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는 삶 - 불안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필 주커먼 지음, 박윤정 옮김 / 판미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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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종교 없는 삶]의 저자는 미국에 사는 유대인이다. 밤에 불을 끄면 십자가밖에 안 보인다는 대한민국을 무종교 국가로 분류할 만큼 미국은 종교국가이다. 대통령은 성경에 대고 선서를 하고, 무종교인을 동성애자보다 낮게 보는 나라에서 무종교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거기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까. 아무리 저자의 말대로 무종교가 가장 빠르게 전교되고 있는 종교라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무종교라는 종교의 포교지같다. 마치 홈쇼핑을 보는 기분으로, 이 사람이 필사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목적은 뭔지가 궁금해진다. 내 사상의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궁금하듯이.

이 책은 크게 8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1. 신을 믿지 않으면 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없는 걸까?
2. 종교에서 멀어지면 좋은 사회에서도 멀어질까?
3. 종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4. 종교 없는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5. 무신론을 위한 공동체가 가능할까?
6. 종교 없이 삶의 고난을 잘 헤쳐 갈 수 있을까?
7. 죽음 앞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일까?
8.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신을 믿지 않아도 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주위에 많다. 오히려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 자잘한 죄는 주말에 성전에서 하는 고해와 통회로 쓱싹 지우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 [밀양]에서 아이를 죽여놓고, 자신은 주님을 믿기에 구원받았다던 유괴범처럼.
  물론, 종교에서 멀어져도 좋은 사회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인맥을 쌓으려는 네트워크 방판자가 아니라면 미국에서나 우려할 상황이지 한국은 아니다.
  종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흥미로웠는데 과학이나 인터넷의 발달만큼이나 여성의 사회참여가 큰 이유였다. 직업을 가지게 된 여성이 많아지면서 종교적 행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라니, 성당이나 절에 그 많은 자매님과 보살님이 종교를 지탱하는 근간이었던 것이다.
 종교 없는 부모도 자신의 철학에 따라 아이를 키운다. 하긴, 종교가 있으면 인간사의 많은 부분에 대해 명상하거나 탐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더 '편리하게' 생의 많은 것들을 설명할 수 있다. 생로병사의 많은 부분은 '그분의 뜻'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분의 뜻으로 부부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단단해지기 위한 기회로 시련을 겪고, 여러 순간은 축복을 받으며, 그분이 불러서 생을 마감한다고 설명하면 된다. 마치 "이를 닦으렴. 뮤탄스균이 번식하지도 않고, 좋은 냄새도 난단다. 이를 닦으면 좋은 치아를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지."라는 설명 대신 "엄마 말 안 들어? 이 닦으라고 했지?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얼른 이 닦자!"라고 권위자를 들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무신론자를 위한 공동체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각종 종교가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떼제 공동체가 존재한다.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공동체가 가능한데 무신론자를 위한 공동체가 왜 불가능할까.
  종교 없이 삶의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종교가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은 '위로'다. 불안에 대한 위로, 불행에 대한 위로. 장례식장에서 종교인들이 불러주는 노래와 함께 해주는 기도 말고도, 나의 소속감과 위안을 담당하는 종교가 없다면 고난은 더욱 뾰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난은 오히려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천국에 그의 영혼이 도착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죽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오는 모순도 이해해야 하고.

   거대한 CC 티브이 같은 신이 주관하는 삶이 아닌, 온전한 나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면 우리는 정말 적극적이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르고 두렵게도 느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만 산다면  아들의 수능 점수를 위해 백일기도를 드리는 사람보다 훨씬 종교적인 삶이 아닐까. 

 종교를 믿는 근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을 위험하거나 불경한 책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것이 바람직한 종교인의 자세라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이 예상보다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종교를 믿지 말라는 책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을 성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골랐겠지만 카피가 참 와닿았다.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얼마나 든든한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라고 말했다. 출세와 무병장수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절의 처마 밑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 것이 정말 '종교적인' 삶인지 역설적인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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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마디 영어 2 : 밖에서 놀아요 - Let’s Play Outside. 기적의 세마디 영어 2
박현영 지음 / 길벗스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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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적기는 언제일까. 모국어와 더불너 가르치려니 너무 급해 보이고 학교에 맡기자니 불안하고 영어유치원에 보내자니 가성비가 걱정된다. 사실 12년의 공교육 내내 영어를 했지만 외국인을 만나 긴 문장을 꺼내기는 커녕 단어만 더듬거리는 게 현실ㅜㅜ

기적의 세마디 영어에는 그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접어 줄 대안이 있다. 간단하게 주고받는 일상 대화가 한 문장씩 나오고 아이와 엄마는 대화를 이어 나간다. 요긴하게 쓰일만하누문장들이다. 심심해요, 뭐할까, 나가놀아요, 밥먹자, 물티슈 주세요 등등. 아이들 놀 때 그냥 씨디를 틀어놓았더니 신통하게도 한 문장씩 뜻도 모르면서 따라한다. 자기전에 책 읽을 도미에 슬쩍 끼워놓았다가 영어로 읽어주니(엄마가 읽어주기에 무리 없는 단어들이다!) 그림을 보고 무슨 뜻인지 대충 짐작한다. 구성이 짧은 동화같은지 재미있어하면서 또 읽어달라고 한다.


많은 한글교재중에 기적의 한글학습을 선택했던 건, 만드신 분이 교재에 애정을 듬뿍 담아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든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아지똥 이후 가장 아이마음을 보듬어 주는 길벗 출판사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기적의 세마디 영어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이가 커가는 동안 내내 함께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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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단편소설집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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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까지 참 힘들었다. 택배사에서 택배를 잃어버린 건지 책이 도착하지 않아서 문의했지만, 택배 아주머니는 집 앞에 뒀다고 누가 집어갔나 보다, 하실 뿐이었다. 안 되는구나 싶어 포기한 다음날 택배가 다시 출발했다는 메시지가 오고 택배를 받았다. 택배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출판사에 문의해서 다시 구입했다고. 나는 잘못한 건 없는데 뭔가 죄송했고, 고맙고, 괜히 미안한 내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찜찜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뭔가 매끄럽게 납득이 되게 처리되지 않은 기분.

이 책을 읽은 기분이 그렇다.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을 때의 뭔가 줄거리가 잡히는 기분은 없는데 좀 다르면서 비슷하다. [나나]를 읽었을 때의 섬뜩함은 없는데 그래도 비슷하다. 어려운 것 하나 없는 내용이고 지루할 것 없는 단편의 모음인데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 중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불친절한 구조지만 뭔가 아슴푸레한 그때의 어느 순간이 분명히 공감가는 대목이 많다. 주인공에 동화되거나 친절하게 전후사정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그 장면장면이 오래된 흑백엽서 들여다보는 것 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역자가 이 작품에 애정이 많다는 것도 부분부분에 숨김없이 드러난다.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다. 아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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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단편소설집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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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를 뺀 건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적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내 언어의 한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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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 있니?
파스칼 무트-보흐 지음, 김지은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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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서사가 부족하고 어느 순간 사랑한다고 하더니 결혼했는지 아기들이 보인다. 사랑에 빠질만한 드라마틱한 부분이 불친절하게도 빠져있는 건 아닌가 싶은데, 아이의 눈은 또 다르다. 곰들이 어쩌다가 사랑하게 된 걸까? 물었더니 아이는 명쾌하게도, 서로서로 매일 만나고 집에 놀러가서 친해졌잖아, 하고 알려준다. 아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괜히 의심하고 재보고 경계하는 것은 어른의 몫이었던 걸 또 깨닫는다.

출판사의 애정이 가득한 설명을 읽었음에도 글밥 많은 그림책의 줄거리를 읽어주던 버릇에, 이 책을 편 처음에는 꽤 당황했다. 뭉개진 그림과 몇 단어 안 되는 페이지들. 꼭 설명을 해야하고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나니 그냥 현대미술 보듯 봐진다. 무엇보다 여섯 살 아이가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지기도 작은 책 만들기에 신났다. 책이라는 것이 꼭 기승전결 완벽하게 빼곡한 글밥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기쁜 모양이다. 그림만으로 서너쪽을 만들어서 완성한 책이 보람있는 눈치다. 이런 게 정말 그림책이지, 글보다 오래 보는 그림이 있는 책.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해 손을 먼저 내밀기보다 침을 먼저 이가 세상이 두렵다. 아주 다른 존재가 아닌 색깔이 다른, 자라온 환경이 다른, 같은 생김새의 두 곰이 친해지는 전개는 그래서 더 고맙다. 내 아이가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람으로 자랄 때 이 책과 함께 손을 내밀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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