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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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정무역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볼까 하고서, 제목에다가 ‘공정무역’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내 건 이 책에서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미국 출장 가면서도 책을 잔뜩 싸 짊어지고 가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읽었다.

책의 원제목은 50 Reasons to Buy Fair Trade 이니까 책 내용하고 딱 맞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역이고, 공정무역 제품은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민주적인 무역이며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을 촉진시키는 무역이고... 책 목차들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겠다(그런데 목차의 50번째 항목을 과감히 ‘20’이라고 실수해놓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일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읽은 것인데, 정작 나한테는 크게 영양가는 없었다. 막스 하벌라르 책에서 읽은 내용이나 외신들 통해 접해온 것 등등과 별반 차이는 없다. 사례들을 많이 모아놨는데, 중언부언 반복이 많고 정작 케이스들은 간단하기 때문에 책 자체는 팸플릿 수준이다.
공정무역에 대해 들어본 바가 있는 사람이라면, 대충 챕터 제목들이나 훑어보며 넘겨도 될법한 정도. 이러이러한 사례들이 있으니 더 알고 싶으면 알아서 찾아보시오(기타등등 사이트 참조)~ 하는데, 책이 정말 널널하다. 공정무역에 대해 처음 접해보는 독자들에게라면 쉬우면서 도움 되는 책일 수도 있겠다.


책이 좀 허전하게 느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정무역이라는 개념 자체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정무역의 문제의식은 좋은데, 그것은 글로벌 경제체제가 갖고 있는 모순을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라기보다는, 자유무역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한 공정무역이 세상에서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공정무역 하면 이러저러하게 좋습니다, 그러니 공정무역 제품 사세요”라고만 말하니 책 형식 뿐 아니라 내용도 팸플릿 수준.


암튼 같은 제품들이 있다면 나는 공정무역 제품을 사겠다. 

  

▷ 파탄의 가능성

아파드 푸즈타이 박사는 실험용 쥐가 유전자 조작 감자를 먹고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영국의 정치권과 의학 기관의 압력으로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Rowett 연구소에서 쫓겨났다.

2006년 런던사회과학연구소(I-SIS)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에서 재배하는 유전자 조작 면화 때문에 발생한 심각한 중독 증상과 관련이 있는 “죽은 양과 병에 걸린 농민, 죽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단서를 발표했다. 이와 비슷한 질병과 사망은 마드야 프라데시의 면화 재배 농민들과 필리핀에서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재배하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 다른 종류의 관광
1979년부터 공정부역을 이끌어온 트레이드크라프트는 독립 여행사 ‘새들 스키대들 Saddle Skedaddle’과 합작으로 ‘민중을 만나는 여행 Meet the People Tours’이라는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이 밖에도 투어리즘 컨선에서 펴낸 ‘윤리 여행의 길잡이 The Ethical Travel Guide’와 리스폰서블 트래블 닷컴 Responsibletravel.com 의 홈페이지를 보면 더 많은 여행사들과 상품을 만날 수 있다. 국제자연보호기금 Worldwide Fund for Nature 이 지원하는 여행은 생태관광 요소를 강하게 띠며 열대우림연합 Rainforest Alliance 은 미국 여행객들을 위해 이와 비슷한 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다.

 

▷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마시는 사람은 1년에 커피나무 18그루를 소비하는 셈이다.

 

▷ 플렌테이션 농장의 노예

가장 최악의 경우가 코코아 농장이다. 전세계 초콜릿 산업에 들어가는 코코아의 절반 정도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20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코코아 플랜테이션 농장의 위험한 노동 조건 속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서 밀거래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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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8-05-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제품에 공정무역 가격이 비싸고 공정무역이 아닌 경우의 가격이 쌀 때,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아닐까요? 단편적으로 우리 이웃이 삶이 있는 재래 시장을 갈 것이냐 아니면 대평마트를 갈 것이냐?
http://blog.aladdin.co.kr/maripkahn/532494 ; 31번 문항

딸기 2008-05-15 07: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하지만 저는 좀 비싸도, 공정무역으로 갈 거예요. ^^

모든 소비자가 같은 품질이라면 싼 가격을 선호할 것이다, 라는 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이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꼭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모순이잖아요 ㅎㅎ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미국산쇠고기를 둘러싼 무서운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 미스터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우병 다큐멘터리!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 / 고려원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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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리뷰를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깐 없네... 작년에 쓴 것 그냥 올려요 )

틈 날 때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의 원제는 brain trust 인데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대문짝만하게 ‘광우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제까지 합치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책 표지 왼쪽 윗부분엔 ‘광우병에 관한 최신 연구보고서! 켈러허 박사가 최근 8년간 추적, 새롭게 밝혀지는 광우병의 진실 그리고 또다른 의혹들!’ 느낌표를 두 개 씩이나 받아가며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으로는 도저히 안 팔릴 것임을 예감했는지) 설명을 붙여놨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라고 하면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웬만한 소설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말 그대로 흥미진진하며 긴박감 넘치고 스릴과 미스터리까지 구색을 갖췄다. 거기에 저널리스틱한 포맷과 문체 하며 과학·의학 분야의 전문성까지 겸비했으니 이런 책은 좀 잘 팔려나가 주는 것이 좋은데 말이다.

책은 ‘광우병’으로 알려진 신종 질병이 어떻게 미국과 영국을 덮쳤는지를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에 대해서는 줄거리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다. 반세기 전 뉴기니에서 일군의 학자들이 식인 풍습을 가진 원주민들 사이에 퍼져나가던 질병, 인간의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죽음으로 이르게 만드는 질병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얼굴 없는 공포’의 막이 올랐다. 용감하고 의로운 학자들의 잘못은, 연구 재료로 쓰기 위해 지구를 반바퀴 돌아 미국의 어느 실험실로 스펀지가 돼버린 인간 뇌조직들을 가져온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저자의 취재와 가설이 뒤섞여 있다. 연구자들은 오늘날 광우병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이 병의 희한한 병원균, 박테리아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닌 변종 프리온 단백질에 오염된 물질을 미국의 어느 농촌마을에서 연구했다. 그러나 ‘보안’은 그리 철저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 못된 단백질 병균(병균이라 부를 수 있다면)이 주변 지역으로 새어나갔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추측이다. 이런 단백질에 오염된 ‘뇌 구멍 병’은 소 양 사슴 사람 밍크 등의 포유류에서 널리 나타났다. 이 모든 질병들은 다 똑같은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그 연관관계는 농업 이익단체들의 로비와 압력에 밀려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심지어 같은 증상의 질병 이름들조차 사람, 소, 양, 사슴 등 종류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사람의 경우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 소는 광우병, 양은 스크래피 등등).

그리고 1980년대 영국의 광우병 파동이 시작된다. 쉬쉬 하면서 마구잡이로 소를 죽여 버리던 영국 정부는 호된 시련을 겪고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광우병이 이미 인간에게까지 퍼져나간 뒤였다.


더 무서운 일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 양, 사슴, 밍크 같은 동물들이 우르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질병에 걸린다는 것은 어쩌면 프리온 단백질이 생태계 곳곳으로 빠져나갔을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더, 더, 무서운 일은 미국에서 알츠하이머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광우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 뇌처럼 구멍 숭숭 뚫린 검역망 때문에 팔려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오염된 쇠고기를 먹은 이들이 대량으로 광우병에 걸리고 있다면? 그런데 그 질병들이 알츠하이머라는 이름으로 애매하게 통용되어 진실을 가리고 있다면?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 즉 ‘인간광우병’은 시신의 뇌를 부검하지 않고는 확인할 수가 없다)

더, 더, 더 무서운 일은, 이 책 앞부분에서 서울대 의대 교수님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도움말을 붙여주셨는데, 한국인들의 경우 서양인들과 유전적으로 달라 프리온 단백질에 트리플 곱빼기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곰탕 설렁탕 기타등등 각종 ‘탕’자 들어가는 메뉴에 환장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저 떨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미국산이 됐건 호주산이 됐건 한국산이 됐건, 어차피 쇠고기는 이제는 전지구적 환경 스트레스를 감안하더라도 ‘지탱하기 힘든(unsustainable)’ 음식이 된 것 같다. 이참에 쇠고기를 포기해버릴까...

 

(근데 이상한 것은, 나는 이미 작년에 이 책에서 '한국인 광우병 취약하다' 라는 추천사를 봤는데, 한림대 모 교수가 그런 주장 했다 해서 요즘 드잡이들을 해댄다는 것이다. 이 책에 글 쓴 저 서울대 교수님은 어떤 분? 한림대 그 분의 주장의 진실은 대체 뭘까? 이 책이 요즘 출간됐다면, 책은 더 많이 팔았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저런 추천사는 달지 못했을 것 같다. 교수들이 어디 세상 무서워서 저런 글 썼겠냐구... '위험한 것을 위험하다 하지 못하고 병 걸리는 것을 병걸린다 하지 못하니'... 호위호병을 못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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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5-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번 봐야겠군요. 이 책 나온지 일년 후에 뒤늦게(?) 여기저기 주목받네요. ^^ 딸기님은 일찌감치 보셨지만.

딸기 2008-05-1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미스터리 스릴러 흉내를 낸 측면이 있지만, 재미는 있어요. :)

이네파벨 2008-05-1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위호병을 못하는 세상! 촌천살인이군요~

그러고보니...

벌써 며어어어엋년 전 (대략 5년 정도) Scientific American 지의 한국판(사이언스올제) 번역일을 할 때 캐나다에서 사슴들이 광우병(광록병??)에 걸려 대량으로 폐사시키고 어쩌고 하는 기사를 번역한 일이 있어요.
그 후로 단순하게 그냥...녹용만 피했다죠...(뭐 녹용이 제게 다가올 일이 별로 없어서 굳이 피할 일도 없었지만...홍이장군에 녹용이 들었다길래 아이들 안먹인 정도...)

그런데 이거 원....소고기를 끊기란 참......

그리고...

얼마전에는 인터넷 포털 기사에서 석유가 40년 정도면 매장량이 고갈되고 대체에너지 개발은 그 시기를 따라잡지 못할거라는 암울한 이야기를 읽고서...이런 세상에 애들을 낳아논게 잘한 일인지 마구 두려워했답니다. 딸기님 언제 석유 특집도 부탁드립니다~ ~ ~ (딸기님 전공분야 중 하나 아닌감유?)

딸기 2008-05-14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유... ㅋㅋ
제가 뭘 잘 알겠습니까. 이것저것 책 읽다보니 들은 풍월 정도지요.
매장량 고갈은 사실 문제가 아니고요(왜냐면 땅 속에 들어있는 양을 인간들이 몽땅 다 퍼낼 수는 없는거니깐)
학자들은 peak (파낸 양이 남아있는 양과 같아지는 시점)를 중시한다더군요.
피크 지나면, 남아있는 거 퍼내기도 힘들어지고... 한마디로 생산성이 팍 떨어진다는 거죠.

사우디가 이제 피크를 지난 것 같으니, 석유경제가 얼마나 버틸지는 시간문제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핵발전 하겠다고들 나서는데...
안전성은 차치하고(안전성이 문제라면, 안전하게 운영하기만 하면 해결될수도 있으니깐 여기서 각설하고)
쓰레기 치울 방법을 아직 인류가 못 찾았자나요.

더 웃긴 것은, 울나라 프랑스 이런 곳들에서 핵발전소 깨끗하네, 에너지 자급률 높일수 있네 하는데
우라늄은 어디서 공짜로 나옵니까?
얼마전 호주에서 나온 외신 보니깐 우라늄 채굴이 점점 더 온실가스 많이 내놓는 쪽으로 가고 있대요
우라늄 광산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거지요. 우라늄 모자란단 얘기예요

다시 쇠고기로 돌아가서
저 책에 아마도 이네파벨님이 번역하셨던 사례와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광록병 얘기가 나옵니다.
저도 녹용... 피하고 싶지만 별로 피할 일이 없었는데
이제 쇠고기는 되도록 피해야겠어요
저는 정말 고기 마니아인데... ㅠ.ㅠ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8
C.K. 프라할라드 지음, 유호현 옮김 / 럭스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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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하게 말하면 ‘공정무역(Fair Trade)’, 좀더 넓혀서 말하면 ‘친절한 자본주의’ 문제에 대해 요새 관심이 많아졌다. 극단적 빈곤을 없애기 위한 제프리 삭스 식의 접근,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같은 것들이 뒤섞여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방식의 해법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게 됐다.
얼마전 빌 게이츠가 빈곤층을 생각하는 자본주의(게이츠의 발언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친절한 자본주의’ 혹은 ‘따뜻한 자본주의’ 정도로 해두자)를 얘기한 내용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렸다. 그때 저널에서 신문 기사 한켠에 ‘게이츠의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소개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도계 경제학자 C K 프라할라드의 이 책이었다. 책 원제는 ‘피라미드 밑바닥의 부(富)’인데, 한국에서는 딱 실용서 느낌으로 제목을 붙였다.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라니, 한국에 와서 멋대가리 없게 변한 책 제목 몇 순위 안에 끼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형편없는 작명이다. 책은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하다.

기본 발상은 단순하다. ▲이제는 다 같이 잘 사는 자본주의를 모색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왜곡된 시장구조 때문에 여태까지 자본주의의 혜택을 못 입었다 ▲자원봉사와 구호활동 만으로는 안 된다, 민간기업이 들어가서 자본주의적 방법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저소득층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기업들에게도 이익이다, 왜냐면 40~50억명 저소득층 시장은 구미 부자들 시장 못잖은 엄청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저소득층들의 세계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음을 살피고, 저소득층은 브랜드 가치를 모른다거나 좋은 상품에 관심이 없다거나 첨단 기술을 수용·소화할 능력이 없다는 식의 편견은 사실이 아님을 여러 사례들을 들어 보여준다. 책은 전제와 사례가 번갈아 나오는 형식으로 돼 있다. 다만 저소득층 시장을 개척하려면 상품의 포장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런 혁신을 통해 저소득층 시장에 훌륭히 진입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준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뒷부분은 거의 케이스 스터디인데 전반부에서부터 계속 인용돼 왔던 기업들 사례를 좀더 상세히 설명해놓은 수준이라 동어반복이 많아 대충대충 읽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1. 일반적으로 저개발국의 저소득층은 고비용 경제 구조 속에 있다. 그들은 쌀부터 신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뭄바이의 고소득층 지역인 와든 로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저소득층 지역인 다라비 사람들은 똑같은 서비스에 평균 20배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러한 현상은 나라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아주 보편적인 것이다.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이런 비용 불일치 구조는 지역 중간 상인들과 비효율적 유통구조에 기인한다. 만약 민간 부문의 많은 기업이 저소득층 시장에 진입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2. 사람들은 빈곤층이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저소득층은 브랜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 또한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저소득층 사이의 브랜드 인지도는 보편적인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도전 과제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3. 보편적인 관점과는 달리 저소득층 고객들은 첨단 기술을 쉽게 받아들인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들을 받아들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4. 저소득층을 소비자로 전환시키려면 구매력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물론 현금이 부족하고 저임금으로 고생하는 저소득층에게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만들어내는 기존의 접근 방식은 제품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박애주의식 자선 사업은 기분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저소득층의 구매와 선택을 촉진시키기 위한 접근 방식 중 하나는 단위 포장을 작게 만들어서 그들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구매력을 창조해 내는 또다른 접근법은 혁신적인 구매 계획 및 구매시스템을 제공하는 것.
- 브라질 카사스 바이아 가전제품 판매
- 멕시코 세멕스의 시멘트 판매)

5. 빈곤층이 소비자로 바뀔 때 그들은 제품과 서비스 그 이상의 것을 받게 된다. 그동안 중산층만 누리던 민간 기업들로부터의 관심과 선택을 통해 이제 저소득층들은 자신의 존엄성을 알게 되었다.
저소득층에서 일어나는 가장 흔한 문제점 중 하나는 정체성 결여다. 그들은 주로 사회의 바닥층에 있고 투표자 등록이나 운전면허 또는 출생신고와 같은 법적 정체성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양상은 민간 부문의 생태 시스템이 나타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합법적 정체성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 없이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우리가 당연히 받는 신용 대부와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

6. 저소득층 시장에선 물 문제가 핵심적이다. 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아니면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같은 수준의 기능을 제공해주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
포장 문제는 저소득층 시장의 환경 친화적 개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50억의 잠재적 사용자를 감안하면, 포장 원료를 포함한 모든 자원의 1인당 사용량은 극히 중요하다. 심지어 재활용 체계조차도 비실용적일 수 있다. 농촌 지역이 넓게 분산되어 있고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 수거 또한 경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원을 사용하게 할 것이다. 그것이 에너지든, 운송을 위한 화석연료든, 인간의 청결함을 위한 물이든, 안전과 미적 감각을 위한 포장이든 환경과 생태계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아마도 점차적으로 선진 시장보다는 저소득층 시장에서부터 더욱 혁신적이고 환경파괴가 없는 해결책들이 나타날 것이다.

7. 잘 인식돼 있으나 명료하게 표현되지 않는 개발의 실체는 여성의 역할이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에 대한 접근법은 여성들에 대한 억압과 기회 부정과 같은 오랜 전통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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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8-05-0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어 책 제목때문에 위의 글도 안 읽을뻔했습니다. ^^;

딸기 2008-05-08 14:19   좋아요 0 | URL
책 제목 진짜 품위 없죠? ㅋㅋ
 
언어본능 -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외 옮김 / 소소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스티븐 핑커의 책은 ‘빈 서판’에 이어 두 번째다. 전작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공통점이 있다. 구미를 끌어당기는 제목에 ‘미국의 도킨스’ 같은 냉랭하고 재치 넘치는 어투,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사실은 너무나 학구적이어서 ‘재미있으면서도 지루하다’는 것이다. 지금 책꽂이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도 꽂아놓고 있는데, 두께로 봤을 때 역시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말 그대로 인간의 ‘언어 본능’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생물학적 구조를 타고 났고, 그런 점에서 보면 언어는 가히 ‘본능’이다. 이 본능은 또한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되고 발전돼온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노엄 촘스키의 생성문법에서 시작된 ‘본능적 언어 습득’에 관한 논지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언어를 ‘교육의 산물’로 보게끔 만들어버린 과거의 학자들과, 대중들의 오해를 비판한다.
저자는, 자기 선배이자 동료인 촘스키를 한껏 추켜세우면서도 “촘스키는 언어기관이 선천적임을 인정하면서도 다윈의 자연선택론에는 회의를 표해 독자들을 얼떨떨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촘스키의 언어학적 성과를 인정하되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언어본능’이라는 것이 어떻게 자연선택의 과정을 따라 진화해왔는지를 밝혀 보이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친다. 난 촘스키의 언어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촘스키가 어떤 한계를 가졌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핑커가 주장하려는 것의 요지는 대략 알겠는데, 이 책에서 ‘언어기관의 다윈적 진화과정’이 어떻게 밝혀지고 있는 것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저자는 마음의 설계도이니 문법 유전자이니 하는 오해해선 안 될 개념들을 가지고 언어가 진화의 산물임을 설파하는데, 동의를 하지 못할 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학자가 아니라 언어학자이며, 인간의 몸뚱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언어’ 그 자체를 이용해 보편문법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어 그리 일목요연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요는, 언어는 본성이냐 양육이냐 혹은 유전이냐 환경이냐의 이분법으로 갈라놓을 수 없는 진화론적 과정을 거쳐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 됐다는 것이며, 언어의 작동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인류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어쨌든 재미는 있었다.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책꽂이에 꽂힌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못잖게 황홀하도록 눈길을 끄는 제목이고,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이런 질문들에게 답하기 위해 수백 쪽에 이르는 장문의 연구서를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핑커는 대단한 저술가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지만, 꿰는 과정을 100% 따라잡을 수 없었던 모자라고 게으른 독자에겐 구슬 하나하나도 재미있는 얘깃거리였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에 대해 재미난 관찰을 많이 하게 되는데, 따끈따끈한 내 관찰 내용을 이 책에 나오는 설명들과 연결지어 되새겨보는 것도 개인적으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절판이다. 이러니 한국에선, 책꽂이에 손도 못 댄 책들이 쌓여있어도 일단 돈 들여 쟁여놓고 보는 수밖에...)

 


  

인류학적 유언비어와 관련하여 에스키모 어휘 날조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에스키모인들은 눈에 대해 영어 화자들보다 더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어떤 출판물에서 주장하듯이 눈에 관해 400개의 어휘는커녕 200개, 100개, 49개, 아니 실은 9개의 어휘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사전에 따르면 단 2개다. 후하게 쳐서 전문가들은 약 10개 정도라고 하지만 이 기준에 따르면 영어도 별로 뒤지지 않는다.

이같은 오해는 어디서 온 걸까? 아마도 시베리아에서 그린란드에 이르기까지 퍼져 있는 포합어 계열의 유피크 및 이누이트-이누피아크어족을 실제로 연구한 사람에게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류학자 로린 마틴은 한 다리 건널 때마다 부풀려지는 도시의 전설처럼 어떻게 이 이야기가 부풀려졌는지 기록하고 있다. 1911년 프란츠 보아스는 별 생각 없이 에스키모인들은 눈에 대해 서로 무관한 네 가지 어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벤자민 워프는 그 수를 7개로 불렸고, 그의 글은 여러 곳에 실렸으며 마침내 언어학 관련 교과서와 대중서적들에까지 인용되었다.

<에스키모 어휘 날조>라는 에세이에서 마틴의 글을 소개한 언어학자 제프리 풀럼은 이 이야기가 그토록 통제 불능으로 부풀려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이른바 에스키모인의 어휘 낭비는 그들이 사용하는 포합어 같은 여러 가지 낯선 성벽들(서로 코 비비며 인사하기, 이방인에게 아내 빌려주기, 날 바다표범고기 먹기, 북극곰에게 잡아먹히도록 할머니 바깥에 내치기 따위)과 잘 어울려 보였다.”

그것은 아이러니한 외곡이다. 언어상대론은 보아스 학파가 문자가 없는 문화도 유럽문화 만큼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벌인 캠페인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식견을 넓혀주는 듯한 이러한 일화들이 인기를 끈 것은 다른 문화의 심리현상들을 기묘하고 이국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온정적 우월주의에 어필한 덕분이었다. (91쪽)

 

소니에서 워크맨을 개발한 이래 어누 누구도 두 대의 소니 워크맨이 Walkmen 인지 Walkmans 인지 확신하지 못했다(남녀평등적 대안인 Walkperson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Walkpersons와 Walkpeople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힐 테니까). Walkmans 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은 그 단어의 핵이 없음에서 기인한다.
소니는 두 대 이상의 Walkman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대답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상표가 하나의 명사로 변환될 경우 아스피린이나 클리넥스처럼 총칭적인 하나의 의미로 사용될 것 같자 그들은 Walkman Personal Stereos를 제시함으로써 문법적인 사안을 비껴갔다. (207쪽)

 

인간을 달에 보내는 국가가 받아쓰기를 할 수 있는 컴퓨터 하나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각 음소들은 고자질장이 음향지시 기호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전자속기사가 바로 등장하지 않는 것은 동시조음이라 불리는 근육 제어의 일반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하나의 음소를 조음하고자 할 때, 우리의 혀는 즉시 목표한 자세를 취할 수 없다. 혀는 필요한 위치로 들어올리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무거운 살덩어리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것을 움직이는 동안, 우리의 뇌는 궤도를 계획하면서 다음 자세를 예상한다. (263쪽)

우리가 분석기가 되어 하나의 문장을 해독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연산 부담을 지고 있다. 하나는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판단이다. 하나의 단어나 구를 두 가지 규칙에 따라 해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떤 규칙을 적용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기억은 컴퓨터에게는 쉽고 인간에게는 어려운 반면, 판단은 인간에게는 쉽고 컴퓨터에게는 어렵다. (291쪽)

 

동물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동물들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 점점 더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능력에 대한 주장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평가를 위해 과학계가 이용할 수 있는 자료는 빈약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조련사들은 그들의 원자료를 공유하자는 과학자들의 요청을 거부해왔다.

(님 침스키의 사례에서) 페티토는 좀더 표준적인 기준을 가지고 진정한 어휘수가 125개라기보다는 25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혹자가 문법이라 부르길 원한 어떤 것에 대해서도 침팬지의 능력은 거의 빵점에 가까웠다. 수년간의 집중적인 훈련에도 불구하고 침팬지들의 평균적인 ‘문장’ 길이는 변함이 없었다. (495쪽)

사람들은 침팬지를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살아 있는 종으로 생각하여 침팬지들의 최소한 언어의 조상뻘 되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짓고 싶어한다. 그러나 진화가계도는 종이 아니라 개체들의 가계도이기 때문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살아있는 종’이라고 해서 특별한 지위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종이 무엇인가는 멸종이라는 우연한 사건에 따라 결정된다.

인류학자들이 외딴 고지대에서 호모 하빌리스의 잔존자들을 발견했다고 상상해보자. 하빌리스는 살아있는 생물로서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이 침팬지가 언어와 같은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압력을 없앨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떤 전염병이 수천년 전에 모든 유인원들을 전멸시켰다고 상상해보자. 원숭이에게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못해 다윈이 위험에 처하게 될까? 과거에 어떤 우주인들이 영장류의 털 코트에 열광한 나머지 털 없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영장류를 사냥하고 포획하여 멸종에 이르게 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개미핥기와 같은 식충동물들이 조어(造語)의 짐을 짊어지게 될까?

우리의 뇌와 침팬지의 뇌, 개미핥기의 뇌는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만의 배선을 가지고 있다. 그 배선은 다른 대륙에서 어떤 종이 살아남고 또 멸종하는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05쪽)

 

핵심은 이렇다. 나는 상대주의를 싫어한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나는 상대주의가 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상대주의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간단하고 거칠게 표현하자면 인간 본성의 고정된 구조다. 현대의 지식사회는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상대주의로 가득 차 있으며, 언어본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그러한 부인에 대한 도전이다.

그 상대주의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학설이 표준사회과학모델이며, 이것은 1920년대부터 지식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행동이 기호와 가치의 자율적 체계인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간의 유아는 단지 몇 가지 반사능력과 학습능력만을 갖고 태어나 교화, 보상, 벌, 역할모델을 통해 문화를 학습한다는 인류학적·심리학적 개념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표준사회과학모델은 학계 내에서 인류에 대한 연구의 근거였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세속적 이념, 즉 버젓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취해야 할 인간 본성에 대한 태도로 작동하고 있다. 최소한 학식 있는 사람들의 수사학에서 표준사회과학모델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모든 행동은 천성과 양육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며, 이 두 요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알게 된 언어본능에 관한 지식들이 유전과 환경이라는(또는 천성과 양육, 생득설과 경험설,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생물학과 문화의) 무분별한 이분법으로 축소돼 버린다면 우울한 일일 것이다. 행동의 근원이 유전인가 환경인가 또는 그 둘 사이의 어떤 상호작용인가에 대한 논쟁은 모순적이다. 이제 우리는 모든 지각, 학습,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인 인간 뇌의 복잡성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학습은 선천성의 대안이 아니다.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선천적인 메커니즘이 없다면 학습은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5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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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의 6가지 쟁점
존 L. 캐스티 지음, 김희봉. 권기호 옮김 / 지식의풍경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을 먼저 읽고 책을 사서 보는 일이 통 없는데, 이 책은 100% 이네파벨님의 소개글 때문에 사서 봤다. 저자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들어본 바 없지만 들여다보니 김희봉님 번역이네. 저자는 미국 산타페연구소 교수라고 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6가지 질문들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한다. 저자가 이미 이 주제들에 대해서 1989년 책 한권을 냈었다고. 2005년 다시 쓰여진 이 책은 전작 이후, 그러니까 1989년에서 2005년까지의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과학계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6가지 쟁점에 대한 찬반을 다시 한번 판가름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재판 형식으로 1989년의 원고가 2005년에도 승소했는지, 아니면 항소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는지를 밝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6가지 쟁점은 ▲생명은 신의 창조물인가(창조론과 진화론) ▲인간 행동은 유전자가 결정하는가(본성과 양육) ▲언어 능력은 본능인가(촘스키는 옳았나) ▲인공지능 컴퓨터는 가능한가(마음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인이 존재하는가 ▲관찰자와 무관한 실재는 있는가(양자역학은 과학자들의 말장난일 뿐인가) 하는 것들이다. 쟁점 별로 정리가 잘 돼있는데, 문장이 좀 꼬여서 이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는 얘긴지 아닌지 한번에 이해가 안 가는 것들도 좀 있었다.

말 그대로 현대 과학의 6대 쟁점을 뽑아 정리해놓긴 했는데, 실제 내용은 쉽지 않다. 짧은 분량으로 심오한 주제들과 연구 동향을 정리하다보니 과학자들 이름만 줄줄이 나열된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각각의 쟁점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깔아놓지 않은 채로 읽을 경우는 읽기가 쉽지 않은 듯. 교양과학서라고는 하지만 ‘쉽게 읽는 과학’ 식의 책은 아니고, 과학책 깨나 읽은 사람이 정리 삼아 볼만한 책 같다. 사회적 함의가 클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골라 정리해놨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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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08-01-0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책도 딸기님 덕택에 삿는데 아직 도덕적 동물이 읽느라 못 읽고 있어요. 현대 과학의6가지 쟁점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끝낼생각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느끼는것은 아무리 읽어도 결론이 없는게 이 분야인것 같습니다.어쩔때는 허무한것 같기도 하고, 내 깊은 마음속에 신이라는 것이 각인이 되어 있는 것인지,정말 떨쳐내기 어렵군요.

딸기 2008-01-04 22:5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사실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단언하기 쉽지 않은지라...

순대맛 소주 2008-02-0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딸기님 가끔씩 들와서 지적자극 받구 가는 사람이에여.
다름이 아니라 님은 읽은 책 어케 처리하나여?바로 분리수거로 목숨을 끊어버리나여?
전 그제부터 쌓아두었던 책을 고물상에다 입양하고 있어여. 흑흑.
글쎄,파지로 분류해서 1kg에 120원 처주더군여.고물상 아저씨 얼굴에 음흉한 웃음이 가득.
낑낑거리면서 이틀에 걸쳐 44kg 처분했는데 5300원이 호주머니로 들어왔네여.
아직 더 남아서 책 정리중인데 가슴이 쓰려여 흑흑.이럴줄 알았으면
보자마자 한권씩 철근처럼 잘근잘근 씹어 버려버리는건데.무슨 자식놈
해외에 유학보내는 느낌 -_-;;있을 땐 자리만 차지해
귀찮았는데 막상 먼길 떠나보내려니 눈물이 앞을 가려여.
딸기님은 다 읽은 책 어케 처리하나여.

딸기 2008-02-01 12:12   좋아요 0 | URL
ㅋㅋ 책 막 버리거나 주변 사람들 줘버리다가요,
이번에 정말 맘에 드는 멋지고 비싸고 알흠다운 책장을 2개 장만했어요!!!
울집 가구 중에 가장 비싼 걸루... (이거 웬 자랑질;;)
그래서 거기다가 막 쌓아놓으려고요.
고물상에 팔긴 좀 너무 아깝네요. 킬로에 120원이라니...
알라딘 서재에서 함 올려보세요, 이러저러한 책들 내놓는다고...
폐휴지가 되느니, 관심있는 분들에게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순대맛 소주 2008-02-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폐지 분류장에선 눈 감고 책을 쏟아 버렸어요.
가슴이 아프더라구여.
그런데 양복바지에 농구화 신은 고물상 아저씨가 건네준
돈을 받은 저의 웃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거예요.그전까지의 아파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그리고 제 마음속 어딘가에서'어서 거리를 배회해,그리고 길거리에 흩날리는 신문이고
박스떼기를 싹 모아서 팔아버려'라고 부추기더군요.돈에 굶주린 건 아니지만
제가 너무 세상에 찌들었나봐여.안수기도라도 받아야겠어여.

저도 예전에 무역전시장에서 거실에 놓는 책장 보고 감동받았었는데..
너무 아늑하고 분위기 나더라구여.추카드려여.인터넷으로 매매해야겠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