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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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의 기적’, ‘9일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작전이 있었다. 그 작전의 명칭은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덩케르크 철수 작전으로 더 유명하다)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덩케르크 지역에 있던 연합군인들을 수 백 척의 배를 통해 철수시키는 작전이었다. 이 작전이 수행된 기간은 1940. 5. 27.부터 6. 4.까지 9일 간이었다. 지구상의 수많았던 전쟁에서 온갖 작전이 있었을 테고 또 그 작전들의 운명은 실패 아니면 성공이었을 것이다. 다이나모 작전이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건 우선 감동적일 정도로 성공한 작전이었고 그 성공의 원인이 조금은 특별하다는 점 때문이다.

 

다이나모 작전은 복잡한 작전이 아니었다. 독일군에 의해 고립되어 있던 연합군(특히 영국군)들을 전장에서 철수시키는 것. 그 철수지로 선택된 곳이 덩케르크라는 해역이었다. 그곳에서 고립된 군인들을 배로 실어 나르는 것. 이 작전의 위대한 점은 바로 군인들을 실어 나르는 배가 대부분 영국의 상선들이었다는 점이다. 군에 속한 선박뿐만 아니라 영국민의 일상에 이용되던 여객선, 화물선, 트롤선, 유자망 어선, 예인선, 외륜선, 요트와 모터보트 등의 개인용 선박들이 이 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물론 영국의 배들뿐만 아니라 연합군들의 배들 역시 이 작전에 동원되긴 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민간 선박들을 운행한 사람들이 군인신분이 아니라 그 배의 주인이자 그 배를 운행하는 선장 및 선원들인 즉 민간인이었다는 점이 이 작전이 위대한 가장 큰 이유라 할 것이다.

 

하늘과 해역에서 독일군의 무자비한 폭격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최선을 다해 군인들을 실어 나르던 용감한 국민들. 그들이 군인 신분이 아니라고 해서 총알이나 폭격이 비껴가는 건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신이 운행하던 혹은 소유하던 배들을 직접 몰고서 전장으로 향하던 그들의 순수한 애국심. 그렇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군인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애국심 하나로 무조건 전장으로 달려갔던 소시민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 중 상선 종사가 121명이 사망했고 79명이 부상을 입었고, 민간인 지원자 중에서는 4명이 사망했고 2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사람의 목숨이야 그 경중을 따질 수 없겠지만 125명의 희생의 무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책은 본격적으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덩케르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영국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보여주고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인 선박의 종류에 따른 입장에서 철수작전을 여러 각도에서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및 각종 자료를 통해 작전에서 군인을 구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구조가 된 군인 등 작전에 함께했던 사람들의 불안하면서도 간절한 심정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글 중간 중간에 너무 감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격해진 저자의 견해가 조금 거슬리기도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을 다 겪은 저자로서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얼마나 대단한 작전이었는지를, 무엇보다 무모하게 죽임을 당했을 수십만명의 군인들을 구해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남다르게 느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개인의 용기를 불러내는 것은 위기였고, 덩케르크는 그 두 가지로 가득했다.”_p.351

 

9일 동안의 덩케르크는 수많은 위기와 상상할 수 없는 용기로 넘쳐났다. ‘바다에 빠져 기름범벅이 되어 구조되었다가 그 배가 폭격을 당해 바다에 또다시 빠지고 그러다가 다시 구조 되는그런 기적같은 일도 일어났다. 질서정연하게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수십만의 병사들,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 배로 군사들을 실어 나르는 민간 항해사들, 하늘에서 그들을 엄호하는 공군과 바다에서 그들을 지켜주는 해군, 좋은 날씨로 그들을 도운 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죽음직전까지 내몰았으나 진격을 중지하고 현 전선을 유지하라!’라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명령을 내린 히틀러.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한마디로 위기와 용기가 만들어낸 기적의 시간이자 현장이었다.

 

영국의 조선소들이 등한시되는 비운을 또다시 겪게 해서는 안 되고, 선박이 놀고 있어서 상선과 그 종사자들이 본연의 일을 포기하고 육지에서 일거리를 찾아 배회하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되겠다. 해양 기질! 이 기질을 새로이 되살려야 한다. 무역해운을 지원하고, 선원들에겐 안정된 종신재직 생활을 보장하며, 해상 모험의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좀더 박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게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길이 또 어디 있겠는가? 영국의 지나간 역사와 다가올 미래는 해양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혹독한 날들을 경험한 덩케르크는 바로 이 사실을 빛나는 명료함으로 강조하고 있다.”_ p.178-179

 

저자는 말한다. 영국의 미래는 해양에 좌우될 거라고.. 지금 영국에서 필요한 건 해양 기질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고.. 섬나라인 영국에서 해상국력이야말로 자국을 지키는 핵심일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전쟁을 전제로 한 교훈이 아닌가. 더 이상 덩케르크 철수 작전과 같은 일이 없는 그런 미래를 꿈꿔보면 좋을 텐데.. 참혹하고 혹독한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은 저자에게는 그런 밝은 미래는 어쩌면 상상 밖의 영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전과 한국전쟁을 겪은 큰아버지의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처럼...

 

영화 <덩케르크>를 아직 보지 못했다. 바쁜 걸 끝내고 보려고 하니 어느새 상영관이 대폭 줄어 있다. 놀란 감독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이번 영화 역시 기대를 하며 관람객들의 평을 먼저 읽었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영화가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철수 작전의 모습을 이 책만큼만 그려냈기를 바란다. 분명 이 작전은 전쟁 중에 수행된 작전이었지만 전쟁을 뛰어넘는 어떤 벅찬 감동이 전해지는 특별함이 있다. 영화 <덩케르크>는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하는 평은 아마도 이 특별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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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7-08-24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 있었던 일인지 모르겠지만, 적한테 둘려싸여 있는 부대 사람을 구하러 가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어려운 일이었는데도 그걸 해야 했다니, 거기에서 달아나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해도 살 수 없었겠죠 민간인이 많이 구하러 갔군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을 다 알지 못하지만,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몇줄 되지 않는 글로 남은 일이 많겠습니다 역사가 지나간 일이기는 해도 새롭게 알게 되는 일도 있군요 일어난 일이라 해도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거 잘 못하지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