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단세포적으로 마구마구 번식한다. 

이 책을 챙겨왔다. 

 일전에 로쟈님 소개글 보고서 맘속으로 찜해뒀던 책. 

그리고 

 언제 볼까 싶지만, 그래도 일단은 쟁여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내가 꿈꾸는 것.

 살까말까 예전부터 망설였던 책인데 마침 쌓여있네!

 쟁여둠.

  원제가 THE BOTTOM BILLION 이다. 나의 관심사 중의 하나.

  요새 이런 책이 증말 많이 나오네? 너나없이 워킹푸어 혹은 노잡푸어인 현실...

  원제가 Private Power, Public Law 인데 한국어판은 제목에서 점수를 까먹고 들어가네.

  

  지젝... 아마 안 읽지 싶다 -_-

 부제가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인데, 나중에 기분전환삼아 들춰봐야지. 

 현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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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햄버거'...그 놀라운 비밀

대단한 햄버거다. 

몇해던, 아는 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이 언니는 큰 병원 임상병리학과장인, 의학박사다.
언니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우유 급식을 받았다.
그런데 우유가, 잘 안 상한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들이 담임선생님을 만났단다.
초등학교에 보기 드문 젊은 남자선생님이고 반골 기질이 있으신 분이었는데,
선생님도 이상하게 여긴다 하셨단다. 더운 여름날 우유를 20일 가까이 상온에 놓아두었는데 안 상했다고.
아무래도 학교 급식용 우유에는 방부제를 섞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모인 엄마들 몇몇이 '이상하다' 하고 이야기를 나눴단다. 학교에도 물어보고.
그리고 며칠 뒤, 그 중 한 엄마에게 바로 그 우유회사에서 전화가 왔단다. 좀 만나자고.
누가 이른 걸까? 언니는, 순간 너무 무서워졌단다.
그리고 그 일은 흐지부지되었다고 한다.

요즘 내게도 몇가지 의문이 있다.

1. 예전엔 하루만 지나면 단단해지던 찹쌀떡이 요새는 왜 며칠이 지나도 쫀득쫀득 말랑말랑할까.
2. 예전엔 젓가락으로 들어올릴 수 없었던 도토리묵, 요새는 왜 탱탱 쫀득쫀득해서 국수처럼 잘라도 안 부서질까.

위대한 첨가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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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2-01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한 먹거리가 고픕니다.ㅠㅠ

카스피 2010-02-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흐지브지 됬을까요? 그것이 궁금하네요.

Mephistopheles 2010-02-0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쫄면을 슈퍼에서 샀던 적이 있었어요. 냉장고(야채칸)에 넣고 좀 꺼내 먹다가 까먹었더랬죠.
1년이 넘게 지났는데...곰팡이 하나 안생기더군요.

토토랑 2010-02-0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트에서산 날치알.
까먹고 냉장제품을 그냥 식탁구석에 3일 뒀는데
말짱하더라는 ^^:;

딸기 2010-02-0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무시무시한 사례들이 많군요
3. 쫄면... 이거 저도 동감. 유통기한 두 달 지난 생쫄면, 울집 냉장고에 아직도 싱싱하게 살아있어요.
두달은 장난이었군요. 1년이라니.
4. 날치알... 이거 먹지 말래요. 말린거 수입해다가 색소랑 물 집어넣어 쓰는 거래요. 이것도 상온에서... 그렇군요. 이것도 불멸이었군요 -_-

나무처럼 2010-02-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5일 집을 비웠는데 잠깐 집에 다녀온 와이프가 열흘전 친구가 사온 고구마케익이 아직 그대로더라는...

딸기 2010-02-02 17:44   좋아요 0 | URL
우와... 고구마케익도 무적의 존재로군요!!!
 

오늘도 나의 책들은 번식을 한다!
오늘의 매개(숙주)는 바로 나다. 내가 책 번식 바이러스를 데리고다니며 이 녀석들을 날라왔다.

특히 이번엔, 간만에 맘에 드는 소설들을 건져왔다(언제 읽을지는 알수 없지만;;) 
야근을 하다가 북리뷰 맡고있는 후배를 만나, 문화부 테이블에 가서 주워왔다.
앙꼬는 다 가져가고 겉절이만 남았다 해서 별 기대 없이 훑어봤는데, 내가 보기엔 넘 훌륭한 것들이 거기 있었다.  

그 중 첫번째, 

  

내 생에 꼽을 재미난 소설 중의 하나인,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1001개의 거짓말>의 작가
라픽 샤미의 책이다.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네 -_-;; 

이런 걸 다들 몰라서 안 가져갔다니... 내겐 너무 다행스런 일이다.

 남아공 소설은 존 쿳시의 '포'를 본 것이 전부다. 기대! 

 모리스 블랑쇼... 잘 모르지만, 폼 좀 잡은 책인 듯하다. 이것도 상당히 기대. 

  

아지즈 네신의 책들. 앞의 두 권은 오늘, 맨 오른쪽 것은 일전에 챙겨놓은 것들이다.
정작 읽지는 못하고 있다. 계속 나오는 모양인데... 그저 관심만 갖고 있을 뿐. 조만간 처치하리라. 

 

"전에는 몰랐던 시칠리아의 심장소리를 여기서 듣게 될 것이다"
책띠에 이렇게 써있다. 시칠리아! 이것도 기대주로 분류. 

 

체코 작가의 소설이다.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제목 꼬라지로 봤을 때 번역의 수준은 의심스러움... 

 미국 작가의 청소년 소설. 일단 챙겨둠. 

 그리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이 책을 번역한 한글본 <9월의 빛>. 

실은 얼마 전에 스웨덴 대사관에서 아래의 책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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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지음, 파올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인들의 이주 역사는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지만 19세기 말 유럽인들의 흑인 노예 대신 중국인과 인도인 쿨리들을 데려다 부리면서 이주민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호주의 광산, 파나마 운하, 벨기에령 콩고와 모잠비크의 철도 공사,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미국 센트럴퍼시픽 철도공사 등 당대의 대규모 토목공사에 200~800만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필요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2005년 중국 언론들은 명나라 시절 정화의 원정대 600년을 기념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조하려는 속셈이 그대로 보이긴 하지만, 사실(史實)은 사실(事實)인 것이다. 실제로 동아프리카 해안에는 ‘정화 원정대의 후손들’로 알려진 이들이 아프리카인들과 피와 문화와 언어가 섞인 채로 살아오고 있다. 겉보기엔 그냥 ‘흑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정화 원정대의 흔적(유물들과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중국은 그들 중 유학생을 받아 공부를 시켜주며 우애를 과시했다.
물론 중국이 ‘최근에’ 아프리카 자원을 넘보며 협력관계를 부쩍 키우고 잇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근시안적으로 남의 떡 빼내올 궁리만 하는 우리 행태를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쓴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과 하나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를 다룬다. 저자들은 알제리·이집트·수단(북아프리카), 니제르·나이지리아·카메룬·콩고공화국·앙골라(서아프리카), 에티오피아(동아프리카)를 돌며 중국과 아프리카국가들이 얼마나 밀접히 결합해가고 있는지를 전한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옛 식민 종주국’의 후손들답게 중국을 흘겨보면서 “그들이 (한때 아프리카의 주인이었던) 우리 프랑스를 웃돌려 한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한다는 것.
그 외에는 여러 가지 주워들을 것이 많은 책이었다. 첫째, 곳곳을 돌며 생생하게 전하는 르포다. 중국과 아프리카를 엮은 보도들은 몇 해 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또한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과연 어디서 얼마나’ 하는 세부적인 것들이다. 그런 fact 들을 모른 채 ‘들은 풍월’로 ‘중국의 아프리카 점령’을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니는 매년 보크사이트 2000만 톤을 생산한다. 맥주 캔 3000억 개를 만들고 자동차 차체 3500만대를 만들기에 추분한 양이다. 하지만 제련 과정 없이 곧바로 수출되는 보크사이트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부가가치도 없으며 세금 수익도 내지 못한다. 기니 국민들은 자동차는커녕 캔 맥주를 사먹을 돈조차 없다. 자동차가 다닐 만한 도로도 거의 없다. 기니에서 생산되는 보크사이트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2000억 개를 만들 수 있지만 국민들은 컴퓨터는 물론 컴퓨터를 돌릴 전기도 없다. 코나크리의 대학생들은 시험이 다가오면 공항 주차장에서 밤샘 공부를 한다. 전깃불을 밝힌 곳이 공항밖에 없기 때문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인들이죠! 중국인들만이 유일하게 우리에게 광산, 댐, 수력발전소, 철도, 제련소를 묶어서 패키지로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모든 자금을 대고 산화알루미늄으로 상환하기로 했지요. 우리 정부에 자금 부담은 전혀 없고 오히려 세금을 거둬들이고 일자리와 인프라,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조건으로 거대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에 제의했더니 자기들이 취급하는 건 댐이 아니라 알루미늄이라고 하더군요.”

콩고공화국 시코포르의 벌목꾼들이 22미터 높이의 모아비 moabi 나무를 베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는 트럭에 실려 푸앵트누아르로 운반되고, 배에 선적되어 몇 주 후에 상하이 근처 장자항(張家港)에 도착했다. 장자항은 전세계에서 열대 목재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항구도시다. 단단한 고급 목재인 모아비나무는 상판용으로 영국에 대량 수출되고 이케아 가구에도 사용된다. 중국은 이케아의 가장 큰 공급처이다.

하지만 현상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기사 모음’에 불과할 것이다. 세상 어떤 관계든, 일방적이고 일면적이지는 않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자원만 빼내가는’ 것이 아니며 아프리카 국가들 또한 푼돈에 그저 자원을 내주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 ‘사람들’과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거 교류하면서 아프리카 내에서는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깨우고, 아프리카는 중국을 깨운다.

그리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세계화의 마지막 단추가 꿰어졌고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두 문화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중국인들은 새로운 개척지인 아프리카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넓은 공간, 이국의 정치, 거부(拒否), 인종주의를 발견하고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모험을 해나가고 있다. 세상은 인민일보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중국 이주민들은 때로 약탈자, 중국 역사의 영웅, 또 때로는 정복자나 자선가의 모습을 보인다. 수천 년 동안 만리장성 뒤에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인지 중국인들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거나 함께 공존하려는 마음을 잃어버린 듯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중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무기력에 빠진 중국을 뒤흔들어놓았다. 그 위력은 1980년대 중국이 자본주의로 전환했던 때와 비슷하다. 아프리카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중국에 새로운 사상과 야망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인이 세네갈에 진출하면서 의도치 않게 세네갈에 시민사회가 조직됐다. 세네갈소비자협회가 여러 인권단체, 노조 등과 결합해 중국인 상인들의 편에 서서 세네갈국가상공인연합의 무관용과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증을 규탄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세네갈 정부는 이웃 아프리카국가들보다 훨씬 영리하게 처신했다. 상인들의 분란 초기에 세네갈은 아직 대만과 수교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10월 중국과 수교하면서부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베이징 주재 자국 대사관에서는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다카르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는 비자 발급을 쉽게 해주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세네갈 상인들이 중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세네갈 상인들이 정착한 곳은 저장성에 위치한 인구 65만 명의 이우(義烏)라는 도시였다. 이우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전 세계가 그곳과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의 모든 상품과 짝퉁들이 이우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또 다른 제국주의’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관계에는 조금 더 많이 갖는 쪽, 조금 덜 갖는 쪽이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몽땅 가져갈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쪽을 상처 입히고 짓밟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제국주의다. 최소한 지금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중국을 비아냥거리는 것이 옛 제국주의 국가들인 것을 보면, 우습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비판하는 자에게 결함이 있다 해서 비판의 내용까지 흘려버릴 수는 없다. 유럽의 비판은 타당한가? 아직 답하기 힘들다.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하는 행동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식민 시대의 유럽보다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국과 비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미국인들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다른 나라를 영토적으로 점령하는 데에는 관심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제국이 아니다’라거나, ‘제국은 제국이지만 과거의 제국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중국 또한 아프리카를 영토적으로 점령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대거 아프리카로 내보낸다는 면에서 문자 그대로의 식민(植民)인지는 몰라도 분명 중국은 ‘윈-윈’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불편하다며 낭비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인들은 기회를 보았다. 서구인들은 더 확실한 이익을 챙기려 손을 놓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끈질기게 노력했다. 중국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목표는 옛 식민 지배 국가들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대륙적인 이상을 펼치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만 독점하는 게 아니다. 저렴한 단순노동 제품을 팔고 도로와 철도, 공공건물을 보수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콩고공화국과 수단, 에티오피아에 댐을 건설하고 이집트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전화가 없다면? 중국은 아프리카 전체에 무선통신과 광통신망을 구축한다. 현지 주민들이 망설인다면? 병원과 급식소, 고아원을 연다. 백인들은 무례하고 잘난 척했지만 중국인들은 겸손하고 과묵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중국인들에게 감명을 받았다.

책은 중국과 아프리카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깨우치는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뭐라 하건 “중국은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아프리카인들과 외국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준 것이다. 중국이 적극 진출하기 전에는 어떤 서구 국가도 아프리카에 그토록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유럽 저널리스트들의 정직한 고백.

그리하여 관심은 다시 미래로 간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긍정적인 영향’에는 아프리카의 부(富)를 키우고 개발을 진전시키는 것 이상의 것들이 포함된다.

중국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 아프리카를 하나로 묶을 것이다. 기차가 강을 건너고 전기망과 송유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자유로이 오갈 것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리카에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 ‘팍스 시니카’가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이집트, 수단과 관계를 강화함을써 나일강과 관련된 두 나라 간 긴장 완화에 일조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 투자, 무장반군들을 조금씩 무력화하고 르완다의 간섭 의지를 잠재우고 있다. 우간다에서 인프라를 건설하고 석유를 탐사하면서 신의 저항군(LRA)과 인민해방군(PRA) 반군이 끼치는 해악을 줄이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고무적일지는 모르지만, 과연 ‘팍스 시니카’가 진정 아프리카인들의 ‘팍스’를 강화시켜줄 지는 모르지만, 관심 끄는 미래의 테마가 하나 생겨난 것은 확실하다. 아프리카 ‘자원 외교’를 외치면서 근시안적인 행태와 섣부른 자랑부터 해대는 한국 정부 관리들이야말로 아프리카에서 ‘상호 감정의 교류’를 좀 배우고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책 속에서) 


▶ 중국이 아프리카에 구애를 하게 된 중요한 두 가지 계기가 있다. 첫 번째는 프랑스의 롤랑 마르샬 연구원이 주장한 것으로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유엔총회에서 4분의1 이상의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유리했다.
두 번째는 1995년 권력을 장악한 장쩌민 국가주석이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중국 대기업들에게 “해외로 진출하라[쩌우추취(走出去)]” 즉 세계의 주역이 되라고 선언한 것이다.

▶ CITIC는 1979년 덩샤오핑이 만든 반국영 투자대행사다. 44개국에 지사가 있고 자산보유액이 9220억 위안에 달하며 5개 대륙에서 다리, 댐, 지하철, 항구, 터널, 경기장 등 100여건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직원이 22만명으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회사다.

▶ ‘우라늄 러시’로 니제르의 투아레그 반군이 이득을 얻고 있다. 반군은 이미 다각도로 외국 열강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니제르 정부는 최악의 방법도 서슴지 않고 반군을 진압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정부군의 북부 반군 진압작전은 벌써 전쟁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다.

▶ 중국에게 카메룬은 최상의 목표다. 서아프리카·중앙아프리카·사하라 이남(사헬)·아프리카 열대우림의 경계지역이라 아프리카 대륙의 축소판이고, 프랑스와 영어 이중언어권의 중심이며, 석유·천연가스·보크사이트·주석·금·우라늄·목재가 풍부하다. 국토 면적은 프랑스와 비슷한데 인구는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카메룬과 중국이 맺은 협정에 따라 이제 카메룬에서는 중국인이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고용계약 없이 1년6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2월말 현재 베이징 주재 카메룬 대사관에는 비자 신청이 벌써 70만건에 달했다.

▶ 청나일과 백나일이 만나는 수단 다르푸르에 수단 정부는 미래형 도시인 무그란 mugran 시티를 건설하려 한다. 공항 가는 도로 옆에 있는 아르카우이트 지구는 벌써 작은 두바이같았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중국이 자체 생산시절에서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다. 중국 정부는 이를 대단한 쾌거로 여기고 CNPC 임원 전체의 공산당원 계급을 한 등급씩 올려주었다. CNPC는 중국의 거대 석유회사이지만 해외에서는 거의 활약을 못하던 상태였다.

▶ 중국은 아프리카의 ‘검은 금’을 향한 돌진 행렬에 끼어들었지만 몇 가지 약점이 있다. 기니 만에서 심해유전 굴착을 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니만은 ‘페르는 시아만을 대체할’ 지구상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미국도 수입량의 4분의1을 기니 만에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정책센터(CIP)는 향후 12년간 석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기니 만 연안 국가들이 1조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0년간 서구가 아프리카 전체에 제공한 원조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미국은 전체 석유 수입량의 15%를 아프리카에서 조달하지만 중국은 30%를 수입한다. 기니 만은 서구 메이저들이 틀어쥐고 있으므로, ‘놀랄 일’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CNOOC는 케냐에서 석유개발 허가권 여섯 건을 싹쓸이했고 단독으로 전체 석유 탐사지역의 28%를 관리하고 있다. CNOOC보다 규모가 작은 선펙(중연석유화공국제유한공사)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석유개발 허가권 세 건을 얻었다. 중국은 우간다에서 두 곳의 나일강 수력발전 댐 건설에 자금을 댈 예정인데, 그 계약에는 CNOOC가 두 곳의 석유탐사 사업권을 받는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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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0-02-0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딸기 2010-02-01 18:33   좋아요 0 | URL
:)
 
제국의 미래 - 총.달러 그 이후... 제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해부터 읽기 시작해서 한동안 책장을 덮어두고 있다가 얼마 전 마음잡고 다시 펼쳤다. 결국 이 책이 2010년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 되어버렸다. 별로 의미 없는 짓이긴 하지만, 나는 해마다 그 해 처음으로 독서기록장에 남길 책을 나름 선별하는 습성이 있다. 내가 올해 첫 책으로 삼고 싶었던 것은 이 책은 아니었다. 벌써 1년도 넘게 조금씩 읽고 있는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를 첫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제국의 미래>가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순서가 바뀌었다. 

이 책은 술술 읽힌다. ‘찾아보기’까지 포함하면 558쪽, 하드커버의 두꺼운 책이지만 저자 후기부터 찾아보기에 이르는 뒷부분 곁다리들을 빼고 나면 본문은 477쪽 분량이다. 요즘 책들 다 그렇듯이 글씨는 크고 줄 간격은 넓고 글자들이 ‘공간을 넓게 쓰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물리적인 밀도 뿐 아니라 내용의 밀도도 낮다. 술술 읽히는 것은 그 때문이며, 다 읽고 나서도 ‘대작을 읽었다’는 뿌듯함을 주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인의 ‘혈통’임과 미국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한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법학교수를 하고 있는 미국인 이민자 2세로서 저자는 미국이라는 ‘현대의 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에서부터 로마, 중국(당), 몽골,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만, 명(明), 무굴, 영국에 이르는 과거의 제국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과 쇠망하게 된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의 미국에 시사하는 바를 살핀다.

저자는 ‘세계적인 패권국가로 취급할 나라 혹은 제국’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그 나라의 권력은 동시대의 경쟁국들이 장악한 권력을 분명히 능가해야 한다. 또한 그 나라는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경제력, 혹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나라는 단순히 특정한 한 지방 혹은 지역에서의 우위라는 테두리를 넘어서서 지구상의 방대한 구역과 방대한 인구에 대해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 제국들이 커나갈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은 ‘관용’이었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여기서의 관용은 현대의 인도주의적 관용 개념하고는 다르다. 저자가 최초의 패권국가로 꼽은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이 인도주의자, 인종평등주의자였겠는가. 그들은 전략적으로 인종, 종교, 혹은 민족에 상관 없이 관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재를 등용하고 돈 벌 길을 열어 주어 그들의 두뇌를 제국의 두뇌로 삼은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관용은 이런 거다. 차별 없는 너그러움이 아니라, 두뇌와 기술을 쓸 수 있게 마당을 열어주는 것. 그렇게 해서 피정복민들을 제국의 동력으로 만든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관용은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유를 일컫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관용에는 존중이 포함되지 않는다. (중략) 요컨대 이 책의 핵심적인 개념은 ‘상대적인’ 관용이다.”

사람들(두뇌와 기술)은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나라로 흘러들어간다. 관용이 없어져 지배 분파의 배타주의가 강해지고 이민족을 핍박하게 되는 순간 제국은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케이스스터디라고 하는데, 과거의 제국들로 꼽은 나라가 8곳이나 된다. 사례는 많지만 깊지는 않다. 역사학자가 아닌 사람이 남들의 역사연구를 바탕으로 논지를 펼치다보니 새로운 사례들이나 학술적으로 눈길을 끄는 내용보다는 ‘다 알려진 내용’을 중심으로 주장을 전개했다. 니얼 퍼거슨의 <COLOSSUS>나 세계체제를 다룬 책들에서 흔히 보던 내용을 논거로 들어서, 읽는 동안 새로운 디테일을 습득하는 잔 재미는 없었다. 그래서 동어반복이 심하다고 느끼게 되고, 그런 부분들을 슥슥 지나가다보니 책장이 마구 넘어갔다.

충분히 새겨들을만한 논지이긴 한데, 가장 중요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제국이 관용을 잃어 쇠락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국이 쇠락해지다보니 관용이 없어지고 배타적이 되는 것인가?
저자가 예로 든 몽골의 경우 지배자들의 내분과 능력부족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제국이 흔들리게 됐다. 그러자 “중국에 거주하는 쿠빌라이 칸의 자손들은 자신들이 ‘지나치게 중국화’되어 허약해졌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관용을 잃는 것과 제국이 쇠락하는 것은 선후관계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문제일 것이다. 즉 관용이 사라져 제국이 망하는 측면도 있고, 제국이 쇠락하다보니 반작용으로 배타적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요새는 ‘미국은 제국이며 제국이어야 한다’는, 이 책과 비슷한 논지의 책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도 재수 없는 니얼 퍼거슨 류하고 맥락을 같이 한다. 미국을 사랑하는 이민2세의 충정이라고만 해두자. 9.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배타적이 되고, 이민자들에게 문 닫아걸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니 현대의 제국인 미국의 ‘관용 상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이 관용을 잃으면 안 된다고, 온 세상에 더 문을 열어젖히고 세계 모든 곳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받아 예전처럼 미국이 두뇌로 삼으라고 말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첫째 미국이 지난 10년간 보여준 배타적인 태도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인가, 혹은 그 배타적인 모습이 ‘이미 쇠락이 시작된 데에서’ 나온 반작용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 제국의 쇠망을 말하는 이들은 많다. 대테러전 이전부터 제국의 주기(週期)를 들어 쇠망을 우려한 논자들은 빼고, 대테러전 이후 미국의 옹고집을 보며 쇠락을 경고한 사람들도 많다. 즉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작태만을 놓고 걱정한 사람들이라면 오바마가 일방주의를 다자주의로 돌리겠다고 최소한 말로나마 선언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제국의 지위를 유지할 의지와 능력과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앞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으려면, 미국이 아닌 유라시아 변두리 땅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으려면 앞날을 예견케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 터인데 말이다.

두 번째로, 한국은 어떤가 하는 점이다. 한국도 ‘미국의 관용’의 덕을 보았고, 미국의 관용에 기대어 우러르고 혜택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이들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얼마나 익숙한가.

제국이 되기 위해서 관용을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전략적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관용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공동체가 성장하게 만든다. 제국 뿐 아니라 모든 사회는 관용(다자주의, 개방주의)이라는 토대에서 자란다. 제국의 관용만 이야기한 이 책을 읽으면서 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제국만이 관용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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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01-3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의 전작인 [불타는 세계]를 읽었었는데요.. 뭐랄까, 순진한건지 아니면 스스로 미국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건지, 어떻게 이렇게 철저하게 미국적인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볼까 싶더군요. "우리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왜 사람들은 미국을 싫어할까", "또 미국이 그렇게 싫다면서 왜 다들 미국으로 이민을 못 와서 안달일까" 이런 걸로 고민하는걸 보고 있으려니 참.. -_-

딸기 2010-01-31 23:52   좋아요 0 | URL
이민자로서, 그런 모종의 '강박관념'을 느끼나봐요. 저도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