 더 많아 좀 당황했다. 만난 친구와 더워서 이동을 포기하고 서점 내에 있는 푸드코너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딱 가격만큼의 맛이었다. 보아하니 가족들 단위가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이었다. 아마도 휴가를 나와같이 여기서 보내는 것 같았다. 어느 피서지보다 시원하던 서점에서는 1시간 정도 있다가 나왔다. 내게는 강한 냉방이라 오래 있기가 힘들었다. 근처 카페에서 사가져온 책을 보다가 광화문 맛집인 곰시국수에서 국수전골로 뜨근한 저녁을 먹고 귀가했다. 그나저나 언제쯤 가야 한가한 서점의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오늘은 휴가의 마지막날. 벼루고 벼루던 미용실을 찾았다. 작년 12월 초에 했던 머리는 질끈 묶어도 관리 안 한 티가 날 정도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집 근처 수많은 미용실 중 여름맞이 특가 이벤트를 한다는 곳에 찾아갔더니 평일이라서인지 아니면 여름이라서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나는 담당 디자이너의 손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이 나왔다. 학창시절 이후로 가장 짧은 머리를 한 내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랄까. 훤히 드러난 목과 귀 뒤로 꽂으면 단발인지 커트인지 모를 정도로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한동안 무거울 마음과는 다르게 가볍고 경쾌하다.  

 

휴가를 떠나오기 전 상사에게 8월 20일자로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퇴근을 해서 상사와는 이 일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상태이다. 휴가 첫날 저녁때쯤 일때문에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어이가 없어 통화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시간 쯤 뒤에 해결되었다는 문자. 급할 것 없고 내가 아니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무조건 먼저 던지고 보는 상사의 일 스타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휴가 때까지 받아야 하다니... 내일 출근해서 퇴사하는 날까지 보름 가량의 시간은 또 어찌 보내야 할지... 마음 떠난 곳에서 지내야하는 며칠이 편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평소처럼 일하고 내 할 일은 다 하고 나와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올해의 여름휴가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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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8-06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커다란 여름이었네요, 설해목님께도. 커~~다란......

마음에든 몸에든 짊어진 짐을 여름에 다 내려놓고 설해목님께서 가을에는 무슨 일이건 좀 홀가분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설해목 2019-08-08 11: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로 이런 여름휴가는 처음이에요. ~ ^^
8월 말일부터 다른 직장으로 출근해야하는데..... 이놈의 짐을 잠깐이라도 내려놓을 수 없으니..--;;
일복도 복이라고 하니 복받은 여름이라 생각하려구요. ^^

레삭매냐 2019-08-06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적하시는 건가요...

참으로 부럽습니다. 스트레스 만땅으로
얼마간 지내다 보니 그것 참...

살이가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여름이서 그런진 몰라도 시원
한 대형서점으로 인파가 몰리는 게 아
닌지 싶네요.

설해목 2019-08-08 11:22   좋아요 0 | URL
넵.. 이직합니다.
새로운 직종은 아니고 같은일을 하는 다른 사무실로 옮기게 되었네요.
새로운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뭐 다를까 싶긴한데 그래도 새로운 곳이니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되네요.

여름에는 진짜 대형서점이 최고의 피서지 같아요! ㅎㅎ

나와같다면 2019-08-07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주를 보고 싶어하시는 어머님의 마음.. 이렇게 서서히 멀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 다 느껴져서 마음이 시립니다

설해목님 건강 회복하시고 그동안 직장에서 수고하셨던 모든 시간 잘 해냈다고 위로해드리고 싶네요

우선 잠시 편안히 쉬시기를..

설해목 2019-08-08 11:28   좋아요 1 | URL
다행히도 광복절이 있는 그 주에 식구들이 다시 한번 고향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네요.
그때는 서운했던 부모님 마음 좀 풀어드리려구요. 간만에 보는 조카들이랑 실컷 놀기도 하구요.^^

이번 더위가 좀 힘들긴 하네요. 냉방병에 여름감기에 장염까지.... 어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직을 하는 그 사이 잠시라도 쉬고 싶었는데 일복이 많은 저라 바로 또 일을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새로운 출발이니까 마음은 좀 가볍습니다.

나와같다면님도 남은 여름 건강 잘 챙기셔요.~ ^^

단발머리 2019-08-08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서운한 마음이 100퍼센트, 120 퍼센트 이해되지만... 그래도 설해목님 큰 결심으로 휴가 시간 가지게 되어 다행이에요. 휴가 마치고 돌아가서도 예정하시는 대로 일이 잘 진행되시기 바래요....

설해목 2019-08-08 11:30   좋아요 0 | URL
네.. 아마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이번 여름휴가 역시 가족들과 보냈겠지요.
그게 싫지는 않으면서도 그렇게만 살아온 제가 좀 바보같기도 하고...
이번에는 혼자 쉬면서도 마음이 좀 복잡하더라구요. ㅎ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단발머리님~
남은 여름 지치지 말고 건강하게 보내셔요.~ ^^

2019-08-15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1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해에 특별히 다짐하거나 이루려고 한 목표가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뭐 하나라도 다짐을 하였을 터인데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그렇게 절박하게 이루고 싶었던 것이 아닌 게 틀림없다. 그러니 2019년의 반을 보냈다고 해도 뭐 그리 자책할 필요는 없겠다.

 

꾸준히 운동한지 딱 1년이 되었다. 한쪽 다리가 저리던 증상도 많이 좋아졌고 그러다보니 수면의 질도 좋아졌다. 강도높은 필라테스로 가끔 목이나 어깨가 아프긴 했지만 침 몇 번으로 나아졌으니 그정도면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절 운동을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하지 않는 날에는 하루에 한 시간 절을 하는 것. 청견스님이 하시는 절 방법으로 따라하니 한 시간을 해도 힘든 줄 모르겠다. 그 효과는 아마 또 일년이 지나면 내 몸이 절로 알려줄 테지. 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 뭐든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새 그 효과를 내가 몸소 느끼고 있다는 것!

 

십 년 전만 해도 일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새 책이 나오면 무조건 읽어야 할 것 같았고 그렇게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았다. 올해는 많은 책들을 읽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다시 읽곤 했다. 그리고 남은 올해도 그런 독서를 할 생각이다. 나에게 인상깊었던 책을 여러 번 읽기. 그동안 얇고 넓은 독서를 해왔다면 올해부터는 좁지만 깊은 독서를 해보려 한다. 출근하자마자 알라딘 신간부터 훑는 내게 쉬운 독서법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관심가는 책들을 다 읽지 못할 바에는 좋아하는 책을 여러번 읽는 독서가 나를 좀 더 성장시킬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독서를 통해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다.  

 

명상에 관심을 갖다보니 관련 책들을 읽고 그러다보니 불교 법공부에 대한 관심까지 갖게 되었다. 요즘은 출퇴근 할때 그리고 절운동 할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라는 유튜브에 올라온 법공부를 듣는다. 꾸준한 공부도 아니고 제대로 하는 공부도 아니지만 듣고 있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가 겪는 온갖 괴로움은 결국 나의 시비분별과 취사선택으로  인해 만들어낸 허상일뿐, 그것이 실체가 아니라는 것. 나의 감정과 생각을 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만을 충실히 사는 것.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고 제대로 껴안아보는 것. 어떤 것을 하더라도 집착없이 하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말인 것 같은데도 역시 실천이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수행을 해야 하는가보다. 마음공부 좀 제대로 해보고 싶다.   

 

지난 주말에 친구와 과천에 있는 정원카페라는 곳에 다녀왔다. 식물들과 원없이 눈맞추고 소나기까지 만나서 그야말로 자연에 흠뻑 취해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남은 올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 자연과 좀더 가까이 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매달 저 정원카페에 다녀오고 싶다. 차가 있다면 집에서 30분이면 가지만 뚜벅이인 나는 친구를 조르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와야 한다. 그래도 자주 찾고 싶은 곳이 생겨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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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6-28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년동안 꾸준히 운동하시다니! 대단하세요!! 매번 마음만 먹고 쬐끔 하다 말던 저는 이제 아예 마음을 안 먹네요. ㅜㅜ

설해목 2019-06-28 12:02   좋아요 0 | URL
비싼 수업료를 내니 잘 안빠지게 되더라구요. ㅎ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순간 아픈 것을 덜 느끼다보니 이제는 운동 안하면 더 아플까봐서라도 매일 하네 되네요.
psyche님 눈 딱 감고 남은 올해 동안 집에서만이라도 30분 운동 시작해보셔요. 응원하겠습니다! ^^

레삭매냐 2019-06-28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운동은 돈 들여서 해야 한다는 진리를
알려 주시네요 ㅋㅋㅋ

신간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네요 정말...
사도 읽지도 못하고 구간으로 변하는 걸 보면
사지 말아야 하는디, 그게 잘 안되네요.
오늘도 헌책방에 가서 로맹 카체프의 책을 샀...

한 해의 절반이 쑥 가버렸네요 한 것도 없는데
그것 참.

설해목 2019-06-28 14:40   좋아요 1 | URL
운동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죠! ㅋㅋ

신간 사놓고 펼치지도 못했는데 중고서점에 똑같은 책이 나온 걸 볼 때면......
정말 내가 왜이러나 싶긴 해요. ^^;;

무탈하게 일년의 반을 보낸 것만으로도 잘 보냈다고 생각합시다! ^.^

다락방 2019-06-28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아 그러네,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갔네...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무얼 하려고 했더라, 생각해보니 뭔가 하고자 했던 건 딱히 없었는가 봐요. 생각나지 않네요.

남은 반 년도 잘 지내봅시다, 설해목님. 꾸준히 운동하면서, 아프지 말고요.

설해목 2019-06-28 14:42   좋아요 0 | URL
특별히 생각 나는 거 없이 일년의 반을 잘 보낸 것만으로도 감사하려구요.
이제는 특별할 것 없이 보내는 일상이 오히려 소중하다 싶네요. ^^
정말로 남은 반 년도 그게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서 건강하게 잘 보내요. 우리~ ^^

겨울호랑이 2019-06-28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설해목님께서는 지난 반 년동안 꾸준히 많은 것을 해오셨네요! 남은 반 년도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설해목 2019-07-01 09:25   좋아요 1 | URL
굿모닝~ 겨울호랑이님~ ^^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하다보니 그래도 꾸준히 한 것이 하나는 있네요.
남은 반년도 습관처럼 해보려구요.
겨울호랑이님도 오늘부터 시작되는 남은 반년 즐겁고 보람되게 보내시기를요. ^^

bookholic 2019-06-2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네요..
벌써 올해도 반이 지나갔네요.
남은 올 반년도 뜻있는 시간이 되시길....

설해목 2019-07-01 09:27   좋아요 0 | URL
7.1. 무언가를 다짐하고 또다른 시작을 하기에 좋은 날입니다. ㅎㅎㅎ
북홀릭님도 남은 반년 잘 보내시고 올 연말 뿌듯한 마음으로 한 해 정리하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

뒷북소녀 2019-07-07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예쁘시군요. 소녀처럼요.^^
하반기에도 열심히 운동하시고, 건강하셔요.

설해목 2019-07-08 11:58   좋아요 1 | URL
나도 알라딘 20주년 축하메시지에서 뒷북소녀 얼굴보니 반갑더라~~ ^^
십 몇 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한 번 맺은 인연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게 참 신기하고 좋으네..^^
뒷북소녀도 올 하반기 즐겁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드길 바라~ :)

뒷북소녀 2019-07-09 21:14   좋아요 1 | URL
ㅋㅋㅋ어떻게 알아보셨대요. 고마워요. 언니^^
 

6. 1. 2시 공연으로 <뮤지컬 니진스키>를 봤다. 몇 년 전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를 어렵게 진빠지게 읽었던 터라 그 이름만은 잊지 않고 있었다. 친구 역시 나에게서 선물받은 이 책 때문이었을까 이 공연 광고를 보자마자 예매를 해두고는 함께 가자고 하여 주말 첫 공연을 보게된 거다. 대학로에 있는 아트원시어터 공연장은 다른 소극장들에 비해 규모가 좀 있어 보였다. 지하 공연장으로 가서 앉았는데 만석은 아니고 드문드문 빈자리들이 눈에 띄었다. 역시 뮤지컬은 여자들의 취미인가 싶게 이날 공연을 보러온 남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무대는 뮤지컬 무대치고는 다소 소박해 보였다. 시작 되고 105분을 쉬는 시간 없이 공연이 이어졌다.

 

뮤지컬에는 총 5명의 인물이 나온다.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 로몰라. 그리고 니진스키의 또다른 분신 역할과 기자 역할을 동시에 했던 한스까지. 단출한 출연진 때문인지 니진스키의 일대기가 매우 압축되어 있다. 러시아 발레단에서 춤추던 니진스키를 눈여겨본 공연기획자 디아길레프는 니진스키를 더 큰 무대인 프랑스로 데려온다. 디아길레프가 만든 발레뤼스에서 니진스키는 스트라빈스키라는 음악가와 협업한 작품인 <페트루슈카>에 출연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몰라라는 헝가리 귀족 아가씨를 만났다. 상업적인 성공에 관심이 많은 디아길레프와 새로움을 추구하던 니진스키는 마찰을 빚게 된다. 무용가로서는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없다고 생각한 니진스키는 자신이 직접 안무를 한 작품을 만들기를 원하고 디아길레프도 안무가로서의 니진스키를 지지해주었건만 니진스키가 안무한 작품인 <봄의 제전>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다. 이 일로 두 사람은 멀어지고 니진스키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로몰라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무용단을 창단하려던 것이 무산되고 자신이 안무한 작품들이 외면 받는 등의 이유로 니진스키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뮤지컬 니진스키>의 내용은 니진스키의 삶을 이 정도로만 압축하여 보여준다. 파란만장했던 니진스키의 일대기가 너무 평면적이어서 니진스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한 편의 드라마로 볼 수도 있겠으나 좀 더 자세하게 니진스키의 삶을 아는 사람이 보면 공연이 니진스키의 삶을 너무 단적으로 보여주고, 어쨌든 공연을 위해 디테일한 부분을 쳐내다보니 사실과도 어긋나는 내용이 있어 몰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무대는, 조형물을 움직이는 변형 없이 조명을 달리하고 배경에 영상을 띄워서 그때그때 화면 전환을 하여 화려한 맛은 없다. 그리고 음악이 좀 많이 아쉽다. 그래도 끝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음악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모든 음악들이 내용 전달을 위해 만들어져서일까 인상적으로 남는 음악이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배우들의 노래실력이 좋아서 음악의 아쉬움을 좀 달래주는 정도. 그렇다고 춤의 신 니진스키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이라 하여 제법 그럴듯한 발레를 볼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무대, 음악, 춤 모두가 뭔가 조금씩 부족하여 전체적으로는 인상에 잘 남지 않는 공연이랄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봤다.  오히려 뮤지컬을 보고나서 나중에 정식으로 발레공연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뮤지컬 니진스키> 공연을 기념하기 위해 가져갔던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를 집에 와서 잠시 펼쳐보았다. 공연에 나왔던 인물들의 사진들을 다시 보고 띄엄띄엄 니진스키의 일기를 읽었다. 여기에는 니진스키가 디아길레프에게 쓴 편지를 옮겨본다. 편지의 내용만 보도라도 니진스키에게 디아길레프가 어떤 존재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편지 8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에게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성급하게 쓰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를 신경과민이라 생각하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나는 과민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침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쓰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세련된 문장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련된 문장을 쓰는 걸 결코 배우지 않았답니다. 나는 사상을 기술하고 싶은 겁니다. 내겐 사상이 필요합니다. 나는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를 미워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한 인간으로서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 가지 사실을 당신에게 말하고 싶군요. 나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내 속에는 신이 살고 있습니다. 나는 신 안에 살고요. 신은 나의 속에서 삽니다. 나는 춤에 관한 작업으로 매우 바쁩니다. 나의 춤은 진보하고 있습니다. 나는 잘 쓰긴 하지만 어떻게 세련된 문장을 써야 할지는 모릅니다. 당신은 세련된 문장을 좋아하지요. 당신은 공연단을 조직합니다. 나는 공연단을 조직하지 않습니다. 나는 시체가 아닙니다. 나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죽은 사람입니다. 당신의 목표가 죽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을 친구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나의 적임을 알기 때문이지요.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적은 신이 아니니까요. 신은 적이 아니고요. 적들은 죽음을 추구합니다. 나는 삶을 추구합니다. 나는 사랑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은 악의를 지녔구요. 나는 포식동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포식동물입니다. 포식동물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람들을 좋아했지요. 나는 백치가 아닙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백치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입니다. 당신은 나를 어리석다고 생각했지요. 나는 당신을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나는 타락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타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굴종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요. 나는 나에게 굴종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당신은 굴종하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지요. 나는 굴종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나는 타락을 불러냅니다. 당신은 타락을 두려워합니다. 나의 타락은 한갓 타락입니다. 나는 당신의 미소를 원치 않습니다. 그건 죽음의 냄새를 풍기니까요. 나는 죽음이 아닙니다. 나는 미소하지 않습니다. 나는 웃기 위해 쓰지 않습니다. 나는 울기 위해서 씁니다. 나는 감정과 이성을 지닌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성은 지녔으나 감정이 없는 인간입니다. 당신의 감정은 사악합니다. 나의 감정은 선합니다. 당신은 나를 파멸시키고 싶지요. 나는 당신을 구제하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은 나를 싫어하지요. 나는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당신은 내가 불행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신경과민을 가장했더랬습니다. 나는 어리석은 척했었지요. 나는 어린애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신이었습니다. 나는 당신 안에 있는 신입니다. 당신은 짐승이지만 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이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사람들을 누구나 다 사랑합니다. 내가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항상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나는 나 자신의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것입니다. 나는 타락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나는 타락하는 나 자신을 좋아합니다.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나는 나 자신의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것, 나는 신.

당신은 신의 존재를 잊었습니다.

나는 신의 존재를 잊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속에 있고 나는 당신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것,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은 죽음을 원하는 사람

당신은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랑, 사랑, 사랑해요.

나는 사랑이지만 당신은 죽음입니다.

당신은 죽음을,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나는 사랑해요, 나는 사랑해요, 나는 사랑해요.

당신은 죽음이지만 나는 생명이오.

당신의 생명은 사랑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을, 당신을 사랑해요.

나는 피가 아니요, 나는 정신입니다.

나는 당신 속의 피요, 정신입니다.

나는 사랑, 나는 사랑입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당신은 나의 것, 당신은 나의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4페이지 이상 더 계속되지만 거의 번역이 불가능한 언어 유희의 반복이라 여기서 생략한다. : 역자)

 

나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쓰고 싶지만, 당신과 함께 일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목표는 다른 것이니까요. 나는 당신이 어떻게 가장하는가를 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가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복리를 원할 때의 가장은 좋아합니다. 당신은 악의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은 제왕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왕입니다. 당신이 나의 왕이 아니라 내가 당신의 왕입니다. 당신은 내게 위해를 바라고,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는 악의에 찬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사람입니다. 로카바이, 바이, 바이, 바이. 평화롭게 자거라. 로카바이, 바이, 바이, 바이, 바이.

사람이 사람에게

 

바슬라프 니진스키.

 

 

 

 

 

 

 

 

 

 

 

=> 위 사진들은 책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에 실린 사진들이며 책날개에 소개된 니진스키의 일대기이다. 

 

 

 

=> 요건 공연날 찍은 사진으로 공연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친구와의 술 뒷풀이가 좋았더랬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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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6-05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이들이 천재를 극화하는 것은 참 어려운 작업인 듯합니다. 그래서 천재이겠지만요. 니체, 베토벤 등과 같이 나진스키도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한 것을 보면 천재가 아닌 것이 다행입니다^^:)

설해목 2019-06-05 17: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천재는 정말 남다른 점이 있어 천재인 것 같긴 해요. 머릿속으로는 온갖 것이 떠오르는데 현실은 그걸 표현할 수 없을 때, 혹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럴 때 천재는 무너지고 마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역시 천재가 아니라 정말 다행입니다! ㅎㅎ

카알벨루치 2019-06-06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뮤지컬도 보시고 고독사는 절대 안되겠는데요~멋집니다

설해목 2019-06-07 09: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고독사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좋은 관계를 잘 만들어가겠습니다!
비오는 금요일 아침~~ 굿모닝입니다. ^^

2019-06-23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드디어 최은미 작가님을 만났다. 한때 나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한달에 한두번은 작가와의 만남을 다녔었다.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 파주며 강남이며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고 주말 행사도 열심히 참석했더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저자와 직접 만나는 만남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졌고 요 몇 년 동안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간 적이 거의 없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최은미 작가의 북토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간만에 작가와의 만남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직접 만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만나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에서 본 '용금옥'이란 추어탕 집에서 먼저 저녁을 먹었다. 서울식 추(어)탕을 하는 곳으로 TV에 나오셨던 사장님과 그 따님이 마침 자리에 계서서 TV에서 보았다는 알은체를 좀 했다. 추어탕을 무지 좋아하는데 이날 먹어본 추어탕은 뭐랄까 김영철 아저씨 말대로 육개장과 추어탕의 중간쯤 되는 맛이었다. 미꾸라지의 비린내가 전혀 없고 각종 야채와 두부까지 들어간 서울식 추탕은 친구의 입맛에 잘 맞았다. 물론 내 입맛에도 잘 맞았지만 나는 사실 통추어탕을 즐기는 사람으로 미꾸라지 특유의 냄새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는 추어튀김까지 먹고 싶었으나 행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추탕 한그릇씩만 간단하게?! 먹었다.

 

행사장소에 가기 전에 작가님에게 드릴 꽃다발을 사기 위해 서촌 이곳저곳을 헤매도 꽃집을 찾을 수 없었다. 친구가 지도를 검색해서 가보면 그곳에는 꽃집 대신 이미 다른 가게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를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인받을 책 4권은 미리 준비하여 출근하면서부터 짊어지고 왔으면서 꽃다발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지만 초행인 곳에서 더 헤매도 찾을 길이 없어 아쉬운 마음을 달고 행사장소로 향했다.

 

북토크 행사는 서촌에 자리잡은 동네책방인 부쿠엠에서 진행되었다. 사실 그 전 주말에 미리 한번 왔다갔더랬다. 혹시라도 길을 못 찾을까봐는 아니고 서촌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메밀음식점인 '잘 빠진 메밀' 식당에 왔다가 근처에 있다고 하길래 미리 가봤더랬다. 서점은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매니저분이 먼저 반겨주시고 소규모로 마련된 행사자리에는 한 분의 독자가 앉아계셨다. 아직 시작 전이라면 꽃다발을 살 수 있을까 싶어 매니저님께 근처 꽃집을 아는지 여쭤보니 모른다며, 그리고 이미 작가님이 와계시다며 한쪽을 가리켰다. 들어설 때 누군가가 책을 보고있다는 건 알았는데 그 분이 작가님이실줄은.....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알은체를 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는 그저 몰래 사진만 찍었다.

 

오기로 하신 분들이 길을 헤매어 행사는 10분 정도 늦게 시작되었다. 총 7명의 독자가 옹기종기 모여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출간된 <어제는 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봄이라는 계절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모두 담아냈구나, 소설 전체에 계절감을 이렇게 잘 표현된 글이라니 하며 감탄을 했었는데 최은미 작가님 역시 계절을 잘 표현한 글을 좋아하신다고 했다. 작가님은 이 작품의 정수진이 글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켜나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작가로 살아온 본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면에서 애착을 느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중편이라는 형식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라고 하셨다. 그동안에도 단편들을 쓰며 1인칭으로 쓴 소설들이 있었지만 그 경우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시점을 골라서 쓴 것이라면 <어제의 봄>은 정말 1인칭의 매력에 푹 빠져서 쓴, 1인칭다운 1인칭으로 쓴 최초의 소설이라고 하셨다. 1인칭 소설은 어쩌면 3인칭 소설보다도 더 객관적일 수도 있다고 한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라는 책을 언급하시면서 자기 안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글을 쓸 수조차 없는 상태라고. 어느 정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상태라야 1인칭으로 쓸 수 있다고. 그래야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또한 원고지 200매~250매라는 중편의 매력이란 것이, 한 사람의 인물이 겪은 하나의 사건을 밀도 있게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편이라는 형식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이 언젠가 선보이긴 했을 테지만 장편은 아니고 단편으로는 좀 더 헐거운 이야기가 되었을 거라고 했다. 맞다. <어제의 봄>은 중편만의 매력을 느끼기에 정말 딱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어제의 봄>을 쓰면서 참고한 책이 세 권 있다고 하셨는데 하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 이름은 루시바턴>이고 또하나는 록산 게이의 <헝거> 그리고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이다. 세 권 모두 나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 작가님의 설명을 온전하게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작가님이 어떤 부분에서 <어제의 봄>을 쓰는데 참고하셨는지 잘 이야기해주어 이 책들은 꼭 한번은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내 이름은 루시바턴> 역시 <어제는 봄>처럼 글을 쓰는 여성 작가의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작가는 바로 <올리브 키터리지>를 쓴 분이다. 그런데 내가 왜 아직까지 이 소설을 읽지 않았는지 심지어 갖고 있기조차 하면서.... --;; 조만간 이 책을 읽고 <어제의 봄>을 다시 읽어야봐겠다.

 

<어제는 봄>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는 작가님이 파주 마장호수 출렁다리에서 겪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남편과 아이와 놀러간 그곳에서 아이와 남편은 무섭다고 해서 출렁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작가님 혼자서 출렁다리를 건너갔다고 한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뒤돌아 보니 건너편에 아이와 남편이 서 있는 걸 보면서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했다. 그리우면서도 해방감을 느끼고 미안하면서도 뭔가 기쁜 그런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감정이 바로 이런 모순되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여자는 글을 쓰기 위해서 극복해야할 것이 많다는 작가님의 말 역시 이런 감정과 통하는 것 같다. 남자 작가와는 다르게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 글과 씨름해도 모자랄 시간에 그 외의 것들과도 씨름해야 하는 여성 작가들의 처지. 물론 보편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작가의 글쓰기가 남성 작가에 비해 녹록지 않다는 건 분명해보인다.  

 

<어제는 봄>은 현재 진형의 문장을 취하고 있지만 작가님은 주인공 정수진에게는 이미 지나온 봄이라고 설정하고 쓰셨다고 한다. 어제로 명명되는 봄은 정수진이 이선우를 만난 봄이기도 하고 스물셋에 겪은 그날의 봄이기도 하다. 어쨌든 정수진은 하나의 소설을 완성함으로써 봄을 보내버렸다. 이 소설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를 말씀해주셨는데 정수진 앞에 나타난 이선우란 남자의 이름에 관한 거였다. 나이와 직업 등등에 비추어 이선우는 약간 비현실적인 이름 같을 수도 있다면서, 사실은 <아홉번째 파도>의 담당편집자가 그 소설에 나오는 '서상화'란 이름이 이십대 초반 청년의 이름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으니 이선우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작가님께는 몇 년 동안 서상화였기때문에 도저히 바꿀 수가 없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다음 소설을 쓰게 되면 꼭 이선우란 이름을 쓰겠다고 약속을 하셨다고... 그리고 <어제의 봄>에 작가의 말을 끝내 실지 못했다고.. 편집자의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말을 덧붙이면 이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차마 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소설을 읽은 남편분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내가 했는데 남편분은 자신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고 했다. 글을 쓰던 초창기에는 읽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고 이 소설 역시 읽지 않았을 거라고...  

 

등단을 한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정면을 바라보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다고 하셨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볼 자신이 없다고. 나는 나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는 것일까, 소설 쓰는 최은미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십대를 맞은 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작가)이 소설의 인물에 제약을 두지는 않을까 하는 내면의 갈등을 여전히 하고 있다고 하셨다. 요즘 팟캐스트니  TV니 유튜브니 하며 다양한 매체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는 작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며 자신을 내보이는 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그래서 더욱 좋았다. 믿음이 갔다. 

 

직접 뵌 작가님은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잔잔한 톤의 목소리에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힘이 느껴졌고 말을 할 때마다 자주 붙이던 '사실은'이란 단어에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고르고 잘 전달하고픈 마음이 담겨 있었다. 사인을 받을 때 우리 고향의 아픈 이야기를 소설로 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나를 알아봐주셨다. 아마도 내 리뷰를 읽으신 모양이다. 시댁이 삼척이고 남편이 그곳 사람이라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쓰게 되었다고 하신다. 삼척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는 걸 알고나니 나는 더더더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언젠가 삼척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헤어지며 악수를 청했는데 잡은 손이 어찌나 말랐던지.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소설을 풀어내야 하는 스타일이라 남들보다 조금 어렵게 소설을 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르고 가는 그 손가락들이 그 증거가 아닌가 싶다. 이날은 낭독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행복하게도 작가님께 지목당해 독자낭독을 내가 했다. ㅎㅎ 작가님과 함께 낭독이라니.... 게다가 정면 사진을 찍기 힘들어하는 작가님에게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해 기념사진도 찍었다!  어서 빨리 작가님의 신간을 만나고 싶다. 그저 작가님이 소설의 정수진처럼 지랄맞게라도 좋으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글을 써주셨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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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9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30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31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5-31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와의 만남이라...

싸인본에 연연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작가 분의 책이라면 - 수년 전에 이창래
선생 강연회에 가서 받은 사진 생각이
납니다.

사진도 같이 찍으시고 좋으셨겠습니다.
아이 부러워라.

설해목 2019-06-02 15:26   좋아요 0 | URL
히히~~ 맞아요. 좋아하는 작가님과의 만남, 사인본 책 그리고 사진까지...
요런 추억 만드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보물선 2019-06-23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목! 잘 읽었어요^^

설해목 2019-06-23 10:55   좋아요 0 | URL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보물선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