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형"이라고 부를만큼 개인적으로 알거나 하는 사이는 절대 아니다. 야구에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더더욱이 MLB 야구를 즐겼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박찬호 덕에 야구를 보기 시작한 한 명의 팬일 뿐이다. 당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랬듯, 콧대 높던 메이져리그에서 그가 타자들을 돌려세우던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던.
근데, 전성기를 지나도 한참 지난 박찬호가 부상과 부진에 허덕일 때, 이상하게도 나는 다른 한국인 메이져리거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누가 얼마나 잘하냐는 내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나는 계속 박찬호의 기복 심한 플레이를 때론 즐거워하고 때론 안타까워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어 더 이상 그의 경기실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을 때조차, 그의 뉴스를 찾아보며 그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었으니.
얼마전, 아마도 마이너리그는 더 빨리 끝나는 것 같은데, 그가 마이너리그에서의 첫 해를 마무리했다. 시즌이 끝나고서야 그동안 어깨 통증을 감춰왔다는 이야기도 꺼내더라. 하지만, 다행히 시즌 마지막 두어 경기를 통증 없이 잘 던질 수 있어 기쁘다는 이야기에 나도 같이 즐거워졌다. 내년에도 그의 경기를 기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진은 작년에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을 때 찍은거다. 경기 시간에 좀 늦어 2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내리 안타/홈런을 얻어맞아 8실점을 하더라 -_-;; 하지만, 박찬호는 그러고도 6회까지 버텼고, 그 덕에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좀 쉬게 해줄 수 있었다는 평을 들었다. 내가 박찬호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꼭 항상 최고일 필요는 없다. 때로 난타를 당해 망신창이가 될 때가 있어도,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당신이 열 경기를 망쳐도, 단 한 경기의 호투에 나는 열광할테니.
찬호형,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ps. 사진은 3장 연속촬영한 것을 합성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