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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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에 대한 막연한 상상은 큰 뿔과 검붉은 얼굴빛,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든 거인이나 심술쟁이로 귀결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본의 무서운 귀신 오니가 한국에 변형되어 정착한 결과다. 사실 우리네 도깨비는 악의없는 장난을 좋아하고, 메밀묵과 막걸리에 신나고, 팥죽은 두려워하는 신명 많고, 정도 많은 이웃이 아니었던가. 권문희 작가와 사계절 출판사도 그래서 친근하고 귀여운 도깨비 아이를 이 책에 등장시킨 것 아닐까. 사람 아이와 다를 바 없는 도깨비 소년을 말이다.

 

 도깨비 소년은 인간 아이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가난해서 덕지덕지 꿰맨 옷은 입었을지언정 인간 소년은 단정하고 사람좋은 얼굴인데 반해, 맑고 순수한 동그란 눈을 가진 도깨비는 정신없이 불밤송이같은 머리를 하고 소년을 꼬옥 잡고 있다. 다리가 없는 걸 보니 도깨비가 분명하다. 표지만으로도 아이들은 또래 아이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길 법 하다.

 

 권문희 작가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구수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간단해서 심심하기까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멋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솜씨가 놀랍다. 특히 반복되어 지루할 수도 있는 도깨비의 빚갚는 과정을 숨도 쉬지 않고 줄줄줄 읽어내려 가도록 그림으로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 한바닥씩 읽다가 누가 틀리지 않고 더 오래 읽을 수 있나 내기를 해 봐도 좋겠다.

 

 이 책을 읽고난 뒤에는 아주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왜 아이는 도깨비에게 끝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아이의 입장이 되어서 편지를 써 볼 수도 있겠다. 또 도깨비가 나에게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물건과 그 이유를 전단지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아이가 도깨비에게 받은 냄비와 방망이와 돈은 누구와 나누면 좋을지, 내가 깜빡하면 절대로 안되는 것과 엄마가 제발 깜빡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알아볼 수 있겠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도깨비, 오늘날의 깍쟁이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는 도깨비가 그립다. 서로 빌리고 나누고 반드시 갚는 당연한 인지상정을 재미있게 풀어내 준 작가의 치열한 창작과정이 잘 느껴지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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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모자 -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2
다카기 상고 글, 구로이 켄 그림, 최윤영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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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초여름 볕이 쨍쨍한 밖에 나가보니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 엄마가 네 모자를 찾느라 지체한 십오 분 동안, 어서 밖으로 나가자고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끌던 네 눈동자처럼 말이야. 모자를 쓰면 바깥세상의 탐험이 시작된다는 것을 너는 이제 잘 알고 있더라. 그래서 모자를 씌워주면 기분이 나아지나봐.

 

 모자를 쓰기만 해도 기분이 달라진다는 걸 또 누가 알까? 아하, 달님이 그걸 알고 있구나. [달님의 모자]에 나오는 달님도 그래서 마녀와 해적선 선장과 마법사를 보고는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를 찾아갔지. 마녀처럼 자유롭고, 해적선 선장처럼 용감하고, 마법사처럼 재주가 많은 이가 되려면 모자가 꼭 필요하단다.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달님이 모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친절한 할아버지는 최선을 다해서 모자를 만들어주셨어. 마녀의 모자를 쓰고 얼굴을 반쯤 내민 달님과, 해적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빛을 감춘 달님과, 잠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자속에 쏘옥 숨은 달님을 보니 어때? 모두 같은 달님인데 다른 얼굴과 다른 표정을 하고 있네. 그렇지만 달님이 모자를 멋지게 써서 비록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순간이라도, 달님의 나머지 부분들은 그대로 다 있단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야. 지금은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다 합해야 전부가 돼.

 

 점점 커졌다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달님뿐이겠어? 나중에는 말이야,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심정, 엄마나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까지도 끊임없이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모든 것은 다 변한단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지도 몰라. 아참, 달님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를 비춰줄거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환한 빛으로 네게 말을 거는 달님. 달님이 모자를 바꾸어 쓰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달님에게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엄마랑 달님을 보러 나가지 않을래? 어떤 모자를 쓰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지 궁금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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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외딴섬 여행 무민 그림동화 14
토베 얀손 글.그림, 이지영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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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시절에 '꿈꾸는 무우민네'라는 제목으로 만났던 통통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통통한 친구가 무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줄 몰랐는데, 반갑네요. 무민은 시리즈로 이루어졌지만,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큰 틀에서는 연관성을 지니지만, 개별로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이번에 무민 가족은 외딴 섬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한국의 아이들은 방 안에 틀어박혀 시험 공부에 스트레스 받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테지만, 무민 가족은 맛있는 점심을 가지고 섬에 나들이를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전자기기나 놀이도구가 없는 곳에서, 각자 여유롭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무민이 부럽다 못해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외딴 섬에서 배가 사라지고 폭풍우에 그릇을 잃었을 때 무민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태도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호들갑스럽게 놀라거나,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지요. 무민에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할 기회를 주고, 함께 힘을 모으도록 이끌어줍니다. 이런 부모님 덕분에 무민은 한층 성장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외딴 섬의 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여유가 생겼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나들이는 가지 않겠다는 트라우마 대신, 다음에는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덮어놓고 어린 아이는 보호만 하거나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한국의 교육풍토에서는 이렇게 성장할 가능성이 별로 없겠구나, 하는 부러운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과 게임기, DVD처럼 상상의 자유를 방해하면서도 혼자 틀어박혀 노는 놀잇감에 길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책, 전자기기가 없는 외딴 섬에서 '함께' 발견하고, 맞서고, 성취하는 기쁨을 알려주는 귀한 경험을 나눠준 무민 덕분에, 이 책을 읽은 가족들은 주말에 나들이를 계획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온 가족이 무언가를 함께하는 경험은 그 어떤 ‘황금’보다도 가치있는 ‘지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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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봄이 그림책은 내 친구 37
이호백 글, 정경진 그림 / 논장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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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여주는 그림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에서는 가지가 사방팔방 쭉쭉 뻗어나가. 원숭이 이야기를 읽다가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지, 빨간 것은 사과야, 사과는 맛이 새콤달콤 아주 군침돌게 맛있지, 그런데 맛있는 건 바나나인데, 바나나는 되게 길거든, 길면 기차가 생각나네. 어머나, 원숭이는 어디가고 기차가 머릿속에 가득하게 되었어.

[우리집 고양이 봄이]도 그래. 봄이가 부루퉁해 있는 얼굴이 가득한 표지만 보고 지레짐작하면 안 돼. 봄이가 겪는 여러 가지 모험이나 봄이의 생활이 계속되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야. 봄이는 호랑이를 닮았고, 호랑이의 눈은 부엉이만큼이나 크고 무섭지, 부엉이는 눈만 큰 게 아니고 깃털 하나하나 멋진 큰 날개를 가졌단다. 그 날개를 펴고 펄럭펄럭 날아가려면 밤하늘이 있어야 하고, 그 밤하늘을 더욱 멋지게 보여주는 건 역시 반짝이는 별들이지.

그런데 신통방통하게도 우리는 마지막에 봄이를 다시 찾았어! 어떤 방법으로 찾은 것인지는 책을 다 보고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다 말해주면 재미없으니까, 우리는 여기서 입 꼭꼭 다물고 싱글싱글 웃고 있자. 앗, 너도 알고 있었어? 알고 봐도 또 봐도 재미있지?

다만, 책에 사용된 글꼴은 조금 마음에 안 들어. ‘ㄹ' 글자가 더 반듯하게 쓰여져 있으면 좋겠어. 사실, 엄마나 아빠가 쓴 것처럼 친숙한 글씨체는 그림과 잘 어우러져서 좋거든. 그런데 글씨 배우는 친구들에게는 ‘ㄹ'이나 ‘ㅂ ’ 혹은 ‘ㅎ’ 을 자연스럽게 바로 알려주는 것도 그림책이 잊지 말아야 할 몫이 아닐까? 그리고 그림이 워낙 화려해서 글자의 색이나 글의 위치가 좀더 통일감이 있어도 좋을 것 같네.

이 책은 엄마가 생기있게 읽어주는 것처럼 글을 써 주어서 술술 잘 넘어가.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 표현도 적절하게 들어있지. 알록달록하고도 섬세한 그림은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서 상상력에 아직 문턱이 생기지 않은 유아들이 밤마다 읽어달라고 조르는 책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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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과학의 시대로 가는 다리가 되다 과학의 거인들 1
캐슬린 크럴 지음, 장석봉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초록개구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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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로 더욱 널리 알려졌지만, 어느 시대에 태어나더라도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표본이 될 만큼 전방위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요. 이 책은 다빈치의 여러 천재성 가운데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다룬 내용입니다. 간결하고 단순하게 과학 분야에만 집중한 책이라서 쉽게 읽힙니다. 그리고 다빈치에 대한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빈치의 삶을 보여주고, [아이들을 위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보다 실험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과도 조금 차이가 있네요.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샘솟았기 때문에 미완성작도 많고, 산만한 수기 노트도 방대하게 남긴 다빈치를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위인전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단점을 함께 거론해 준 것도 좋았어요. 위인들은, 특히 과학자들은 어딘지 우리와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종처럼 느껴지거나 완전무결한 인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전기들을 읽으면 희망이 생기기보다 위축되는 심정이 더 클 때가 있었거든요.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우수 도서라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과학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는데요, 그게 번역상의 문체 때문인지 구성에서의 군더더기를 쫙 뺀 간결함 때문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일화를 엮어놓은 책보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각 장의 마지막에 흥미를 끄는 문장이나 내용으로 마무리를 해 두었기 때문에 다음 장으로 넘겨보고 싶은 욕구를 키워주네요.

 

 어린 시절에 과학에 흥미를 북돋을 수 있는 책이 가까이에 있고, 그 책을 소개해주는 길잡이가 있었다면 저도 지금보다 넓고 깊은 세상을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어요. ‘과학의 거인들’ 시리즈가 꾸준히 발간되어서, 뉴턴이나 다윈을 만나는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동화나 만화만 읽는 독서 편식에 매몰되지 않도록 다리 위에서 등불을 밝혀주는 길라잡이가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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