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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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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 나에게 일본소설은 유난히 잘읽히는 책이다. 너무 쉽게 잃혀서 사실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곤 해서 일본소설엔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즐겨 읽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번달 선정도서로 다시 일본소설이 와서 저번달에 이어 한권의 일본소설을 더 읽게 된 것이다. 때문에 [변호 측 증인]이라는 이 책이 그렇게 인가가 많은 소설인지도 몰랐고, 추천페이퍼에 나는 다른 책을 추천했기 때문에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책을 접하게 되었으니 추리소설을 접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에서 책을 접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나는 책의 처음부터 모든 것이 어그러지 상태에서 잘못 책을 읽었다.

 

사실 책의 서장(序章)을 읽으면서 난 교도소에서 사형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남편 스기히코라고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는 그녀의 아내 미미로이가 유력한 증인을 찾아내어 사형을 앞두고 있는 남편을 구해내는 책인가보다 하며 책읽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랬기에 증인이 나타나고 마지막 법정의 모습이 그려진 장에서 나는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뭐야 이거.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본건가. 아님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본건가. 작가가 의도한거야. 아님 내가 집중해서 책을 보지 않은거야. 생각이 많아지는 깜짝 놀란 부분이었다.

 

미미로이. 그녀는 생각보다 참 괜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어쩔수없는 상황에 떠밀려 클럽 '레노'의 스트립 댄서로 일을 하는 인물이었지만 그녀는 결코 그런 곳에서 병든 여인처럼 보이지는 않게 그려진다. 가족들에게서 외면당하더라도 돈이 많은 집으로 시집가 돈만 펑펑쓰면서 살기를 바라지 않고, 어떻게든 가족의 일원이 되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부잣집으로 시집간 마나님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고, 집에서 풀을 뽑으면서 정원을 관리하고 앞으로는 무엇으든 해서 먹고 살겠다고 생활력을 불태우기도 하는 배울만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출신이 스트립 댄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경멸하는 것을 이해하고, 출신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도, 망나니 도련님을 한 가정의 번듯한 가장으로 바꾸려고 성의를 다하는 모습도 모두 나에게 호감을 주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그녀의 진심을 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살인자라는 누명을 씌어버린 그녀의 남편을 포함한 모든 시댁식구들의 비안간적인 태도가 참 화가 나고 서글프다.

 

미미로이의 모든 점이 다 칭찬받을만한 행동이 아니었던 건 인정한다. 그녀는 사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했었다. 그때 마침 부잣집 도련님인 스기히코가 그녀가 좋다고 구애를 했고, 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왕이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아버지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미미로이는 구애에 넘어간 척하며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그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스키히코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미미로이는 사실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위해서 그들을 우롱한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결혼한 후의 그런 노력도 사실은 그녀 스스로를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지 전혀 가족을 위했던 것이 아닌 이기적인 행동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어찌 그것을 비난할 수 있었을까. 모성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인데.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우리 둘 이외의 사람을 덮친 죽음이었다. 그런 게 우리를 갈라놓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을 터였다. 적어도 목사의 물음에 순종적인 기계처럼 대답했던 그때, 우리는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 서장 P.19 미미로이의 독백 중

 

 

그래도 난 스기히코와 결혼하여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고자 했던 미미로이의 마음만은 진실했을거라 굳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의 살인을 덮기 위해 자신이 그 흔적을 없애려고 노력했고, 남편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나는 미미로이가 설사 자기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 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스기히코와 죽기 전까지 한평생을 행복하게 함께하고자했던 마음만은 믿음이 간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처음부터 본 그대로 얘기하고 자신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남편을 지키기위해서 그렇지 않았으며, 자신이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사형집행까지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의 진실을 알고난 후, 가족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돌아선 미미로이의 모습은 결연했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자신의 자리였던 클럽 '레노'로 돌아간 미미로이. 그녀가 마지막까지 행복했는지는 알수 없겠지만 그녀의 삶, 그것만큼은 지킨 것이 되었다. 삶이 있어야 행복도 있는것이고, 불행도 있는 것이라면 그나마 그녀는 삶을 지키면서 행복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만들어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미로이는 그래도 나름의 행복을 찾았을 것 같다.

 

깜빡 속아서 시작한 소설은 다 읽고나니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읽으면서는 크게 재미를 느낀다든지, 뭔가 흥미를 확 끌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 순간 이 소설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이해하게 됐다. 추리소설의 재미라면 함께 사건을 탐구해보는 것인데 난 함께 살펴보려하지않고 보이는 것만 그대로 보며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미미로이는 결혼하면서 야시마 나미코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지만 그녀에게 난 그 이름을 붙여주고 싶지 않다. 그녀는 다시 미미로이로 되돌아갔고, 그녀는 미미로이로서 새로운 삶을 행복하게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하는 그녀, 미미로이의 삶이 행복하기를 함께 응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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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제 정말 겨울이 오는건지 날씨가 정말 추워지네요.

아침마다 학교가기도 싫고, 이불속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기 싫은 요즘, 심심함을 달래줄 12월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1. 모르는 여인들 - 신경숙


"매사가 그런 이치라면 좋겠어요. 한구석이 모자란 대신 다른 구석이 풍성하다면 살아 있는 것들의 균형은 저절로 이루어질 텐데."


신경숙작가의 신간이라면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저절로 손이가게 된다. 오랜만에 내놓은 단편소설이기에 그래서 더 망설임없이 추천 페이퍼에 1번으로 넣었다.


작년 [어나벨]은 우리말로 쓰여진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소설을 쓰고자하여 썼다는 작필의도가 와닿아 읽었다면, 이번은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는 소개글이 나를 잡아끈다.



2. 킵(The Keep) - 제니퍼 이건


"어서 오십시오. 이곳은 끝없는 미궁의 입구,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곳, 호텔 '킵'입니다."


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니퍼 이건의 국내 첫 출간작이란다. 여기저기에서 주목할 만한 책,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라 그런지 한번쯤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제목인 킵은 성이 함략당할 경우 사람들이 숨는 최후의 보루를 가르키는 말이라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최후의 보루는 어떤 것인지, 냉철하고 명쾌하면서도 마음을 뒤흔드는 문장을 쓰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소설가의 소설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온다. 



3. 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었다. 뚜렷한 동기도 치밀한 사전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전적 이득도 안전 보장도 없었다. 스스로에게 재앙을 불러왔을 뿐이다."


영국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인 루스 렌들의 소설로, 예전에 국내에 출판되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는 이미 재미가 증명된 소설이다. 문맹이기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에 숨겨진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유니스 파치먼이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가 알고싶어지는 소설이다.


문맹인과 독서광. 그들은 어떤 사람이고, 그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을 지배하는 것은 어떤 것일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건지. 작가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번 따라가보자.



+ 2번의 신간도서서평은 일본소설을 읽는 시간을 가졌으니 이번에는 영미소설이 선택됐으면 하는 마음에 영미소설은 선택해봤습니다. 출판사와 잘 조율이 된다면 다양한 책을 읽어보기 위해 이번엔 영미소설이 선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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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김경욱 소설집
김경욱 지음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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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작가의 책은 작년 [동화처럼]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동화를 무지 좋아하는 나는 [동화처럼]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단번에 책을 사서 읽었지만, 뭐 그닥 동화같은 이야기의 소설책이 아니어서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 조금 실망했던 기억은 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의 삶, 멋지게 꾸며놓은 삶이 아닌 부자들의 삶이 아닌 그냥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 내 옆에서 있음직한 그렇지만 내가 들여다 볼 수는 없는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알리딘 추천 페이퍼에 넣었는데 이달의 신작도서로 선정되어 받았다.

소설집으로 만난 김경욱 작가는 장편소설로 만났을 때보다 더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로 느껴진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라서 그런지, 아님 단편소설에는 장편소설만큼 극적인 장치가 필요가 없어서인지 소재를 찾아내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다시 한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여기저기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풀어놓은 이야기라 흥미롭게 한편한편을 읽어갈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재미있는 책이라 재미있는 신작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한번쯤 추천해봄직한 책이라 생각이 든다.


" 단것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쓸 만한 아이디어 하나 건지지 못한 채 밤을 꼬박 샜을 때, 광고기획안 프레젠테이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릴 때, 참을 수 없이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내 머리속 난쟁이는 악다구니를 써댄다. 단것을 달라고. 그럴 땐 초콜릿이 효과만점이다. " 
                                                                                                              - p.62 99%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99%의 시작부분이다. 열등감이라는 것이 우리를 어떤 상태로 내몰게 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트라우마는 환상을 만들기도,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사람을 나쁘게만 보는 편견이 심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도 초콜릿이 땡기게 되는 것이다. 단것이 먹고 싶어 질때 초콜릿을 입에 넣고 깨물어 먹는 것.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아몬드가 잔뜩 들어간 초콜릿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 머시멜로우를 탄 아주아주 단 코코아가 땡기는 것. 특히나 밤에 그럼 다이어트에는 젬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손이간다. 밤에 어려운 과제를 하고 있다면 더더욱. 어쩌면 조금은 걱정되고 긴장되고 초조할 때, 그럴때 단것이 먹고 싶어 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1%를 위해 희생하는 99%가 나이며, 그래서 더 불안한 상황에서도 더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면 카카오 함량 99%의 석탄과 같은 씁쓸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그런 느낌.

열등감 그거 아무것도 아니면 좋을텐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나 느끼지 못했던 열등감이라는 것이 내것이 되었을 때는 더더욱 정말 견디기 힘든 존재처럼 느껴진다. 심지어는 내가 다 해놓은 것이고 마땅히 내가 받아야 하는 찬사인데 상대가 가로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나도 그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고, 분명 나보다 못했던 것 같은데 내가 더 나았던 것 같은데 지금 나보다 더 잘하는 것만 같은 그런 상태에 놓이곤 하기 때문인지 참 공감이 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뭔가 모자란 부분을 찾아서 위안을 삼으려는 아주 지극히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까지도 이해가 되면서 말이다.


" 사내는 주사위를 높이 던졌다. 주사위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 멈췄다, 주사위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미간이 좁아졌다. 한 개는 눈이 여섯이었지만 다른 하나의 눈이 닳아서 지워졌다. 사내는 눈이 지워진 주사위를 집어 살펴보았다. 다른 면의 눈은 모두 건재했다. 사내는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마귀의 유혹에 귀가 솔깃했던 어린 양을 용서하십시오.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 
                                                                                       - p.22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도가니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 그런걸까? 유독 성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보다는 가해자가 더 편하게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이전보다 더 낫게 혹은 이전처럼 살아가게 되고, 피해자는 사람들의 편견과 솜방망이 처벌에 지나지 않는 법때문에 더 깊은 수렁속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게 된다. 소설 속 할아버지의 손녀 또한 성희롱을 당했지만 그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는 어떤 처벌을 내릴수가 없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성범죄자에게 아무런 처벌을 가하지 않는다는게 가연 옳은 것일까. 그럼 그들이 생각했을 때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이라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심한 잘못을 저지르면 소년원이라는 곳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는데 성범죄자는 그렇지 않다. 성범죄라는게 피해자를 자살이나 우울증처럼 일상생활을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게 할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우리사회는 관대할까. 이렇게 관대하니 성범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단순히 여자의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니 그런 일을 당하고 다닌다는 그런 것만으로 가해자들에게 피할 구멍을 만들어줘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할아버지가 행하는 복수는 당위성을 가진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파트에서 호위호식하며 살면 모범을 보이며 살아야 할텐데 약한 사람에게 몹쓸 짓이나 하도록 키운 부모들도 잘못이 무엇인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처벌도 안되는데 돈이나 받고 덮어버리지는, 그렇지 않으면 뭘할수 있겠냐는 듯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진심을 담지도 않은 종교적 신념에 기대보려고 하는 인간같지도 않은 행동에 할아버지가 병을 하나씩 던질 때마다 나 또한 함께 그들에게 병을 던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할아버지의 행위는 처벌을 가할 수 없는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나는 지지한다.


" 한번 링에 오른 자는 영원히 내려올 수 없소. 발 딛고 선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링이기 때문이오. 흔히 말하지, 세상은 링과 같다고. 말은 언제나 쉽소. 세상이 링이라면 언제나 링에 오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세상이 일종의 링이라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진실이오. 링이 왜 사각형인지 아시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머무는 곳이 십중팔구 사각형이기 때문이오. " 
                                                                              - p.114 허리케인 조의 파란만장한 삶 -



읽는 내내 노인의 삶에 대해서 나도 빨리 듣고 싶어서 궁금해하면서 한장한장을 넘긴 소설이 허리케인 조의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일을 하는 화자가 만난 왕년의 유명 복서. 그렇지만 체중을 잴 때 알수없이 늘어난 체중때문에 실격패를 한 그의 인생. 그리고 그렇게 실격패를 안긴 라이벌의 유골함이 사라졌고, 그와 함께 사라진 허리케인 조. 그는 어째서 유골함을 훔칠 수 밖에 없었을까. 자신을 삶을 대신해 산 사람이라고 그 무쇠주먹을 표현한 것을 보면 이제 그가 죽었으니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고 그것을 훔쳐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현대사회의 인간관게는 참으로 복잡다단해서 언제 어디서 다시 부딪칠지 모른다. 거절은 하되 적을 만들지는 말라. 거절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명심하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 
                                                                                                  - p.257 아버지의 부엌 -


거절에 대한 부담은 나도 항상 걱정하는 부분이다. 보기에는 냉정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잘라낼 것 같이 생겼다고 하지만 나를 잘아는 사람들이 항상 걱정하는 것이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어릴 때부터 퍼주는거 좋아하고, 사람들의 부탁에 싫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 혼자 부탁들어주느라 고생하고, 그래놓고는 또 다시 어려운 부탁을 덜컥 받아와버리는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거절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일지. 나도 배울 수 있으면 제대로 한번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설속 화자가 공감이 되었다. 친구의 부탁에 거절을 못하는, 똑같은 CD를 두장이나 사고 있는 그 모습이.


" 우히부카, 야 빠쓰 류블류, 떼 끼에로, 싸가뽀, 아이시떼이루, 익 하우 반 야우, 이히 리베 디히, 즈 뗌므, 아이 러브 유...... 영신은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기억해냈다. 죽음을 예감한 사람들이 남긴 말 중 가장 빈번한 게 뭔지 알아? 영신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 p.252 혁명기념일 -


진부하지만 들을 때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가슴에 새기게 되는 말들이 있다. 죽음에 가까워져야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만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내삶이 소중하게 느끼지는 것. 아주아주 진부하고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가게 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또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화자인 영신은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한다는 고백을 처음 하게 되는 혁명기념일. 그렇게 독자에게는 평소 전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 빨리 늦게 전에 전하라고 메세지를 던져주는 이야기 같다. 우리 가족들이야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자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가족들이라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해줄껄 하는 후회는 안하겠지만 혹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빨리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그거 해보면 별거 아닌 말이고, 자꾸하다보면 그냥 밥먹었어라고 물어보는 말처럼 당연한 말이 된다고. 마지막으로 남기는 처음해보는 말로 만들지 말라고 꼭 전해주고 싶다.

wanna be로 삼고 싶은 멋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은 단 한편도 실려 있지 않은 소설집이었다. 그런대도 나는 많은 생각을 하고 나를 돌아보고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모습, 그래서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잊지 않았으면 하고 보내준 메세지들을 하나하나 담으면서 말이다. 우리 사회 서민들의 삶을 하나하나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지면서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부잣집 딸과 만나면서 자격지심을 느끼는 화자 또한 그랬고,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그대로를 하지 못하는 많은 화자들을 보면서도 그랬다. 눈 돌아갈만큼 멋지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아니라도 이렇게 마음을 끌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소소한, 그렇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몰래 들여다 본 것만 같아서. 지금 여기, 이 곳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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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1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악센트님. 정성스럽게 쓴 글 잘 읽었습니다 :)

소설 읽을 때 피부에 확 와닿지 않았던 것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특히 거절 못하는 성격의 곤란함... 저도 그래요. 아니, 라고 말하면 제가 잘못한 것 같아서 덜컥 그래, 라고 대답하게 되요.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주변에 있을 법한, 그런데 면밀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던 인물들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악센트 2011-11-30 20:35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거절 못하는 성격 진짜 곤란하죠ㅋㅋ 말없는수다쟁이님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거절하는법 하루빨리 자연스럽게 습득하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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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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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일본소설이다. 알라딘에서 신간평가단으로 선정되고 처음으로 받은 책이라서 그런지 참 열심히 읽었다. 일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데 오랜만에 정독을 한 책이다. 지난번 추천페이퍼에 내가 올려서 냈던 책이기도 하고. 무튼 할일이 많은 요즘이라 밤에는 무조건 책만 읽겠다는 생각으로 자기전에 읽었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끝내용이 궁금해져서 잠드는 시간까지 늦춰가면 읽었다. 불륜이라는 소재가 나오고 너무 집안에 무심하고 자신의 아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만 같은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불륜이라는 소재가 주요 소재가 아니기에 어느정도 눈감고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와타나베와 아키하는 회사 동료이다. 와타나베가 다니는 회사에 아키하가 인턴사원으로 입사를 하면서 둘의 인연이 맺어졌으며, 야구연습장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둘은 불륜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러는 동안 아키하의 집에서 15년 전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와타나베가 알게 되고, 그 살인사건의 유일한 범인이 자신의 불륜녀 아키하이다. 그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범인이 밝혀지고,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면 인생,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일시적인 욕망에 휩쓸려 한눈을 팔다가 일껏 이룩해 놓은 가정을 파괴하다니,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이제 나는 그 대사를 나 자신에게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다만,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덧붙여서.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거야'. " 
                                                                                                 -p.7~8 와타나베의 독백-



남자주인공 와타나베는 불륜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던 불륜에 누구보다 깊게 빠졌으며 그래서 가정을 포기하고 아키하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도 한다. 자신의 상황은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생각하면서. 이래서 남이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불륜이 이렇게나 형편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와타나베는 왜 이키하와 그런 관계를 맺게 된 것일까. 남자들은 여자가 조금만 틈을 주면 이렇게 쉽게 넘어가서 아내를 배신하게 되는 것인지. 아키하와 함께 하면서 자신도 아직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아내하고의 관계는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이 없던 관계였다고 말하는 와타나베는 나쁜 남자다. 그렇지만 이미 아키하와의 관계에 깊게 빠져있는 그는 나쁜 관계인것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바로 이어지는 와타나베의 독백에서 그의 상황을 바로 짐작할 수 있다.


" 이것은 지옥이다. 감미로운 지옥. 여기서 도망치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속의 악마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 
                                                                                                   -p.88 와타나베의 독백-


"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분명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편리하다. 생각해 보면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할 때가 많다. 그것은 진심 어린 사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녀가 그 말에 그토록 예민한 이유는 무엇일까."
                                                                                                   -P.53 와타나베의 독백-



아키하의 말처럼 죄송합니다는 편리한 말이다.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대개 상대편도 기분이 풀려 어느 정도의 실수는 용서해 주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하면 글쎄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쩌면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미안이라는 말에 우리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노출되어 있고, 진심인지 아닌지에는 크게 개의치 않아 한다. 나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의례 내뱉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이지 진심으로 그 말을 할 때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 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아키하의 말에 많은 공감이 갔다.


"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솔직하게 사과할 수 있다면, 나, 이렇게 괴롭지도 않을 거야. " 
                                                                                                         -p.36 아키하의 말-



사실 내가 아키하를 봤을 때는 특별히 큰 매력이 있어보이지 않았다. 어떤 점이 가정을 저버릴 정도로 와타나베에게 큰 존재로 다가왔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와타나베는 아내보다 딸보다 아키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아키하가 그정도의 매력을 가진 여자로 그려지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냥 아내와 딸은 그자리에 있고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키하는 그렇지 않고 조마조마하며 챙겨줘야 하고, 당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빠져든 것은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해본다.

무엇보다 아키하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결과적으로 아키하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포기해야 하는지 그녀가 살인범이라면 자신을 어째야 하는지를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와타나베의 모습은 완벽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것을 보았을 때, 마지막에 아키하가 먼저 자신을 포기해주고 곁을 떠나면서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했을때, 와타나베는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키하와의 미래를 꿈꾸기는 했지만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는게 끝까지 쉽지 않았겠지하는 생각을 해보면 어쩌면 누구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와타나베일 것이라 생각한다.


"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연애라면, 결점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결혼이다. 더는 상대를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눈길을 끌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혼을 동경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그랬다. 상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든 나머지, 편안해지고 싶어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편안함을 얻는 대가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
                                                                                                - p.192 와타나베의 독백-


아직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참 슬픈 말처럼 다가오는 구절이었다. 물론 공감을 하고 그렇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결혼하면서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만 생각하는 와타나베가 참 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많은 것을 잃었다고만 생각하는지. 얻은 것이 편안함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나쁜 사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포스트 잇을 붙이고 넘어갔다. 아내 유미코는 정말 열심히 내조를 하고 딸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소설이 와나타베의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유미코의 속마을을 드려다 볼수는 없었지만 난 유미코가 어느정도 남편의 외도를 눈치챘지만 가정을 지키고 딸에게 화목한 가정을 계속해서 만들어주고 싶어서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와타나베는 거짓말을 하지 못했으며, 그런 전과는 달라진 수상한 남편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하는 둔한 아내는 분명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대목은 생각보다 극적이지 않았다. 뭔가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봤는데 혼조의 죽음은 자살이었고, 그녀를 자살에 이르게 한 이들은 아버지와 묘코 이모. 이들이 원래 불륜의 관계였고, 이 관계를 감추기 위해 혼조씨를 끌여들여 그녀가 자살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사실 자살일 것 같다는 생각을 앞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짐작하긴 했었다. 아버지와 묘코 이모가 불륜의 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극적인 전개라든지, 어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들이 있지는 않은 책이었다. 불륜이라는 소재도 그걸 받아드릴 정도의 어떤 당위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혼조씨의 자살 또한 어느정도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였으며, 다만 아버지와 묘코 이모가 불륜관계였다는 사실만이 새로운 사건이었다. 그들이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도 어느정도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불륜이라는 것이 원래 잠깐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그것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엄청나게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뒷내용을 궁금해하며 읽었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새벽 거리의 야구연습장에서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아키하의 집 새벽 거리에거 그렇게 끝을 맺으며 인연이 다했다. 아키하는 그녀의 집으로, 와타나베는 아내와 딸이 있는 그의 가정으로 각자의 길을 떠나면서 말이다. 절대 서로를 잡지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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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꽃으로 말해줘 - 버네사 디펜보  

"내 이야기를 꽃으로 들려줄게. 수백년 전 연인들처럼, 아무도 알지 못하게"  

사랑의 표현이 조심스러웠던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는 연인들이 꽃으로 대화를 하던 때였다고 한다. 붉은 장미로 사랑을 고백하고, 알로에로 슬픔을 표현하고, 안개꽃으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면서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중고등학생 때, 다이어리에 써먹지도 않을 꽃말들을 친구들과 함께 적고 외우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특별히 그걸 어디에다 쓸일도 없으면서도 이 꽃은 그런 뜻을 가진다고 외우고, 장미도 송이의 갯수마다 의미가 다르다며 사춘기 시절 낭만적인 사랑을 꿈꿨던 것 같다.  

그런 꽃말을 가지고 마음을 표현하는 소녀의 이야기라니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어떤 꽃말을 사용하여 이야기 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어떤 것인지. 꽃으로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사랑이야기에 약할 수 밖에 없는 여자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같다. 

 2. 난설헌 - 최문희 

"나에게는 세 가지 한(恨)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여자의 삶은 일생이 가족의 그림자와 같았던 시대에 여류시인인 난설헌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작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한마디가 마음을 잡아 끈다. 

남편과 불화, 친정집안의 몰락, 자식을 둘이나 잃는 슬픔을 시 한편으로 남기고 스물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한 난설헌. 뛰어난 예술적 기질을 타고 태어 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천대받고 숨을 수 밖에 없는 시대에도 난설헌이라는 자신의 호를 지금까지도 남기고 후대의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같은 실준인물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역사스페셜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소설 덕혜옹주는 생각만큼 재미있게 읽지 못해서 조금 주저되기도 하지만, 난설헌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니 조금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한번 추천해 본다. 

 3. 모멘트 - 더글라스 케네디 

"나 같은 사람과 산다는 건 불행일테니까. 지금이라도 나를 멀리 떠나. 당신은 이 일에 휘말리지 마. 복잡하고 슬픈 내 인생에 휘말리지 마." 

주변사람들에게 재미있다고 추천받아서 단숨의 읽어버린 케네디의 빅픽쳐가 있었기에 신간 모멘트 또한 아주 매력적인 작품일 것이라 생각된다. 오래동안 뇌리에 남을 강렬하고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라는 추천의 말이라면 읽어볼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추천도서에 담아본다. 

행복하게 끝난 평범한 사랑이 아닌 냉전시대라는 특별한 사회적 상황이 만들어 낸 비극적으로 끝난 남녀의 사랑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 그들의 살아가기와 사랑하기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어떤지, 그녀가 남긴 일기장이 그에게 준 의미는 무엇인지, 그들의 삶의 순간순간을 나도 함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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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악센트 2011-11-15 04:13   좋아요 0 | URL
항상 수고하시네요^^ 쌀쌀한 날씨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