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4 #시라는별 75 

빛은 어둠의 속도 
- 황인찬 

아빠들은 
나를 학교로 보내고 
나는 혼자 그네를 탄다 

언제나 이런 장면들뿐이라 조금 지겹지만 
나는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개미들이 죽은 잠자리를 끌고 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본다거나 

눈 뜨기 직전의 싹이 매달린 가지를 부러 꺾는다거나 
아이들로 가득한 운동한 한가운데서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한다거나. . . . . . 

나는 배운 대로 잘하는 편이다

나는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 
나는 약속 시간을 지킨다 
나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루에 하나씩은 꼭 선행을 한다 

내 옆자리 남자애는 내게 귓속말한다 

어제 선생님이 자기 아빠를 불러 
자기가 자폐증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노라고 

나는 그 남자애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시키는 대로 잘하는 편이다 

저녁의 교정은 크고 넓어서 
누가 누굴 잡아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누군가 교실 문을 하나씩 열어보며 복도를 떠나간다 

그러나 납치는 없었다 
아이들은 집에 가지 못해 교실에 가득하고 

이 시의 화자로 
아직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다소 부적절하다 

아빠들은 빈손으로
멍청하게 서 있는 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황인찬 시인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읽다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시를 읽어왔기에 시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생기지 않았나 여겼건만, 아뿔싸, 착각이었다. 이 시집은 희선님의 서재 리뷰에서 읽고 마음에 들어 진작에 구매했더랬다. 다른 시집들에 밀려
새해 들어서야 펼쳤는데, 아뿔싸, 새해 선택지가 난공불락이란 느낌이다. 꺼이.

더디게, 어렵게, 곱씹어 읽었으나, 나는 이 시집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가 없고, 지금은 다만 당황스럽다고만 말해야겠다. 시를 이해하기 힘들어 황인찬 시인의 이력과 그가 쓴 다른 글과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황인찬 시인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젊은 시인이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스물셋의 나이에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2012년 시집『구관조 씻기기』​로 제31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이미지 사진>으로 현대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하였다. 황인찬의 등장으로 시류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의 각광을 받았다. 나는 그런 느낌을 이 시집의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라는 시에서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다르다. 내가 일찍이 배웠고, 읽어온 시들과는 말이다. 당혹스럽지만, 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왠지 파고들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황인찬 시인이 2016년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와 가진 인터뷰 중 다음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메시지를 던지는 건 의미가 없어요. 아주 일시적이고, 심지어는 내가 무슨 메시지를 갖고 있었는지 나도 잘 몰라요. 그런 건 다 착각이에요.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른 말이, 오히려 그 말을 선택하는 순간 훼손돼요. 손상되고 아무것도 아닌 덜 떨어진 종류의 말로 메시지가 갈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오’ 하고 짚어서 전달하는 게 아니고, 그물을 더 넓게 펼쳐서 던지는 거예요. 그러는 편이 원래 내가 갖고 있던 문제의식, 생각, 진정성을 덜 훼손시켜요.”

메시지는 배제하고 그물을 넓게 펼쳐 세상을 그저 보여주려는 시인. 그런데, 그래서, 난해하다. 적어도 내게는. 이 시집에는 59편의 시가 실려 있다. 그 중 <빛은 어둠은 속도> 라는 시가 가장 눈에 띈 것은 마침 엘리자베스 문의『어둠의 속도』를 읽고 있던 탓이었고, 이 시를
읽었을 때 ‘루‘ 같은 자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황인찬 시인은『어둠의 속도』를 읽었던 것 같다. 왜 아빠라는 단수가 아니고 ‘아빠들‘이라는 복수일까. 그렇다면 ‘나‘는 혼자가 아닌 여럿 나인 걸까. 모호해서 어려운데, 시인이 덫을 만들어 놓아 나는 당분간 여기서 탈출하지 못할 듯하다.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면 좋겠다
그것을 미래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이 손에 만져지는 돌이라면 좋겠다
(<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 중) 

추신. 플친 여러분. 요즘 마음의 여력이 없어 글도 못 쓰고 플친들 서재 방문도 못했네요. 다들 잘 지내실 거라 생각해요. 저는 다만 바쁠 뿐,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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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24 0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몰라도 그냥 읽고 모르겠네, 하는데 행복한책읽기 님은 깊이 읽으려고 하시는군요 인터뷰한 글도 찾아보시고... 그물을 더 넓게 펼쳐서 던진다니...

행복한책읽기 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scott 2022-01-24 00: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혼자 그네를 타는 아이 ㅜㅜ
시어속에 아이와 세상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부재가 느껴집니다
두툼한 책 한권 보다 시 한편에서 느끼는 것들이 많네요
책읽기님 올려주시는 시들
소즁😍

페넬로페 2022-01-24 09: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는 정말 잘 모르지만 그냥 읽을 때의 그 느낌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을 듯 해요 ㅎㅎ
책읽기님!
건강하시기만 하면 좋습니다^^

새파랑 2022-01-24 1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님 건강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바쁘시더라도 시 한편씩은 꼭 읽으세요~!!

얄라알라 2022-01-24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가득 행복한책읽기님의 느낌, 오랫만에 올려주시는 시와 글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mini74 2022-01-24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 이야기도 사진도 좋아요 ~ 건강하시면 됐지요 ㅎㅎ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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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너무 좋아서 자폐아를 키우는 동생에게 선물했다. 기술 발달과 사회적 지원이 많은 자폐인을 ‘루‘만큼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그들 가족의 힘겨움도 가벼워지리라. 자폐 성인이 타인과 자아를 이해하려는 ˝안간힘˝이 뭉클하다. 문장들은 섬세하고 상황 묘사는 물처럼 유연하다. ‘어둠의 속도‘라니. 질문이 있는 곳에 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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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22 0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첫장 부터 흥미 가득!
2004년도 네불라 수상작이였네요
저 방금 구입 !
빛의 속도로 ~@@@@
순 !讀 중 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2-01-22 06:21   좋아요 4 | URL
ㅎㅎ 정말 빛의 속도네요. 이분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근데 100자평으로 썼더니 뒷글이 다 날아가버렸더군요. ㅋㅋ 수정했답니다. 저자가 자폐아들을 입양해 키우셨대요. 대단하고 멋지시죠.

라로 2022-01-22 0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주에 자폐성인을 간호했어요. 동생분의 자녀가 자폐아라니 존경스럽습니다. 이 세상이 장애자나 정신병력이 있는 환자들과 가족에게 더 편한 세상이 되길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세상이 되길 늘 바라고 있습니다. 암튼 잘 지내시죠??

행복한책읽기 2022-01-22 06:27   좋아요 4 | URL
친동생 아닌 친한 동생 자녀^^ 저 외동이에요ㅠ 하여 세상 사람들을 언니동생하며 지낸답니다^^
라로님. 저는 애들 방학이라 마음의 여력이 좀 없을뿐 몸 튼튼히 지내고 있어요. 건강이 최고인거죠. 그죠. 라로님한테 새해 인사도 못 드린듯해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늘 그랬듯 그 밝은 기운 가족과 환자들과 플친들에게 뿜뿜해주세요~~~ 뱅기 타고 날아가 함 보고 싶어요. ㅋㅋ
 

20220103 #시라는별 74 

내 수의를 
- 최승자 

내 수의를 한올 한올 짜고 있는 
깊은 밤의 빗소리. 

내가 이승에서 어질러놓은 자리, 
파란만장한 자리
없었을 듯, 없었을 듯, 덮어주고 있구나. 

점점 더 드넓어지는 
이 일대의 물바다, 
그 위에 이제 새로이 구중궁궐
깊은 잠의 이불을 펴리라. 


최승자 시인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그의 시들을 더 많이 읽고 싶어  1993년작  『내 무덤 푸르고』와 2010년작『쓸쓸해서 머나먼』을 대출했다.『내 무덤 푸르고』를 먼저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어둡고 절망적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사랑』에서도 느꼈듯 역시나 도발적이고 매력적이다.

53편의 시들 중 <내 수의를>이라는 시가 오늘 눈에 띈 것은 요양원에 계신 늙은 어미를 보고 온 탓이고, 얼마 전 내 어미가 20년도 훨씬 전에 준비해 놓은 수의를 살펴본 탓이다. 시인은 ˝깊은 밤의 빗소리˝를 자신의 수의를 짜는 소리로 들었다면, 내 어미는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제법 값 나가는 수의를 주문했더랬다. 20년 전인지, 30년 전인지 기억이 까마득한데, 그때 어미랑 나눈 대화만큼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ㅡ 아직도 날아다닐 만큼 팔팔하신 분이 수의는 어쩌자고 준비하셨대?
ㅡ 이년아, 내일을 모를 것이 인간 목숨이란다. 그라고 내 수족 멀쩡할 때 준비해 둬야재. 맨날 철딱서니 없는 니년이 언가이(어지간히) 준비해 놓을기가.
ㅡ 뭐.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될 일이재. 
ㅡ 니는 그래서 안 된다. 준비해둬서 나쁠 것 없다. 그라고 수의를 준비해 두면 장수한다 카더라.
ㅡ 하이고. 엄마 허우대 보면 그런 거 준비 안 해 둬도 엄~~청 오래 살겠거마는. 
ㅡ 못된 년. 엄마한테 하는 말 뽄새 좀 보래. 암튼, 이리 준비해둬서 내사 맘이 편하다. 운제 죽을지 몰라도 마, 한시름은 놓았고. 한 사흘 아프다 죽으면 딱 좋겠구만. 칩지 않은 날에.

사흘 후면 엄마의 여든아홉 번째 생일이다.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죽지 않는다는 옛말을 증명하듯, 늙은 어미는 기력이 떨어진 몸으로도 오른손에 포크를 쥐고 케익을 찍어 드셨다. 천천히 씹다가 빨다가 하면서 기어이 목구멍으로 넘기셨다. 한 사흘 아프다 죽는 소망은 어그러졌지만,
춥지 않은 날에 ˝깊은 잠의 이불˝을 펴고 눈을 감겠다는 듯이. 나의 어미도 최승자 시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시인처럼 정신분열증을 앓거나 정신병원을 들락거리진 않았지만, 인생의 고난과 고통과 고독이 그것만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세상 모든 이들에겐 제 삶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법이다. 내 어미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마음에 병이 들면 몸도 덩달아 병이 드는 법이다. 시인을 시를 통해, 시쓰기를 통해 병중에서 일어서고자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눈물겹게도 말이다.​

​마음은 오랫동안 病中(병중)이었다. 
마음은 자리 깔고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은 病하고만 놀았다. ​​

詩혹은 詩쓰기에 대해 이제까지 나
는 아무것도 바라지도 믿지도 않았지만, 
이제 비로소 나는 바라고, 믿고 싶다. 
詩 혹은, 시쓰기가 내 마음을 病中에서 
일으켜 세워줄 것을.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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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3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1-03 06: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의 사진을 보니까 좀 슬프네요 ㅜㅜ 울컥 했습니다. 마음의 병도 몸의 병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48   좋아요 2 | URL
또 우는 새파랑님. 지가 이래저래 님을 울리는군요. 죄송죄송. 무병장수는...흠. 겁나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1-03 08: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따님과 정겨운 대화 더 많이 나누시길요.
어머님과의 대화 왜 이리 정겹게 읽히는지...^^
수의를 찬찬히 들여다 보긴 처음인 것 같아요.
암튼 우리 행복한 책읽기님 매일 매일 행복하시길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50   좋아요 2 | URL
저희엄마가 욕쟁이셨어요. 저한테만요. 그땐 참 싫었는데 나이 드니, 엄마의 화법이 구수하게 와닿는거 있죠.^^ 나무님의 행복 기원에 힘 받아, 행복 따러, 주우러, 만들러 다녀야겠습니다. 고마워요~~^^

페넬로페 2022-01-03 10: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아주 오래전부터 수의 준비해두셨어요.
근데 전 지금부터 결심합니다.
그 어떤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늙으려고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5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어머님도 그러셨군요. 저는 그렇게 오래된 수의가 빛도 안 바래서 깜놀했어요. 울엄니 진짜 좋은 수의를 했나 보네, 감탄했다는^^;; 집착하지 않고 늙기. 저요저요!! 저도 동참할게요. 페넬로페님 옆에 불어 있어야쥐^~~^

scott 2022-01-03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는 소망이라뇨 ㅠ.ㅠ
저희 두 할머니는 매일 죽는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셨지만 두분 모두 100살 바로 코 앞에 두고 잠든 채
우리모두 삶의 짐을 이고 지고 살고 있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열쉼히!!^^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5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scott님. 그 말 저희 엄마도 언젠가부터 달고 사셨어요. 할머니 두 분 모두 장수하셨다니. scott님 완전 귀염 받는 손주였겠어요. 부럽부럽. 이 순간을 열쉼히~~~^^

프레이야 2022-01-03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흘 후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수의를 보니 20년인지 30년인지 전부터 생의 마무리를 생각하신 그 마음에 찡합니다. 수의 장만하면 장수한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저희는 부모님도 저도 수의 장만 생각도 못했는데 몇 달 전 시아버님 입관 때 수의를 처음 보았어요. 팔을 만졌는데 수의 촉감이 까칠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울아빠도 일주일 후면 생신이라 ㅎ
하루하루 맛난 거 즐겁게 먹고 좋은 생각하며 살기로 해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3:02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아버님도 겨울동자시군요. 하필이면 엄동설한에 태어났다고 엄마는 불만이 많으셨어요.^^;; 하루하루 맛난 거 즐겁게 먹기. 좋은 생각하며 살기. 새해 덕담 착 달라붙습니다. 저도 아버님 생신 미리 축하드려요. 많이 좋아지셔 가족들에 둘러싸여 환한 미소 지으시기를요.^^

mini74 2022-01-03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 말투같아서 좀 놀랬어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3:04   좋아요 2 | URL
앗. 말투가 비슷한가요. 미니님 언박싱 영상서 목소리 듣고 저랑 고향이 비슷한 동네인가보다, 짐작했다는 ㅋ 축하 인사 감사합니다.^^

2022-01-11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2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1 #시라는별 73 

맥거핀 
- 오은 

12월 31일 23시 59분 

이 세계는 지금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때마침 별똥별이 하나 떨어지고 있다 

잠시 후면 내 삶은 새로 시작될 것이다
나는 그 삶을 새로 시작할 것이다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을 놀랠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몰랐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별똥별의 자취를 한창 더듬을 때 
때마침 새해가 밝았다 

나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리키는 집게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내가 놀랠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나를 놀래고 있었다 
이미 순간을 살고 있는데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일이 와도 미련이 남아 있었다

주인공들이 1월 1일에 처음 한 말은 ˝아˝였다 
이 세계가 통과하여 도착한 곳은 이 세계였다 

때마침 배가 고파서 
별똥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맥거핀: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를 뜻한다. 히치콕 감독이 <싸이코> 등의 영화에서
사용하면서 보편화됐다.(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해가 넘어가려 한다. 이 글을 올릴 때는 넘어갔을 것이다. 1월 1일, 즉 새해는 일종의 ‘맥거핀‘이다. 우리 인생에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달력 장치.

새해가 되면 ˝내 삶은 새로 시작˝되고, 나도 ˝삶을 새로 시작˝하고 세상을 ˝놀랠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보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이 세계를 통과하여˝ 도착하게 되는 곳은 어제와 같은 ˝이 세계˝이다.

그럼에도, 겉치레에 불과할지라도,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새해라는 극적 장치가 있기에 꿈을 꾸고 소망하지 않나. 그런 것조차 없다면 사는 맛이 너무 밍밍하지 않나. 그러니 올해가 되는 새해에도 나는 순간을 살면서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 것 같다. 언제나 미련을 간직한 채.

모두들 해피뉴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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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1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님도 해피뉴이어~~~ *^^*

행복한책읽기 2022-01-01 00:31   좋아요 4 | URL
미니님 굿밤. 좋은 꿈 꾸세요~~^^

scott 2022-01-01 0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022년 새해 첫날도!어제와 같은 오늘일뿐! ㅋㅋ

그림 속 가지에 매달린 열매는 태양 빛을 잔뜩 흡수 한것 같습니다!
붉게 ~~

책읽기님! 2022년 새해 건강하게! 행복하게!

복 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 /

.*˝ ☆˝*.

( + 福 + )
˝*****˝
복 마뉘!^^

행복한책읽기 2022-01-01 00:32   좋아요 4 | URL
2022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scott님 서재가 어떤 변신을 꾀할지 무척 기대되는 1인^^;;

미미 2022-01-01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 늘 눈에 쏙 들어와요~♡
해피 뉴 이어!!ㅎㅎ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1 00:33   좋아요 4 | URL
그죠. 희망하는 눈빛 같죠. 미미님도 굿밤~~~^^

희선 2022-01-01 02: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2022년 1월 1일 0시네요 새해가 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기분은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달라지는 거 없다 해도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2022년에도 새로운 책이 나오고 그걸 사고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른 기다림도 많겠습니다 기다리는 게 지루할 때도 있지만, 어떤 건 설레기도 하죠

행복한책읽기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행복한책읽기 님 식구도 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31   좋아요 0 | URL
희선님. 고마워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기. 저도 책이 오기를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답니다. 책 좋아하는 이들의 특권이네요. 그죠.^^

새파랑 2022-01-01 07: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먼가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기점이 1월 1일인거 같아요. 오늘부터 1일! 어차피 하루중 하나일 뿐이지만~!!

책읽기님 22년 멋진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29   좋아요 1 | URL
터닝포인트. 맞아요. 어차피 하루 중 하나지만, 오늘부터!! 라고 말할 누 있는 날이기도 하죠. 올해는 플친들이랑 새해를 열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같이 멋진 새해 한해 만들어 보아요^^

bookholic 2022-01-01 07: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과 함께 행복한 한 해 되시길....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35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눈 나빠지기 전까지 이 행복만큼은 오래 붙들어두고 싶답니나. 북홀릭님도 추억 가득한 한 해 만들어가세요^^

얄라알라 2022-01-01 15: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때마침 배가 고파서˝와 ˝맥거핀˝은 잘 어울리는데요. 배가 고파서, ~해서 ~해서 사실상 31과 1은 연속선의 같은 날들^^ 행복한 책읽기님 1월 1일도 시로 시작하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36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새해 벽두에 시 읽어주어 고마워요.^^

오거서 2022-01-02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38   좋아요 0 | URL
오거서님~~~님도 새해 복많이많이요. 올해도 신작 소개 야무지게 부탁드립니다. 작년 님은 scott님의 1일1클래식을 탄생시키셨습니다. 책만 소개했을뿐인데 말이죠.^^
 

20211230 한 더딘 독자의 시 읽기 

알라딘에서 선물이 당도했다. 무민 다이어리와 스누피 일력. 히야~~~~~ 살다 보니 이런 일이. 나는 그저 읽고 쓰고 올렸을 뿐인데, 선물도 준단 말인가. 알라딘 운영자로부터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잠시 잘못 온 게 아닌가 의심했다. 반백년을 사는 동안 달인도 마니아도 되어본 적이 없다. 책을 좋아해 늘 읽었지만, 여기 알라디너들처럼 읽고 쓰기를 무슨 놀이처럼 해본 적이 없다. <서재의 달인>은 그런 알라디너들만 되는 줄 알았더니, 히야~~~~ 나 같은 자에게도 당첨의 행운이 . . . . . . 그 행운에 박차를 가해준 이들이 있었으니 . . . . 바로 플친들이었다. 달인 선정 기준에 이런 항목이 들어 있었다.

2) 서재의 달인은 마이리뷰, 마이페이퍼, 100자평, 친구수, 팔로잉 수, 팔로워 수, '좋아요' 받은 횟수, '좋아요' 한 횟수 등을 가중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집계하며, 북플 마니아는 북플 출석횟수, 글작성수, 독보적 활동 내역, 각종 소셜 활동을 종합적으로 집계하여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친구가 되어 주고 '좋아요'를 눌러 주고 댓글을 달아준 플친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세상살이는, 하물며 온라인살이도, 나만 잘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했다. 지난 일 년간 알라딘 서재와 북플은 나에게 '멋진 신세계'였다. 플친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감사의 선물(과연 선물??)로 2021년 <시라는별>에 올린 시집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  『한라산』 『존재의 놀이』 

올해 '이산하'라는 시인을 만나 참 좋았다. 이이의 시집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읽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가장 좋았던 것은 내 머리와 가슴을 가장 크게 울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을 시로 쓴 역사였다. <한라산>은 제주 4.3사건을 "가스실 없는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악의 평범성>은 <한라산>의 문제의식을 현재 시점으로, <존재의 놀이>는 "아무런 모순 없이 나는 '나'라고 말할 수가 없"는 존재의 모순성을 시화했다. 리뷰에도 썼듯이 이산하는 "세상을 간절히 본 자의 저문 눈빛 같은 풍경"을 그려내는 시인이다. 

나에게 묻는다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2. 이산하 편역 시집 

『살아남은 자의 아픔』   『체 게바라 시집』 

프리모 레비 시집은 플친들 중 한 명인 율별엠제이님의 읽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친구 덕을 톡톡히 보았다.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는 읽다 내려놓았지만 이 시집은 예상을 깨고 묵직했지만 자알, 심지어 재미나게도 읽혔다. 여러 시에 저자 자신이나 편역자의 주석이 곁들여져 있어 시를 받아들이기에 편했다. 저자도 편역자도 절제되어 있고 담담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한 자(레비)의 고백과 그 비슷한 지점에 닿아본 자(이산하)의 감정 이입이 아름답다.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 추모시집 『체 게바라 시집』 은 언제나 민중의 편에 서고자 했던 결연했지만 번민했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게바라를 볼 수 있는 시집이었다. 
















3.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고백』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올해 이산하와 어깨를 견줄 만한 시집이 안도현 시집이었다. 호랑이도 곰도 아니면서 백일 뒤에 만나요~~~ 라고 짧은 인사를 날리고 사라져버린 syo님 덕에 알게 된 시집들. 국민 시인 안도현의 시들은 읽기에 편하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생활밀착형 시를 쓰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구수하고 따스하다. 안도현의 '시적인 순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시에서 묘사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는 대상의 현상을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묘사의 생생함이 대상의 본질에 이르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묘사를 통해 대상과 시적 화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고백> 201쪽) ​
















4. 이규리 시집 

『당신은 첫 눈입니까』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 두 시집도 syo의 페이퍼에서 발견한 것이다. 지난 해 12월 <당신은 첫 눈입니까>를 읽고 참 좋아서 내처 이전 시집까지 읽었더랬다. 이 시인의 시가 좋았던 것은 인간을 보는 눈은 예리하되 인간을 대하는 태도는 부드럽고, 삶의 속성은 날카롭게 파헤치되 삶을 살아내는 존재들은 다정하게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알고 있었을까 

불안이 꽃을 피운다는 걸 / 

. . . 

. . . 

흔들리면서 

일어나면서 /  ​불안도 꽃인 것을 (<불안도 꽃> 중)
















5.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시인하면 늘 떠오르는 글자가 '고독'이다. 시인이 죽기 2년 전에 출간되어서인지, 허 시인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같다는 느낌이 드는 시집이었다. 시인의 고독의 정수를 맛본 듯도 했다. 예전에 읽은 『혼자 가는 먼 집』 보다 훨씬 잘 읽혔고, 훨씬 저릿했다. 사람 간의 소통 불가를 꼬집는 시인의 서늘한 통찰이, 서늘한데 뭉클했던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당신들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 주기 때문이었다. 


잘 지내시길, 

이 세계의 모든 섬에서 

고독에게 악수를 청한 잊혀갈 손이여

별의 창백한 빛이여 (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중) ​








​​








6. 김상순  ​『살아 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허수경 시인과 달리 팝콘처럼 튀는 할머니 시인 김상순. 어미 김상순이 입으로 내뱉는 말들을 초등학교 교사 아들이 옮겨 쓴 말 혹은 시 모음집. 어미의 말 속에는 "생짜배기로 몸에 익힌 세상 이치"가 속속들이 박혀 있다. 꼭꼭 씹을수록 단맛이 쏙쏙 우러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삶의 고단함과 신산함을 지혜 듬뿍 밴 유머로 버무려버리는 김상순의 능청스러움에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흘러 나온다. 삶이 무거울 때, 우울할 때 수시로 펼쳐들고 싶은 책. ​
















7.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검은 노래』 

폴란드 태생의 노벨상 수상 시인 쉼보르스카를 알게 된 것은 올해 큰 수확이었다. <검은 노래>는 시인이 타계하고 며칠 후 시인의 책상 서랍 속에서 발견된 오래된 원고 뭉치를 편집한 시집이었다. 목적의식이 강한 사회주의리얼리즘에 경도된 시들이어서 생전 출간을 꺼려했다는데, 나로서는 새내기 시인의 풋풋한 생각과 고민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에는  『끝과 시작』 을 읽고 싶다. ​​


8. 이성복 『불화하는 말들』  『래여애반다라』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성복 시인의 『래여애반다라』 는 이규리 시집과 더불어 상반기에 가장 좋았던 시집이었다. <뒹구는 돌은 . . . > 은 한자가 너무 많아 결국 읽다 말았다. '오다, 서럽더라'의 뜻으로 해석되는 <<래여애반다라>>는 인생을 반백 년 이상 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이다. 이승에서 60년의 삶을 산 시인이 독자인 우리에게 '잘 지내십니까, 고단하시지요, 그래도 오늘 하루 용케 견디셨군요. 삶이 겨울 같지요, 그러나 언제고 봄은 온답니다.' 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발문을 쓴 나무조각가 홍경님처럼 나도  "여든두 편의 시와 함께 미소짓고 어깨 토닥이고 한숨 쉬고 손 잡아주고 눈물 글썽이고 쓸쓸해하고 다시 미소 짓기를 반복"했다.​















9. 김선우 『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시인에게선 언제나 사람 내음이 풀풀 난다. 우리가 우리 속의 비루함들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길, 그 길을 시인은 '연대'로 보는데, 그 연대를 이끄는 것이 대상을 향한 연민, 달리 말해 따스함일 것이다. 스산해지는 가을날 김선우 시들을 만나 손이 뜨듯해졌다.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










10. 백은선 『도움받는 기분』 

백은선 시인은 올해 처음 만났는데, 내년에 그의 시집을 더 읽어볼 생각이다. <<도움받는 기분>>은  '시로 쓴 고발극'에 가깝다. 이 세상의 부정하고, 부당하고, 어이 없고, 그래서 슬프고 아픈 일들을 직접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까발린다. 수록된 시들을 읽는 동안 시인이 "텅 빈 무대"에서 읽어준다는, 아니 고백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신이 아픔을 몰라서 

아픔을 줄 수 있다고 /  ​그렇게 믿자고 시에 썼습니다. (<해피엔드> 중) 











11. 에밀리 디킨슨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올해 디킨슨 시를 세 편 올렸다. 파시클 출판사에서 출간한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은 번역의 아쉬움이 좀 있지만 디킨슨 애서가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번역가이자 파시클 출판사 대표인 박혜란 씨가 디킨슨의 시들 중 자신이 특히 좋아하고, 독자들에게 "에밀리 디킨슨을 읽는 즐거움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시들을 골라 첫 권에 담았다. 원문도 함께 수록돼 있어 영시로 읽기를 원하는 독자는 디킨슨의 시가 가진 군더더기 없는 응축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시집이다. 



군함 없이도 책 한 권이면 돼

우리를 멀리 대륙으로 데려다주지 

군마 없이도 한 페이지면 돼 

시를 활보하지ㅡ

이런 횡단이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갈 수 있지 

통행료 압박도 없고ㅡ

인간의 영혼을 실을 

전차인데 이다지도 검소하다니ㅡ





12. 장영희 『생일 그리고 축복』 

장영희 선생님은 내 은사님이었다. 영미시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시선집이다. 올해 이 시집에서 랭스턴 휴스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로버트 프루스트의 <가지 못한 길>, 에밀리 디킨슨의 <희망은 한 마리 새>를 올렸다. scott님 덕에 '할렘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랭스턴 휴스를 알게 되어  '니그로, 강에 대해 말하다 The Negro Speaks of Rivers''를 읽을 수 있어 기뻤다. 













13.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포옹』 

내 이십대의 어두운 터널을 같이 걸어주었던 정호승 시인을 올해 <봄길>이란 시를 통해 24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의 시들은 나에게 이런 역할을 했었다. 



"이번 시집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희망 없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시가 나를 구원해주지는 않았으나, 나를 늘 위무해주었다. 혹시 이 시집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나처럼 위무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더 좋은 일은 없겠다." 







14. 박성우  『자두나무 장류장』 

폴스타프님 리뷰에서 만난 시집. 이 시집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푸근한 시집이었다. 가문 날의 단비처럼 읽히는 시집이었다.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멀리, 에둘러 가지 않는다.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세상의 이모저모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 세상은 시인의 고향이자 시골 내음 풀풀 풍기는 전북 정읍. 그 세상 속 주인공들은 노루, 고라니, 닭, 소, 딱따구리, 오리알, 누에, 물까치, 이팝나무, 자두나무, 감나무, 해바라기, 참깨, 마늘밭, 살구나무, 목단꽃, 애호박, 풀과 소똥 같은 자연과 한천댁, 청동댁, 구복리댁, 윗집할매, 늙은 작부, 청암양반 같은 동네 사람들. 안도현 시인처럼 박성우 시인도 땅에 밀착해 시를 쓴다.














15.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강성은 시집은 기괴한 글을 좋아하는 친구 추천으로 대출해 읽다 결국 책을 덮어 버렸다. 나의 이해를 초월하는 시구들 범벅이어서 도저히 읽어낼 수 없었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과연?? 


​​












16. 메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 <<기러기>> 
















17. 오은 <유에서 유>  .  17. 류시화 엮음 <마음챙김의 시>

















헥헥헥. 이렇게 정리해서 올리는 거 무지무지 힘듭니다. 플친 여러분 진정 존경합니다. 한 해 동안 감사드리고 2022년에도 즐겁게, 잼나게, 신 나게 책 읽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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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30 18: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 시 넘 좋아합니다. 행복한 책읽기님이 이렇게 올리신 시들 다 좋은데요. 이걸 다 정리하시다니 👍 김선우시집은 사서 아이 기숙사 짐에 넣어줫는데 감감무소식. 읽었겠죠? ㅎㅎ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시를 읽고싶게 하는 리뷰입니다 ㅎㅎ 넵! 행복한 책읽기님 내년에도 행복하게 같이 읽어요 *^^* 즐거운 연말 보내시구요 ~~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2:18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이규리 시집 읽으셨군요. 김선우 시집까지. 방가방가에요. 저는 미니님 올리는 책들을 아예 모르더라는. 그런데 미니님 리뷰 읽고 막 아는 척할수 있어 넘 좋더라구요.^^ 네. 내년에도 즐겁게 읽어요. 하반기에 미니님이랑 친구 맺어 많이 배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미미 2021-12-30 20: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지를 찜해두었다가 한권씩 읽어보고싶네요~♡♡
한해동안 <시라는 별>의 안내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행복하고 정다운 시간을 함께 이어가기로해요. 연말 건강하고 훈훈한시간 보내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2:21   좋아요 3 | URL
미미님. 일찍부터 친구되어 댓글 많이 달아주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저 첨에 넘 어리버리했는데, 북플 길잡이 되어주셨다는^^ 묵직한 열정이 느껴지는 미미님, 새해에도 정겨운 시간들 이어가 보아요.^^

페넬로페 2021-12-30 20: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행복한책읽기님 말씀에 넘 공감해요^^세상살이에 나만 잘한다고 잘 되는게 아닌거요~~
1년동안 시를 한 편도 읽지 않은 사람 여기 있습니다^^
내년엔 여기 소개하신 책 중 꼭 두 권 읽어볼께요~~약 속^^
근데 책읽기님께서 읽다 만 ‘뒹구는 돌~~‘
저희집에 있어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2:25   좋아요 4 | URL
역시. 아시는군요. 혼자서는 안된다는 걸요. 내년에 두 권 읽겠다 하셨으니 지켜봐야쥐요~~약속 다 지키신 날 지는 선물을 쏘겠습니당~~~^^

scott 2021-12-30 21: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동안 책읽기님이 올려 주신 시들 읽으면서 시집을 구독 하듯 땡투를 차곡 차곡!
<시라는 별> 내년 2022년 구독 신청 합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2:57   좋아요 4 | URL
아항. 제 땡투 적립금 scott님이 쏘신 거로군요. 감솨감솨. 서재에 페이퍼 쓰는 법 알려주신 분이 scott님이셨어요. 저 첨에 알라딘 직원분인 줄 알았다는 ㅋㅋㅋ 내년엔 저도 scott님처럼 시 암송에 도전해볼까 봐요. 죄다 잊어버려 정리를 해본거랍니당. 한 해 동안 구독해주셔 감솨합니당^^

책읽는나무 2021-12-30 22:1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행복한 책읽기님이 달인이 되신 거에요^^
시에 진심이신 행책님!!!
복 많이 받으세요!!!!
예쁜 따님과 늠름하고 귀여운 아드님, 일머리도 좋으시고,손도 빠르신 옆지기상 대상감인 남편님도 모두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요!!!!
내년엔 저도 시집을 좀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2:59   좋아요 5 | URL
아. 그런건가요. 그래서 달인이. . . 시에 대한 제 진심이 나무님께도 전달되었다니, 참 기쁩니다. 게다가 저희집 예쁜딸, 귀요미아들, 일머리옆지기까지 기억해주시다니. 나무님 뇌용량 완전 부럽습니다.^^ 감사해요. 새해에도 즐독해요^~~~^

희선 2021-12-31 02: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해 동안 만나신 시집 정리라니 대단하네요 시간 많이 걸렸겠습니다 저는 늘 컴퓨터로 쓰는데 스마트폰으로 글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짧은 글이라면 괜찮아도 긴 글이라면 힘들 듯한데, 다들 대단하네요 행복한책읽기 님도... 새해에도 신 나게 책 만나면 좋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3:02   좋아요 3 | URL
저도 이건 노트북으로 작성했어요. 제 노트북 사양이 구형이라 속도 느려요. 하여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는 ㅡㅡ 대단하다 해주셔 어깨 으쓱해졌습니다. 저는 사실 스폰 없이 희선님이 훨~~씬 대단해 보인답니다. 내년에도 자주 만나요~~^^

새파랑 2021-12-31 07: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읽기님하면 시~!! 시 좋아하는 분들 보면 너무 멋짐입니다~!! 저도 여기 나온 시집 꼭 찾아 읽어봐야 겠어요. 마지막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

행복한책읽기 2021-12-31 23:05   좋아요 4 | URL
제가 독서길을 찾은 듯요 ㅋㅋ 근데 새파랑님 1일1소설 읽어내는 것에 비하면 속도가 ㅡㅡ 더욱 분발하고 싶지만 역량이 허락치 않아 고저, 새파랑님 뒤만 보며 내년에도 걸을게요. 새파랑님에게 꼬박 댓글친!! 상을 수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