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버팔로(Buffalo)"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들소는 버팔로 종이 아닌 바이슨(Bison)이다. 버팔로는 동남아시아 쪽에 서식하는 물소 종류를 칭한다. "인디언"이라는 잘못된 이름처럼, 이들도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Native American들처럼, 이들도 본래 그들의 땅에서 쫓겨나 좁은 국립공원 안에서 간신히 그 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미 중서부를 다니다보면 일단 그 광대함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허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땅들은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철조망들로 구획되어 사유화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No Trespassing"이나 "Private Property" 따위의 펫말을 달고 있는 그 땅이 언제부터 그들의 땅이었을까. 그 땅에서 발붙이고 살던 원주민과 야생동물들을 몰아낸 개척시대가 사유화 1기의 역사였다면, 대공황을 전후로 가난한 소농민들을 몰아내고 대자본이 거대한 목장 부지를 조성한 것이 사유화 2기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쪽이나, 새로운 지배자는 힘으로 본디의 주인을 몰아내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처음에는 총칼로, 그 후에는 자본으로. 그것이 기실, 미국 근현대사의 본모습이다.

이제 바이슨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던 땅은 철조망으로 나뉘어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바이슨들은 "자연보호"라는 이름 하에 관리되는 국립공원 안에서만 오갈 수 있을 뿐이다. 보호라고? 몰살시키지 않은 것을 감사하란 뜻일까? 물론 바이슨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인간에게 이렇게 항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풀을 뜯으며 관광객들의 사진 속 피사체로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슬픈 종족의 실루엣은 오늘도 인간의 오만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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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역사가 이 사진에 담겨 있네요.

turnleft 2007-10-16 05:49   좋아요 0 | URL
뭐, 그 정도로 거창한건 아니구요 ^^;
세상 만물이 인간의 거울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비친 자기 모습을 되돌아 보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너무 인간 중심적인 시각일 수도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인간인걸 ^^;

혜경^^ 2007-10-1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가 흔히 들은 '버팔로'가 '바이슨'을 잘못 알고 있었던 거였군요.
그런데 네이티브 어메리컨들의 역사를 말하는 책에서도 버팔로라고 나와있으니
고쳐야할 부분이군요. 그들은 그들 본래의 땅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을텐데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두어 놓았으니 저들의 모습이 슬퍼보입니다.
저 사진은 줌으로 당겨 찍으신건가요? 가까이 갖다댄 카메라의 손이 그들을 향한
마음만 같습니다.^^

turnleft 2007-10-20 02:41   좋아요 0 | URL
줌으로 당기기도 했지만, 꽤 가까이 다가갔었어요. 가까이 가니까 상당히 무섭더군요 =_=
 



케임브릿지 어딘가의 술집 벽.

사랑하며 살기도 벅찬 인생, 왜 사람은 서로 미워하지 못해 안달일까 싶다. 우울한 저녁에는 슬프지만 따뜻한 눈을 가진 친구와 술 한잔이 간절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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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1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초록눈!
어제 저녁 작은딸이랑 산책을 하며 갑자기 색깔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이가 느끼는 색의
감정이란 게, 빨강은 질투심, 노랑은 명랑함, 파랑은 냉정함, 그리고 초록은 따뜻함이더군요. 굳이 제가 좋아하는 노랑에 질투심이 담겨있단 말은 안 해 줄 걸 그랬어요.
초록의 따뜻함! 님의 사진과 글에서 느끼고 갑니다.^^

turnleft 2007-10-12 16:43   좋아요 0 | URL
전에 미국 친구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문화의 차이가 색인지에 미치는 영향에 많이 놀란 적이 있었어요. 예컨데 저는 파란색을 '시원하다'라고 느끼는데, 이 쪽에서는 '우울하다'라고 받아들이는게 보편적이구요. 노란색이 질투라는건 그 친구랑 얘기하다가 처음 알았어요. 빨간색은 뭐니뭐니해도 정열! 이죠.

비로그인 2007-10-13 21:50   좋아요 0 | URL
음, 전 노란장미도 참 좋아하는데, 한다발을 들고가는데 누군가 "노란장미의 꽃말은 질투"라고 말하드라구요. 알군 있었지만, 예쁘면 되지. 돼지같으니라고, 참견꾼이야 말로! ^^;

프레이야 2007-10-18 18:36   좋아요 0 | URL
새초롬님, 찌찌뽕!
저도 노란장미 좋아하는뎅.. 노란 튤립, 노란 후리지아도요~
우린 은근히 질투심이 많은가 봐요^^

turnleft 2007-10-15 01:56   좋아요 0 | URL
음.. 저는 노란색이 질투라는데 별로 동의 안 해요. 저한테 질투는 자주색에 가까운 느낌이네요.

비로그인 2007-10-16 18:32   좋아요 0 | URL
어맛, 혜경님! 저도저도 노란 튤립이랑 노란 후리지아도 좋아해요~~ 물감이나 그런거랑 다른 어찌나 이쁜 노랑인지, 꼭 건드리면 톡 터질듯. 질투심이라뇨, 아뇨~ 전 그래도 님은 아닐거 같은데요? ^^

음, TF님. 저도 질투는 붉은 계통같아요. 붉은 계통에 검은빛이 섞인.
붉은 색은 어째 피가 생각나요. 음, 그런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요.

turnleft 2007-10-17 02:27   좋아요 0 | URL
그쵸, 질투라는게 어째 피가 따를 것 같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제 닉은 어쩌다가 TF 로 축약이 된걸까요.. ^^;

비로그인 2007-10-17 08:06   좋아요 0 | URL
어떤분이 좌회전이라고 부르시니까 님이 Turnleft나 TF로 불러달라고 쓰셨잖아요. 여기 님서재에서 글읽다가 봤는데.

turnleft 2007-10-17 09:08   좋아요 0 | URL
푸핫, 그랬나요? ^^;
그럼 아마 TL 이라고 쓴다는걸 잘못 썼을거에요. 좌회전도 괜찮고, 그냥 편하신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

비로그인 2007-10-17 10:57   좋아요 0 | URL
앗, TL이었던거 같아요!! 갑자기 일하다가 이게 생각이 났어요 =.,ㅜ 쏘리~

비로그인 2007-10-1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는 사진이네요. 사진찍는 분이신가 봐요? 직업 아님 취미? ^^
순간을 간직하며 사는 분이군요..
때론, 장황한 설명보다 사진 한장이 진실을 더 명확하게 보여줄수 있다는 생각이...
^^

turnleft 2007-10-20 02:4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냥 취미입니다.
설명이 없으면 감상자의 몫이 커지죠. 그렇게 느낀 감상자의 감상이 찍은 사람의 감상과 합쳐질 때가 가장 이상적일테구요 ^^
 

도대체 이해를 못하는건지, 이해하기가 싫은건지 모르겠다
쓰지 않은 말은 그리 잘 알면서, 쓴 말은 왜 넘겨버리는걸까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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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1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하시는 얘긴가요? 제가 워낙 도끼병과 난독증이 있는 '죄많은' 인간인지라,

turnleft 2007-10-11 13:58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한테 하는 얘기면 댓글로 달았겠지요.
하이드님 포함, 저 포함 다수에게 느끼는 점입니다. 난독증이야 증세고, 원인을 파고 들어봤으면 하네요.

아, 그리고 하이드님 자기진단 증세에 "자학증"도 넣어보세요. 남들이 말하지도 않는 수식어를 어찌나 스스로 본인 앞에 넣으시는지 말꺼내기가 무섭네요.

하이드 2007-10-1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복잡하지만, 자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끼병과 피해의식 사이 어디메- 랄까, 전 제가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을 자학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가요;;)생각하는걸 말로든, 글로든 100% 보이는건 쉽지가 않아요.(감추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딸려서) 게다가 그걸로 소통을 해야한다는건, 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페이퍼가 의미심장하게 올라오면, 저뿐만 아니라 다수가 '나인가?' 한다는 것을 수경님 페이퍼에서 깨달았습니다. (근데, 그건 정말 저인것 같아요. -_-a)

turnleft 2007-10-12 02:41   좋아요 0 | URL
자신의 결점을 알고 그걸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건 장점일 수 있어요. 용기도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라고 봐요. 상대는 당신의 결점을 이야기하려던게 아니었는데, 마치 그런 의도로 말한 것처럼 맥락이 바뀌어 버리니까요. 소통이 어려운만큼 더 조심스럽고 세심한 대화의 방법이 필요한거겠죠.

2007-10-11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2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0-1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스럽고 세심한 대화의 '방법',에 추천입니다.
저도 그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 늘 고민이지요. 글은 그나마 좀 낫지만 말로선
얼마나 어려운지요. 진심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요. 갖가지 원하지 않는
방해요인들도 있구요. ^^ (앗, 이미 추천했군요)

turnleft 2007-10-12 16:40   좋아요 0 | URL
아마 평생 안고갈 숙제겠죠. 그래도 글을 많이 읽고 쓰다 보면 계속 연습을 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어찌보면 표현을 얼마나 잘 하나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꼼꼼히 읽고 듣느냐가 더 핵심인 것 같기도 하더군요.

다락방 2007-10-1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통이 어려운만큼 더 조심스럽고 세심한 대화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님의 댓글 때문에 이 페이퍼는 저도 혜경님 따라서 추천이예요.
조곤조곤 말씀하시는게 좋으네요.

turnleft 2007-10-12 16:41   좋아요 0 | URL
제 목소리가 좀 조곤조곤해요 :)
 



자연은 가끔 의외의 곳에서 유머 감각을 발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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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한 유머에요^^

turnleft 2007-10-11 13:12   좋아요 0 | URL
ㅋㅋ

hnine 2007-10-1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어디가 유머인지 못 찾겠어요...엉 엉...

turnleft 2007-10-12 02:28   좋아요 0 | URL
요게, 나무에 생긴 혹 같은 거거든요.
누가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닌데, 저런 코믹한 인물상이 숲 속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웃기더라구요 ^^;

비로그인 2007-10-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무리봐도 울트라 맨 밖에 안보이는데;;
 



힘든 오늘일지라도, 희망을 그리고 사랑을 불신하지 말아 주세요.
아무리 막막해 보일지라도, 수평선 너머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믿어주세요.

기다림의 끝에서 웃는 얼굴로 돌아올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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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0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1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0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1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