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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박현주 글.그림 / 이야기꽃 / 2014년 2월
평점 :
꽃이 피었다. 그 꽃을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행복해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고양이는 꽃을 보자고 언니와 오빠, 엄마와 아빠를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꽃을 감상하고 "네 덕분에 봄을 느끼게 되어서 고마워."라는 칭찬이 아닌 "너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다투고, 아빠가 다치고, 너는 쫓겨나고, 아이들은 울게 되었어!"라는 결과가 나왔다. 왜 그렇게 된걸까? 누구 때문일까?
표지부터 마음이 끌리는 책이다. 고양이의 눈빛도 제목만큼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아주 잘 어우러지는데 아마도 작가가 글과 그림 모두를 함께 만들어 낸 덕분일 것이다. 일러스트 작업의 경험이 많은 작가답게 중요한 지점을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게 드러내어 보여준다. 그림책에서 그림이 글을 보조하는 역할밖에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작품은 그림이 글보다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어서 좋았다.
그림책의 전형적인 전개에서 벗어난 구성은 참신하면서도 강렬한 흡인력도 매력 가운데 하나이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니라, 원인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처지지 않고, 탄력있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결말이 열려있기 때문에 책장을 덮고 나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준다.
이 책은 아이 혼자 읽기보다 엄마나 아빠가 함께 읽어주는 것이 더 좋겠다. 다 읽고 나서, 부모님과 아이가 유사한 경험을 이야기해보거나, 엄마,아빠가 바빠서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이 책을 읽어주지 못했지만 이웃의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했더니 이 모든 소동의 원인으로 고양이가 나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쁜 엄마와 아빠를 방해해서 오히려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혹은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일종의 체념(우리 엄마와 아빠에게는 이런 걸 보여줘서 분란을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나 진작 밖에 나가서 놀지, 하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꼭 엄마나 아빠가 함께 읽어주기를 권한다. 엄마와 아빠,혹은 고양이를 무조건 탓하기보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때문에'를 꼭 되짚어보면서 말이다.
독후활동거리도 풍부한 책이다. 엄마나 아빠의 입장이 되어서 고양이에게 사과편지를 쓴다거나(이 책의 부모님은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는 분들이니 충분히 그런 감성이 있으리라고 본다), 엄마나 아빠와 함께하고 싶은 순간, 엄마와 아빠에게 알려주고 싶은 예쁜 꽃을 그린 그림이나 꽃에 대한 묘사도 간단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 '때문에' 일어난 이 사건들을 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엄마는 일이 너무 많다고 했으니, 아이들이 간단한 일을 도와드린다거나(엄마 입장에서 매우 땡큐한 일이다^^), 아빠가 해야 할 일이 많으실 때는 소리를 질러 부르기보다 조근조근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도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 그랬다면 엄마와 아빠는 고양이 '덕분에' 봄을 만나게 된 것에 기뻐하며, 고양이를 기특하게 여겼을 것이다.
다만 사소한 트집을 잡자면 아빠 상처의 피가 너무 작아서 저런 상처를 입었다고 고양이를 쫓아내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책의 뒷면은 표지보다 뭔가가 미흡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 정도? 또한 열린 결말이지만 책 마지막 장에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님도 밝게 웃으며 함께 있었으면 마음이 더 개운할 것 같다. 꼭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의 싸움과 고양이의 쫓겨남으로 끝나는 것이 찜찜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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