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번주부터 이번 추석에 대해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매번 명절마다 느끼는거지만, 며느리들에게 있어 명절이란 즐거운 날이라긴 보다는 의무방어전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한 것 같다. 명절증후군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니..
명절날 사실 여자들이 힘든건 사실이다. 음식장만이 가장 큰 갈등의 이유인 경우가 많고...
요즘에야 연휴 기간 동안 시댁, 친정 다 한번씩은 둘러보니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명절 당일날 가느냐 못가느냐, 아침에 제사 때 어디에 있느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여자들에게 불공평하다고 할만한 요소가 많은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시각 차이다.
우리 집의 경우 아들만 하나있는데, 언젠가 우리 부부도 나이가 들어 며느리와 명절을 맞게 될 텐대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란 존재는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베풀고 배려하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의 경우 아버님의 직장 관계로 격년 터울로 명절 당일 시댁과 친정을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나마 명절날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에 있어서는 갈등이 없지만... 명절 전날 음식을 장만하는 것에 있어서는 항상 시댁에서만 음식을 장만하는데 대해 불만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또 신기하게도 친정에서 올케가 음식을 하는 것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요지경인지...
음식을 장만하는 행위 자체가 말 없이 묵묵히 공장 노동자처럼 일의 효율을 위한 일일수야 없지 않은가. 음식을 장만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눠먹으며 오래간만에 가족간의 정을 느끼기 위한 수고스러움일진대 우리에게 명절은 점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같다.
차라리 이럴바에는 그냥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해다가 명절을 보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음식 장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일회용 접시 사용하면 설것이도 없을테니.. 명절 증후군이니 뭐니 하는 건 없어지지 않을까.
주변에서 명절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좀 덜하구나 하는 정도에서 위안을 삼고 살지만, 그래도 항상 명절이 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문득 우리가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것에는 너무나 당연해 하면서 뭔가를 해드리는대는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년 중에 명절날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추석, 구정 기간 동안 음식장만에 8시간씩, 설것이 및 손님맞이에 8시간씩 잡으면 대략 8*2(추석) +8*2(구정) = 32시간 정도 내외가 아닐까...
1년 365일 중 하루 반나절 정도 그분들이 기뻐하시는 일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그렇게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시간에 비한다면...
물론 지금도 잘 하는 편이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보다는, 명절의 의미와 거기에서 찾아야 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했으면 한다. 20년 후 며느리와 마주 대했을 때 며느리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