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나카시마 바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우름(Aurum)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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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여조카가 학교생활을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다.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말밖에는 하지 않지만 혹시나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곧 다가올 어린이날에 조카가 좋아할만한 선물들을 챙겨 여동생네 집으로 갈 예정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지만 이 책만은 꼭 읽히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도 챙겨 넣었다. 또 한 권의 책 <아홉 살 마음 사전>과 함께... 아니 사실 이 두 권의 책은 아홉 살 조카보다도 그들의 부모인 동생과 제부에게 더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느낀 걸 그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 바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홉 살이다. 전학 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결국 등교를 거부하고 홈스쿨링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마음껏 배우며 공부했다. 제도 안이 아닌 제도 밖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하나하나 몸소 겪고 느끼며 배운 바오의 글은 그래서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든다. 온갖 제도에 자신을 끼워 맞춰 오기를 십수년인 어른들에게 바오의 글은 파닥거리는 싱싱한 생선 같다. 맛보고 있으면 그래, 원래 삶이란 이런 맛이었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고 단순한 맛이었지.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바오처럼 단순하고 명료했던 어린 나를 다시 한번 내 삶에 데려오고 싶어진다.

 

 

고민이란 그 사람의 보물이어서,

그 사람에게서 빼앗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그 사람에게 필요하여 생긴 거니까요.

       

망설인다는 것은,

어느 쪽이든 좋다는 것.

    

내가 이곳에 있다.

그것만으로 행복해.

 

다른 사람에게 기댈 줄 아는 사람은

대단하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니까.

      

부러움은,

존경으로도 바뀌고,

질투로도 바뀐다.

 

존경하면 그 사람이 내 예고편이 되고,

내 것이 된다.

 

질투해도 갖지 못하는 상황은 변함없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제멋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건

남들과 똑같이 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면 나는 지워진다.

 

다른 아이들처럼 자라라는 게 무슨 소리람?

 

 

고민,

평소에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기분 나쁜 일,

평소에는 기분 나쁜 일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짜증나는 일,

평소에는 짜증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런 글들을 보고 어찌 뜨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치우칠 대로 치우쳐진 마음에 싱싱한 번개를 맞은 기분이다. 기울어진 마음을 바로 세우라고 작은 몸의 어린 바오가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 매 순간을 소중히 하라고 지금만을 살라는 말을 나와 같은 어른인 명상가나 철학자가 했다면 또 그렇고 그런 말이라며 그냥 넘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바오이기에... 왕따라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며 몸소 깨닫고 느낀 것만을 이야기하는 작은 철학자이기에 바오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함께 실린 그림들이 참 사랑스럽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바오를 꼭 빼닮은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엉뚱하며 사랑스러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학교도 선생들도 부모들도 좀 더 느슨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나 역시 그런 어른이기를 바라본다.

 

 

 

우리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이야말로

최고의 재능

 

아이가 없음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임에도 바오의 글들 중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 왔던 글이다. 자기의 엄마를, 부모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아이의 저런 말을 우리 부모들이 모두 들을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은 아이들도 엄마들도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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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7-05-05 0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 책 제목을 보고 바오가 인도 아이인가 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글을 보다 밑에 사진에 바(ば)라고 찍힌 도장을 보고 일본 사람인가 했습니다 다시 위로 올려서 이름을 보니 성이 일본 사람이더군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은 토토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토토도 일반 학교에 잘 다니지 못하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데... 거기에서는 토토가 자유롭게 뛰어놀고 공부해요 어릴 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다니고 싶었지만 다니고 난 다음에는 다니기 싫더군요 그렇다 해도 끝까지 다녔네요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닐 거예요

아이들이 즐겁게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희선

설해목 2017-05-06 23:11   좋아요 2 | URL
바오도 지금은 즐겁게 학교를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어릴때 일이년정도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지켜봐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생에서의 일이년.... 어릴때조차 일이년을 마음대로 보낼 수 없는 건 정말 슬픈일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조카들 보고 왔는데 학교보다는 더 재미난 걸 하게 해줘도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보았네요. 물론 학교가 즐거운 게 가장 좋겠지만....^^

2017-05-11 0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