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8 #시라는별 66 

나의 떨켜 
- 이산하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연습하고 
잎은 떨어지는 힘으로 삶을 연습한다. 
헝클어진 뿌리들도 자세히 보면 
그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그 어느 잔뿌리 하나 쓸모없는 게 있던가. 

사람이 죽으면 가장 깊은 정으로 맺힌 부위가 
가장 먼저 썩는다지만 썩어서 나무들의 떨켜처럼 
제 목숨의 무게만큼만 돋아나지 않더냐. 
나는 내 몸에 돋은 떨켜를 모두 떼어내 
나를 멸종시켜버린다. 


‘떨켜‘는 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을 말한다. 주말에 관악산을 다시 찾았더니 알록달록 예쁘게 산을 물들여놓았던 나뭇잎들이 일주일만에 거의 지고 없었다. 이산하 시인의  『존재의 놀이』에 수록된 이 시가 떠올랐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연습하고 
잎은 떨어지는 힘으로 삶을 연습한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나도 한 그루 가을 나무. 몸의 어떤 부위가 삐거덕거릴 때면 잎이 투두투둑 떨어지는 가을 나무 같다. 죽음 또한 이전과 사뭇 다르게 성큼 다가온 듯한 느낌에 사시나무 떨듯 몸과 맘이 부르르 떨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떨어지는 힘으로˝ 살고 싶은 나무에 가깝다. 우리네 삶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기에 사실 연습이 불가하지만, 잎을 떨어뜨리듯 악착 같이 부여잡고 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내려놓으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잎이 떨어진 자리,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지점에 돋아나는 ‘떨켜‘. ˝떨어지는 힘˝으로 생겨난 세포층. 이산하 시인은 자신의 ˝몸에 돋은 떨켜를 모두 떼어내 / 나를 멸종시켜˝ 버리겠다 말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멸종시켜 버릴 수가 없다. 추락을 사는 힘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생은 아물지 않는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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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8 11: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11월의 시~
행복한 책읽기님이 올려주신 시어 속에 오늘의 감사와 내일의 희망을 품으며
마지막 사진 속 붉은 열매 처럼
행복한 책읽기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ㅅ^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42   좋아요 4 | URL
요즘 손이 넘 저려요. 목디스크가 도져서 핸폰도 들고 있기 힘들다는 ㅠㅠㅠ 건강하고 싶어 다시 치료 받으러 다닙니다. scott님 감사해요^^

미미 2021-11-08 13: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을을 잘 포착하신 행복한 책읽기님~♡ 벼랑의 꽃이 먼저 피나봐요. 이 글을 읽고나니 포착하는 시인의 삶은 분명 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45   좋아요 3 | URL
벼랑이 볕이 잘 들어 그렇겠죠. 위태로워 더 바쁘게 피는 꽃. 사람살이는 평지 꽃처럼 느긋하게 피어나면 좋겠어요. 그죠^^

새파랑 2021-11-08 1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연습하고, 잎은 떨어지는 힘으르 삶을 연습한다니 너무 멋진 문장이네요 ㅜㅜ 역시 시인의 언어란 울림이 있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47   좋아요 4 | URL
시인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 지는 읽기만 합니다. 허나 감상할 줄 아는 독자도 멋진 거겠죠. 공유로 공명하니 울리겠죠^^

mini74 2021-11-08 17: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통통 튕기는 공처럼 살아간다면 떨어지는 힘으로 더 높이오를텐데. 높이 오르는게 다 좋진 않지만요. 가을도 다 가나봐요. 이파리 하나 남은 나무 운치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50   좋아요 5 | URL
와. 통통 튀는 공처럼!!! 생각해보니 저 한때 그렇게 살았던것 같아요. 지금은 바람 빠진 공.^^;;; 근데 말씀대로 높이 오르는게 좋지만은 않다고 하신 것처럼 낮은 곳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듯해요. 인생의 가을도 즐겨보려구요^^

얄라알라 2021-11-10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 덕분에 이산하 작가님의 시를 듣고,
시와 어쩌면 이렇게 사진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요? 감동입니다.

2021-11-1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12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1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1 #시라는별 65 

어긋나는 생 
- 이산하 

내 몸에 나 있는 흉터들 
내 몸에 묻어 있는 먼지들 
이런 것들이 불현듯 나를 일깨운다 
오늘 아침 
그 먼지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몸의 흉터 무늬와 너무 닮아 있었다. 

아하, 
세월을 상기시키는 것과 
세월을 덮어버리는 것이 
이토록 서로 맞물려 있다니, 
어긋나는 생들이여
그 어긋남이 오히려 더 아름답지 않은가. 


대개의 시인들이 그렇겠지만, 이산하의 시를 읽노라면 이 시인은 ‘구도자‘ 같다는 인상이 유독 짙게 풍긴다. <어긋나는 생>은 이산하가 자기 인생의 ˝잔잔했던˝ 시기라고 말한 서른 후반에 쓴 시이다. 아침에 눈을 떠 제 ˝몸에 나 있는 흉터들˝과 제 ˝몸에 묻어 있는 먼지들˝로 하루를 각성 모드로 시작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내 몸에 새겨진 흉터는 지난 세월의 상처일 것이다. 상처는 드러내 치료함이 가장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싶은 상처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숨기려 했던 자리에 먼지가 쌓인다. ˝내 몸의 흉터 자리와 너무나 닮˝은 ˝먼지들˝. 숨기고자 한 것은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는 역설. ˝세월을 상기시키는 것과 / 세월을 덮어버리는 것이˝ 서로 맞물려 ˝어긋나는 생˝을 그리는 것. 그래서 생이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

오늘 아침 나 또한 비슷한 체험을 했다. 어제는 관악산에 다녀왔다. 두 번의 설악과 한 번의 지리 산행으로 단련이 되었던지 해발 632m의 관악산 등반이 수월했다. 다섯 시간을 오르고내리는 동안 몸이 어찌나 가벼운지, 오호, 이런 경쾌함이라면 에베레스트도 오르겠는걸 하는 기고만장한 마음까지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오호 통째라. 아침에 일어나니 삭신이 구석구석 쑤시지 아니한가. 무엇보다 종아리 근육이 땅땅하니 뭉쳐 있었다.

기쁨을 상기시키는 것과 기쁨을 덮어버리는 것이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산행. 그 어긋남 때문에 나는 또 산으로 갈 것 같다. 가을 관악은 벗은 몸뚱이 하나로 버티고 지내야 할 추운 겨울을 앞두고 아름다움의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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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1 1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등!
행복한 책읽기님 해피 11월!🍁🍂

행복한책읽기 2021-11-02 00:08   좋아요 0 | URL
scott님 11월에도 건강하세요~~~ 11월에도 음악이랑 책이랑 영화랑 놀게 해주세요~~~^^

막시무스 2021-11-01 1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베레스트까지 고고고 하시죠!ㅎ 관악산도 단풍이 정말 멋지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2 00:09   좋아요 1 | URL
저 진짜 가고 싶어요. 17년전 꿈꾸었다가 접어놓았는데, 슬금슬금 고개를 듭니다. 네팔 포카라부터 가볼까봐요. 일단 체력과 머니를 준비하겠음요^^

라로 2021-11-01 15: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넘 멋져요!! 책님 덕분에 시를 읽게 됩니다. 책님 말고 시님이라고 불러드릴까봐요..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1-02 00:10   좋아요 0 | URL
얼라, 시님이라. 안 그래도 닉넴 길어서 변경할까 고민중인데. 라로님이 제 맘을 들여다보신걸까요^^

붕붕툐툐 2021-11-01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관악산이면 저희집 가까운 산이잖아요!! 가까이 오신 것만으로도 너무 좋네용!!🐱

행복한책읽기 2021-11-02 00:13   좋아요 1 | URL
넷?? 직장은 오산. 집은 관악산 아래. 오호. 산을 오를 수밖에 없는 툐툐님이셨군요. 담번에 연락을^^. 아, 참. 저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 해보려구요. 한 10년 계획으루다. 어제 관악산 인증 완료!!^^

붕붕툐툐 2021-11-02 07:06   좋아요 0 | URL
우왕~ 행책님의 블야100을 응원합니다!! 관악산은 아주 껌으로 인증하셨..ㅎㅎㅎㅎ
 

20211029 #시라는별 64 

고사목 
- 이산하 

바로 저기가 정상인데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저기 고사목 지대가 있다. 
무성했던 가지들과 
푸른 잎들 떠나보내고 
제 몸마저 빠져나가버린
오직 혼으로만 서 있는 
한라산의 고사목들 . . . . . . 
천둥 같은 그리움인 듯 
폭설 같은 슬픔인 듯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이산하 시인의  『존재의 놀이』 를 느리게, 정말로 느리게 읽고 있다. 시인의 최신작인 『악의 평범성』 이 너무 좋아 내쳐  『한라산』 을 읽었고, 이어서 시인의 첫 시집인 이 책까지 구매해 버렸다. 아무래도 이산하의 책들은 모조리 찾아 읽지 싶다. 다음은 1999년도판 <시인의 말>의 일부다.

‘첫 시집‘인 듯하다. 
1부는 내가 잔잔했던 최근(1998년 봄~1999년 봄)의 작품들이고 
2부는 내가 출렁거렸던 약 20년 전(1977년봄~1985년 봄)에 쓴 것들이다. 
그 ‘잔잔함‘과 그 ‘출렁거림‘ 사이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처럼 
너무 아득하다. 
벌써 가슴이 뜨거워져온다. 

문학동네가 1996년 절판되어 명성으로만 남아 있는 옛 시집 복간 기획으로 시작한 ‘포에지 2000‘ 시리즈를 재개했다.  『존재의 놀이』 도 이 기획으로 되살아났다. 개정판 <시인의 말>에서 이산하 시인이 기뻐하는 목소리를 냈다.

편집자와의 착오로 
바뀐 시집 제목을
22년 만에 
바로 잡아 다행이다.

1999년도판 시집 제목은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였다. 이 제목은 아마 초판본 <시인의 말>과 제주도 한라산의 고사목들을 노래한 <고사목>에서 따온 듯하다.

나는 한라산 대신 17년만에 지리산 천왕봉을 밟았다. 설악산 만경대가 오랜 시간 내 속에 불씨로 남아 있던 등반 열정에 불을 지펴 기어이 설악 대청봉을 찍고 끝내 지리산 천왕봉까지 오르게 만들었다.

지리산 고사목은 17년 전 등린이였던 나를 사로잡았던 나무였다. 고사목은 해발 1600고지쯤 이르러야 만날 수 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숨은 턱까지 차 올라, 시인의 말대로 그만 딱 주저앉고만 싶을 때 두 눈 번쩍 뜨이게 하는 존재가 바로 고사목들이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산다는 주목나무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감동. 너희들은 대체 무슨 힘이 남아, 아니 무슨 한이 남아 죽어서도 산다니, 그것도 천 년씩이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무성했던˝ ˝푸른 잎들 떠나보내고˝ 가느다랗고 허연 몸뚱이로 그 바람 부는 높은 곳에 버티고 선 자태가 무척이나 경이로웠다.

지리산 제석봉(1800고지) 고사목 군락지에는 슬픈 내력이 있다. 한때 울창한 숲을 이루었던 이곳은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 묘지는 언제나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만든다. ˝제 몸마저˝ 빼놓고 ˝오직 혼으로만 서 있는˝ 나무들. ˝죽어서도 썩지 않는 나무들˝. 그 까닭은 살았을 적 푸른 가지들의 길이만큼 뿌리가 땅 속 깊이 깊이 박히기 때문이라고, 같이 산행을 한 숲 해설가가 설명해 주었다.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산 시간만큼 죽어서도 사는 거였구나.

17년만에 찾은 제석봉에는 고사목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죽음 속 삶이 버거웠던지, ˝혼으로만 서˝ 있기 힘겨웠던지, 많이들 자취를 감췄다. 그래, 그네들에게도 온전한 쉼이 허락되어야 한다.

나는 다시 찾은 설악과 지리에서 내 생의 숨구멍을 찾았다. 

20211023 지리 산행 
산행구간: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1915m) ~ 장터목 ~ 세석 ~ 한신계곡 ~ 백무동
산행거리: 약 25km(후덜덜)
산행시간: 14시간 30분(04시 출발 18시 30분 종료. 뜨아아~~~)
산행걸음: 약 4만 7천보(신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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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0-29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고적한 곳에서 고사목들은 자기들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군요! 읽고 또 읽고픈 글입니다요~♡

행복한책읽기 2021-10-29 16:33   좋아요 3 | URL
고사목들이 펼치는 예술세계. 와. 멋진 표현이에요. 저도 읽고 또 읽게 돼요^^

새파랑 2021-10-29 12: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산정상은 벌써 가을이지나서 겨울 느낌이 나네요~! 등산의 선생님 책읽기님이군요~!! 시도 산에 관한 시라니 ^^

행복한책읽기 2021-10-29 16:36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정상 부근은 이미 겨울. 근데 등산의 선생님이라니. 과찬이십니다. 간만의 높은 산이라 제가 꼴찌를 고수했답니다. ㅋ

mini74 2021-10-29 1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 시간만큼 죽어서도 사는 고사목이라니ㅠㅠ 숙연해지는데요. 사진들 속 쨍한 파랑이 참 좋아요 *^^*

행복한책읽기 2021-10-30 00:24   좋아요 1 | URL
그죠. 저 파랑은 지리산 파랑이에요. 하늘색도 노을빛도 달빛깔도 산마다 조금씩 다른데. 설악의 달빛은 괴기한 분홍빛이었구요. 지리의 달빛은 은은한 보라빛이었어요. 고사목들은 말씀대로 존재 자체가 숙연함을 느끼게 하네요.

붕붕툐툐 2021-10-29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야~ 24km라닛!! 등산어르신의 등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합니다!! 저도 이산하 시인 너무 좋아요!!
모든 시집 다 읽고 싶습니다!! 저 아마도 한라산 등반할 기회가 곧 올 거 같아요!! 너무 너무 기대가 됩니다!! 설악산 대청봉, 지리산 천왕봉도 절 기다려 주겠죠??
행책님의 독서와 등산을 응원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30 00:28   좋아요 2 | URL
ㅎㅎㅎ 지두 이번에 나 아직 솰아있네!! 저 자신에게 좀 감탄했어요. 툐툐님 한라산 곧 가실 것 같다고요?? 으메. 따라붙고 싶어라.^^ 설악. 지리. 당근 그들은 늘 그 자리서 산꾼들을 기다려준다죠.^^ 지두 툐툐님 응원합니다. 이산하 시인 애독자여서 더욱 신 납니다~~~~^^

희선 2021-10-30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어서도 사는 나무라니... 산에 있어서 그렇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죽은지 알았던 나무가 다시 움을 틔우기도 했어요 아주 죽은 게 아니고 오랫동안 잠을 잔 건지... 나무는 대단해요 잘 모르지만...

오랜 시간 산에 오르셨군요 그렇게 올라서 기분 좋으셨겠습니다 파란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1-01 11:17   좋아요 0 | URL
그죠. 고사목 뿐 아니라 모든 나무가 참 대단하것 같아요. 저는 산에 가면 힘든데 참 기분이 좋아요. 희선님도 다녀보심이^^;;
 















등린이 붕붕툐툐님을 위한 특별 페이퍼^^  등른이는 (등산과 어른을 조합한 말^^) 


20211016 설악 대청봉 등정

산행구간: 한계령휴게소 ~ 한계령 삼거리 ~ 중청대피소 ~ 대청봉(1708m) ~ 설악폭포 ~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13.2km (실제는 훨씬 길었을 것으로 추정) 

산행시간: 11시간 30분 / 등산 7시간 하산 4시간 30분 (오 마이 가드)

산행걸음: 약3만 8천보 

요즘 등산에 맞들린 붕붕툐툐님의 글을 읽으며 17년 전 내가 산에 입문하여 룰루랄라 산을 올랐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고 있다. 3주 전 설악산 만경대에 올랐을 때 살 것 같다는 느낌과 더불어 내 오춘기 탈출은 이것이겠다는 느낌이 번개처럼 찾아들었다. 하여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겠다는 야물딱진 계획을 세우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 . . . . . 설악산 대청봉을 하루만에 오르기엔 내 체력과 속도가 대중교통 시간과 맞지 않았다. 날마다 애를 태우는 내 모습을 본 옆지기가 넌지시 제안했다. 

ㅡ 내가 가주리? 

ㅡ 진짜? 나야 그래 주면 고맙지. 

ㅡ 새벽부터 산행하면 얼추 네다섯 시에 떨어지겠지. 10시간이면 되지 않겠어. 

참고로 옆지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산을 다니기 시작하여 이십 대는 본격적으로 산을 타다 암벽의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산에서 만났다. 17년 전 산에 빠지기 시작한 내가 이 산 저 산 다니던 중 북한산 칼바위를 가고 싶어 친한 오라버니에게 길잡이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 오라버니는 길잡이 뿐 아니라 일곱 난쟁이를 데려와 중매쟁이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그리하여 지금의 옆지기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가 되고 말았다는 우픈 사연. 어쨌거나 옆지기는 한때 북한산 날다람쥐였다. 

새벽 2시 기상. 새벽 5시 30분 설악산 오색 주차장 도착. 6시 한계령 휴게소에서 산행 시작. 당일치기로 대청봉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한계령에서 오색, 또는 오색에서 한계령 구간이다. 짧은 만큼 경사가 가파르고, 악산이라 바위 투성이다. 


오늘의 코스

 


보라. 입구부터 긴긴 계단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이후론 바위 투성이의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이런 험한 구간을 오르는 동안 운무가 우리 뒤를 따라 올라왔고, 구름 사이로 해님이 고개를 내밀었으며, 깔딱 고개 넘어설 때마다 설악의 웅장한 산세가 펼쳐졌다. 




그리고 산에는 거의 매번 바람이 분다. 맑고 쾌청한 날, 설악의 바람은 어마무시하게 무섭다. 17년 전 가을 설악에서 바람을 처음 접하고 나는 이렇게 표현했다. "설악의 바람은 소리로 제 존재를 먼저 알린다." 깊~~~은 골짜기를 타고 바람이 올라온다. 스스스스. 쉬쉬쉬쉬. 쉬이익쉬이익. 휘이익휘이익. 그러고는 귀싸대기를 날린다. 처~얼~썩. 시원하게 아프다. 이날 설악의 바람은 진군하는 군화발 소리가 아닌 쏴아거리는 파도 소리로 산행의 동무가 되어 주었다. 산에 들면 바다와 조우할 수 있다. 들어 보라! 고 하고 싶은데 동영상 지원이 안 되는구나. ㅠㅠㅠ 


드뎌 대청봉이 보인다. 여기 이 자리. 중청 대피소와 대청봉이 한눈에 잡히는 이 자리에서 반드시 사진을 찍으시라. 어떻게 찍어도 아름다우니.

 


고백하노니,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들, 그들 중 한 곳이 천화대라는 불리는 곳이다. 새하얀 바위부리들이 마치 하늘에 핀 꽃송이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옆지기의 꿈 중 하나는 부부 암벽 등반이었다. 나를 클라이머로 등극시키고자 결혼하고 얼마 후 저곳으로 데려갔다. 해발 1600고지에서 나는 하늘에 핀 꽃송이에 내 오줌을 선사했고, 옆지기에게는 나를 버리고 바위를 탈래, 나를 놔두고 바위에 오를래 선택권을 주었다. 그는 후자를 택하는 오류를 범했고, 한동안 지인들과만 바위를 타다 아이들과 함께 산에 가느라 오랜 시간 클라이밍을 접고 살았다.  

 


드디어 대청!!! 왔노라 찍었노라 보았노라. ^^ 일곱 시간만의 쾌거. 대청의 바람은 대개 가녀린 여인의 몸뚱이쯤 날려버릴 기세로 드세다. 오늘은 웬일, 저리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바람이 순했다.  


하산길에 만난 설악의 단풍. 올해 단풍은 예쁘지 않다고 등산객들이 너나없이 말하지만, 어떻게 물이 들든 어쨌든 물이 들며 변해가는 잎들은 그 자체로 예쁘다.  


하산길에 계곡을 만나면 꼭 신발끈을 풀고 차디찬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그러면 걷느라 화끈화끈해진 발의 피로가 눈 녹듯 사그라든다. 그 상쾌함으로 다시 힘을 내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이번에는 계곡물의 약발이 오래 가지 못했다. 하산길은 통증과 울음의 연속이었다. 어깨는 욱신거리고, 허리는 뻐근하고,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무릎은 쑤시다 못해 면도칼이 헤집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간신히, 정말로 간신히 탐방지원센터에 당도했을 때, 나는 당일치기 대청봉 산행은 오늘로 쫑!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한 산행. 그럼에도, 그랬기에, 더더욱 강렬했다. 나의 산행은 계속되리~~~~ 툐툐님 같이 가요 ~~~~ ^^  


그리고 17년 전 산에서 만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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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0-18 0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단기 알바로 좀 바빠요. 플친들 서재 못 기웃거려 아쉬움 아쉬움.^^;;;

새파랑 2021-10-18 08: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지네요~!! 사진으로 보는 책읽기님에게서 산악인의 느낌이 납니다 ^^ 멋져요 👍

행복한책읽기 2021-10-18 10:20   좋아요 5 | URL
그리 말해주셔 쑥쓰쑥쓰.^^ 한데, 당신은 왜케 하나도 안힘들어 보여? 물으니 옆지기왈, 나는 샨악인 그댄 관광객이라. ㅋ 저는 정말 관광객 모드에 멈춰 있는데, 이런 널레널레가 좋아요^^

미미 2021-10-18 10: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두분 너무 보기좋아요~😍북한산 날다람쥐와 결혼하시다니 산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알겠어요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0-18 15:11   좋아요 3 | URL
흠. 이분이 산에선 좀 괜찮은데, 내려오시면 욱쟁이로 돌변합니다. 문제는 산 아래서 사는 삶이 길다는 거죠. 보기 좋은 건 딱 저기서만^^;;;

scott 2021-10-18 1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자연을 사랑해서 산을 올라가다가 사랑에 빠지신 두 분! 높고 푸르른 산이 세상에 존재 하는 한 두분 💖 영원히 ^ㅅ^

행복한책읽기 2021-10-18 15:19   좋아요 3 | URL
북한산 산신령이 잘못 점지해줬다며, 서로 한숨 쉴 때가 많답니다. 산처럼 듬직하고픈데 쉽지 않습니다^^;;

페넬로페 2021-10-18 11: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님께서도 진정한 산악인이셨네요~~
산에서 두분이 만나시고 넘 로맨틱하고요^^
책도 산을 닮아보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18 15:22   좋아요 4 | URL
책과 산!! 책을 산처럼 쌓아 산~책을 하고파요~~~^^ 저희부부 스토리는 시작은 로맨틱했는데, 쭈욱 이어지진 않네요. 부부의 세계가 그런 거겠죠.^^;;

막시무스 2021-10-18 12: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님의 행복한 결혼기도 설악산 산행기도 잘 보았습니다.ㅎ 저런 코스를 오르시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ㅎ 설악산의 날선 능선들과 하늘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고, 특히나 올해 시작된 단풍사진도 반갑구요!ㅎ. 리커버리 잘 하시고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행복한책읽기 2021-10-18 15:27   좋아요 4 | URL
막시무스님은 거뜬히 오르실 것 같아요. 프로필 사진, 만날 뛰시잖아요. 설악산 날선 능선을 폴짝폴짝 뛰어넘을 듯한. 막시무스님 물드는 가을, 만끽하세요~~^^

붕붕툐툐 2021-10-18 12: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끼악!!!!!!!!
떤배님!!!!!!!
저 좀 전에 등산 일기 쓰고 봤더니 이 글이 뙇!!!!!
대청봉! 대청봉!!! 꿈의 대청봉입니다. 저도 등른이가 되면 가장 가보고 싶은 바로 그곳!!!!
아~ 단풍도 아름답고, 두 분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마저 산에서 러브 스토리가 생길 것만 같은 이 두근거림!!!
행책님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용~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ㅎㅎㅎㅎ
같이 가요, 꼭용~❤❤❤

행복한책읽기 2021-10-18 15:33   좋아요 3 | URL
저는 툐툐님이 제 추억을 소환해주어, 발이 근질거리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해주어 넘 고맙답니다. 출발선에 선 이들의 설렘이 툐툐님 글에 가득해서 미소가 자꾸 떠오르거든요. 대청봉은 대피소 다시 문 열면 1박 2일로 갑시다요~~~^^

mini74 2021-10-18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한산 날다람쥐와 북한산 백설공주의 만남인가요. 무슨 간첩접선하는느낌은 들지만 ㅎㅎ 뭔가 땀내나는 로맨슨데요 ~~ 글을 읽으면서 저도 책읽기님과 같이 산에 오르는 느낌, 계곡물과 산바람이 글과 사진에 담긴 것 같아요 👍

행복한책읽기 2021-10-19 21:16   좋아요 1 | URL
ㅋㅋㅋ 땀내나는 로맨스. 정말 딱인 표현이에요. 저랑 같이 산에 오르는 느낌이셨다니, 넘 좋아요. 딱 그걸 바랐거든요.^^

얄라알라 2021-10-23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17년 전˝ 이번 포스팅에서도 ˝17˝

행복한 책읽기님께 굉장히 전환적 의미를 지녔던 17년 전 이벤트가 있으셨나봐요.

^^ 저희는 서로 주소만 두드려보고 약속을 미루고 있네요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0-27 14:35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제가 17년전 등린이로 산빠가 됐었거든요. 좀 미쳐 다녔네요. 문 두드리러 갈게요~~^^
 

20211011 #시라는별 63 

살구나무 발전소 
- 안도현 

살구꽃 . . . . . . 
살구꽃 . . . . . . 

그 많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밤에도 가지마다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 매어다는 걸 봐 

생각나지, 하루종일 벌떼들이 윙윙거리던 거,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도 
저깃줄은 그렇게 울었지 

그래, 
살구나무 어디인가에는 틀림없이 
살구꽃에다 불을 밝히는 발전소가 있을 거야 

낯에도 살구꽃 . . . . . . 
밤에도 살구꽃 . . . . . . 


안도현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를 거의 다 읽었다. 이 시집은 1961년생인 시인이 만으로 마흔이 되었을 때 출간되었다.

때때로 울컥, 가슴을 치미는 것 때문에
흐르는 강물 위에 돌을 던지던 시절은 갔다

시절은 갔다, 라고 쓸 때
그때가 바야흐로 마흔 살이다 (<마흔 살> 중) 

˝시절은 갔다˝ 라는 의미를 나는 저 나이에는 느끼지 못했고, 그로부터 십 년이 넘는 세월이 더 흐른 요즘에야 매일, 조금 섬뜩하게 느끼며 산다. 그리고 내 어미는 그 시절을 어찌 견디며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무시로 든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미 대신 시어머니가 대신 해주신 답변은 이러했다. ˝그런 거 느낄 새가 어딨었갔니. 애 새끼들 밥 굶기지 않으려고 일하기 바빠 죽갔는디 . . .˝ 내 어미의 삶은 시엄니의 삶과는 달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돈벌리는 재미에 살구나무에 꽃들을 ˝알전구˝처럼 피어 올렸다. 그 시절 내 어미의 몸속에는 ˝살구꽃에다 불을 밝히는 발전소˝ 같은 것이 있어 날마다 벌떼같은 사람들이 들끓었다.

그 시절은 갔다. 영영 갔다. 내 어미 나무는 자가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잃어 더 이상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씩 켜지 못하고 몇 개만 간신히 매단 채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내 어미는 충분히 열심히 꽃을 피어 올렸으니, 이제는 ˝야금야금
자신을 갉아먹는 벌레들˝(<살구나무가 주는 것들>)에게 자신의 이파리와 몸통을 내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주 많이 늙어가는 이들에게까지 끝끝내 곧게, 곱게 살라는 건 너무 가혹한 요구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엄마에게 다녀왔다. 코로나로 오랜 시간 엄마와 딸이 같이 누워 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 요양원 측에서 독방을 내주며 하는 말, ˝엄마 품에 안겨 한 시간 정도 같이 자요.˝ 물론 어미는 몸이 아파 쉬이 잠들지 못했고, 나는 어미의 아픈 몸을 주무느니라 잠들 수 없었다. 정신이 깜박깜박 하는 와중에 어미가 내 어떤 물음에 명쾌하게 답을 해주었다.
ㅡ 엄마, 나 키우면서 뭐가 젤 힘들었어?  
ㅡ 요기 3분, 조기 3분, 저짝에 3분. 정신을 쏘옥 빼놓는 게 젤 힘들었재. 
ㅡ 근데, 왜 야단 치지 않았어. 딱 부러지게 혼을 내지 그랬어. 
ㅡ 하이고, 엄마만 보면 좋다고 헤헤거리며 다가오는데 우째 혼을 내노. 
ㅡ 내가 그랬어? 내가 엄마 좋다고 헤헤거렸어? 
ㅡ 하모, 그랬재. 

이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내가 모르는 나였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엄마 품을 찾는 아이가 아니었고,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다가가기에 매정한 엄마였다. 그랬던 시절도 갔다. 지금은 내가 모르는 어린 나를 우쭈쭈하며 안아주고 업어주고 달래주었을 어미를 상상할 줄 아는 나이 든 내가 있다. 나는 이런 내가 썩 괜찮고, 발전소 문을 닫으려 하는 늙은 어미의 마르고 퍼석한 몸뚱이를 만지며 내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주목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사는 나무라고 한다. 사람도 죽어 천년을 살지 모른다. 우리의 몸속엔 어미의 어미의 어미의 어미의 어미의 . . . 피가 흐르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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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1 10: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살구나무 시와 시절은 갔다 라는 말이 왠지 슬프게 다가오네요 ㅜㅜ 책읽기님 그래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신거 같아 다행이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10-12 01:01   좋아요 2 | URL
네에. 요양원 복지사분들이 얼마나 살뜰하신지, 차암 고맙답니다. 글구요, 한 시절이 가고 또 한 시절이 오니, 괜찮습니다. 그게 삶이잖아요.^^

붕붕툐툐 2021-10-11 15: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네요~ 끝까지 곱게 살라는 건 너무 가혹한 요구라는 말이 너무 와닿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12 01:03   좋아요 3 | URL
아니. 툐툐님 어리신 듯한데 샘이셔서 그런가요. 제 맘이 툐툐님께 가 닿았다니. 그 다가옴에 맘이 따스해졌어요^^

붕붕툐툐 2021-10-12 23:40   좋아요 0 | URL
전혀 어리지 않습니다.행책님 또래일 거예요~😍 그래도 따스해지셨다니 너무 행복하네용~💜

초딩 2021-10-12 0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참 좋네요. 정말.
천년을 살고 또 천년을 살아도
다 지나가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사느냐가 중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살아가는 시간을 어머니 아버지의 그 시간과 맞춰보게 되는 때가 늘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또 그렇게 맞춰가겠지요.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12 01:06   좋아요 4 | URL
흐잉. 초딩님 말씀 넘 고맙습니다. 플친님들은 서로의 속을 넘 잘 헤아려주시네요. 거미줄 사진, 저 크고 촘촘하고 예쁜 집 지은 거미에게 감동한 밤이었어요^^

scott 2021-10-12 01:11   좋아요 4 | URL
초딩님 말씀에 가슴이 먹먹 ㅠ.ㅠ

scott 2021-10-12 0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 마지막 거미 사진을 보니
어미 거미 처럼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자식을 위해 촘촘한 거미줄을 ㅠ.ㅠ
인간의 생명 주목 나무의 가지 만큼도 못사네요

어머니 행복한 책읽기님 온기에 한결 맘 속이 따스해졌기를 바랍니다 ^ㅅ^

행복한책읽기 2021-10-12 01:18   좋아요 3 | URL
네에. 정말 간만에 엄마 온기 담뿍 지 몸에 장착하고 돌아왔어요. scott님 댓글에 쇠주 들이키고 싶어졌다는 ㅋ^^;;

희선 2021-10-12 0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님 어머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셨군요 잘 몰랐던 걸 알게 돼서 기뻤겠습니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누군가 기억하다니, 이제는 행복한책읽기 님이 어머님을 기억하시겠네요 다들 그렇게 살겠습니다 마지막 사진 거미줄이었군요 유리창에 금이 간 건가 했습니다 거미줄도 멋지네요 실제로 보면 빗자루로 없애겠지만... 거미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자기 몸을 새끼한테 주는 거미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희선

얄라알라 2021-10-23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행복한 책읽기님
어머니 품에서, 혹은 어머니를 안아드리며
이런 대화를 나누셨네요.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2021-10-23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7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