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주절주절 이야기해도 그 개념을 다 알려주지 못하는 듯한 찝찝함을 주는 단어들을 명쾌하게 정의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국제 사면위원회가 가진 이 단어들에 대한 개념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 정신은 같다. 내가 발취한 개념을 비롯해 16가지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소중하게 봐야지. 이웃에도 선물해야지. 학교 선생님인 친구에게 추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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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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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주목받아 본 사람은 안다.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어깨를 억누르는지. 경찰이 발표하는 범죄자 명단을 잘 보면 순 한글 이름은 거의 없다고, 순 한글 이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견뎌야 하는 주위의 시선에 대해 농담처럼 말하던 친구가 있다. 미숙이는 순 한글 이름이 아니었음에도, '미숙아'라는 발음 때문에 힘들다. 안 그래도 잔뜩 주눅이 든 아이인데, 예쁜 얼굴도 아니고 남의 놀림을 받아칠 깡도 없다. 시인 아버지에 그 후배인 어머니가 지은 이름 치고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정숙'과 '미숙'이의 삶은 고되다. 밝은 기운과 여유로운 마음은 금전적 여유에서 나온다더니, 별 따먹고 사는 시인 아버지는 라이터 만드는 엄마에게 가계를 맡겨놓았다. 고고하고 이상이 잘 드러나는 시를 쓰면 뭐 하나, 자식 때리고 아내에게 허세나 부리는 삶인데.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인물 가운데 미숙이에게 가장 잔인한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폭력을 모두 행사한 가장 강력한 존재는 아버지였다. 엄마는 어떤가, 미숙이 얼굴에 난 상처가 남편 때문에 생긴 걸 보고도 치료하러 가지 않는다. 두고두고 니 잘못을 보라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 표출이었다면 그 상처를 평생 지고 가야 할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지 않는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기 글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 갑갑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엇나가기 시작한 언니는 가장 만만한 존재에게 폭력을 시작한다. 어머니에게는 욕, 동생에게는 주먹. 하나만 있어도 숨이 안 쉬어질 이 모든 것이 함께한 집도 싫고, 미숙아라는 놀림을 당하는 학교도 싫을 때, 나의 구원자 재이가 등장한다. 재이.

중2병의 집합체 같은 재이는 미숙이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주었고, 미숙이가 제 이름 불리는 것에 설레게 해주었고, 미숙이의 계란말이를 먹어주었고, 미숙이를 놀리는 다른 아이를 응징해주었고, 미숙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답해주었다. 그 여름에 미숙이는 불러주는 이가 다른 누구였대도 집 밖으로 나갔을 텐데, 나와 같은 하늘을 보는 재이가 미숙이의 이름을 상냥하게 불러주었으니 미숙이의 행복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재이의 행동은 결국 용서가 안 되는 나쁜 짓이었으나, 미숙이는 재이를 영원히 미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행한 한 시절을 함께 겪어준 사람은 오래 미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이도 처음에는 분명 미숙이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 미숙이가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미숙이보다 재능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을 테지. 사과하지 못한 것은 자존심이라고 재이는 합리화했을 것이다. 속으로는 알면서. 그래서 더 못되게 굴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도 그럴 거다. 미숙이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선뜻 사과를 못한다. 그 사과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더 먼 길로 돌아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지 모르면서. 결과적으로는 미숙이가 가장 성숙한 인간이었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과를 받아주었으니까.

이 책은 아픈 시절을 겪어낸 미숙이들을 위로하는 책일지도 모르지만, 성숙하지 못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의 합리화와 자존심이라고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 실은 누군가를 찌르는 바늘이었다고. 스스로의 허벅지를 꼬집는 폭력부터 세뇌된 못난이에서 벗어나서, 그냥 '나는 나'이고 다른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입에서 나와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는 것을 깨달으라고.

중간중간에 미숙이가 읽는 책 제목이 은근히 상황과 맞아서 재미있다. 작가님은 저걸 넣으면서 얼마나 흐뭇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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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이와 나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김지은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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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에 첫발을 디디는 이는 누구라도 이 책으로 위안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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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이와 나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김지은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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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이와 나

아주 좋은 그림책을 올해 읽었다. [쿵쿵이와 나]는 분노에 대한 책을 쓰신 스님의 [화가 났어요]에 나오는 비유와 유사하기는 한데, 좀 더 어린 아이들도 읽을 수 있고, 나이 많은 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요약하자면 '두려움'은 떨쳐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억누르거나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쿵쿵이는 있다는 것!

처음 낯선 환경으로 던져진 모든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위안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내가 대학에 갓 들어가서 너무 많은 자유와 낯선 사람에게 둘러싸여 힘들 때, 첫 직장에서 복사기가 어디 있냐고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 전에, 처음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 정문을 지나 낯선 아이들 사이에 덩그라니 섬으로 느껴졌을 때 이 책이 있었다면 나는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다 낯설지 뭐, 라는 무심한 엄마의 말보다 더.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날, 아이보다 더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움츠러드는 나를 미리 다독여놓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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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더듬는 꼬마 마녀 돌개바람 42
이경혜 지음, 신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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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위로는 아이에게 위로가 아니다. 아이를 웃게 하는 위로를 제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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