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보드북)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숙희 글 그림 / 보림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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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깔아놓은 멍석에서 엄마가 이야기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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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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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에 대한 막연한 상상은 큰 뿔과 검붉은 얼굴빛,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든 거인이나 심술쟁이로 귀결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본의 무서운 귀신 오니가 한국에 변형되어 정착한 결과다. 사실 우리네 도깨비는 악의없는 장난을 좋아하고, 메밀묵과 막걸리에 신나고, 팥죽은 두려워하는 신명 많고, 정도 많은 이웃이 아니었던가. 권문희 작가와 사계절 출판사도 그래서 친근하고 귀여운 도깨비 아이를 이 책에 등장시킨 것 아닐까. 사람 아이와 다를 바 없는 도깨비 소년을 말이다.

 

 도깨비 소년은 인간 아이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가난해서 덕지덕지 꿰맨 옷은 입었을지언정 인간 소년은 단정하고 사람좋은 얼굴인데 반해, 맑고 순수한 동그란 눈을 가진 도깨비는 정신없이 불밤송이같은 머리를 하고 소년을 꼬옥 잡고 있다. 다리가 없는 걸 보니 도깨비가 분명하다. 표지만으로도 아이들은 또래 아이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길 법 하다.

 

 권문희 작가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구수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간단해서 심심하기까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멋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솜씨가 놀랍다. 특히 반복되어 지루할 수도 있는 도깨비의 빚갚는 과정을 숨도 쉬지 않고 줄줄줄 읽어내려 가도록 그림으로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 한바닥씩 읽다가 누가 틀리지 않고 더 오래 읽을 수 있나 내기를 해 봐도 좋겠다.

 

 이 책을 읽고난 뒤에는 아주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왜 아이는 도깨비에게 끝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아이의 입장이 되어서 편지를 써 볼 수도 있겠다. 또 도깨비가 나에게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물건과 그 이유를 전단지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아이가 도깨비에게 받은 냄비와 방망이와 돈은 누구와 나누면 좋을지, 내가 깜빡하면 절대로 안되는 것과 엄마가 제발 깜빡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알아볼 수 있겠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도깨비, 오늘날의 깍쟁이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는 도깨비가 그립다. 서로 빌리고 나누고 반드시 갚는 당연한 인지상정을 재미있게 풀어내 준 작가의 치열한 창작과정이 잘 느껴지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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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모자 -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2
다카기 상고 글, 구로이 켄 그림, 최윤영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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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초여름 볕이 쨍쨍한 밖에 나가보니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 엄마가 네 모자를 찾느라 지체한 십오 분 동안, 어서 밖으로 나가자고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끌던 네 눈동자처럼 말이야. 모자를 쓰면 바깥세상의 탐험이 시작된다는 것을 너는 이제 잘 알고 있더라. 그래서 모자를 씌워주면 기분이 나아지나봐.

 

 모자를 쓰기만 해도 기분이 달라진다는 걸 또 누가 알까? 아하, 달님이 그걸 알고 있구나. [달님의 모자]에 나오는 달님도 그래서 마녀와 해적선 선장과 마법사를 보고는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를 찾아갔지. 마녀처럼 자유롭고, 해적선 선장처럼 용감하고, 마법사처럼 재주가 많은 이가 되려면 모자가 꼭 필요하단다.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달님이 모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친절한 할아버지는 최선을 다해서 모자를 만들어주셨어. 마녀의 모자를 쓰고 얼굴을 반쯤 내민 달님과, 해적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빛을 감춘 달님과, 잠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자속에 쏘옥 숨은 달님을 보니 어때? 모두 같은 달님인데 다른 얼굴과 다른 표정을 하고 있네. 그렇지만 달님이 모자를 멋지게 써서 비록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순간이라도, 달님의 나머지 부분들은 그대로 다 있단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야. 지금은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다 합해야 전부가 돼.

 

 점점 커졌다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달님뿐이겠어? 나중에는 말이야,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심정, 엄마나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까지도 끊임없이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모든 것은 다 변한단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지도 몰라. 아참, 달님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를 비춰줄거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환한 빛으로 네게 말을 거는 달님. 달님이 모자를 바꾸어 쓰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달님에게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엄마랑 달님을 보러 나가지 않을래? 어떤 모자를 쓰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지 궁금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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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외딴섬 여행 무민 그림동화 14
토베 얀손 글.그림, 이지영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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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에 '꿈꾸는 무우민네'라는 제목으로 만났던 통통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통통한 친구가 무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줄 몰랐는데, 반갑네요. 무민은 시리즈로 이루어졌지만,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큰 틀에서는 연관성을 지니지만, 개별로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이번에 무민 가족은 외딴 섬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한국의 아이들은 방 안에 틀어박혀 시험 공부에 스트레스 받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테지만, 무민 가족은 맛있는 점심을 가지고 섬에 나들이를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전자기기나 놀이도구가 없는 곳에서, 각자 여유롭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무민이 부럽다 못해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외딴 섬에서 배가 사라지고 폭풍우에 그릇을 잃었을 때 무민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태도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호들갑스럽게 놀라거나,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지요. 무민에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할 기회를 주고, 함께 힘을 모으도록 이끌어줍니다. 이런 부모님 덕분에 무민은 한층 성장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외딴 섬의 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여유가 생겼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나들이는 가지 않겠다는 트라우마 대신, 다음에는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덮어놓고 어린 아이는 보호만 하거나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한국의 교육풍토에서는 이렇게 성장할 가능성이 별로 없겠구나, 하는 부러운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과 게임기, DVD처럼 상상의 자유를 방해하면서도 혼자 틀어박혀 노는 놀잇감에 길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책, 전자기기가 없는 외딴 섬에서 '함께' 발견하고, 맞서고, 성취하는 기쁨을 알려주는 귀한 경험을 나눠준 무민 덕분에, 이 책을 읽은 가족들은 주말에 나들이를 계획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온 가족이 무언가를 함께하는 경험은 그 어떤 ‘황금’보다도 가치있는 ‘지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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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 -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9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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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늘은 얼마나 나에게 가까웠는지 묻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 기억이 없습니다. 비가 내리는지, 해가 나왔는지를 알 만큼만 힐끗 보고 말았네요. 다시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하늘은, 구름은, 바람은 내가 보고, 듣고, 숨쉬고, 느끼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세상을 처음 만나는 어린아기처럼 맑은 마음으로 호흡을 해 봅니다. 그러고 나니 나를 감싸는 대기에게 새삼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좋은 하루가 시작될 것 같아요.

 

  이 책은 그렇게 내 머리와 마음속의 먼지를 털고, 잠시 쉬어가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이 아니라,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철학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책의 제목은 [첫 번째 질문]이지만, 책의 본문은 한편의 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서른 번째까지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오랫동안 곱씹을 수 있는 질문들이지요.

 

 

  자극적이고 희화화된 그림책이 넘쳐나고, 그림은 글의 여백을 채우는 역할을 할 뿐인 그림책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들은 글만큼 아니, 어쩌면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읽는’ 책이 아니라 ‘사유하게 만드는’ 놀라운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욕심이 나요. 빌려주기 싫어집니다. 아주 어린아이들에게는 보여주기도 망설여져요.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이 그림들을 아이들은 참 좋아하겠지만 찢거나 구겨버릴까봐 걱정이 되거든요. 그만큼 아름답습니다.

 

  작은 아이같이 파릇한 봄에서 아름다운 일곱 가지의 꽃향기가 짙은 여름으로, 해가 지는 서쪽하늘을 향해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경건한 가을을 지나, 같은 흰색 안에서도 다양한 모양이 공존하는 겨울로 전개되는 그림은 장면과 장면이 참 아름다워서 한 장씩 따로 액자에 걸어놓고 싶습니다. 소장용을 따로 구입하는 분들이 계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책의 질문을 받고서 나 자신을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몇 살 때의 자신을 가장 좋아하고 있을까요? 장화를 신고 찰박찰박 물장구를 치는 것이 세상 행복이던 시절에는 빗방울이 맺힌 나뭇가지를 싫증내지 않고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지요. 천진난만했던 아이시절도 좋았습니다. 또 상처받은 마음을 말없이 받아주는 아름드리나무에 의지하기도 했던 때도 있었어요.그 시절은 힘들었지만, 몸과 마음이 불쑥 크는 소중한 때였거든요. 보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보이는 세상 너머의 것들에의 의문과 후회, 기대와 포기와 또다른 희망으로 뒤죽박죽이 되는 나날들도 있어요.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간들과 세상과 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순간도 꼽아야겠습니다. 질문과 대답,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이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궁리해봐야겠습니다. 그 후에 어떤 질문과 대답이 나올지도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지요.

 

 

  아이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싶은데, 어른인 엄마의 머릿속에는 사물에 대한 경외감과 경이가 쉽게 생기지 않지요. 무뎌진 마음과 머릿속을 잘 정리해서 아이와 대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묻기 좋은 질문들이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어린 아이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열두 살 이후부터, 이년에 한 번씩 꺼내어 본다면 더욱 가치가 있을 책입니다. 혼자있고 싶을 때, 마음이 물에 젖은 휴지처럼 무거울 때, 머릿속에 숙변이 가득할 때 이 책의 질문에 대한 답을 천천히 정리해서 잘 갈무리하고, 이년 전의 나, 오년 전의 나, 십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견주어 보도록 해주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그렇게 인생을 함께하며 자신을 가다듬는 존재로 이 책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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