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0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케이틀린 도티/ 임희근 옮김/ 밤비(2020)
밤새 잠을 설쳤다. 꿈을 잘 꾸지 않는 사람인데, 많은 꿈이 스치고 지나갔다.
여덟 살 소녀가 있었다. 쇼핑몰에 놀러갔다가 한 어린아이의 추락사를 목격한 후 죽음이란 무엇일까에 천착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소녀는 화장터 업체에 취직해 날마다 수십 구의 시신을 대면하며 죽음도 산업화되는 사회를 목도한다. 이 책은 6년간 장의업계에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표지 그림. 관인지 무덤인지 같은 곳에 인간의 해골이 놓여 있다. 해골 머리 위에 그려진 나뭇잎들이 멀리서 보면 새들 같다. 땅에 묶여 있던 인간은 몸뚱이 부셔져서야 훨훨 날 수 있다.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바니타스(덧없음, 무상함).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장 2절)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시신을 강철 문 뒤에 두고,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병실에 몰아넣는다. 죽음을 너무나 잘 숨기는 바람에, 우리가 죽지 않는 첫 세대라고 거의 믿어도 될 지경이 되었다.˝(저자의 말)
묵직한 주제와 달리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유쾌한 쪽에 가깝다. 유쾌하나 가볍지는 않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없는 듯, 모르는 듯 외면하는 죽음 자체에 대해, 죽음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세밀하, 생생하게, 심지어 감동적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부패나 해체는 우리의 죽음 방식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현대의 시신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방부제로 처리한 다음 매장하는 것, 그러면 부패는 영원불멸로 가는 도중에(아니면 적어도 시체가 뻣뻣해지거나 미라처럼 오그라들기 시작할 때까지) 잠시 지나치는 과정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사체를 재와 먼지로 변하게 하는 화장이 있다. 화장이나 매장이나 둘 다 인간이 해체되는 과정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226)˝
지금의 장례 문화가 죽음의 의식을 치르는 게 아니라 ˝죽음을 희미하게 만드는 것˝(183)이라는 의견, 공감이 많이 갔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사뮈엘 베케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무덤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다.˝ 그 말은 여자는 ˝아기를 낳을 때마다 한 생을 창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 죽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도 했다˝(245) 그러니까 우리가 얻은 삶에는 죽음이 담보되어 있다. 반백년을 살고 보니(어느새) 죽음이 훌쩍 가깝게 느껴진다.
날마다 누군가가 죽는다. 귀하게 태어난 것처럼 귀하게 죽기를 바란다. 누구나 그런 행운을 거머쥐진 못하지만. 한 번도 손 잡아 본 적 없지만 손 잡아 본 것처럼 느꼈던 사람이 운명을 달리했다. 그 분이 홀로 걸어간 그 길이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래서 꺼내 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