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버팔로(Buffalo)"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들소는 버팔로 종이 아닌 바이슨(Bison)이다. 버팔로는 동남아시아 쪽에 서식하는 물소 종류를 칭한다. "인디언"이라는 잘못된 이름처럼, 이들도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Native American들처럼, 이들도 본래 그들의 땅에서 쫓겨나 좁은 국립공원 안에서 간신히 그 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미 중서부를 다니다보면 일단 그 광대함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허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땅들은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철조망들로 구획되어 사유화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No Trespassing"이나 "Private Property" 따위의 펫말을 달고 있는 그 땅이 언제부터 그들의 땅이었을까. 그 땅에서 발붙이고 살던 원주민과 야생동물들을 몰아낸 개척시대가 사유화 1기의 역사였다면, 대공황을 전후로 가난한 소농민들을 몰아내고 대자본이 거대한 목장 부지를 조성한 것이 사유화 2기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쪽이나, 새로운 지배자는 힘으로 본디의 주인을 몰아내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처음에는 총칼로, 그 후에는 자본으로. 그것이 기실, 미국 근현대사의 본모습이다.
이제 바이슨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던 땅은 철조망으로 나뉘어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바이슨들은 "자연보호"라는 이름 하에 관리되는 국립공원 안에서만 오갈 수 있을 뿐이다. 보호라고? 몰살시키지 않은 것을 감사하란 뜻일까? 물론 바이슨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인간에게 이렇게 항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풀을 뜯으며 관광객들의 사진 속 피사체로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슬픈 종족의 실루엣은 오늘도 인간의 오만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