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주절주절 이야기해도 그 개념을 다 알려주지 못하는 듯한 찝찝함을 주는 단어들을 명쾌하게 정의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국제 사면위원회가 가진 이 단어들에 대한 개념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 정신은 같다. 내가 발취한 개념을 비롯해 16가지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소중하게 봐야지. 이웃에도 선물해야지. 학교 선생님인 친구에게 추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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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해요
조지 섀넌 지음, 유태은 그림, 루시드 폴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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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는 노래와도 같아서 음표를 붙인 듯 흥얼거려지기도 한다. 또 어떤 노래는 시와 같아서 가만히 읊조려도 그 의미가 마음에 사무친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빛을 잊지 않으니."라고 노래하던 루시드폴도 그래서 오래 마음에 남는 음유시인이다. 미선이 시절의 [송시]도 처절했지만 나는 그 후에 나온 겨울 한낮의 볕처럼 느껴지는 그 글들이 좋았다. 단순한 단어들과 평이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감성. 그렇다. 옮긴이가 바로 그 '루시드 폴'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조금 더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출판사도 그래서 이 번역가에게 손을 내민 것일까? 출판사도 옮긴이의 유명세를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 무려 책 앞날개에 루시드폴의 안내가 적혀있다!

내용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 '사랑한다'라는 오글거리며 오남용이 심각한 단어 대신, 손으로 그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들의 모음이다. 내가 다른 이에게, 다른 이가 나에게, 또 다른 이가 또 다른 이에게. 만지고, 끌어주고, 대신해주고, 인사하고, 도와주고, 위로해주고, 자랑스럽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나의 손은 엄마와 아빠와 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부터 강아지와 풀, 땅까지 모두를 쓰다듬고 스친다. 그 모든 행위에 깃들어 있는 사랑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우리 도시에 사는 분주한 인간들에게는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숨 고르고 나서 간접적으로라도 그 모든 것을 느껴보라고, 손으로 나누는 온기를 헤아려보라고 알려준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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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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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이 부러웠던 중화의 민족.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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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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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그토록 잔인하고, 비윤리적이고, 변태적이고, 풍기문란한 내용이 많다.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영웅 이야기를 조금만 틀어서 봐도 쓰레기 같은 인물이 땅콩처럼 줄지어 나온다. 땅콩을 캐어본 적이 있는 사람 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린아이 시절부터 말초적인 막장드라마처럼 흥미진진했다.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고, 사바세계의 중생을 해탈의 경지로 이끌며, 목숨과 몸을 바쳐 인류를 구하고자 하는 신과 신화들과는 다른 인간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3세대 아이돌처럼 열댓 명 넘는 신과 별처럼 많은 영웅 가운데 내 취향이 하나는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 나이에 [그리샤·로오마 신화]를 읽었던 내 마음에도 서양을 동경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그 많은 조각상과 그림들은 어찌나 예쁘고 생생하던지. 화내고, 웃고, 용서하고, 책략을 쓰고, 미인을 좋아하고, 고기를 사랑하고, 이기면 기뻐하고, 죽으면 슬퍼하고 후회하는 그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일리아드]라는 대서사시라는 것은 많이 큰 후에 알았다. 그리고 그 속편인 [오디세이]가 왜 그토록 많은 영웅 가운데 오디세우스를 콕 찍어서 주인공으로 삼았는지는 오랜 궁금증 중에 하나였다.

[종이 동물원]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 특히 장편이 참 궁금했다. 초기작이고 단편인 글에서는 거침없는 상상력과 간결한 표현력이 부러웠는데 긴 호흡으로 써야 하는 장편을 끌고 갈 힘이 있는 작가인지도 알고 싶었다. 미국에 살지만 어쩔 수 없는 중국 출신의 다음 작품에서는 중화사상과 중국풍의 분위기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도 알고 싶었고. 솔직히 중국의 세계적인 위상이 이 작가를 띄워주는데 한몫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좀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이 만나서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언급하기 참 좋은 소재가 아닌가 해서.

옮긴이의 글에 매료되었다는 이가 많았는데, 일부러 안 읽었다. 책의 뒷면이나 날개 부분도 읽지 않고 바로 본문을 시작하고 스무 장쯤 읽고서야 어딘지 황제가 진시황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완전 창작이 아니라 기존의 초한지를 현대 버전으로 '번안'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유방과 항우, 한신, 우미인과 사면초가 정도 밖에 초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무 위키를 찾아서 각 인물들에 대한 사전 지식을 조금 익힌 후에 이 책을 정독했지만, 사실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물 설정이나 역사적인 흐름은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 같은데 다음 권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좋은 책이다. 긴 호흡으로 이 전개하는 방식도, 소소한 재미를 넣은 자잘한 구성도. 영리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이 작가. 장편을 쓰면서 기본 얼개를 탄탄한 곳에서 따오면 훨씬 짓기가 수월할 테니. 나 같은 변태에 가까운 독자라면 유방과 항우의 발음이 중국어로 '쿠니 가루'와 '마타 진두'라고 혹시 읽히나 궁금해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작품에서, 소소한 일화에서 유방은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나이의 기개를 갖춘 자는 항우였고 그저 운 좋은 인간에 가깝게 묘사된 인물은 유방이었다. 그러나 켄 리우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두 인물 모두 호방하고 매력적으로 나오고, 1권에서는 적어도 사이도 나쁘지 않다. 혹시 한족일지도 모를 작가의 사심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는 못된 의구심이 든다. 묘사는 중국의 과장법을 충실히 따라서 8척 키(240cm!)와 두 개씩의 눈동자가 나오는데 작가의 장르가 SF이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힐 것 같다. 다른 문화권이라도. 작가가 볼수록 영리한 듯.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여러 신이 등장하지만 막장이 흘러넘치는 묘사나 전개는 그다지 없고, 중국의 여러 옛이야기들보다 훨씬 순화된 묘사들이어서 오밀조밀한 재미가 있다. '실크 펑크'라는 장르는 과학의 기술이 발달한 가상의 과거를 다룬다지만, 몇몇 묘사를 빼고는 여전히 중국 고전처럼 느껴진다. 중국의 현대화된 드라마를 보는 기분도 들고.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중국 역사 공부 입문서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1권이 민들레 왕조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하니 그 속편들의 전개도 역사 속 한나라와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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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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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이 아닌, 사회만렙들이 읽고 초년생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어야 할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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