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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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과 레인 나 그리고 젠, 치열하게 현재를 살아도 남편과 자식을 두었어도 젊은날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멋지게 살았어도 그 종착역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보면서 슬프기보다는 두렵다. 아프다. 딸들 보다는 엄마인 나와 젠의 삶에 마음이 더 밟힌다. 그런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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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0도 - 다른 날을 여는 아홉 개의 상상력
박혜영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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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덕분이다. 로이의 글이 너무 좋아서 그녀에 관한 책들을 찾다가 9월이여, 오라의 번역자가 출간한 이 산문집에 아룬다티 로이에 관한 글이 있다기에 냉큼 데려온 것이 이 책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정말이지 이런 책을 만나서 다행이고 기쁘고 벅차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참 좁게, 편협하게 살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나에게 감동을 준 20세기 작가들을 통해 우리 삶을 더 좋은 삶으로 이끌고, 우리 사회를 더 평화로운 공간으로 만들며, 나아가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생태적 관점에서 주요 문제점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싶었다. _p.7

 

생태적 관점이란 것이 과연 뭘까 싶은 마음을 갖고 한 편씩 글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된 저자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 우리가 왜 이렇게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소수의 인간이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대다수의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동물과 식물 더 나아가 지구까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을... 나 하나만을 위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는 더는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문명과 개발 그리고 돈이라는 허울 좋은 덫에 걸려 발버둥칠수록 자신의 삶이 불행하고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런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꾸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땅으로 대표되는 자연으로 돌아가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 그리고 생명들의 안식처인 지구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욕심을 내려놓고 다 함께 한번뿐인 유한한 삶을 즐겁게 살다 가는 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내 주위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결국 이 지구를 근거지로 살아가고 있는 모두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먼저 레이철 카슨을 통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반성하며 돌아보고 싶었다. 미하엘 엔데를 통해서는 그 길에서 한 번뿐인 생명의 시간이 모두 돈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었음을, E. F. 슈마허를 통해서는 시간의 변화와 함께 노동도 삶의 기쁨에서 생존을 위한 노역으로 변질되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웬델 베리로부터는 생태적 관점에서의 평화란 무엇인지를, 마흐무드 다르위시로부터는 약자에게 올바른 생태적 정의란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존 버거로부터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에도 윤리가 있다는 점을, 아룬다티 로이로부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강조하고 싶었다. 비록 20세기 작가는 아니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로 이 책을 끝맺은 것은 우리가 저항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 수 있음을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_p.7~8

 

저자는 이 책에서 8명의 생태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에게 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들의 몇몇 작품을 읽어봤을 정도로 그들은 자신들의 저서를 통해 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작가이자 사상가이자 활동가이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책을 이미 접해본 사람에게는 이 책이 그들의 사상과 삶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아직 그들의 책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들의 사상과 삶을 한 눈에 살펴보고 그들의 책을 접할 기회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8명의 작가의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 레이첼 카슨

 

카슨은 이렇게 말했다. “서양문명은 근대에 접어든 이후 자연자원을 착취하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무자비하게 지구를 훼손하고 파괴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자연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성숙한 눈으로 자연과 우주를 바라볼 수 있도록 먼저 우리 스스로가 문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_p.23

 

카슨은 주어진 삶의 조건을 편리하게 바꾸려는 욕망의 근저에 본질적으로 우리 문명의 파괴성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 생명체를 선별하여 깨끗하게 박멸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전쟁의 논리이자 파시즘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카슨은 살충제를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살상제(biocide)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_p.26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하는 이상 이 지구의 생명체는 종국에는 모두 죽게 될 거다. 문명이라는 악마의 탈을 뒤집어쓰고 오직 인간만이 살아가야할 가치가 있는 양 다른 종들을, 이 지구를 무차별하게 공격하다가는 언젠가는 그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공격이 부메랑이 되어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이끌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인류라는 종이 없었더라면 이 지구라는 행성은 얼마나 더 평화롭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었을까. 결국 지금이라도 지구라는 터전을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남겨두려면 인류가 멸망하거나 아니면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을 자제하는 방법밖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둘 중 어느 것이 더 가능할지는.... 

 

# 미하엘 엔데

 

엔데는 화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대 사회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확신에서, 생명체처럼 노화하여 언젠가는 사라지는 돈을 상상한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와 경제학자 실비오 게젤의 생각에 깊이 천착하였다. 엔데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마치 암세포처럼 혼자서 무한정 증식하는 고독한 돈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를 순환하다가 언젠가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그런 새로운 화폐 개념을 생각하며 모모를 썼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무한 증식이 아닌 순환에 토대를 둔 새로운 경제체제를 꿈꾼 것이다. _P.56~57

 

엔데는 말한다. “사실상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해질 뿐인데, 이제 우리의 내면세계는 너무나도 공허해져버려 우리 내면이 사막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 합니다. 나는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지요.”_p.57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범죄와 죽음을 살펴보면 결국은 돈이 문제인 경우가 다반사다. 먹고살 돈이 없어서 훔치고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사람을 죽이게 되고 역시나 살기가 막막하며 스스로 때로는 가족들이 함께 목숨을 끊는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신은 돈이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이 우스개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미친 듯이 노동을 하지만 그 대가는 겨우 먹기 살 정도의 돈이고 오히려 장시간의 노동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게 되어 노후는 더욱 비참하기만 하다. 실물이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 거래로 오가고 그래서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버는 이 구조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그저 남의 배를 불려주는 소모품으로 전락하여 하나뿐인 삶을 허비해버린다. 정말이지 화폐도 수명을 다해서 증식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런 화폐 개혁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몇 년 전에 엔데의 유언이라는 책을 통해서 화폐에 대한 엔데의 관심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대표작인 모모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 E. F. 슈마허

 

지금의 경제학은 전 지구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가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량 생산이 아니라 대중에 의한 생산이다.”라고 말한 간디와 마찬가지로 슈마허 역시 빈곤 문제가 대량 생산과 물질적 팽창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난은 작은 풍요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그 정도의 풍요는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것으로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분배가 어려운 것은 생산은 경제적 문제이지만 분배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 지역적 불평등, 국제적 불균형,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은 모두 높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적 움직임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물론 정치적 행동은 사람살이에 대한 도덕적 각성에서 시작된다. _p.77

 

슈마허는 노동을 하는 이유가 당장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하는 데만 있다고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누구나 마음에 흡족한 일을 함으로써 이 지상에서의 무상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리하여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데 있다고 보았다. 노동이란 인간이 지상의 나그네로 머물다 가는 짧은 생애 동안 자신의 삶이 하나의 아름다운 공예품이 되도록 공들이는 작업이라고 보았다. _p.82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는 TV에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멍하니 본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저렇게 즐겁게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방송인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일반 샐러리맨들보다야 즐겁게 일하는 건 사실이니까. 박봉은 둘째치고 범죄를 종용하는 상사 때문에 남동생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데이터 수치를 거짓으로 보고하여 계약 당사자로부터 더 많은 지원금을 타내는 짓을 시키는 상사와 계속 트러블을 일으키다가 결국은 일을 그만두기로 한 모양이다. 도대체 노동이란 것이 이렇게나 사람을 밑바닥으로 몰아치는구나 싶어 퇴직을 한 아버지도, 평생 주부로 산 엄마도 그리고 15년째 일을 하고 있는 나도 우울한 상태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 내 영혼을, 우리 가족의 화목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허무한 마음뿐이다. 슈마허의 말처럼 다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만드는 단 하나의 아름다운 공예품이 되도록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의 내겐 노동은 가장 큰 숙제다.

 

# 웬델 베리

 

베리는 집에 머무는 법을 배우라고 한 까닭은 나무건 사람이건 친숙한 터전 없이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선 방문객에 대한 환대는 우리의 영혼이 친숙한 세계에 둘러싸여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이주와 탈주가 마치 정기 건강검진처럼 강요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어쩌면 베리처럼 농부가 되어 한곳에 오래 붙박고 사는 것이 가장 절박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베리는 집에 머무르라고 말한다. _p.100

 

블레이크는 좋은 양식이란 그물과 덫 없이 얻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베리는 보통 농부는 곡식을 키우지만 뛰어난 농부는 흙을 키운다라고 하였다. 베리는 식량은 무기다라는 불경스러운 말이 암시하듯 현대의 농산업과 무기사업은 결국 한통속이라고 비판하였다. 실제로 녹색혁명의 토대가 된 각종 제초제, 비료제, 살충제는 앞서 레이첼 카슨도 지적했듯이 독극물을 만들던 전쟁기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찾아낸 새로운 시장이었다. _p.109

 

추석때 부모님과 차를 타고 고향 근방 이곳저곳을 다녔다. 산에서 밤도 줍고 노랗게 익은 벼들로 가득한 들판도 실컷 보았다. 정직하게 땅을 일군 농부들의 결실과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 마음까지 평화롭던 잠시였다. 하지만 타지로 자식들을 내보낸 부모들은 자식들이 자신들처럼 고생스럽게 농사를 짓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도시에서 뿌리내려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덧 대를 더하다보면 더 이상 찾을 고향집도 사라진다. 그게 지금 우리의 삶이다. 베리의 말대로 끊임없이 이주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한 곳에서 오래 정착하는 것이 저항의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 곁에 살고 싶은데 부모님이 그걸 꺼리시니 나는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에 앞서 부모님께 먼저 저항을 해야할 판이다. 낮에 봤던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그저 꿈만 같다.

 

# 마흐무드 다르위시

 

불의가 넘치는 시대에 시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르위시는 영국과 이스라엘의 반복된 점령으로 삶이 모두 부서져나가 이제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토록 목말라하던 일상의 정의를 되찾아주었다. 바로 다름 아닌 시를 통해서 _p.123

 

시인들이 아름다운 언어로 저항의 노래를 불러주지 않는다면 약자들에게 희망이라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치가들은 혀의 말을 하지만 작가들은 심장의 말을 하기 때문이다. 존 버거가 사랑한 팔레스타인의 시인 다르위시는 이렇게 읊었다. “내 말이 밀알일 때 나는 대지가 되고, / 내 말이 분노일 때 나는 폭탄이 된다. / 내 말이 바위일 때 나는 강물이 되고, 내 말이 꿀로 변할 때 내 입은 파리 떼로 덮이게 된다.” _p.143

 

민중에게는 군인보다 정치인보다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한 명의 시인을 갖는 게 더 행복한 일이라는 걸 이 시인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이름은 들어봤어도 읽어본 시는 제대로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시를 조금이라도 만나보니 그가 얼마나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지 자연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팔레스타인이 처한 현실을 얼마나 가슴 아파 했는지 절로 와 닿았다. 평생 민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받쳐온 한 시인의 숭고한 삶을 통해 진정한 시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 존 버거

 

영국의 작가 존 버거는 눈을 아래로 돌려 평생을 이런 폭력에 주목하였다.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같은 그림도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눈을 들어 도시의 화려함과 중산층의 세련된 삶을 보는 것과 눈을 돌려 비루한 곳에서 그림자로 살아가는 빈민과 이주민들의 삶을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만 후자는 보이지 않기에 보는 법을 새롭게 익혀야만 한다. _p.152

 

버거가 자연과 예술이라는 두 렌즈를 갈고닦아 명징하게 보고자 한 것은 희망과 절망이라는 두 날실과 씨실로 짜여진 현실이었다. 쳐다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는 것은 의지가 필요하며, 이렇게 의지로 바라보게 되면 사물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게 된다. 아래로부터의 관점이든 위로부터의 관점이든 한 가지 관점을 견지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이다. 버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갈 수 있고 뒤로도 갈 수 있지만 양쪽을 다 편들 수는 없다.” 라고. 우리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광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듯 본다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이기에 우리는 성찰해야 한다. 살면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볼 것인지를. _p.153

 

작년에 존 버거가 도시를 떠나 살고 있는 시골 퀸시의 삶을 다큐로 만든 <퀸시의 사계: 존 버거에 관한 네 편의 초상>을 봤다. 영화배우 틸다 스윈턴과 함께 찍은 것인데 시골 중에서도 시골인 퀸시에서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존 버거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버거는 사람들과 떨어진 그곳에서 오히려 세상의 이치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 자신조차 들여다볼 시간이 없는 이런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삶을 꿈꿀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지... 정말이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앎이 아니라 행동이란 생각을 존 버거의 삶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 아룬다티 로이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앞서 존 버거가 본다는 것이 정치적인 행위임을 설명했다면 인도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그물망의 가장 보이지 않는 고리에 주의를 기울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별이 쏟아지는 광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모래알처럼 미미한 자신의 존재를 되짚어본 사람이라면 운명의 불가해성과 신비로움에 대해 오로지 알 수 없다는 탄성을 질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라는 한 작은 존재가 얼마나 무수한 많은 다른 존재들과 함께하고 있는지, 그 작은 저마다의 운명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우리 존재의 의미는 얼마나 불확실한지, 또 존재들 간의 연결 고리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감탄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존재건 일단 깊이 들여다보게 되면 우리와 연결된 고리를 쉽게 잘라낼 수 없다. 가령 맑은 강물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물 속에 시멘트를 쏟을 수 없을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것을 두고두고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나무를 베어내지 못할 것이다. 또 죽어가는 동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결코 덫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고리를 본 뒤에는 결코 다른 존재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게 된다. 로이는 바로 이처럼 보이지 않는 연약한 존재의 연결 고리들을 놀랍도록 뛰어난 마술적 상상력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작가이다. _p.179~180

 

큰 것들에 떠밀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어버린 시대에 로이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들려준다. 우리가 삶에서 놓친 것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실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천천히 기어가는 애벌레, 빗방울이 떨어지는 강물, 푸르른 창공을 날아가는 새, 별빛과 달빛, 이런 작은 것들임을. _p.197

 

본 대로 쓰고 쓴 대로 행동한다고 말했던 로이의 글은 그래서 읽고 나면 절로 공명(共鳴)하게 된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작가보다도 행동파인 로이의 글은 그래서 읽다보면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뜨거워진다. 당장이라도 뭐든 해야할 것만 같은 의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자연을 망가뜨리고 개발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짓거리로 지구의 몸살앓이가 느껴져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세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아픔과 불행, 슬픔과 비참이 가득한 이 시대에 로이의 말처럼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렇기에 더욱 살아 있는 언어로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작가에게는 필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며 실천하고 있는 로이. 그녀의 칼춤같이 예리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을 오래오래 읽고 싶은 마음뿐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는 남부의 노예제와 문명 발전의 최대 상징인 철도 주변에 늘어선 판잣집이야말로 바로 미국이 추구한 현대적 개선때문에 생긴 결과임을 알아차렸다. 남부의 흑인 노예와 철로 변에 사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비참한 상태는 빈곤이 문명과 공존할 뿐 아니라 나아가 어느 한쪽의 빈곤이야말로 다른 한쪽의 발전에 기여함을 보여준다. 흔히 경제성장 하면 초고층 빌딩만 떠올리지만 그 마천루와 함께 존재하는 슬럼 역시 경제성장의 산물이다. _p.210

 

소로가 누린 마음의 평화와 평온함은 미래를 위해 은행에 쌓아둔 저축이 아니라 당장 오늘 누리는 자연과의 친교, 계절과의 우정, 고독과의 조우에서 나온 진정한 부덕분이었다. _p.216

 

월든이라는 작품을 통해 시대를 넘어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소박한 삶, 자급자족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 소로. 그러면서도 미국의 노예제를 비판하며 양심과 도덕을 국가의 법보다 더 우위에 놓으며감옥행도 마다하지 않았던 저항의 산 증인. 가난하고 외면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고 정부를 향해 저항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소로의 에너지는 바로 자연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비단 식량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저항할 수 있는 소중한 에너지도 함께 주고 있다. 소로를 통해 다시 한번 자연의 힘을 믿게 된다.

 

# 시적 이야기가 풍성한 아름다운 글

 

시는 잘 쓰기 어렵다. 절박한 문제의식이 없으면 감상적이 되기 쉽고, 문제의식이 넘치면 선동적이 되기 쉽다. 상상력이 무디면 상투적이 되고, 너무 과하면 공감하기 어렵다. 복잡한 현실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직시하면서도 민중의 분노와 슬픔을 노래하는 그런 훌륭한 시인을 갖는다는 것은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민족의 운명을 가장 정의롭게 이끌어줄 예언자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힘이 된다. _p.123

 

이 책에서는 저자가 말하는 훌륭한 시인의 시들을 적절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시인의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상상력이 아름다운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이 책에 실린 시들이 증명해준다.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을 사랑하는 그래서 변해가는 세상을 안타까워하고 통탄해하는 시인들의 마음이 힘들고 지친 우리를 위로해 주며 때로는 꾸짖기도 한다. 척박한 우리의 삶이 시적으로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이 책에서 보게 되었다. 미래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현재를 즐기라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문학을 가르쳐서인가 글 곳곳에서 단어의 어원과 그 어원이 지금 어떻게 다르게 변질되었는지 하는 등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우화는 물론 그리스 신화와 여러 이야기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정말이지 가까이 곁에 두고 몇 번을 곱씹어 읽을 책이다. 오래오래 내 책장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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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9-30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앞쪽 얼마만큼을 읽다가, 어쩐지 ˝아직 이 책을 읽으면 안 돼˝ 하는 강력한 예감이 들어서 고이 반납했었어요..... 이 책을 다 읽으면 분명 이쪽 방향으로 또 관심사가 분산되서 이도 저도 아닌 독서판이 될 것 같은 예감?? ㅎㅎㅎ

뭔가 슬프네요. 읽게 될 것 같아서 읽지 않는다니.

설해목 2018-10-01 00:00   좋아요 0 | URL
읽으셨다면 syo님의 남은 올해 독서는 분명 생태작가들의 책으로 가득했을 거란 확신이 드네요. ㅎㅎ
저는 당분간은 이 책만 반복해서 읽으며 내면을 생태 마인드로 바꿔볼까 합니다. ^^

뒷북소녀 2018-10-01 17:48   좋아요 1 | URL
우와! 저 리뷰 읽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뒀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면...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질 거 같아서...syo님 덧글에 깊이 공감합니다.^^

설해목 2018-10-01 17:52   좋아요 0 | URL
뒷북소녀님아.... 우선은 요 책만 읽어도 머리와 가슴에 전해지는 어떤 전율을 느낄거라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가들부터 한 명씩 읽어나가도 좋을 듯해..^^
암튼 이 책 강추 강추!!

2018-10-04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4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낌의 0도 - 다른 날을 여는 아홉 개의 상상력
박혜영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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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날 단 한 권의 책만 골라 읽으라고 신이 내게 명령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선택할 거다. 아름다운 문장들 켜켜이에 자리잡은 묵직한 울림. 저자의 글도 저자가 소개하는 생태작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오래오래 가슴 속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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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0-19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읽을 책 많은데 엄청 읽고 싶어지네여...

설해목 2018-10-19 09:24   좋아요 1 | URL
이 책 읽고나면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이 늘어날지도 몰라요. ㅋㅋ
그래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공쟝쟝 2018-10-19 09:55   좋아요 1 | URL
이 황홀한 독서의 감옥 ㅠ..! 머지않은 날 꼭꼭 읽어볼게요-!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 싱긋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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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친구와 100일 금주 내기를 하고 있어서 맥주 한 캔 혹은 와인 한 잔 마시며 독서하는 즐거움을 잠시 미뤄두고 있다. 친구의 가치관을 단순명쾌하게 말하자면 기브앤테이크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는 내어주어야 한다는 걸 사십 평생 살면서 수많은 경험으로 깨달았다며, 이번 100일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 나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친구의 내기에 흔쾌히 응했지만 100일 동안 禁酒100일 동안 禁讀 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내가 하필 이 책을 집어 들었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ㅎㅎㅎ;;;

 

그러니까 제목에 확 끌렸던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루키 소설 읽다가 술집으로 가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차마 혼자 술집으로 가지는 못하고 책 읽다 말고 한밤중에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가지고 왔던 기억도 있으니까. 그러니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라는 제목을 봤을 때 잊고 있던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들 수밖에.

 

들어가며부터 읽는데 아니 사실은 이런 책을 쓴 사람이 너무 궁금해서 책날개에 실린 저자의 약력부터 읽는데 이 저자 정말 심상치 않은 애주가에 하루키스트라는 걸 단박에 간파할 수 있었다. 현재는 MBC 보도국 인권사회팀장이란 직함을 가진 기자출신인 저자는 술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국가 공인 자격증인 조주기능사를 취득하고, <술에 대하여>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것도 모자라 극장판으로 제작하기까지. 대주가를 거쳐 미주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자의 술에 대한 사랑 그리고 대학 시절 읽게 된 상실의 시대를 통해 하루키의 평생 팬으로 사는 작가에 대한 사랑까지... 아 놔~~ 저자 약력만 읽고 책에 반해버리기는 또 처음이다. ㅎㅎ

 

그래도 책을 쓸 운명이긴 운명이었던 것 같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하루키의 술을 다룬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일본어에 능통한 회사 후배와 일본인 친구를 동원해 확인한 뒤 내린 결론은, ‘하루키의 술을 다룬 단행본은 아직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_ p.8

 

하루키와 그가 쓴 소설에 대한 참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음에도 하루키의 술에 대한 책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그런 책을 쓰는데 돌입한 추진력!! 다행히?!도 회사가 파업기간이라 저자는 한 달 만에 자료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집회 나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하루 평균 14시간씩 작업을 하는 열정과 끈기력!! 무엇보다도 하루키와 술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술을 참아냈던 대단한 자제력!! 저자의 이런 들 덕분에 세상 처음으로 하루키의 술에 대한 책을 만나게 되어, 술은 아주 좋아하고 하루키도 좋아하는 나는 저자의 바람처럼 책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하루키의 술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저자는 크게 4종류의 술로 나누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루키의 술을 키워드로 나누어보면, 하루키의 맥주는 허무와 일상을, 하루키의 와인은 격식과 품위를 그리고 하루키의 위스키는 고독, 진정과 치유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전직 바텐더 출신인 하루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칵테일까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술이야기다! 중간중간 안주 삼아 술에 어울리는 하루키의 음악을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가볼만한 술집을 공유하는 센스까지. 이 저자양반 진짜 여러모로 꾼의 면모를 다 갖추고 있다 하겠다. ㅎㅎ

 

열여덟 살 때부터 수천 병의 맥주를 이미 충분히마신 ’. 지금 그의 곁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한때 의미 있다고 여긴 모든 것은 늘 바람처럼 파도처럼 왔다가 사라질 뿐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에서 가 마셔대는 맥주는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상실한 청춘의 허무감을 강렬하게 대변한다.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맥주의 또다른 키워드는 일상성이다. 하루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맥주를 찾는다. 한마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초저녁이나 대낮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른 아침부터 맥주를 마신다. _ <하루키와 맥주> 중에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하루키에겐 한 가지 원칙이 생겼다. 현지에 가면 반드시 현지의 술을 맛본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하루키는 토속주라는 것은 그 지역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맛이 좋아지는 법이라고 적었다. 이 원칙을 지키며 여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주요 산지 와인을 모두 현지에서 접하게 됐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머물 때는 키안티 와인을 마시고, 그리스에서는 송진이 들어간 레치나 와인을 즐기는 식이었다. _ <하루키와 와인> 중에서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에게 고독은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고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그들 곁에는 늘 위스키가 있다. 호박 빛깔의 독하고 쓴 이 액체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애인과 친구를 대신해 주인공의 쓸쓸한 마음을 뜨겁게 위로한다. 주인공은 위스키를 마시며 외로움과 싸우기도 하고, 자아를 찾기 위한 모험을 계속할 용기도 얻는다. 하루키 소설에서 위스키는 거대한 군중 속에서 외톨이처럼 고립된 현대인의 이미지를 닮았다. _ <하루키와 위스키> 중에서

 

‘7년 경력 바텐더하루키의 칵테일 실력은 어땠을까? 하루키는 맛있는 칵테일을 만드는 법이라는 글에서 “(칵테일은) 잘하는 사람이 만들면 비교적 적당히 만들어도 맛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들면 정성껏 진지하게 만들어도 별로 맛이 없다.”면서 자신은 그럭저럭하는 부류였다고 적었다. “그럭저럭이라고 표현한 걸 보면, 전문 바텐더 수준은 아니어도 칵테일 실력이 보통 이상은 됐던 것 같다. _ <하루키와 칵테일> 중에서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에 술이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는지를 짚어주면서 동시에 하루키의 개인적인 술 취향은 물론 하루키 문학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정말이지 술술 풀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술로 풀어보는 하루키의 모든 것이라 할만하다. 술과 하루키를 사랑하는 저자의 남다른 열정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진짜 만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책에는 술로 하루키로 꽉 차 있다. 책을 읽다 취기가 돌 정도로 말이다. ㅎㅎ

 

요즘 읽고 있는 이현우의 책에 빠져 죽지 않기로 읽을 책의 목록이 길어져서 걱정이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시고 싶은 술의 목록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금주하고 있는 마당에 대신 재미난 술에 관한 에세이로 마음을 달래보자 싶었다가 술에 대한 온갖 정보로 가득한 실용서와 진배없는 이런 복병을 만날 줄이야. -.- 이러다가 내 용돈은 앞으로 책값이 아니라 술값으로 다 나가게 생겼다. ㅎㅎ;;;; 친구랑 금주 내기로 어긴 사람이 책을 사주기로 했는데 이건 뭐 조만간 술값과 내기 값으로 재산 탕진하는 거 아닌가 몰라. T.T 아무튼 재미로 읽으려던 책에 내가 좋아하는 술의 정보가 너무 자세하고 풍부하여 공부하듯 이틀에 걸쳐 꼼꼼하게 읽었다. 게다가 책장을 넘기는 족족 술사진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 보니 정말이지 술 공부 제대로 했다!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읽어서 술에 대한 박사가 되고 말테다. ㅋㅋ

 

무엇보다 저자에게 감사한 것이 부록에다가 가볼만한 술집을 추천해주었다. 그것도 일본판과 한국판으로다... 일본에 있는 바 라디오라는 곳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팩토리란 곳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특히 팩토리에서는 하루키가 사랑한 모든 칵테일을 특별 메뉴로 마셔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고급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주시다니 저자는 정말로 된 사람이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하루키의 모든 책이 다 있을 것 같은(소장하고 있는 하루키 작품만 120종이란다) ‘피터 캣이라는 북카페도 꼭 가보고 싶다.

 

어제 <와카코와 술>이란 일드를 봐서인가 책을 덮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다. 하루키는 이렇게 수많은 종류의 술을 자신의 글에 썼는데 왜 일본 토속주는 없는 걸까. 이 책의 저자 정도의 정보력과 열정이면 분명 하루키 책에 언급되어 있었을 일본 토속주를 찾아냈을 텐데... 그렇다면 하루키는 자기 글에 일본 토속주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것일까. 그랬다면 하루키 개인은 일본 토속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 일본에는 일본 토속주 랭킹을 매겨놓은 사이트(https://www.yukinosake.com/sake-ranking/)도 있던데... 그만큼 일본에서는 토속주가 흔한 술일 텐데도 하루키는 왜 자신의 글에 일본술은 인용하지 않은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오늘 나는 잠이 들 수 있을까 모르것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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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7: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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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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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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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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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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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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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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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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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책의 리뷰는 과거의 독서를 다시 환기시킬 수 있어 좋고, 읽지 않은 책의 리뷰는 어느새 읽을 책들의 목록으로 이어진다. 당분간 서평의 바다에 풍덩 빠져 느긋하게 책을 즐기는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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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9 15: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절대 읽으면 안됩니다 !
왜냐면 자꾸 집에 있는 책은 읽지 않고
새로운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죠 ㅋㅋ

설해목 2018-09-19 15:46   좋아요 1 | URL
빙고 ㅎㅎㅎ 진짜로 장바구니가 터져나갈 것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