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뭐 좀 거창한거 해보겠다고 맘 먹었다가, 정말로 일이 거창해지는 바람에 눈물 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두가지만 놓아버리면 금방 여유를 찾겠지만, 작심 삼주도 아니고 벌써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어쨌든 새 일에 정신을 쏟다 보니 오히려 그동안 해 오던 일들에 잠깐씩 정신을 놓는 경우들이 발생하곤 한다. 생각났을 때 이 달의 관심서적 정리를 얼른 해 본다.
Bird Cloud
- 회고록 / Annie Proulx / Scribner
[브록백 마운틴], [쉬핑 뉴스] 의 저자 애니 프루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은 소설은 아니고 회고록인데,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난 동부를 떠나 와이오밍으로 이주해 정착하기 까지의 기록들이라고 한다.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감동적인 소설들을 써내고 있는 그녀에게 와이오밍이라는 곳이 어떤 첫 인상과 함께 다가왔는지가 그녀의 소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애니 프루란 작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My Reading Life
- 에세이 / Pat Conroy / Nan A. Talese
이번엔 [South of Broad]의 작가 Pat Conroy 의 신간이다. 역시 소설은 아니고 일종의 에세이인데, (제목이 알려주고 있듯) 저자로서의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들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이들을 작가가 뭘 읽는지 왜 시시콜콜 들어야 하냐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사실 한 작가가 읽는 책들이야말로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빠진 고리(missing link)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The Year of the Hare
- 소설 / Arto Paasilinna / Penguin Paperbacks
원래는 75년도에 나온 핀란드 작가의 작품인데, 아마도 토끼해에 맞춰 새로 번역되어서 나온 듯 싶다. 미국 애들도 은근히 띠 이야기 같은거 좋아한다. 주인공은 어느날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토끼 한 마리를 치게 된다. 다친 토끼를 치료해주면서 토끼와 가까워진 주인공은 점차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지면서 급기야는 문명의 삶으로부터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문명과 자연에 대한 우화로 읽힌다.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
- 교육 / Amy Chua / Penguin Press
저자 이름을 보고 좀 놀랐다. 에이미 추아. [불타는 세계] 등의 저서를 통해 외교 문제를 파고들던 그녀가 갑자기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내 놓았다. 미국에서 특히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동양계(한국, 중국, 인도)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Tiger Mother 라고 한걸보니 특히 엄마 쪽에 방점을 찍는지도)의 엄청난 교육열에 있다는 논지의 주장을 자신의 경험에 얹어 풀어 나가는 듯 하다. 물론 그런 교육방식이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올바른 방식인가는 논쟁의 여지가 크다. 독자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세계관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책의 내용은 그리 마음에 들 것 같진 않다. 다만, 이 책에서 파생되는 논쟁은 주목할만 하다는 의미에서 챙겨 놓는다.)
OVERConnected
- 사회 / William Davidow / Delphinium
부제는 [The Promise and Threat of the Internet].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설 미디어들은 인터넷을 넘어 개인의 삶들을 서로 연결해버리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과잉 연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충분히 논의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프라이버시 문제부터 시작해 더 크게는 국가간 경제 시스템의 연계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으로 상호 연결된 현대 사회를 조망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Unless It Moves the Human Heart
- 글쓰기 / Roger Rosenblatt / Ecco
부제는 [The Craft and Art of Writing]. 글쓰기 관련된 책은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글쓰기 교실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실제 사람들이 쓴 글을 소재로 하고 있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전문적인 작가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니,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