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 정치의 시대
최강욱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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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귓속말>에서 죄수복을 입은 법무법인 태백의 전 대표 최일환은 말한다. 태백의 비자금 수사는 곧 중단될 거라고. 이 사회의 모든 요직을 맡은 사람들이 다 비자금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그래.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끼리끼리 모여서 돈으로 법으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법조인들의 민낯. 드라마 끝나고 채널을 돌리니 뉴스가 나온다. MB4대강 사업은 세 번의 감사원 감사도 통과했고 전문가 평가도 마쳤으며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정당한 것이란다. 어이쿠나.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쥐소리인지. 우리나라 지식인과 정치인과 법조인들이 망쳐놓은 강들만 생각하면 아주 그냥 복장이 터진다. 그 짐승들 중에서도 가장 열 받는 건 판사들. 4대강사업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그 잡것들 때문에 결국 4대강 사업은 탄력을 받아 공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죽어가는 강들이다. 그때 담당재판부가 내린 판결을 보면 생태계 파괴에 따른 손해는 신청인이 입는 개인적 손해가 아니라 공익상 또는 제3자가 입는 손해로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진심 저렇게 생각하고 판결을 내린 거면 그 판사는 상식도 없는 수준이하인 거다. 그렇지 않다면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거나. 그 무엇이 되었든 판결을 내린 판사들 집에 금강의 녹조며 큰빗이끼벌레들 실어 와서 퍼부어주고 싶다. 정권의 하수인들밖에 안 되는 지식인들이야말로 똥덩어리들이다. 법이라는 똥을 머리에 가득 담고는 정권의 발바닥이나 핥는 그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시험에서 좋은 점수로만 통과하면 저런 자리에 앉는 그들을 어떻게 하면 끌어내릴 수 있을까. 부패한 판사나 검사를 벌주는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맥주도 한 잔 했겠다, 드라마와 뉴스를 연달아 보면서 열이 오를 대로 오른 건 오늘 마지막 책장을 덮은 이 책 <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 때문이다. 최강욱 변호사가 쓴 이 책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오고 그래서 맥주를 홀짝이면서 드라마와 뉴스를 보게 되었고 보다보니 더 열이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이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네버 그럴 수 없다. 이건 내 생각이고 저자 또한 책 첫머리에서부터 말한다. 법이 정치를 심판할 수 없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라고. 그리고 저자는 왜 법이 정치를 심판할 수 없는지 검찰조직과 법원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며 자신의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힘이 수사를 하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검찰의 힘은 수사를 안 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해야 하는 걸 반드시 하면 그걸 처리하는 의무기관이 되기 때문에 이른바 끗발이 생기지 않습니다. 해야 되는 걸 안 하는 데서 힘이 생기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부작위범이 아닌가. 대한민국을, 선량한 국민을 죽이는 살인의 부작인범들. 국민들을 위해 일 열심히 하라고 나라에서 월급 줬더니 일을 안 하는 데서 자신들의 권력을 드러내는 썩을 대로 썩은 검찰의 개혁이 과연 가능할까. 이번 문재인정부에서는 모든 검사들이 근무하고 싶은 검찰의 꽃 중의 꽃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윤석열 검사를 지검장으로 임명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특검 때 우리 국민들에게 진정한 검사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었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지검 지점장으로 임명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의지가 부디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성공의 첫 신호탄은 우병우의 구속이었으면 하는 바람뿐....

 

우리나라의 정의의 여신은 당사자의 신분과 지위를 확인해서 봐줄 사람인가 아닌가를 식별한 후에, 형식적으로 저울에 다는 척을 하다가, 손에 든 장부를 보고 나한테 뭘 갖다준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한 다음 심판한다.”

 

씁쓸하다. 눈을 가리지 않은 우리나라 정의의 여신상에 대한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해석에 수긍을 한다는 사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법원이 이런 오명을 쓰는 데도 판사들은 부끄럽지 않은 걸까. 소신 있는 판사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판사들 역시 비일비재하기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억울해서 검찰을 찾고 법원을 찾아 재판을 받는데 그곳에서 더 억울함을 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꼭대기에 앉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뭘까. 답답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장 내지는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되어야 고등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왜 그 자리가 요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부장의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리 법원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하는 공정한 판사들을 뽑아서 그 자리를 맡길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자리가 요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이 부서들의 공통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많이 간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 밑줄을 그으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소송을 떠올렸는데 저자 역시 이 글 바로 다음에 그 예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소송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판결은 정치판결이다. 이런 정치판결을 하는 자리의 판사가 되어야 고등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니... 권력이 법원을, 판사를 길들이는 방법은 이렇게나 쉽다. 그 놈의 자리가 뭐라고.... --;;

 

쌍용자동차의 파업이 온당했냐 아니냐, KTX 여승무원 해고가 정당했냐 아니냐, 4대강 사업이 절차를 지켰냐 아니냐, 이런 걸 보면 헌법이 제일 우선이고 그다음이 법률이고 마지막으로 자기 양심에 따라서 재판을 해야 되는데 자기 생각을 양심이라고 하면서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법률을 갖다붙이고 헌법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게 대한민국 재판의 현실인 것 같다. 이걸 단순히 이 사람들의 책임으로만 물을 수 있을 것이냐. 사람의 문제냐, 제도의 문제냐, 정치 현실의 문제냐, 권력의 문제냐. 이걸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할 때가 왔다. 적폐청산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하다.”

 

적폐청산.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정부가 꼭 지켜야할 국민과의 약속이자 과제이다. 적폐는 뚜렷한 하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만큼 그리고 단시간에 생겨난 문제가 아닌 만큼 다각적인 방면에서 적폐청산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제대로 적폐가 청산되고 있는지 든든한 감시자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검찰이든 법원이든 그들의 존재 이유가 그들 스스로의 안위나 권력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그들이 깨닫게 해야할 것이다.

 

이 책에는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조직인 법원과 검찰에 대한 속사정들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법원조직도를 통해 보는 임용 판사들의 성적 알아내기라든가, 서열을 중시하는 법조인 사이에서 떠도는 전설같은 이야기라든가, 사위족이라는 검찰의 특이한 승진제도? 라던가 등등 읽다보면 국민들이 쳐다보기도 힘든 검찰과 법원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그 민낯을 보게 되어 씁쓸한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법은 태생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법이 나한테 무섭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억울하고 더럽고 치사한 꼴을 당했을 때 법이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법이 있어서 다행이다, 힘없는 사람에게 법이라는 무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와야 합니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그 역할을 절대 법률가들이 앞장서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저자 역시 법률가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법의 진정한 위치와 의미를 세우는 데 법률가들은 절대 앞장서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한다. 물 흐르듯이 가는 게 법의 이치이거늘 그 이치를 거스르며 자신만의 탐욕을 채우고 있는 법률가들에게 맞설 수 있는 건 우리 스스로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비록 그들의 비뚤어진 권위에 맞서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해도 깨진 그 계란으로 그들의 오만한 얼굴에 얼룩이라도 만들어보자. 그렇게라도 그들이 부끄러움이란 걸 알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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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2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된 판결 한 번으로 억울한 사람의 인생을 한 종결시킨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 판결을 내린 법조인들 중에 반성을 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요. 제 생각에는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설해목 2017-05-26 17:00   좋아요 1 | URL
최승호 기자가 만든 <자백>이란 다큐를 보았는데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되었던 검찰 그리고 판사들까지 몇 십년이 흘러 그들 모두 무죄로 인정이 되었건만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정말이지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그 뻣뻣함 때문에라도 그들의 목이 부러지길 바랄 뿐입니다. --;;

레삭매냐 2017-05-29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에 방점을 찍고 싶네요.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한홍구 교수님이 표현
한 법비들의 실체가 아닐까 싶네요.

억울한 이들의 희생은 그들의 관심사
도 아닐 테니까요. 갑갑하네요 정말.

설해목 2017-05-29 23: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법비들..... 검찰개혁, 사법개혁.. 정말 이것들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맞고 싶다는 소망이 큽니다.
배운 자들의 고개가 겸허하게 숙여지는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17-06-22 0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명을 잘라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고, 교육부터 다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검/판사만 놓고 보면, 어차피 로스쿨 출신들이 넘쳐나니까 사실 죄 있는 놈들 싹 잘라내도 인력수급은 어렵지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유기적인 부패와 욕심의 카르텔이 전체적으로 약해지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갈 겁니다.

설해목 2017-06-22 09: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이지 한두사람의 사퇴로 사법개혁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는 건지.. --;; 로스쿨 출신들로 법조인들은 늘어났지만 과연 그들이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사람들인지는 역시나 겪어봐야 알 것 같기도 하구요. 에효~~
적폐청산... 이번 정부에서부터 그 개혁의 길을 확실히 다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