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디스 파트
틸리 월든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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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 엘리자베스와 레이는 다른 소녀들처럼 우연한 기회로 친해지게 된다. 같이 이어폰을 나눠 낀 채 음악을 듣고 서로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둘의 우정은 어느새 사랑으로 커져가고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해 10대인 두 소녀의 마음은 흔들린다. 결국 레이가 엘리자베스에게 몇 곡의 음악을 메일로 보내는 것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난다. 하나의 이어폰으로 같이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시간과 감각, 감정을 공유하고팠을 두 소녀는 이제 다른 공간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이 그래픽노블에는 검은색과 보라색이 전부다. 파랑과 빨강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보라색이 이 그래픽노블에 사용된 유일한 유채색이란 점은 좀 의미심장하다. 현재는 동성애를 상징하는 색으로 무지개를 사용하지만 그 이전에는 보라색을 사용했다고 한다. 두 소녀의 사랑을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 작가는 보라색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더 짚고 넘어간다면 인종이 다른 두 소녀의 사랑을 보라색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소녀는 다른 인종이다. 동성끼리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인종의 두 소녀가 사랑하기에도 미국 시골 마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혀 반대편에 있는 파랑과 빨강이 섞여 신비하고 아름다운 보라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인종이 다른 두 소녀의 사랑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는 두 소녀의 모습을 다른 배경보다 훨씬 크게 그리고 있다. 산과 들판을 베고 누운 두 소녀의 모습을 시작으로 빌딩에 기대 엎드리거나 집을 의자 삼아 앉아 있다. 두 소녀가 함께 있을 때면 세상은 모두 다 작아진다. 그녀들은 작아진 세상에는 신경쓸 필요 없이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하고 그 관계를 즐긴다. 사랑에 빠져본 사람들이라면 이 그림을 바로 이해할 것이다. 사랑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세상은 오직 두 사람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그저 작은 배경에 지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작가는 크기의 대비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두 소녀가 헤어진 이후에 나타나는 그림에는 수직을 표현하는 그림들이 눈에 띈다. 수직으로 뻗어 있는 빌딩들, 위로 길게 뻗어 있는 전신탑, 뾰족하게 치솟은 성당 혹은 교회의 건물은 두 소녀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넓게 펼쳐져서 다양한 것들을 포용하는 가로와는 달리 좁게 위로 뻗은 채 무언가를 나누고 가르는 세로의 이미지가 두 소녀의 결말과 묘하게 겹쳐진다.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고 난 후 더블잭을 샀었다. 언젠가 이 잭으로 누군가와 같은 음악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듣기를 희망하며... 누군가와 음악을 함께 들으며 교감을 나누길 바라며 말이다. 이 그래픽노블은 제목만으로도 두 소녀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그만큼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것. 주위 시선으로 애정표현을 잘 할 수 없었을 두 소녀가 가장 쉽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지 않았을까 싶다. 끝나버린 관계에서 두 소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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