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소설 -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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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느라 땀도 흘리고, 야근하느라 피도 쏟고, 속상해서 눈물도 떨구고, 호된 질책에 오줌도 지릴법한 사회 초년생. 그리고 비정규직. 그리고 여자.

 

 

읽어보고 싶고, 일하던 시절의 생각도 날 법 한데도 이상하게 첫 페이지가 펴지지 않았다. 관심가는 젊은 작가가 셋이나 있어서라도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싶었는데 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나는 사회에서 그들이 겪는 그 모든 고난과 부조리에 같이 분노하고 난 뒤 맞이할 수 있는 보상이 미미하다는 것을, 그들의 인생이 저 짧은 단편들에서 결코 해피하게 엔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흔들다리같은 직장의 위태로움에, 시기와 질투와 극악의 이기심이 점철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조차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더 속상했을까.

가기 싫은 직장에 출근하듯이 꾸역꾸역 읽기 시작했더니, 또 읽어지기는 술술 읽힌다. 게다가 작가들이 그런건지 편집자가 그런건지 단편 뒤에 짧은 코멘터리가 있어서 내용 이해는 물론 생각해 볼 점도 짚어준다. 그래도 책의 카피에는 그다지 동조가 안 된다.'알바생은 1차 회식비보다도 못한 존재일까?'라는 큰 카피는 아주 와닿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에는 글쎄, 다 읽고 나니 현실에 한숨만 더 나온다. 아, 그랬지. 젊고 빠릿하고 싼 인력도 이런 취급을 받는데, 하물며 나는 어쩌나. 우울한 마음이 더 커진다. 한편 생각하니 현실을 모르는 '밝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회로 발사될 청년들이 직시해야 할 사회의 모습인 듯 싶기도 하다.

글쎄, 이 책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그 새잎들 보다는 오랫동안 그 사회에 상주해온 사람들이 읽어보아야 할 책인 것은 아닐까. 우리가 바꿨어야 하고, 우리가 방향을 잘못 정해놓은 이 사회의 군데군데를 다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으니까. 처음 시작하는 그 모든 사람들처럼 우리에게도 '초보'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도록. 그리고 바른 방향으로 함께 가도록 손을 잡자고 먼저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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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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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미숙하여 힘든 이를 위한 위로이며, 자존심과 합리화의 끔찍한 혼종이 빚는 폭력성을 이겨내는 성숙한 삶에 대한 담담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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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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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주목받아 본 사람은 안다.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어깨를 억누르는지. 경찰이 발표하는 범죄자 명단을 잘 보면 순 한글 이름은 거의 없다고, 순 한글 이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견뎌야 하는 주위의 시선에 대해 농담처럼 말하던 친구가 있다. 미숙이는 순 한글 이름이 아니었음에도, '미숙아'라는 발음 때문에 힘들다. 안 그래도 잔뜩 주눅이 든 아이인데, 예쁜 얼굴도 아니고 남의 놀림을 받아칠 깡도 없다. 시인 아버지에 그 후배인 어머니가 지은 이름 치고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정숙'과 '미숙'이의 삶은 고되다. 밝은 기운과 여유로운 마음은 금전적 여유에서 나온다더니, 별 따먹고 사는 시인 아버지는 라이터 만드는 엄마에게 가계를 맡겨놓았다. 고고하고 이상이 잘 드러나는 시를 쓰면 뭐 하나, 자식 때리고 아내에게 허세나 부리는 삶인데.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인물 가운데 미숙이에게 가장 잔인한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폭력을 모두 행사한 가장 강력한 존재는 아버지였다. 엄마는 어떤가, 미숙이 얼굴에 난 상처가 남편 때문에 생긴 걸 보고도 치료하러 가지 않는다. 두고두고 니 잘못을 보라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 표출이었다면 그 상처를 평생 지고 가야 할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지 않는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기 글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 갑갑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엇나가기 시작한 언니는 가장 만만한 존재에게 폭력을 시작한다. 어머니에게는 욕, 동생에게는 주먹. 하나만 있어도 숨이 안 쉬어질 이 모든 것이 함께한 집도 싫고, 미숙아라는 놀림을 당하는 학교도 싫을 때, 나의 구원자 재이가 등장한다. 재이.

중2병의 집합체 같은 재이는 미숙이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주었고, 미숙이가 제 이름 불리는 것에 설레게 해주었고, 미숙이의 계란말이를 먹어주었고, 미숙이를 놀리는 다른 아이를 응징해주었고, 미숙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답해주었다. 그 여름에 미숙이는 불러주는 이가 다른 누구였대도 집 밖으로 나갔을 텐데, 나와 같은 하늘을 보는 재이가 미숙이의 이름을 상냥하게 불러주었으니 미숙이의 행복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재이의 행동은 결국 용서가 안 되는 나쁜 짓이었으나, 미숙이는 재이를 영원히 미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행한 한 시절을 함께 겪어준 사람은 오래 미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이도 처음에는 분명 미숙이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 미숙이가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미숙이보다 재능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을 테지. 사과하지 못한 것은 자존심이라고 재이는 합리화했을 것이다. 속으로는 알면서. 그래서 더 못되게 굴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도 그럴 거다. 미숙이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선뜻 사과를 못한다. 그 사과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더 먼 길로 돌아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지 모르면서. 결과적으로는 미숙이가 가장 성숙한 인간이었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과를 받아주었으니까.

이 책은 아픈 시절을 겪어낸 미숙이들을 위로하는 책일지도 모르지만, 성숙하지 못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의 합리화와 자존심이라고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 실은 누군가를 찌르는 바늘이었다고. 스스로의 허벅지를 꼬집는 폭력부터 세뇌된 못난이에서 벗어나서, 그냥 '나는 나'이고 다른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입에서 나와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는 것을 깨달으라고.

중간중간에 미숙이가 읽는 책 제목이 은근히 상황과 맞아서 재미있다. 작가님은 저걸 넣으면서 얼마나 흐뭇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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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울적아
안나 워커 글.그림, 신수진 옮김 / 모래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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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먼지를 아무렇게나 뭉쳐서 만든 것 처럼 생긴 울적이, 나를 압사시킬만큼 커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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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울적아
안나 워커 글.그림, 신수진 옮김 / 모래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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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함이 어울리는 계절이 어디 있으랴. 봄에는 화사한 꽃이 초라한 내 위에 내려앉아서. 여름에는 적나라하게 주룩주룩 흐르는 땀이 버거워서. 가을에는 갑자기 다가오는 센치함에, 겨울에는 머무르지도 않고 사라지는 한 해의 아쉬움에. 울적함은 곳곳에 있고, 사이사이에 끼어든다. 주인없는 빈 집에 소리없이 내려 쌓이는 먼지처럼!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임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울적이가 먼지로 나오지. 아무렇게나 뭉쳐놓은 것 처럼 보이는 회색먼지모양이지만 뭉쳐진 울적함은 물로도 씻기 어렵고 후~ 불어 날리기도 힘들다. 어떻게 울적이를 달래고 토닥여서 조그맣게 만들까. 작가의 역량이 기대된다. 곧 다가오는 봄, 내 안의 울적함이 더 커지기 전에 이 책을 만나서 그 방법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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