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가 되기 전에 나는 쓰레기가 뒹구는 뉴욕의 어두운 뒷골목에서 자라났고 시위대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가 경관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두들겨맞기도 했다. 3년 동안 조선소에서 일했고, 전쟁의 폭력에 가담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리고 역사를 쓰는데 있어서도 '객관성'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게 만들었다"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즉 총과 돈을 쥐고 있는 자들 그리고 권력유지의 결의를 완강히 내보이는 자들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힘이 압도적으로 우세해 보인다는 이유로 정의를 위한 투쟁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만한 제국> 중에서.

 

 


하워드 진 교수가 타계했네요.
마음이 서늘해지는군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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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1-2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돌아가셨군요. 이분의 저서, 참 감명깊게 읽었더랬는데요. 시대의 양심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ㅠ

머큐리 2010-01-2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년엔 좀 심했고... -_-
올해는 책 좀 읽자꾸나.
(그런데 벌써 올 해도 한 달이 다 되어가네?)

에이미 추아, 제국의 미래- 열시미 읽고 있음. 술술 넘어가긴 하는데 생각보다 별로.

 

리처드 세넷, 뉴캐피털리즘
로버트 브루너 외, 패닉-1907년 금융공황의 통찰
카터 에커트, 제국의 후예
류동민,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장하준 외, 쾌도난마 한국경제
로버트 프랭크 외, 승자독식사회
쓰지 신이치, 행복의 경제학

김태완, 율곡문답 



우석훈, 88만원 세대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우석훈,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직선들의 대한민국
우석훈, 조직의 재발견
우석훈·아마미야 카린, 성난 서울 



(옆지기가 사들인 우석훈 책들...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최장집 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민주주의의 민주화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한반도사회문제연구회, 노무현 시대의 좌절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2
박노자,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리영희, 반세기의 신화
김두식, 불멸의 신성가족
강준만, 입시전쟁잔혹사
송기호, 곱창을 위한 변론

강상중, 고민하는 힘
강상중,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스피박 외,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조너선 색스, 사회의 재창조
부르노 카우프만,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
존 엘킹턴 외, 세상을 바꾼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
앙리-레비,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몽고메리, 전쟁의 역사 

닐 슈빈, 내 안의 물고기- 읽는 중
에런 필러, 허리 세운 유인원
이언 윌머트 외, 복제양 돌리 그후

다윈의 대답 1
다윈의 대답 2
다윈의 대답 3
다윈의 대답 4- 4권세트 드디어 챙겼따!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에릭 오르세나, 물의 미래




리처드 불리엣, 사육과 육식
콜린 턴불, 숲 사람들
데이비드 스즈키,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
로리 앤드루스 외, 인체시장
마틴 티틀 외, 먹지마세요 GMO

칼 세이건, 코스모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줄리아 로벨, The Great Wall
존 맨, Genghis Khan
존 필저, Freedom Next Time
마이클 오런, Power, Faith, and Fantasy 

아지즈 네신, 이렇게 왔다가 갈 수는 없다



투르니에, 마왕과 황금별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새뮤얼 존슨, 라셀라스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플로베르, 마담 보봐리
나이폴, 미겔 스트리트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린 헌트, 인권의 발명
카틴카 리더보스 외, 타임
씬 스위니 외, 바디

조너선 스펜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차병직 외, 실크로드 움직이는 과거
조길태, 인도와 파키스탄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현대사 

 


아라사키 모리테루, 오키나와 현대사
가마타 사토시, 르포 절망의 일본열도 

김영길, 남미를 말하다
하영식, 남미인권기행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아메리카의 역사

라파엘 젤리히만,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 

 


이안 버지, 신유럽 정치입문 

카플란, 승자학 

 


존 브록만, 위험한 생각들  



베네딕트 앤더슨, 세 깃발 아래에서 


 

마이크 데이비스,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 

 

존 벨라미 포스터, 벌거벗은 제국주의  

아민 말루프,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이거 몇년째, 살까말까 하다가 안 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번 길담서원에 데려간 우리 딸,
멋져보일라구... 폼잡을라구... 덜커덕 이걸 골라 사달라고 졸랐다. 무셔운 것..


쑹샤오쥔, 앵그리 차이나

이사야 벌린, 러시아 사상가 

렉 휘태커, 개인의 죽음
우베 뮐러, 대재앙 통일
월리엄 엥달,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벤저민 스키너,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압둘 칼람, 불의 날개
소말리 맘, 다시 찾은 꽃목걸이
존 불 다우 외, 신이 찾은 아이들
캐서린 햄린,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존 바텔,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로베르 플라실리에르,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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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10-01-28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많이 싸였네요 바쁜 한 해가 되실듯;; ㅋ

딸기 2010-01-28 16:39   좋아요 0 | URL
지금 세어보니 98권이네요.
평소 저의 독서 속도로 미뤄볼 때, 저거 다 읽으려면 3년은 걸릴 것 같네요 ㅎㅎ

saint236 2010-01-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국의 미래 보고 들어왔습니다. 저도 이거 선배한테 사달라고 해서 강탈한...학교 졸업한지 10년이 다 되가는 선배인데 단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강탈당하듯이 사줘야했던 책이죠. 그런데 아직가지 못 읽고 묵혀두고 있습니다. 올핸 저도 밀린 책 많이 읽으려고요. 재고 정리 잘하세요.

딸기 2010-01-28 16:39   좋아요 0 | URL
좋은 선배를 두셨군요 ㅎㅎ

매실 2010-01-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아. 책이 넘 많고 제목들이 넘 어려워요. ㅋㅋㅋ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이건 읽고싶어지는 마음이 드네요!

딸기 2010-01-28 16:39   좋아요 0 | URL
짜식...
너도 쌓아둔거 좀 올려봐라. 구경하게 ^^

머큐리 2010-01-2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요...ㅎㅎ 딸기님 화이팅~~

딸기 2010-01-29 10:29   좋아요 0 | URL
보기만 해도 배가 터지려고 해요. 화이팅이 될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카스피 2010-01-2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올 한해 열심히 읽으시고 또다른 좋은 책들을 많이 사셔요^^

딸기 2010-01-29 10:30   좋아요 0 | URL
다 읽을 때까지 책 안 사면, 당분간 돈 좀 모일 것 같아요

마냐 2010-02-0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가 했슴. 이거 올해 안에 못본다에 한표 ㅋㅋ

딸기 2010-02-01 00:33   좋아요 0 | URL
나도 한 표. ㅋㅋㅋ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국내에서 비보이는 친근하면서도 낯선 존재다. 세계대회에서 1, 2등을 다투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페셔녈급에서 대형 쇼핑몰 앞 무대에 서는 게 전부인 아마추어급까지 수많은 청춘들이 비보이의 꿈을 꾸지만 대중은 그들을 잘 알지 못한다.

영화 '올웨이스 비보이'는 최고를 꿈꾸며 돌진하는 젊은 비보이들의 열정과 좌절, 꿈과 현실을 그리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권우탁 감독은 공교롭게도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의 벤슨 리 감독처럼 재미교포다.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들고 국내 관객과 만났지만 두 감독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벤슨 리 감독과는 아직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일단 '플래닛 비보이'가 한국의 비보이를 주목하는 게 좋았어요. 그 영화에도 판문점 장면이 있는 걸 보고 놀라긴 했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물어보곤 합니다. '올웨이스 비보이'가 개봉은 늦었지만 촬영은 먼저 했으니 우연의 일치겠죠."

퍼블릭 에너미, 런DMC, NWA 등의 힙합음악을 들으며 미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던 권우탁 감독은 워너 브러더스와 유니버설, NBC 등이 있는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살면서 조금씩 영화 만들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어렸을 땐 힙합과 연기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랩 배틀에도 나가고 힙합으로 만든 1인극으로 투어 공연을 하기도 했죠. 대학에서는 연기를 공부하다 보니 연극이나 영화적인 요소를 생각하게 됐고 제 역할뿐만 아니라 스토리, 연기, 조명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면서 도전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선 권 감독에게 첫 번째 문제는 제작비였다. 담배회사나 주류회사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독립영화의 정신이 훼손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결국 자신의 돈과 친척,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 제작비를 충당했다.




권우탁 감독이 첫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소재는 남한과 북한이었다. 독립운동을 했고 한국 초대정부의 일원이었던 권 감독의 외할아버지는 모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다 납북됐다. 그는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남북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이 주제를 힙합과 접목시키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 중후반부에 비보이와 발레리나가 판문점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그런 생각이 반영된 부분이다.

"2002년에 한국에 왔는데 그 전에 한국 비보이들을 봤어요. 한국 비보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죠. 파워무브 같은 경우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테크닉에서는 따라올 나라가 없죠. 인상적인 건 너무 겸손하고 착하다는 겁니다. 미국 비보이들은 엄청 폼 잡고 다니거든요."

'올웨이스 비보이'의 첫 촬영은 2005년 9월 시작돼 3주간 이어졌다. 3년간의 시간은 한국을 배우는 데 투자됐다. '한국을 배우고 나서 영화를 찍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영화 연출 경험이 전무한 권우탁 감독으로서는 낯선 어머니의 나라에서 아마추어 배우, 스태프들과 영화를 만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올웨이스 비보이'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진 않지만 이러한 여건을 고려한다면 결코 간과할 작품은 아닌 것이다.

출연이 예정됐던 비보이가 촬영 직전에 출연을 고사한다거나 특정 장소의 촬영 허가가 번복되기도 했고 보조출연자 200여명이 섭외된 비보이 배틀 장면에서 크레인이 고장나는 등 촬영 중 어려움도 많았지만 후반작업 비용이 부족해 4년간 개봉을 하지 못했던 것도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권우탁 감독의 차기작은 두만강에 가서 찍는 일종의 실험영화다. 영화 '코야니스카시'처럼 뚜렷한 내러티브나 대사 없이 음악과 영상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권우탁 감독은 두만강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고자 한 것은 "거기가 한국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우탁 감독에게는 여전히 '한국'이 가장 중요한 화두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윤태희 기자 th20022@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

항상 '쟈니'라고 부르는데, 갑자기 권우탁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보니 낯설다.
우탁이 외할아버지는 나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우탁이와 나는 사촌이다.
그동안 영화 찍는다고, 낯선 나라(어머니의 나라라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니까)에 와서 고생 많았을텐데.
언젠가 홍대 근처, 친구들과 같이 쓰는 자취방에 들러본 적 있다. 그러고는 밥도 몇번 못사주고....
누나로서 도와준 게 아무것도 없어 미안하고 안쓰럽다.


우탁이의 영화가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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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2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10-01-12 21: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런데 제가 얘랑 같이 얘기하다가 느꼈던 거는,
여기 사는 우리보다도 외국서 태어나 자란 아이이다보니 남북문제나 민족문제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

근데 왜 댓글을 잘 안 남기세요? 마니마니 남겨주세여 ㅎㅎㅎ

2010-01-13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1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기대가 되는 작품이네요!
특히 두망강에 가서 찍는 실험영화에 무척 관심이 갑니다.
집안이 두루 예능에 뛰어나시군요.

딸기 2010-01-12 21:29   좋아요 0 | URL
두루 예능에 뛰어나다뇨...
저는 예능에 한번이라도 뛰어나보는게 소원인 사람입니다 ㅋㅋ

2010-01-12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10-01-12 21:30   좋아요 0 | URL
나도 뵌 적 없어. 독립운동 하셨다지만, 한국전쟁 때 납북되셨기 때문에 울 정부에서 1989년까지 유공자로 인정도 안 해줬어.
 
서대문 어린이책방 나들이 함께 가실 분!

고고씽휘모리님이 '어린이책방 갈 사람 여기붙어라' 하시는거 보니까 문득 몇년전 생각이 난다. 더불어 아이와의 책읽기 추억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일본에서 놀고 있었다. 1년간 회사를 쉬면서 남편 따라 일본에 가서 딸이랑 놀았다.
딸아이는 만 2세, 우리 나이로는 서너살이 됐지만 엄마인 내가 그 애를 끼고 키운 것은 몇달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육아에 서툴렀고, 더군다나 일본어는 전혀 못했고(할줄 아는 말이라고는 곤니치와 정도), 아이는 할머니 댁에 있다가 엄마랑 잠시 서울에 있다가 일본으로 건너온지라 한국어도 일본어도 제 연령만큼 못하는, 사실은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다. 낯선 땅에서 나는 헤맸고 아이도 헤맸고... 나는 우울했고, 아이도 우울했고...

그럴 때 나를 구원(과장 좀 보태서;;)해준 곳은 공원과 도서관이었다.
요요기공원(공짜니까), 카사이린카이공원, 오다이바, 우에노공원, 히비야공원, 센조쿠이케 공원, 요코하마 린카이공원 등등 크고작은 공원들을 돌아다니면서 머리와 마음에서 우울함을 걷어냈고, 전철 타고 돌아다니면서 일어를 공부했다(아이랑 24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내 시간이라고는 통 없었다). 도쿄 시티즌인척 폼 좀 잡아보려고 애썼지만 되지 않았던 몇달...
그러다가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의 길을 트면서(외국어가 안 되어도 애엄마들 사이에 수다는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 기분도 좋아지고 일어도 초큼 늘었다. 나는 동네살이에 익숙해지면서 내가 발견한 곳은 쿠가하라 도서관이라는 작은 동네도서관이었다.
쿠가하라는 내가 살던 아랫동네(가난한 마을) 위편에 있는 잘 사는 마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허위허위 언덕길을 올라 2층 주택들 사이에 자리한 쿠가하라 도서관에 간다. 2층에는 열람실, 1층에는 서가가 있다. 혼자 갈 때에는 2층에서 일어 공부를 하고, 아이랑 같이 갈 때에는 그림책들을 거내 들고 1층 안쪽 어린이방에 가서 아이와 뒹굴거렸다. 물론 나도 책을 잘 못 읽고 아이도 잘 못알아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나만 그랬나? 애는 재미없었을지도;;).
그러고 나서 나는 정치인으로 치면 광폭 행보를 시작했으니... 전철 서너정거장 떨어진 오오타구(아까 그 도서관은 말하자면 洞급 도서관, 여기는 區급 도서관) 문화센터의 도서관으로도 진출했다. 거기서도 아이를 풀어놓고 책을 읽었다. 하루종일 손바닥만한 깡통집에서 아이와 뒹굴어야 하는 내가 숨쉴수 있었던 공간...

돌아온 뒤에, 서울에도 어린이 도서관 혹은 책방들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한번도 가지 못했다. 왜냐? 나는 다시 회사라는 정글로 돌아왔으므로.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제 딸아이는 초등 3학년을 앞두고 있다. 책 귀신이다. 책 엄청 잘 읽는다. 마법의시간여행 등등에 빠져서 산다.
애가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책을 읽어줘야 하니 귀찮았는데, 초등학교 들어간 뒤로 거의 읽어주는 일이 없어졌다. 자기 전에 애가 자장가 삼아 간혹 읽어달라 할때도 있었지만 작년부터는 그것도 없어졌다. 그러다가 어제 어린이용 <탄탄 우리문화> 몇권을 뽑아가지고 읽어줬다. <우리 증조할머니>편이 나왔다. 우리 애는 증조할머니(나의 외할머니)가 살아계시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증조할머니를 좋아한다. 책은 옛사람의 한살이를 다룬 것이라 증조할머니의 상엿길로 끝을 맺는다. 아이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왜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읽어주냐고 항의를 한다. 그 다음에는 <애지게 꽃지게>를 읽었고, <앞니 빠진 중강새>를 둘이 번갈아 읽으면서 '라디오 녹음하기' 놀이를 했다.

아이 학교에는 근사한 도서실이 있다. 하지만 이젠 같이 갈 일도 별로 없고... 어린이도서관에 함께 드나드는 것도, 책을 읽어주는 시기도 모두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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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0-01-1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 도서관은 어린이실이 좀 부실하고 시립도서관은 잘돼 있지만 다니기에 불편하고...
대신에 어린이 전문 서점이 있어요. 책을 파는 공간도 있지만 맘껏 뒹굴며 책을 읽을수 있는 공간도 있고 여러가지 모임을 할 수 있는 방도 있고... 그래서 요즘은 이 서점이 정말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인터넷 서점보다는 좀 비싸지만 아이들 책은 여기서 주로 사려고 노력중입니다.
저도 좀 있으면 딸기님처럼 아이들 책 읽어줄 일이 없어지겠죠. 조금 시원섭섭할 것 같아요. ^^

무해한모리군 2010-01-1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도서관에 목말라 합니다. 집에 둘수 없는 두툼한 책도 책이지만, 오래된 책내음 속에 서고를 천천히 걸으며 책과 눈을 맞추고 관심있는 것들을 마구 집어서 읽는 순간의 행복이 졸업하고 없어져서 너무 아쉬워요. 괜스레 남의 이야기에 팔랑거리며 책읽기도 유행따라 흔들거리는듯해 더 습쓸하고 그렇습니다.

마노아 2010-01-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섭섭한 마음... 그치만 그것도 뿌듯함을 동반한 마음일 거예요..^^

희망찬샘 2010-01-18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순오기님 서재 갔다가 타고 넘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해야 하는데...) 글이 좋아 아는 척 하고 넘어가고 싶어 흔적 남깁니다.

딸기 2010-01-24 19:49   좋아요 0 | URL
네, 뒤늦게 저도 아는척 합니다. 반갑습니다, 희망찬샘님. :)
 

요 며칠 알라딘 불매운동과 그 파장(바람구두 등등이 서재를 떠나고 로쟈님은 욕을 먹고 하는)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심란했다.

정확하게 뭐가 어떻게 심란한지 정리를 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고, 불매운동에 대한 나의 이 미적지근한 태도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유를 찾아봐야 했고, 사람들이 그토록 기분나빠하는 이유(찬반 양쪽 모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했고, 그냥 넘어가자니 좋은 사람들 떠나보내는 게 너무 섭섭했고, '논쟁'의 중심에 서신 두 분과 우리 회사와의 관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고... 

나는 알라딘 '원년 고객'이고, 거기에는 알라딘 사장이 조유식이라는 것(다른 기업들하고는 그래도 좀 다르지 않을까)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처음에 알라딘에서 책을 사게 된 연유야 어쨌든, 그동안에는 기억조차 더듬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서재가 내게 소중한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알라딘 서재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고... 서재 분들 중에는 더불어/함께/나누며 사는 세상에 뜻 맞는 이들도 많고 분위기도 지적이고... 그래서 여기서만 책을 사고, 여기를 참 좋아했다.

나는 불매운동의 명분에 100% 동의한다. 하지만 불매운동 '할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미온적이었던 이유는, 알라딘에 항의하는 형식이 불매운동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식(나중에 편지보내기라는 방식으로 발전한)이 될 수도 있고, 알라딘 측이 정 무식하게 나오면 까이꺼 회사 앞에 가서 시위를 할 수도 있는 거고...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불매운동은 내 경우 지난해 책을 거의 사지 않아 '선언' 이외에 참가의 의미가 없었다. 불매를 통해 나는 어떤 불편이나 불이익이나 이득도 없고 대체물을 찾지도 않을 것이므로. 입으로만 '동참해'~ 했지만 나의 행동에 실상은 어떤 변화도 없었으므로. 그럼 왜 찬성한다고 했냐? 의사표시다. 알라딘이 나빴다는. 고치라는.

그래서 남들이 불매운동 안 한다 해도 '대의에 동의한다면 다른 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는 거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기분이 나빠졌을까?

마태우스님은 불매운동 찬성했다가, "추천 블로그들이 몽땅 불매 관련글로 도배돼 있는 게 싫다"는 글을 올렸다. 마태우스님이 워낙 재미나고 상식적인 분이니까 어떤 면에서는 이해도 된다. 한 주제로만 몽땅 채워지면 어떤 분야 어떤 이슈이든 감정적으로 짜증이 나지. 하지만 나라면 '도배질' 때문에 불매운동에 반대하지는 않았을 거다. 일부러 도배한 것도 아니고...

로쟈님이 어디어디에서 불매운동에 대해 말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수긍했다. 그것도 다 그 양반 말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쟈님이 말한 내용을 놓고 비열한 배신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뭔 취지인지 대충 이해도 가고. 그래서 로쟈님 서재에 "알라딘이 잘못했는데 왜 로쟈님이 욕을 먹지"라는 댓글 하나 올리고 말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로쟈님한테 막 기분나빠하고 그런 걸 보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글구 나도 덩달아 기분이 나빠졌다.  
로쟈님을 가리켜서 '문화권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 솔까말 로쟈님이 뭔 권력이 있슴둥. 그러니 '신문에도 글 쓰고 지식권력을 휘두르는 우리의 적'으로 보지는 말고, 걍 '알라딘이 탄생시킨 스타' 정도로 해두자. 암튼 로쟈님은 알라디너들 중에 제일 똑똑한 분이다. 그런데 젤 똑똑하신 분이 나중에 안티로쟈들에 부딪쳐 올린 글이, 분노를 많이 산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평소의 로쟈님 스타일의 담백한 글과 달리, 유감스럽지만 비아냥조로 읽혔다.

우리 다같이 여기서 노는데, 여기 직원 하나는 자기가 생각하기엔 좀 억울한 일을 당했다. 요새 그렇게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여기서도 그런 일이 생겼구나. 이 세상 천지 다 바꾸진 못해도 우리가 여기서 노는 사람들이니 같이 좀 나서주자, 사장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자고들 했다.
그런데 우리 중에 제일 똑똑해서 감히 쉽게 맞장뜨기 힘든 사람이 비아냥조로 말을 한다. 나도 비아냥 많이 한다. 비아냥 문체를 가진 사람들 여럿 있다. 그게 촘 쿨해보일 때도 있고. 하지만 똑똑한 사람의 비아냥(더 점잖은 표현이 생각이 안 나서 자꾸 이 말을 반복해서 로쟈님께는 죄송하지만)은 너무 잔인하다. 비아냥의 방식조차 너무나 똑똑하고 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더 화가 나고, 더 기분이 나쁜 거다. 이럴 때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의 그 지식인됨을 의심하고 열받게 된다. 지식보다 진심이 진리니까.  

하지만 로쟈님도 알라딘이 잘못한 걸 잘못 안했다 말하는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일이 이렇게 굴러갔다고 생각한다. 로쟈님이 진심으로 알라딘 비정규직 따위 문제 안 된다고 말했을리야 있겠는가. 나는 로쟈님의 진심도 믿는다. 하지만 공격받으니 다시 공격으로 맞서는 거, 로쟈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답지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이 일이 두고두고 로쟈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참 안타깝기도 하다. 누구보다 이 사태는 로쟈님에게(알라딘에게보다 더) 큰 타격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구두도 떠나고 메아쿨파님도 떠난 걸 보니 마음이 허하다. 여기서 앞으로 뭔 낙에 노나...

1. 알라딘이 잘못한거 맞으므로 불매운동 한다
2. 알라딘이 잘못한거 맞지만 불매운동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3. 알라딘이 잘못한거 맞지만 그렇다고 젤 나쁜 기업은 아니다.
4. 남들도 다 하는 잘못을 한건데 뭘 그러니.
5. 비정규직을 나가라 하는건 전혀 잘못 아니다.

나는 사람이 별로 치열하지가 못해서 1~3번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4번, 5번처럼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바람구두가 썼던 글들을 읽어보았다. 알라딘 서재 문 닫고 안 닫고가, 그의 인생에 뭐 그리 대단한 일이랴. 다만 늘 그렇듯 이번에도 진심을 다 한 거지. 그 진심이 느껴지고, 진심이 비아냥과 때로는 비난과 거부에 맞부딪쳤을 때 느꼈을 마음이 와닿아서 가슴이 아팠다. 어제 애기아빠 됐다는데.

떠난 분들은 '진심'이었다. 알라딘의 해명은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내 눈에는.
"더이상 어떻게 해야 진심이냐"고 하시면 답은 없다. 그 말도 맞다.
문제는, 복직을 시켜야만 진심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풀어가고 하겠다는 진심을 보여달라는 건데...
알라디너들도 그런 진심으로 알라딘에 항의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자는 거였는데,
그마저도 벽에 부딪쳐 끝내 떠난 사람들...

혼자 뒤늦게 속상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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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을 움직이는 책읽기
    from 달리는 포장마차 혹은 르포르타주reportag 2010-01-09 05:03 
    불매운동에 대해서가 아니라 불매운동이 불러온 알라딘 서재에서의 일들에 대해서 뭔가 말을 해야겠다고, 글을 써야겠다는 그러지 않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아래 두 분의 글을 읽고 이게 내 마음 같아서 굳이, 나까지 보텔 필요가 없겠다 싶어졌다. 좀 비겁한 거 같지만 내 맘을 나보다 잘 드러내준 두 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여기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곧 일년이 되어가는데
 
 
poptrash 2010-01-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중요한 건 마음이겠죠.
불매라는 이슈로 마을이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더 재미없어진 걸까요?
(혹시나 이걸 "남한테는 생사가 달린 문젠데 넌 재미 타령이냐?"라고 하실 분은 안계시겠죠... 그런 마음이 아닙니다... -_ㅜ)

딸기 2010-01-09 01:03   좋아요 0 | URL
ㅋ 요즘 하도 분위기가 분위기라서, 그런 말씀 하시면서도
꼬투리 잡히지 않을까 지레 걱정되시나봐요. 실은 저도 좀 그래요.
그래도 오해 안 합니다. ^^

2010-01-08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10-01-09 01:03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악순환이 된다는 거겠죠.

머큐리 2010-01-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쓴 딸기님의 마음도 알 것 같습니다. 그 마음들이 소중한건데.. 어쩌면 모두들 너무 형식에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마음이 남아 있다면 모두들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이 공간은 물론 기업이 마련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기업이 아니고, 정말 책을 통해 무언가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니까요..힘드셨던 분들이 편히 쉬시고 다시 돌아오길 바랄뿐입니다..

딸기 2010-01-09 01:04   좋아요 0 | URL
저도요. 근데 머큐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릴케 현상 2010-01-0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정리를 보니 새삼 섭섭한 마음이 드네요. 치열한 논쟁을 하는 건 좋지만 논쟁과 관련해서 서재를 떠나는 건 다른 문제가 아닌가... 안타깝네요. 불매에 관해서는 치열하게 논쟁했지만... 서재를 떠나는 문제는 논쟁의 꺼리가 안 되는 건가요...음 안 되는 거겠죠.

딸기 2010-01-09 01:07   좋아요 0 | URL
가는 사람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을 거고, 인연이 있다면 여기 떠나서도 만남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다시 여기서 좋은 분들과 연을 맺으면 되는 거고...

... 이렇게 말하면 좀 쿨해보이긴 하겠지만(^^) 사람 사이에는 대체재가 있는 게 아니니... 바람구두의 대체재, 메아쿨파님의 대체재 같은 것이 어디있겠습니까(두분만 언급하는 것은, 당장 생각나는 '떠난 분'이 그분들 뿐이어서;;) 그러니 심란하네요.

2010-01-08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10-01-09 01: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뒤늦은 인사지만, 새복~~

마냐 2010-01-11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뒤늦게 속상해하는 건 맞는데..혼자는 아니구.. 쫌전에 가본 바람돌이님..이 걱정이다.

딸기 2010-01-11 17:25   좋아요 0 | URL
흑... 또 무슨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