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로 며칠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오니 뭔가 한바탕 또 소란이 일었던 것 같네요. 어제 밤에는 알라딘 서재 메인이 들어가지지 않아서 제가 즐찾한 분들이 올려주시는 글들로 대충 분위기만 짐작했었는데, 오늘 폐허처럼 남겨진 글 부스러기들을 찾아 읽으니 착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결국은 그냥 평범한 사용자들끼리의 감정 다툼으로 치닫고 마는군요.

안그래도, 며칠전 바람구두님의 편지글을 읽다가 내내 마음에 걸려하던 부분을 쿡 찔러주시게 있어 또 한 번 글을 쓸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글을 처음 올리던 순간부터 저 자신에게 계속 반복해서 물으면서 확인해왔던 부분입니다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앙금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불매운동을 진행(?)하셨던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기도 합니다.

저는 저 자신이 객관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양심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그 반대라고도 할 수 있겠죠. 자기 합리화에 능숙하고, 소비 자본주의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으며, 적당히 먹고 살만한 맘 편한 화이트 칼라 노동자의 한 명일 뿐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약자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을 못합니다. 스스로 사회의 밑바닥이 아닌 것을 감사하며(누구한테?) 살기도 하지요.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매번, 내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말을 내뱉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제가 이해하는 고통은 체감된 경험이 아닌 그저 상상의 산물일 뿐이니까요.

보통은 그래서 입다물고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면서 사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논쟁의 한복판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덕분에 많은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대놓고 말은 안해도 한구석에서 들리는 비웃음과 이죽거림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왜 그런 비웃음에 아파할까. 왜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지 못할까. 그건 결국, 그 비웃음들이 제 스스로가 가진 앞서의 죄의식들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딱지 붙이기 식으로 말하자면, 쁘띠 부르주아 근성이라고 할까요. 저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저의 계급성입니다.

제 삶에 큰 굴곡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 계급성은 아마도 남은 제 인생을 계속 규정지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버리기가 힘들어 진다고, 저는 제가 지금 와서 제 삶의 방향을 바꾸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구요. 그리고 그러는 동안 마찬가지의 등 따시고 배부르니 편한 소리 한다는 죄의식은 계속 저를 따라다니겠죠. 그러면 어쩔까요. 계속 침묵해야 할까요? 아니면 약자의 목소리에는 속죄하는 심정으로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면서 살아야 할까요? 아뇨, 그렇게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 모든 것에 앞서 저는 독립된 자아이고 제 스스로의 가치와 판단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모순을 인정하면서도 부끄러움과 함께 더 큰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저는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니, 스스로를 합리화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게 독립된 자아로서의 제 의식의 생존방법이었습니다.

아마도, 선/악의 이분법이 최초로 깨어진 것은 부모님의 잘잘못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 겁니다. 제 행동의 잘잘못을 가리는 판관이었던 부모님이 당신들 역시 마찬가지의 잘못들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가치판단의 잣대로서의 권위는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반항도 해 보고, 겉으로 반항하지 않더라고 내게 하는 말들을 맘 속으로는 무시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당신들도 그저 평범한 생활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였습니다. 불의에 저항하기보다는 피하거나 외면하고, 눈앞의 작은 편의를 위해 마찬가지의 작은 잘못들은 모른 척 눈감고 지나가는 제 자신의 모습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마음 속 균열을 안고 사는 요령을 터득한 겁니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균열은 좀 더 커졌고, 마찬가지로 요령도 늘어 가더군요. 누가 봐도 부당한 갑의 요구를 씩 웃으며 받아들이는 법도 배웠고, 막말하는 상사한테 요령껏 대처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왜 그걸 참고 사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으면 맞서 싸워야지 왜 침묵하냐고 다그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편하게 살고 싶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제 밥벌이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 간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일로 양심의 가책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그런 대접을 받을지라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물리적 폭력이나 성추행 등 제 스스로 정한 기준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맞서 싸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자기합리화라면 자기합리화 입니다만, 투사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지 않은 이상, 제가 자아의 분열을 겪지 않으면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제 주변의 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줄타기가 이루어 집니다. 욕하기는 쉽습니다. 분노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조건들이 붙기 마련입니다. 이게 그 정도로도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그 정도로 큰 피해를 가한 일인지, 행동의 수위는 적절한지, 내 참여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저는 제가 소심하긴 해도 정치적, 사회적으로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된다면 제 작은 참여를 보태는 일을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실제 참여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판단의 과정들을 거칩니다. 이것이 옳다 라는 선언만으로는 메꿔지지 않은 그 간극이 바로 윤리적 “판단”과 정치적 “행위” 사이의 간극입니다. 부모님이 길에서 무단횡단했다고 가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제 불매운동으로 돌아옵시다. 제가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자신과 제 주변 사람들, 그리고 문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행동의 기준들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해해보면, 불매운동을 관망해왔던 알라디너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알라딘의 행위가 직접 행동을 촉발할만큼 중대한 잘못임을 증명해 달라는 것입니다. 알라딘이 선량한 기업이라서도 아니고, 김종호님의 처지가 대수롭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아마도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오판도 있습니다. 저 자신만해도 알라딘의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 순진하게 생각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토론이 필요했고, 정보의 교류가 필요했습니다. 어떤 분은 당장 해고당한 사람이 있는데 엉뚱한 논쟁으로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미안한 말입니다만, 저는 헛다리를 짚고 있는건 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제기를 넘어 불매 “운동”이라는 대중 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불가피하게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입니다. 김종호님의 해고가 안타깝긴 하지만 정황상 알라딘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은 아닌 이상 직접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최소한 다른 사례들이라도 제시하면서 상습범이라는 증거라도 찾았으면 또 모를까요) 김종호님의 문제제기와 알라딘의 지속적인 회피로 알라딘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들은 어느 정도 확증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것도 조사장님의 도급 중단 선언으로 딱히 계속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습니다. 비정규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여러 글에 썼으니 더 언급할 것도 없겠죠. 현실적으로 더 이상 동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된겁니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져야 할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황을 인정하기보단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알라딘 마을이 원래 그렇지 라는 묘한 냉소부터 시작해 알라딘 밖에서 답을 찾겠다는 선언도 나왔습니다. 토론을 하기보단 “부당한”이라는 단어에 폰트를 키우고 굵은 글씨로 치장하기만 합니다. 정치적 행위를 놓고 곧바로 그 사람의 윤리적 판단을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런 모습들, 많이 봐 왔습니다. 대중의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낼 결절점들을 만들어내기보단, 눈 앞의 투쟁을 위해 대중들을 끌어들이려다 지쳐 대중을 비난하면서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피로감만 높이는 모습들 말입니다. 좋게 말하면 혈기고, 까놓고 말하자면 그저 조급증입니다. 긴 안목으로 변화의 토대를 만들기보단 눈 앞의 투쟁의 성과를 위해 안달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비정규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 그리고 알라딘의 관행적 불법행위들이 도급 중단과 함께 일소될 가능성(아직 구체적인 조처들을 모르기 때문에 해결됐다고는 말 못하겠군요)을 만든 것으로도 불매 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호님만 생각하자면 애초에 고용 기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물어 알라딘 쪽의 사과와 1~2개월 재취업 기간에 대한 보상 정도의 요구였으면 어땠을까도 싶습니다만, 그랬더라면 알라딘의 불법행위들이 알려지지 않았을 테니.. 참 뭐라 말하기 힘들군요. 어쨌든, 이제 알라딘 내에서의 불매운동은 현실적으로 힘을 잃은 것 같습니다. 더 높은 수준의 요구에 대해서는 알라딘 밖에서 움직이시는 분들께 맡겨야겠죠.

저는 일단 알라딘의 도급 중단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질 때까지 불매는 지속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듯, 다른 분들에게 동참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불매에 동참했던만큼, 어떤 식으로든 (자족적일지라도) 마무리는 짓고 끝내겠다는 개인적인 고집입니다. 조사장님도 조치에 대한 약속을 했으니, 그 결과에 대해서 공지를 할 정도의 성의는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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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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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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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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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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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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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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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6: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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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0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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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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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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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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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12-29 03:56   좋아요 0 | URL
음, 제가 메아쿨파님 글을 잘못 읽었군요.

예, 맞습니다. 제가 사람들에 대해 기대치를 낮게 잡아요. 물적 토대를 배반할 수는 없으니까요. 일단 제 자신부터 그렇지 않습니까.. ^^;

아무튼 마음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소주 한 잔 했을텐데 아쉽네요...

비로그인 2009-12-29 09:08   좋아요 0 | URL
중국으로 오십쇼. 제가 백주(요거 가짜일 확률 높음ㅎㅎ) 한잔 사드리지요.

2009-12-29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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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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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0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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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조용하네요. 이대로 흐지부지 되는 것도 내심 반겨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떻게든 정리가 필요한 일인지라 일단 또 글을 올려봅니다. 저 원래 이런 글 쓰는거 안 좋아해요… 어쩌다 이리 총대를 매는 상황이 되었는지 ㅠ_ㅠ

현재 상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조사장님의 글이 올라온 후에 몇 건의 반박글이 올라오고 분위기가 좀 싸해진 후에 아무도 글을 안 올리고 있다(볼빨간 님께서는 띄엄띄엄 올려주시긴 합니다만), 가 될 것 같군요. 개인 서재라는 사적인 방법을 통해 글을 남기신 조사장님이 그 후로 계속 침묵을 지키시는 것도 안타깝고(기왕 사적인 방법을 택하셨는데, 좀 더 사적으로 토론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당사자인 김종호님도 그 후로 반응이 전혀 없어서 제 3자들만 싸우다말고 뻘쭘하니 서 있는 형상이 되었습니다.

일단 조사장님의 사과글에 대한 반응부터 정리해 보도록 하죠. 조사장님 글의 요점은 1)단기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미숙으로 인한 불상사였다. 2)내년 1월부터 도급을 중지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성수기 단기채용을 위한 도급은 불가피하다. 3)알라디너들과 김종호님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원직복직은 불가능하다.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반응들은 제각각이긴 하지만 1)채용시 장기근속 가능여부를 물었는데 단기채용 이었다는건 거짓말이다. 2)모든 도급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채용해라 3)김종호님에게 제대로 사과 안했다. 알라디너에게 사과하면서 곁가지로 넣었을 뿐이다. 4)원직복직 시켜라. 정도가 되겠네요.
 

1. 단기채용 여부에 대한 논란

저는 사실 이 부분은 서로 알면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알라딘 쪽에서는 인트잡과 단기인력채용 계약을 맺었다고 말합니다. 알라딘으로서는 개별노동자와 단기채용 계약을 맺은게 아니기 때문에 이 경우 단기채용임을 개별노동자에게 알리는 직접적인 책임은 인트잡에게 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좋게 말하면 관행이고, 사실 불법이죠) 채용면접에 알라딘 인사과장이 참석했었군요. 김종호님의 주장은 이 자리에서 장기근속 여부를 물었다고 하는데, 이게 단기채용이 거짓말이라는 핵심 증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단기채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결정적인 증거는 못 된다고 봅니다. 제가 읽기로는 면접은 개별면접이 아니라 단체면접(4~5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알라딘으로는 상시적으로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뽑는다고 했기 때문에 누가 장기고 누가 단기인지 구분하지 않고 면접을 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굳이 구분하려고 하지도 않았겠죠. 알라딘 입장에서야 그건 인트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판단했을 테니까요. 김종호님 입장에서는 장기근속 여부를 물었으니 당연히 장기근속을 기대했을 테지만, 그것만으로 단기채용이 거짓이다라고 말하기엔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건 알라딘이 도급업체를 쓰면서 행해왔던 관행적(?) 불법행위들입니다. 사실 이건 인트잡과 같은 회사를 통해 인력을 공급받는 회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도급의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실제 업무가 도급 회사의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진 않고.. 아마도 핵심은 인력 공급이 목적이겠죠. 인트잡은 서류작업만 하고, 실제 면접은 원청 회사로 사람 보냈을테구요. 현장 대리인 정도야 선임해 두었겠지만 실제 업무에 대한 지식은 없었을 테니 업무지시도 원청에서 직접 했겠지요. 알라딘이 이 문제를 더 파고들기를 회피하는 까닭도 그런 불법행위들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아가 조사장님의 도급 중단 선언도 지금까지의 불법행위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앞으로의 불법행위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도급 중단 선언을 평가절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좀 모호한 면은 있지만, 최소한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김종호님의 해고와 알라딘의 불법행위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중요한 관계가 있다”는 선언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중요한 관계인지 누가 잘 좀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알라딘 입장에서는 불법행위가 알려지면 도덕적/법적 책임을 져야 할 테니 가능한 입을 막으려고 했을테고, 그게 김종호님 입장에서는 압력 행사의 수단이 되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사용 과정에서의 알라딘의 부당행위가 인정된다고 해서 김종호님의 해고가 “부당한” 해고가 되는 논리적 연결고리는 찾지 못하겠군요 -_-a


2. 모든 단기채용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뽑아라

제 입장은 이건 무리한 요구다, 입니다. 그렇게 주장하시는 입장도 수긍은 갑니다만, 알라딘에 이걸 요구하는게 현재 불매운동의 요구사항이 되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이 될 테니 적당한 시점에 불매운동 하시는 분들의 전체적인 의사를 물어 결정했으면 합니다.


3.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의 원칙은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김종호님께서 답변을 주셔야지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알라디너에 대한 사과는 저는 받아 들입니다. 아직 미진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다른 기업들처럼 무시로 일관하지 않고 대응을 보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건 딱 여기까지입니다.


4. 원직복직

이건 앞서의 “부당한” 해고 여부에 대한 판단이 먼저겠지요. 그리고 지금 분위기로는 법적인 판단에 기대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법적인 판단 이전에 “통 큰 결단”을 말하기도 하십니다만, 기업활동을 경영자의 품성으로 환원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통 큰 분들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 분들은 정작 중요한 주변 사람에게는 민폐들을 많이 끼치더군요)

그리고,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부당한" 해고 여부를 떠나 원직복직이 김종호님의 “현재” 요구사항 맞나요? 해고 당시야 당연한 요구였겠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거길 그만두고 다시 알라딘으로 돌아오려는 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 개월 일하셨다면 정규직 전환을 위한 근무기간 때문에라도 원직복직이 필요할테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구요.. 어떤 분들은 불의를 바로잡는게 정의다고 말씀하시면서 원상태로 돌려놔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알라딘이 도급을 중단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도 나름의 정의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김종호님이 지금 다니는 직장을 또 그만두고 알라딘에서 다시 일하는 것이 정의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본인이 지금도 그걸 강력하게 원한다면 요구사항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괜히 엉뚱한 논점으로 헛심쓰는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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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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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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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5: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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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4 1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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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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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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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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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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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2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고생이 많으세요 라는 인사를 건네야할듯 --;;

turnleft 2009-12-23 11:53   좋아요 0 | URL
엉엉.. ㅠ_ㅠ
 

서로의 반대편에 선 사람이 아니라, 이죽거리고 조소하며 야유하는, 그저 상대를 꺾으려 드는 사람들이라는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게 단순한 감정의 배설인지 아니면 실력행사를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건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자 꽉 막힌 이 나라 윗분(?)들과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동일한 무늬의 반복일 뿐입니다. 흐려진 물에서 청명한 토론은 불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로그인 안 한 상태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나,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글 남기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곳에서의 불매운동이 커뮤니티로서 알라딘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의 애정과 진지한 책임감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글을 쓰던 그것은 자유나, 최소한 이 논쟁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만큼의 진지함과 책임감을 갖고 글을 남겨주십시오. 실제 어느 마을에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외지인들이 마을 일에 개입하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더라도, 당사자 집에 돌 던지고 사라지는 짓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저는 논쟁은 답을 찾아 나가기 위한 과정이지 상대를 꺾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논쟁에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 믿음마저 모독하진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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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12-2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추천 백만개쯤 보냅니다. 불매에 반대하는 분들뿐 아니라 찬성하시는 분들고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싶은 말씀이었습니다.

turnleft 2009-12-21 12:33   좋아요 0 | URL
분위기가 좀 엄해진 까닭에 처음에 불매 시작했던 분들이 너무 조용한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또 한 번 파도가 일어야겠죠?

무해한모리군 2009-12-2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거친말들 미워미워

turnleft 2009-12-21 12:34   좋아요 0 | URL
ㅋㅋ 실제로도 이렇게 귀여운 말투인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1 14:36   좋아요 0 | URL
음... 똑 부러진다는 쪽이 더 많은듯 ㅎ
혹시 허경영 보셨나요?
그런 식의 과장된 동의와 손짓 머리짓이 특기 ㅋㄷㅋㄷ

turnleft 2009-12-22 03:23   좋아요 0 | URL
허경영 식의 과장된 몸짓으로 "미워미워~"를 외치신단 말입니까!! (-_-)

Mephistopheles 2009-12-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가끔씩 발생하는 논쟁에서 서로 거친말이 오가고 조소가 오갈 수 있다고 봐요.(우린 성인군자가 아니다 보니까요. 그리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고요.) 하지만 지나가다 란 이름으로 올라오는 무기명 댓글들..제일 졸렬하고 치사하죠. 대충 문체를 보면 누군지 판단이 서는데 오죽 못났으면 자기 이름 하나 내세우지 못하고 의견을 개진할까 싶기도 합니다.

turnleft 2009-12-21 12: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들 성인군자는 아닌데 싸우다보면 울컥 하기도 하고 그런거죠 뭐. 그래도 최대한 상대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비로그인 2009-12-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게로군요...

turnleft 2009-12-21 12:36   좋아요 0 | URL
흐흐, 가장 날카로운 댓글이었습니다 ^^;
여긴 아직 일요일 밤이긴 한데, 주말에 계속 바빠서 차분하게 앉아서 글 쓸 시간이 없었어요. 역시 글은 주 중에 일하는 시간에 몰래 써야 제 맛이..쿨럭;;

마냐 2009-12-2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턴님 지적에 추천을 백만개쯤 보내드리고 싶지만...동시에 우려도 한가지 덧붙입니다.

"뭐가 문제냐고? 결국은 '싸가지'가 문제야"라는게...제 생각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논쟁을 벌이든, 토론을 하든, 싸우든. 최소한 '싸가지'는 있어야 합니다. 말씀처럼 조소하고 이죽거리는 건, 정말 싸가지가 많이 부족한 일입니다. 그리고 싸가지 부족함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은...당사자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두려움 없이 펼치는 것과, 당당한 것은 싸가지 없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그 차이를 모르고 설친다면..당사자의 '인터넷 품격'만 떨어집니다. 늘 그런건 아니지만…때로 안타깝죠.

말은 좀 거칠더라도…'싸가지'를 갖추고 '상식'만 지킨다면...인터넷 세상이 매우 괜찮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턴님과 메피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무기명’에 대한 우려입니다. ‘실명’을 써야만 논쟁에 끼어들 수 있다는 것은 익명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알라딘 커뮤니티는 일종의 폐쇄된 공동체 성격을 띠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명의 의견 피력을 막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피님 말씀처럼..오죽 못났으면 자기 이름도 못 걸고 의견을 내놓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저는 이 같은 우려에서 출발하는 실명제에 반대합니다. 알라딘은 ‘실명’도 아니고 ‘닉네임’만 공개하지만, 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익명도 떠들 수 있도록 해주는게…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첫걸음인 거죠. 결론적으로 ‘익명’도 좋으니..’싸가지’는 지키고 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슴다. 바쁜 아침이라..이만…휘리릭

Mephistopheles 2009-12-21 10:37   좋아요 0 | URL
지나가는 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댓글의 내용을 보면 마냐님의 말씀처럼 싸가지 결핍인 경우다 대다수이기도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무기명을 보장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을 저격하거나 비방하는 목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행위는 싸가지가 없는 것을 넘어서 비겁하고 졸렬할 뿐이죠. 싸가지가 없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품격과 더불어 인터넷의 품격도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볼때 무기명으로 올라오는 싸가지 없는 댓글과 의견돌출은 자신의 품위는 유지하며 인터넷 품격만 떨어트리고 마는 저급한 에고이즘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듭니다요.^^

비로그인 2009-12-21 11:33   좋아요 0 | URL
싸가지 없는 인간들에게 싸가지 좀 지키자고 말하는 건 구만년 걸릴 일이구요. 그게 의견인지 신경질인지 감정의 배설인지를 구별할만한 사람들이 알아서 구별해주는 게 먼저지 싶습니다. 다른 인터넷 공간보다는 실명제에 가까운 알라딘 서재 내에서도 이렇게 탁한 공기가 흐르는 걸 보면 말이죠.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나가다 돌 던지는 이들이라고 볼 수는 없는 거고, 반대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싸가지 장착한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요는 실명제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란 거죠. 누가 봐도 신경증 수준인 막말에 맞장구치며 좋아라 하는 건 그 나물에 그 밥들이 하는 짓이고, 대놓고 분개하는 건 힘만 빼는 일이죠. 그냥 속으로나 욕 한바가지 하고 깨끗이 무시해주시는 게 퇴치법 아닐까 싶슴돠...

turnleft 2009-12-21 12:39   좋아요 0 | URL
예, 저도 마냐님 의견과 같습니다. 누가 글을 쓰냐는 철저하게 본인 자유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건 다만 부탁일 뿐, 강제성을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그래서도 안되고, 또 제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그리고, 무시보다는 모범이 더 좋겠죠? 논쟁의 품격이 느껴지는 글들이 다시 쭈~~욱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Arch 2009-12-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먼저 하고.
마냐님이 말씀하신 '익명'도 좋으니 '싸가지'는 지키자가 생각만큼 어려운거 같아요. 저는 인터넷 실명제에 동의하진 않지만 개별적인 사안에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을 통해 다른 입장이나 의견을 피력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감정 배설 -꼭 나쁜건 아니지만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측면에서-'과 '흡집내기'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행동이 타인을 향한 조소와 인상 비평에 그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몇몇 논쟁에서 익명으로 달린 댓글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란 것보다 공격당하는 사람은 아프겠구나란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서재 마을이 폐쇄적일 수도 있고, 익명의 순기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자면 갈길이 너무 먼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걸보면 전 실명제를 찬성하는 것 같은데 그건 또 아니래고.

turnleft 2009-12-21 12:41   좋아요 0 | URL
사실 우리는, 논쟁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까라면 까고, 윗사람이 그렇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배워 왔잖아요. 그러니 막상 논쟁할 때는 다들 서툴고, 또 많이 엇나가죠. 결과만을 놓고 보면 짜증나는 일이지만, 어쩌겠습니까, 긴 안목으로는 어차피 치뤄야 할 수업료라고 봐야죠.

순오기 2009-12-2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에 올라오는 글을 우리집 십대들에게 간간이 들려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들어보고 나름대로 평가를 내립니다. 아이들도 웬만한 건 다 알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독서편력을 자랑하는 이들의 '싸가지'없는 막말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저도 싸가지 없는 글을 보고 너무나 열 받아서 이런 페이퍼를 하나 올려야겠다고 우리 애들에게 말했더니
"엄마, 괜히 구설수에 오르지 말고 참아. 알라디너들 정말 잘났잖아!"라는 말로 기죽여서 그냥 참았답니다.ㅋㅋ 그런데 님이 제 마음과 꼭 같은 글을 올려주셔서 저도 추천을 백개쯤 날리고 싶어요.^^

turnleft 2009-12-22 03:26   좋아요 0 | URL
막말이 오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글을 쓰기를 꺼려하죠. 혹여나 그 엄한 말들이 나를 향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말은 안 했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들 하고 있었을거라 생각해요. 저는 어차피 이번 논쟁에서 총대를 맨 관계로.. ㅠ_ㅠ

항상 볼 때마다 느끼지만, 순오기님 자제분들은 참 의젓하게 잘 큰 것 같아요 ^^
 

심지어 메아쿨파님도 길게 쓰니까 이제 저는 짧게 써도 될 것 같군요 ㅋㅋ

일단 조사장님의 글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한발짝 앞으로 나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토론의 시작일지 아니면 그저 또 하나의 “입장표명”에 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만 해도 희망은 보이는군요. 애초에 제가 알라딘에 바랬던 것에는 근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라딘의 입장과 강경파(?)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립니다. 김종호님 본인 의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정규직 채용 주장까지 나왔으니 쉽지 않은 토론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는 김종호님이 다시 답글을 올려주고 조사장님이 다시 답하는 방식으로 서로간의 이견을 가늠해 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알라디너가 알라딘에 요구하는 것과 김종호씨가 알라딘에 요구하는게 같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헛, 짧게 쓴댔는데 또 말이 길어집니다. 이 놈의 만연체... 그냥 1, 2, 3 으로 정리하렵니다.

1) 조사장님은 도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가 좀 모호하긴 하네요.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건지, 아니면 알라딘이 비정규직을 직접 채용하겠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후자라면.. 잠재적인 문제를 또 안고 가는 거겠지요. 무조건 정규직으로 가라고는 못하겠지만, 이번 불매운동에 깔린 근본적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가시길 빕니다.

2) 뜬금없겠지만, “비정규직이 뭐가 문젠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등 여러 문제가 많겠지만, 이건 정규직이라고 해서 꼭 자유로운 문제는 아닙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고용 불안에서 오는 “삶의 불확실성”이 아닐까 싶네요. 장기 적금도 들 수 없고, 한 지역에 붙박고 사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최소한의 삶의 계획조차도 어렵게 만드는 일상적 불안의 세계.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직접적인 물리적 고통보다 불확실성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낀다더군요. 그러한 공포의 일상화가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길지는 솔직히 문학적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군요 -_-

3) 성수기 단기채용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데, 유휴 인력들을 계속 먹여살리라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단기채용을 명시하면, 최소한 고용기간에 대한 알라딘의 기대와 노동자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아 앞서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긴 할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단기채용을 명시했을 때, 인력 수급이 원활할지는 의문이군요. 알라딘이 성수기면 다른 업체도 성수기 아닙니까. 사실 이번 사태도 알라딘의 단기채용을 위해 인트잡이 무리수(..라기보다 그냥 편한대로 행동한거지만) 를 둔거라고 생각되는데,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잘 돌아갈거란 장담은 좀 힘들군요.

4) 성수기가 성수기인데는 이유가 있을텐데(왜일까요? 아마도 학기 초?), 그게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 완화될 수 있다면 상근직을 늘리고 성수기 야근(물론 야근 수당은 주셔야죠 ㅋ) + 알바 정도로 대체 가능할까요?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라디너들이 의식적으로 성수기를 피해 주문을 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것도 가능은 하리라 봅니다. 물론 어느 정도로 그게 성수기 수요를 완화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예측 불가능하지만, 다음 성수기 때 시도해서 알라딘과 함께 그 결과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최소한 이런 운동(?)이 책을 구매하는 이들의 죄의식을 경감시켜 주는 당의정은 되겠다는 생각도 잠깐 듭니다만.. ㅋㅋ)

5) 어쨌든,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것이라고 하지 않잖습니까 ㅎㅎ 개인적으로는 논쟁보다는 이런 몽상이 더 좋아요.

6) 짧다더니 길잖아! 라는 댓글이 달리겠군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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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2-1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다더니 길잖아!

^^*

turnleft 2009-12-18 12:45   좋아요 0 | URL
ㅋㅋ 기대에 부응해 주시는군요.

비로그인 2009-12-1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언제부터 '심지어'가 됐답니까? -..- ㅎㅎ

turnleft 2009-12-18 12:45   좋아요 0 | URL
원래 평판이라는게 아차 하는 순간에 결정됩니다 @_@

마노아 2009-12-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혹은 현실적인 몽상가라고 부를까봐요.^^

turnleft 2009-12-18 12:46   좋아요 0 | URL
현실적인 쪽이 좀 더 듣기 좋은데요. 아름다운건 저랑 원체 거리가 멀어서;;
 
제안 - 알라딘 조유식 사장에게 편지보내기 카페를 엽니다.

막상 편지글의 형식을 쓰려니까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라딘을 이용하면서 실제 알라딘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머리 속에 그려본 적은 한번도 없더군요. 온라인 상점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구매가 완료되고, 실제 대화는 알라딘을 이용하는 다른 알라디너와만 나누었으니까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건, 제 아무리 온라인 서점이라고해도 결국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이 결정해서 움직이는 곳이라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 알라딘에서 누군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해고를 당하고, 누군가는 "고객의 불만"에 답변을 하고, 또 이렇게 누군가 얽힌 끈을 풀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있어 그에게 편지를 쓰게까지 되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이 곳도 사람 사는 세상인게지요.

사건의 경과를 자세히 지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글을 드리는 시점에도 다소 애매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불매 자체에 어깃장을 놓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 불매 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다른 분들과 다소 다른 관점에서 이 사태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불매 운동 참여와 불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짜 차이는 무관심과 관심 사이에 있을 뿐이지요. 구체적인 행동은 다르더라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을 통해 저마다의 정치적, 윤리적 판단들을 내려 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라딘이야말로 이 토론의 가장 핵심적인 참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에 머무는 대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여러 한계들를 토로하고, 가능한 해법을 위해 머리를 모으는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 시점에서 조사장님은 아마 내가 왜? 혹은 당신들이 뭔데? 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기업-소비자 관계에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알라딘은 제가 생산한 컨텐츠를 알라딘 상품 DB 의 한 항목으로 사용합니다. 저는 알라딘에 돈을 지불하고, 알라딘은 다른 곳보다 (때론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공급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인 계약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계약관계 안에서는 알라딘 이용자들이 경영과 관련된 부분까지 간섭하고 드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알라딘의 대응은 이 계약관계에 충실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불만에 고객팀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 계약관계 이전에 더 근본적인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알라딘이나 우리 모두 같은 시민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여기서 잠깐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저는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도심 근처에 있는지라 주변에 수십년 이상 된 오래된 건물들이 꽤 많습니다. 대개는 여전히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어떤 건물들은 허물고 그 자리에 현대식 빌딩이 들어서곤 하지요. 그런데 이런 재건축이 진행되기 전, 건물 앞에 꽤 오랫동안 공고가 붙습니다. Land Use Proposal 이라고, 이 자리에 어떤 건물을 지으려고 하며, 대략적인 설계는 어떻고, (가장 중요하게)이러한 건축을 심의하기 위한 공청회가 언제 열린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요. 당연히 공청회 참가 자격 요건 같은건 없습니다.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 가능하지요. 그리고 그 공청회에서 논의되는 내용 또한 다양합니다. 예컨데, 그 정도로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이 생기면 주변 도로에 교통 체증을 일으키지 않겠냐는 실무적인 문제제기도 나오고, 기존 세입자들과 갈등이 있다면 그 문제도 논의됩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 유서 깊은 커피숍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존할건지도 논의되곤 하지요. 공청회의 결과는 심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물주로서도 대충 뭉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지고보면, 그 땅과 건물은 엄연히 사유재산입니다. 그리고 미국만큼 사유재산에 대해 강박적일 정도로 엄격한 나라도 드물겁니다.(심지어 총기 소유의 유래도 국가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한 시민의 권리로 해석하지요) 그런데, 내 땅에 내가 건물을 짓겠다는 결정을 공공의 의견을 통해 심의를 내리도록 해 두었습니다. 건축 승인을 위해 필요한 법적인 요건들이 있을테고, 그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제가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발견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시민사회가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입니다. 법은 최소한의 테두리와 절차를 위한 것이지, 실질적인 판단은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하도록 해 둔 것이죠. 다른 예로 재판에서의 배심원제를 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판단을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이 시민사회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겁니다. 간단히 줄여 말하자면, 그게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 활동은 앞서의 예와는 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꼭 그래야하냐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아무튼 이래저래 비밀로 해야 할게 많은게 기업 활동이라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공공의 토론으로 결정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영상의 판단도 기업 고유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마땅할 겁니다. 사실, 앞서의 건축 심의 공청회에서도 건물에 대한 모든 것을 논의하는게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는 그 소유주에 있으니까요.(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 행사 과정에서 시민사회에 어떤 영향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러한 사유재산권 조차도 시민사회가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한민국의 기업하시는 분들은 대개 자신들의 기업이 시민사회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대표적으로 S 모 그룹처럼)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려 들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네요.

아시다시피,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사회 제반 이슈에 대한 시민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시민사회라 하면 일부 시민단체들에 한정해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시민단체는 조금 더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개입을 위해 생겨난 단체이지 결코 시민사회 그 자체의 대체물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는 시민사회는 구성원인 독립적 개인(시민)들을 모두 통칭하는 말이며,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의를 통해 그 방향을 잡아가는 군집체로의 성격을 가집니다. 당연히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며 그 안에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 자체가 시민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불매 운동을 소비자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을 "소비자"라는 틀로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매에 참여하든 않든, 자신의 삶이 접한 곳에서 이렇게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시민사회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사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알라딘 역시 자신이 속한 시민사회와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함께 도출해 나가자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요청을 드리자면, 알라딘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토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마 사태를 지켜보는 알라딘 임직원 중에서도 답답하신 분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영업 비밀이 있다면 내부 논의를 거쳐서 글을 남겨주셔도 됩니다. 조사장님께서 직접 토론에 참여하신다면 더 좋겠지요.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서로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하지 않고, 상황을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주장들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분명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닌 한계를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어쨌든, 이것은 당사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토론하고 고민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거지요.

저는 우리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건 시민사회에 대한 믿음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기도 합니다. 조사장님께서도 그 믿음을 함께 해 주시길 바라면서, 글을 이만 마칠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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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1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어제 읽었다면 저는 등록 버튼을 못 눌렀을 거예요. 턴님에게서 자꾸 빛이 나네요. 눈부셔요.^^

turnleft 2009-12-16 13:38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이건 그저 의견 중 하나일 뿐인걸요. 각자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빛이 나고 있습니다 ^^

비로그인 2009-12-1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나만 깡패였어... ㅠ.ㅜ

드팀전 2009-12-16 12:07   좋아요 0 | URL
토닥 토닥. 흐흐

밑에 수정으로 다시 쓰세요. 폼 안나게...ㅎㅎㅎ

간단 명료, 운율까지 좋던데요 뭘...ㅎㅎ

Mephistopheles 2009-12-16 12:29   좋아요 0 | URL
난 그래도 메아쿨파님 글이 가장 눈에 확 들어옵니다.
(다크포스의 소유자라서 그런가 봅니다..ㅋㅋ)

turnleft 2009-12-16 13:38   좋아요 0 | URL
그 얼마나 효율적인 언어랍니까. 저처럼 길게 써봤자 사실 본전도 안 남아요 ㅠ_ㅠ

마냐 2009-12-1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턴님...멋진걸요 ㅎㅎ 그리고 메아쿨파님. 전 메아쿨파님 덕분에 편지 썼어요. 아님 생각 안했을검다. ㅎ

turnleft 2009-12-16 13:40   좋아요 0 | URL
역시 짧고 굵은 글이 강하게 더 강하게 와 닿나 봅니다 ㅎㅎ

2009-12-16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6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12-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방적인 행동과 그에 대한 또 일방적인 반발 - 이 일방통행은 이 나라 전체를 갉아먹고 있는 나쁜 병폐인데 그걸 참 적절하게 지적해주시네요. 들으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까지 다시 느끼게 됩니다.

turnleft 2009-12-17 03:58   좋아요 0 | URL
그쵸.. 갈수록 민주주의의 근본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