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기나긴 하루 - 박완서 저

 

"이야기는 끝났지만 나에게는 영원히 결론 없는 이야기로 남아 있다."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이번 2월의 선정도서로 선정되지 않는다면 바로 사서 볼 책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생전 마지막 작품들을 엮은 소설집이니 당연하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쓰기를 업으로 삼는 소설가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인 작가님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항상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따뜻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들도 그런 마음으로 따라가 보려고 한다.

 

 

 2. 맏이 - 김정현 저

 

"오로지 열심히 일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잘살게 되는 것이었다."

 

[맏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아빠가 생각난다. 아마 한국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맏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세대가 아닐까. 다른 형제 누구에게도 힘든 내색을 못하는 것은 물론, 우리 가족들, 할머니에게도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줘야하는 우리 아빠.

 

언제나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으면 또 다시 힘든 일이 닥쳐오는 맏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 아빠를 더 이해해주는 딸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선정해보았다.

 

 

3.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 매트 리스 저 

 

"1791년 겨울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차르트 세상을 떠나다."

 

클래식을 좋아해 시간을 날때마다 듣고, 공부를 하고 조금이라도 더 알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서 이런 소설과 영화를 참 좋아하기 때문에 꼭 선정이 되어 읽어보고 싶다.

 

소설에 함께 녹아있을 모차르트의 오페라와 다른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벌써 기대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소개가 될지 한없이 궁금해진다. 또 동생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나넬 모차르트의 이야기 또한 흥미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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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참 잘지었다. 하는 생각이 책을 덮자마자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평범한 연애이야기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런 독특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참 재미가 있었다. 참신한 작가,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손꼽히는 작가 미우라 시온을 소개하는 말은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접해본 그녀의 소설이었지만 그녀는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유머러스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말에 쉬면서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 모퉁이를 돌면 정면으로 2층 목조건물인 고구레빌라가 보인다. 건물 외벽은 갈색 페인트로, 나무 창틀은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 멀리서 보면 초콜릿 바탕에 생크림으로 장식한 초콜릿 케이크가 떠오른다. 가까이 보면 페인트를 여러 번 덧칠해 울통불통한 것이 진흙덩어리 같지만. 주인 할아버지가 페인트 벗겨진 곳을 발견하는 즉시 페인트붓을 가져와 서툰 솜씨로 칠하기 때문이다."

                                                                                                      -Simply Heaven p.22

 

 

고구레빌라는 오래된 건물이지만 입주민들에게는 그 어느곳보다 안락하고 따뜻한 집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그 고구레빌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남자친구와 6개월째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있는 마유에게 나타난 연락없이 사라진 전 남자친구, 오래된 친구의 죽음을 앞둔 섹스에 대한 열망앞에서 자신 또한 갑자기 섹스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주인 할아버지, 역사건물에서 우연히 이상한 모양의 돌기를 발견하며 새로운 남자와 만나게 되는 애견 미용사 미네, 남편의 불륜사실에 미행을 감행하게 되는 사에키, 우연히 아랫집 대학생을 훔쳐보게 되면서 그녀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간자키,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으로 친구의 아이를 키우면서 강한 모성애에 사로잡히는 미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첫사랑을 새로운 사랑으로 인해 조금씩 지워버리게 되는 나미키의 이야기까지.

 

마유에게 전 남자친구는 아직도 마음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사람이 싫어서 헤어지게 되었다기 보다 갑자기 남자친구가 사라지면서 그녀는 원치않는 이별을 해야했다. 그래서 2년이 넘게 혼자였고 지금의 남자친구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어렵게 받아드려 잘 만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 남자친구가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뒤흔드려고 한다. 나미키는 나쁜 사람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마유에게는 나쁜 남자이다. 최소한 그녀에게 어디를 가는지, 그녀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언질을 줬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없이 그녀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면 그녀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을꺼라는 생각을 하며.

 

말도 안된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기다림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닐것이다. 그냥 나 좋자고 내가 아쉴울때만 만나고 싶다는 거지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뭐 그렇다고 그녀와 새 남자친구를 떼어놓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다. 사랑을 한다면 나를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방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그때문에 마유가 지금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미키를 다시 만날까봐 긴장하면서 봤다. 다행히도 그들의 사랑이 깨지지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섹스를 하고 싶은 염원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어찌 고토 한 명뿐이겠는가. 사랑이네, 정이네 하는 숭고한 정신을 표현하는 데 섹스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아니라고들 한다. 그건 안다. 하지만 고구레는 맹렬히 섹스가 하고 싶다. 실제로 행위가 가능한 나이와 신체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지금 불현듯 맹렬히 섹스에 대한 욕망이 용솟음친다. "

                                                                                                                    - 심신 p.59

 

 

고구레빌라의 주인인 고구레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섹스의 욕망에 빠져 어떻게 해야할지 매일 궁리를 하고 있다. 친한 친구가 죽기전에 섹스를 원했지만 결국 못하고 죽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 또한 죽음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한번 해봐야겠다고 상대를 찾아 다닌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그 열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외로움과 허전함이 아닐까싶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한때를 살게 된다. 화려한 시절이 지나고 나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게 되는 별거 없고 새로울 것 없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해 버리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그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있는다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 방 안은 하루카 냄새로 가득하다. 기저귀봉투를 보지 않으려고 미쓰코는 침대에 엎드렸다. 침구에도 우유 냄새가 배었다. 만일 아키가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다고 해도 그때는 더 이상 하루카가 아니다. 다른 이름으로, 미쓰코가 아닌 다른 여자 손에 자라, 미쓰코가 아닌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다. 미쓰코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하다. 어쩜 이렇게 잔혹할 수 가 있을까. 내가 얼마나 예뻐했는지, 얼마나 원했는지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다. "

                                                                                                          - Piece p.253~254

 

 

미쓰코는 엄마가 될 수 없는 몸이지만 한번도 아이를 간절하게 원한적 없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아이를 일주일동안 키우게 된 것이다. 친구는 버리다싶이 하면서 그녀에게 아이를 떠밀고 가버렸다. 이름도 없던 그 아이에게 하루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엄마처럼 돌보다 보니 그녀는 친구가  영영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내아이가 되어주기를.

 

나도 아이를 참 많이 좋아한다. 결혼에 대해서는 특별히 가지고 있는 환상이 없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결혼은 안하더라도 내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미쓰코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자신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니 우연히 자신에게 온 아이지만 앞으로는 내 아이가 되기를 바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친구는 하루카를 찾아오고 그녀는 남겨진 하루카의 흔적때문에 슬퍼한다. 그녀도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보다 잘 키울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드는데.

 

고구레빌라 사람들은 서로 많은 공유를 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책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사이 또한 무지 돈독한 것처럼 느껴진다. 크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고, 강하게 공감이 드는 이야기도 있지만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내가 사는 옆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 주변이야기들과 섞어놓아도 함께 어우러져 책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고구레빌라가 친숙하게 느껴지고, 살아있는 진짜 이야기같다.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읽을수록 고구레빌라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많은 정을 줬던 것 같다. 그들이 내 옆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처럼.

 

고구레빌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그곳에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의 연애 소동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우습기도 또는 우습지 않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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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잔혹극]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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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아무나 책을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공부를 업으로 삼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선비와 양반자제들에게만 책은 허용되었었고, 왕만 읽을 수 있는 책이 따로 있었으며 여자들에게는 소학, 열녀문정도를 넘어선 높은 소양을 필요로하는 학문적인 책의 독서를 금해왔다고 한다. 그건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영주들이나 귀족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급이 따로 있었고, 여자들이나 하층민들은 책을 함부로 읽을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책을 감춰서 몰래몰래 봐야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무조건 지식이 많은 똑똑한 사람으로 칭하고 있다. 한달에 혹은 일년에 몇권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그사람의 교양의 척도, 지식의 척도가 암묵적으로 정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활자 잔혹극]이라는 책은 문맹의 무서움과 그것이 사회에 주는 병적인 문제를 말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에만 빠져사는 사람 또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까막눈을 가진 유니스 파치먼과 밥상에서도 책에 집착하고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 조지 커버데일가. 그 중에서도 특히 가족들과의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보다는 독서를 하는 혼자만의 시간에만 빠져사는 자일즈 몬트를 보여주면서 그 두가지 모두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문맹'과 '독서광' 그들은 문자해독에 대해서는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같은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는 점에서 그리 다른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뚜렷한 동기도 치밀한 사전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전적 이득도 안전 보장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여파로 그녀의 무능력은 한 가족과 몇 안 되는 마을 주민에게는 물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스스로 재앙을 불러왔을 뿐이다. "

                                                                                                             -chapter 1 p.5

 

 

유니스 파치먼은 글을 모른다. 읽을줄도 쓸줄도 모르기 때문에 눈치를 봐가며 어느정도 맟추며 생활을 했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글을 읽고 쓰는건 아버지의 몫이었기 때문에 배울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혼자가 되고 나서는 나이가 많은데 누군가를 선생님으로 들여 글을 배울 용기가 없어 그냥 살아왔었다. 주변에 그녀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소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정부로 커버데일가로 왔는데 커버데일가의 사람들은 집안 온곳이 모두 책으로 둘러쌓여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면에서 그들은 서로 전혀 맞지않는 옷을 입고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비극은 어쩌면 처음부터 예고된 것인지도 몰랐다. 처음부터 조지의 아내 재클린이 원한 그들의 가정부는 책을 어느정도 읽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니스 파치먼은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멀리하고 누군가 그녀를 무시하는 의미로 얘기하지 않아도 앞서서 그렇게 생각하며 적대적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것 같다. 그녀가 글을 모르고,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을 몰라도 사람들과 잘지내며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글 속의 유니스 파치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떡해서든 글에서는 멀어지려고 했으며, 사람들에게서도 격리되어 그녀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좀 더 깊게 관여하고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되는 것을 누구라도 원치 않았다. 커버데일 가족들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녀가 글을 모른다고해서 무시하지는 않았는데, 그녀를 해고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괜한 열등감에 모두 죽여버린 것이다. 그들을 죽인다고 해서 그녀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게 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누설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모두 떠벌리고 다닐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글을 모르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누군가에게 무시를 받아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축되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자신의 무지를 스스로 온 나라에 알리게 되며 살인까지 저지른 범죄자가 되는 것. 그녀가 조금이라도 글을 배울 생각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했으면 어떠했을까. 왜 그렇게 자신만의 동굴로 더 깊이 숨어들어가게 되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 조지는 커버데일 통조림 회사로, 자일즈는 마그누스 와이든 재단 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조지는 자일즈에게 게속해서 대화를 시도해 보겠노라 다짐했던 터라 바람이 심하다는 얘기를 건네 보았지만, 자동차에 타고 있는 그들 위로 침묵이 내려앉을 뿐이었다. 자일즈는 "음" 소리만 내고는 언제나 그렇듯 책을 펼쳐 들었다. "

                                                                                                            -chapter 2 p.11

 

 

나도 가끔 생각이 많아지고, 뭔가 머리가 복잡해지면 하루종일 침대위에서 주구창창 책만 읽는다. 노래를 틀어놓고 책을 읽고 있으면 책에 집중이 되기 때문에 어느순간 고민들은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가끔 책을 도피처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일즈에게도 책은 그런 용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의 개가로 새아버지와 형제들이 생긴 자일즈에게 가족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 갈 수 없는 그들끼리 끈끈한 가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머니인 재클린은 조지와 마냥 좋기 때문에 아들의 그런 모습을 그냥 책을 좋아하는 모습이라고만 생각하지만 너무 광적으로 읽기만하는 자일즈를 봤을 때, 인지를 했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책에 빠져들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 그것 또한 큰 문제이다.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을 자신의 기준에서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유니스 파치먼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책으로 부터 멀어지고 많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넘치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결코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듣는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일까 생각하보면 아마도 이런 경우 또한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건 물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넘치면 자일즈같은 모두를 한심한 사람으로 보고 함께 어울릴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아예 글을 몰라 책을 읽을 수가 없다면 그것 또한 사람들과 벽이 생기기 때문에 좋을 수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도 정도, 중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좋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글이라는 건 어떤 걸 읽어도 느낀바가 생기고 생각해보게 하는 문제를 주기 때문에 책의 종류에는 저급함과 고급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양에는 나쁨과 좋음이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인 우월감도 책을 못읽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끼지 않으려면 항상 나도 정도를 지키는 책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에 빠져사는 삶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사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야겠다는 생각 또한 덧붙이고 싶다.

 

 

"유니스는 숨 쉬는 돌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chapter20 p.206

 

 

숨 쉬는 돌. 이말이 나는 너무 무섭고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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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랭보의 바람구두를 신다 - 김미진 저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야 할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독특한 책제목이 마음에 든다. 바람구두. 뭔가 훌쩍 떠나는 여행을 바람구두를 신다라는 멋진 은유로 표현한 것같은 생각이 들며 눈길을 확 끈다. 물론 여행이 아닐수도 있지만.

 

또한 자기만의 북극성을 찾아 삶의 별자리를 치열하게 그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북극성을 찾아 올바른 방향을 찾아 갈수있을지 그들의 이야기로 갈피를 못잡는 나의 청춘의 북극성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끝나지 않는 노래 - 최진영 저

 

 "가장 두렵고도 간절한 건 언제나 눈앞에 떨어진 오늘이었다."

 

이 소설은 제 인생은 좁은 그릇에 갇혀 짜고 어둡고 독한 맛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여자들이지만  다음 생의 딸들은 꽃처럼 살기를 바라는 아무한테도 미움받지 않고 봄마다 활짝 피어나라고 염원하는 슬픈 여인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엄마들이 딸에게 갖는 이런 간절한 소망들을 담은 책이라는 것이 한번쯤 이 소설을 읽고싶게 만든다. 가장 두렵고도 간절한 오늘을 살아가면서도 딸들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그들. 그들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언제 어느때든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일 것이다.

 

 

3. 벽은 속삭인다 - 타티아나 드 로즈네 저

 

"집이나 아파트, 그리고 그곳들이 간직한 비밀과 신비는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왜 어떤 공간은 내 집처럼 편하고 또 어떤 공간은 달아나고 싶을 만큼 불편한 걸까? 내가 말하는 것은 귀신이니 유령이니 하는 것들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이다."

 

시간이 흘러도 공간 속에 남겨진 슬픔의 기억, 피의 흔적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이 우리도 일본에 의한 대학살의 피해를 입은 제국시대의 희생양이다.

 

그들은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 슬픈 기억들은 여전히 그 곳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기 위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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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제목이 예쁜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었나봐요
랭보의 바람구두를 신다는 알라딘에서도 연재하길래 한 번 보려고 했더니
제가들어갔을 때는 글을 다삭제해버린 후더라구요.
안타까웠습니다...

악센트 2012-01-18 12:56   좋아요 0 | URL
제목이 너무 읽고싶게 만들죠? 이번에 꼭 선정되어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흑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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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작가는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보니 책을 받자마자 내용에 대한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었고, 내 믿음에 배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김훈작가의 책은 거기서 거기로 변화없이 비슷하고, 흑산 또한 언젠가 읽은적이 있는 책이라며 비평을 한 글을 읽기도 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변화가 어떤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에게는 응당 그만의 문체와 글을 엮어가는 패턴이 있기 마련이니 기본적으로 글을 대하게 될때 우리의 느낌이 비슷하지 않을까. 음악가들도 자신의 음악에 대한 표절은 인정해주는데 왜 김훈작가는 문체의 변화가 없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멈춰있는 작가라는 비평을 들어야하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훈은 김훈만의 분위기가 있기에 좋은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마구마구 머리속에 그려지는 소설의 내용이 나를 만족하게 만들었다. 일본소설이 빨리 읽혀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그냥 글을 읽어내려가면 되지 머리속으로 상상을 할만한 내용들이 없다. 다만 일본소설 특유의 반전에만 주의를 기울여서 읽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흑산]은 읽으면서 여기저기에서 배경을 묘사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글을 읽었다. 작은 게의 움직임 하나도 머리속에 완벽하게 그려넣을 수 있게 하는 김훈작가의 문장력이 너무 부럽다. 그렇게 글을 쓸 능력을 가지지 못한 나에게 김훈작가의 배경묘사, 인물묘사 능력은 멋지다는 생각만을 하게 만든다. 한문장 한문장을 쉬이 읽을 수 없고, 그냥 버릴 수 없는 그런 글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흑산]은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종교의 자유가 없던 그시대, 성리학의 기본교리에 반대하고 백성들에게 해괴한 사상을 심어준다는 이유로 천주교신자들은 그렇게 삶을 다했다고 한다. 사실 앞부분을 읽으면서 천주교박해사건에 대한 책이라고 크게 인지를 하지 못하다가 내가 사는 충북 제천에 배론으로 들어가 살겠다고 하는 황사영의 말을 읽고 나서야 천주교 박해사건을 다룬 책이구나. 내가 그 배론성지에 예전부터 소풍으로도 자주 갔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세례명으로 서로를 부르고, 조금 덜 가부장적인 삶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그렇게까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잘못된 것을 요물적인 것을 백성들에게 전도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고 다만 그 시대의 기득권층들의 권력 보호, 그들이 더 뭉칠 수 있게 하는 끈끈함을 강화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고, 그것이 그 당신의 천주교 신자들과 실학에 눈뜬 학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느때든지 자신들의 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그들이 더 강력하게 권력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주교신자들은 기득권층의 세력강화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주인공 한사람에게만 국한되어, 주인공과 그 사람 주변의 이야기로만 채워진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정약전이지만 그 것이 다가 아니고,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대궐안의 여인을 대표하는 대비의 이야기도 담고, 중앙의 높은 벼슬아치의 이야기, 시골 말직의 삶, 공노비, 사노비, 평민 할 것없이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누구 한사람으로 시대를 대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시대를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가 했을 사전조사를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말미에 작가가 직접 인용을 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며 더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책을 많이 읽어야만 글을 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구나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도 되었다.

 

역사의 초점은 거의 정약용에게 맞춰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물론 정약전에 대해서만 서술을 한 소설을 아니지만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색달랐다. 고등학교 때, [상도]를 무척 재미있게 읽고 나서, 다른 대하소설을 찾다가 [목민심서]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정약용의 삶에 대한 그 책이 지금은 완벽하게 내용이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고, 친구들에게 여기저기 추천을 하고 다녔었다. 그렇게 정약용에 대한 책을 접햇었지만 그래도 정약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때문에 모두의 초점이 맞춰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갔다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이 배웠다고 할 수 있는 지식인이 오랜 유배생활을 하며 남긴 것이 많을 법도 한데, 그래도 정약전에 대해서는 특별한 스포트라이트가 없었다. [흑산] 또한 완벽히 정약전의 책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끌어 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소설은 상상을 많이 하게 할수록, 생각을 많이 하게 할수록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다면 소설이 일반 인문서나 교양책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난 [흑산]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단언한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리고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읽은 내용들이 하나하나 머리속에서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흑산도의 모습이, 흑산도 앞 바다의 모습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또렷이 그려낼 수 있다. 몇권의 달하는 대하소설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대하소설의 값을 하는 소설. 이 작은 한권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소개되는 책. 그래서 나는 많은 권수의 대하소설이 가지는 서사성을 느끼고 싶을 때, 맛보기라도 할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 상록수림으로 덮인 섬은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산이 검다고 이름이 흑산이었다. 섬들을 옮겨 다니는 새들은 홍도 쪽으로 날아가다가 흑산에 내려앉았다. 바다는 물가에서부터 수심이 깊었다. 햇빛이 깊이 닿지 못해서 물색이 어두웠고, 먼바다 쪽은 더 검었다. 바다가 무서운 외지인들은, 산이 아니라 바다가 검어서 흑산인가보다고 말했다."

                                                                                                       -p.110 하얀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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