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사 독후감을 올린다. 밀린 숙제 하는 기분, 이런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건만 이 책의 서평을 정리하기까지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랜 고민이 필요한 책이어서가 아니라(이 책을 읽고 고민 같은건 전혀 필요 없었다) 귀찮았기 때문이다. 사실 `진지하게' 서평에 임할 책은 아닌데 말이다. 알라딘 이벤트에서 서평을 전제로 얻은 책이라는 것 때문에 역효과를 일으켜 리뷰 쓰기가 더 귀찮아졌던 것 같다.
`대머리 예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공짜로 책을 받긴 했지만, 아마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지 않았을까. 나는 과학책 읽기를 즐기는 편인데, 내가 교양과학서에 흥미를 갖게 해준 책이 바로 보더니스의 `E=mc2' 이었다. 그러니 `일렉트릭 유니버스'에도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했다.

이 책의 셀링 포인트는 딱 하나다. 보더니스의 책이라는 것. 솔직히 그것 밖에는 없다.
공짜책 재미나게 읽고서 혹평을 하긴 좀 뭣하지만, 그리고 이 책이 특별히 나쁜 평가를 받을만한 책은 아니지만, 교양과학서를 굳이 찾아 읽는 사람이라면 대개가 과학 전문가들은 아닐 것이다. `교양과학서'는 과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요약해서 쓴 책이다. 비전문가가 교양과학서를 읽으면서 과학의 제분야를 모두 섭렵하긴 힘들다. 핵심, 알짜배기만 골라 읽는다. `과학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정도 되면 `현대 물리학의 핵심'이라 불러도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E=mc2'은 그 알짜배기 이론을 독특한 포맷으로 재미있게 서술한 탁월한 교양과학서였다.
물리학에 대한 `교양' 차원의 지식을 늘리기 위해 전기라는 분야를 굳이 골라서 읽을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렉트릭 유니버스'에 `엘러건트 유니버스' 같은 내공을 기대했던 것 자체가 내 잘못이었을까? 이미 잘 빠진 과학서적으로 세계에 이름난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비슷한 제목을 굳이 이 책에 붙인 걸 보면, 보더니스에게 모종의 속셈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말이다. 보더니스가 이번 책에 `유니버스'같이 거창한 제목을 단 것은 좀 과했다.

책은 말 그대로 전기를 둘러싼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기의 역사 혹은 전기를 다룬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역사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앨런 튜링의 사과 이야기나 영국 공군의 레이더 발명사,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알렉산더 벨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저자가 무진장 애를 쓴 티가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맹이 없는 책을 읽은 듯한 기분. 뭐,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전기에 대해 거의 설명하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당연하다. 과학자들을 둘러싼 잡학상식을 늘리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기력 자체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를 높이는 데에는 별반 성과가 없었다.
더우기 번역자는 일반상식에 해당되는 것에는 열심히 옮긴이 주를 달았으면서도, 물리학 개념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문장은 매끄러웠지만, 요새 이름난 책들 번역하는 전문 과학번역자은 그 수준을 넘어서서 독자에게 진짜 친절한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알라딘에 계신 분이라기에 일부러 하는 얘기다).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박병철이나 파인만 서적을 많이 번역한 김희봉, 생명과학 책들 번역해서 많이 알려진 이한음 등의 번역을 꼼꼼히 훑어보셨으면. 옮긴이 주가 좀더 자상하기만 했어도 `재미있으려고 별 짓 다 한' 이 책이 난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emuko 2005-04-2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읽고 나서도 별로 남는게 없는 느낌. 너무 사람들 이야기에만 치중해서 정작 '전기'는 주인공이 아니라 소품 정도였다 싶더라구요. 게다가 딸기님 전 이책 제돈주고 샀단 말입니다 ㅠ.ㅜ

딸기 2005-04-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러셨군요. 왜 그러셨어요, 이 책 공짜로 받은 사람이 서른명은 되니깐 그 중 하나를 얻어서 보셨으면 좋았을 것을.
저도 네무코님이랑 똑같이 느꼈어요. '전기'는 소품이고, 그냥 과학자들 재미난 일화를 모은 책이 아닌가 하는.

nemuko 2005-04-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성질이 급해서....^^

마냐 2005-04-2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흠.....E=mc2를 이주일 넘게 붙들고 있고(요즘 거의 책을 안 본다는 것!) 그 다음이 이 책인데....힘이 좀 빠지는군여. 물론 추천임다. 책에 대한 접근을 도와주셨으니.

urblue 2005-04-2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짜로 책 받은 저도 리뷰 써야 하는데,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계속 미루고만 있습니다.

딸기 2005-04-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그쵸? 할말이 없는 거 맞지요? 저만 그런 것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공짜로 책 읽어놓곤 안 좋게 써놓으면 미안해서 못 올리고 있었거든요.

바람구두 2005-04-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 흐흐.

비연 2005-04-2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괜챦았던 것 같은데..그냥 대중적인 과학서적으로 말이죠.
큰 기대 안하고 읽었더니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었었거든요..^^;;

딸기 2005-04-2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가 없지는 않았어요, 저도. ^^

마태우스 2005-04-2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짜로 받으면 심적 부담을 느낄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있는 리뷰 써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안읽을께요^^

딸기 2005-04-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

2005-04-2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5-04-2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

반딧불,, 2005-04-2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 참 난감했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잘 쓰시다니 정말 질투난다니까요^^(오늘 내내 질투하고 있습니다ㅠㅠ)

딸기 2005-04-2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추천을 해주셔야지요!

...라고 하고 싶지만, 실은 저 서평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mannerist 2005-06-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짜로 책 읽어놓곤 안 좋게 써놓으면 미안해서 => 헤헷. 매너랑 정 반대시다.
공짜로 책 읽어놓곤 칭찬하면 티날까봐 더 냉혹해지는 매너랍니다. 흐흐... 매너는 이 책 욕 무지 했어요. 결과적으로 한 문장에 발끈. 해서 말이죠. -_-;
 
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는 섬세한 사람 같다. 이 사람이 그려낸 19세기말 일본의 풍경은 희한하게도 정적이다. 일본이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유신 세력과 봉건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용트림을 하려하던, 서양 문물이 마구 쏟아져들어오고 일본의 '선각자'들이 서양을 따라잡으려고 기를 쓰던 그 때에,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낸 일본의 한 지식인은 '느림의 미학'을 구가한다. 아버지 돈으로 먹고 놀고 우아방탕한량스런 생활을 즐기며 유유자적 산책과 사색으로 시간을 보낸다. 제법 오래전에 쓰여진 소설인데 어쩐지 새롭다. 이노무 주인공 꼬락서니는 전혀 내 맘에 안 들지만, 그를 통해 작가가 그려낸 어느 시기 어느 나라 지식인의 머리 속과 거리의 스케치는 맘에 든다. 미묘하게, 쾌락적이고 탐미적인 냄새가 풍긴다. 사랑이야기? 소설의 제목은 '그후'다. 그후라니. 언제 이후? 소설의 줄거리로 보면 우아하고 한심한 주인공이 유부녀와의 사랑을 밀고나가기로 결심한 '그후'이고, 독자 입장에서 보면 소설이 끝난 그후'가 된다. 재미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5-04-1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선각자'들에 대항해서) '일본적인 것'을 지키려한 작가라고 들은 것 같네요...맞나요?

딸기 2005-04-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잘 모르겠어요. 저 소설의 내용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석유시대,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필렬 지음 / 녹색평론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받은 충격으로만 치자면 이 책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글솜씨는 좀 아니올씨다...싶은 것이, 이필렬이라는 분은 작가도 아니고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과학자다. 틀렸다. 이 분은 국내에선 꽤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약력을 보니 '베를린 공대 졸업(디플롬 화학자)'라고 써있다. 디플롬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일 대학의 무슨 학위제도 비슷한 것인 것 같고, 요는, 이 분은 화학을 전공한 분이라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에너지대안센터라는 곳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연구하고 캠페인하는 환경단체인데 작년인가 올초인가 환경운동연합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거기 대표로 계신 분이 바로 이필렬선생이시다. 센터의 어느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피크' 얘기가 나왔다. 석유 생산은 보통 종형 곡선을 그리게 되는데, 일단 피크(정점)에 오르고 나면 생산량은 반드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쉬운 말로 하면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얘기다. 


쉬운 얘기를 왜 어렵게 하느냐.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다 라는, 그 당연한 것을 인정치 않는 사람들이 하도 많길래 하는 얘기다. 이것저것 근거를 들이밀려다보니 피크니 종형곡선이니 하는 어려운 말이 나오게 된다. 제레미 리프킨의 '수소혁명'이라는 책이 바로 그 '피크'에서부터 시작된다. 석유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피크를 얘기한다. "석유가 언제까지 펑펑 쏟아져나올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석유생산의 피크는 이미 지났다! 혹은 곧 지난다!" 여기서부터 석유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너지대안센터 간사는 내게 피크 얘기를 하면서 "이필렬 대표님이 피크론자(?)"라고 했다. 표정을 보니 어쩐지 반가워하는 분위기. 석유 문제를 생각지 않는 사람들은 피크를 모르거나, 인정치 않는다. 내가 피크에 관심을 보이자 상당히 반가워하던 이 간사 양반, 이필렬 선생님이 오시니깐 다짜고짜로 나를 가리키며 "이 분이 피크에 관심이 많으시대요" 라고 하는 것이다. 허허... 이런... 어떤 곳에서는 사람을 소개하고 설명하는데에 '피크'라는 말이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니,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우연한 만남 덕분에 이 책을 하나 얻어쥐는 행운이 따라왔다. 책 참 거시기하다. 값 8000원. 262쪽짜리 책에, 요즘 이 정도면 싼 거다. 책 겉모양부터 환경스럽다. 촌스런 느낌이 나는 책표지, 녹색평론사라는 겉표지의 인쇄 하며 흑백사진 표지, 주황색 타이틀배경에... 종이도 누렇다. 재생용지를 사용한 듯한 꺼끌꺼끌한 감촉. 맘에 든다. 환경문제를 다룬 책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게 책을 얻어서, 공짜 생긴 마음에, 90% 의무감으로 책을 펼쳤다. 석유문제를 논한 책은 이전에도 몇권을 봤었고 늘상 외신에서 접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코가 깨졌다. 

"핵분열은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과학활동을 하는 가운데 우연히 얻어낸 발견이 아니다. 거기에는 현대과학의 근본 속성이 다른 어떤 발견보다 더욱 충실하게 응집되어 있다.
현대과학의 중심 행위는 실험이다. 실험이란 자연을 인간의 의도대로 조작하고 변형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실험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행사하는 폭력이다. 실험이란 그 근본 뿌리가 인간의 파괴욕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도구 사용이 초래한 자연의 변형이 자연의 순환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과학이 성립하고 기술이 과학과 결합하여 보편성을 얻은 후부터이다. 파괴는 서서히 그러나 단호하게 진행되었고, 주로 물질적 자연의 영역에서 이루어졌다. 파괴의 주역은 과학과 기술이었는데, 과학은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자연을 조작하고 변형했고, 기술은 과학의 발견과 과학의 방법이라는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대규모 자연조작에 뛰어들었다.
... 나는 원자력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위적인 핵분열은 인간이 물질적인 자연에 가하는 최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행위란 자연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내밀한 부분인 원자핵에 인간의 칼날을 들이대어 마음대로 난도질함으로써 자연을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 구절 때문이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환경론자가 아니다. 환경문제에 솔직히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코~~하게 살아가고 있지도 않다. 저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의 환경觀에 절망했고, 혼자 괜히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명은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 생명(환경)을 받아들이는데에 '근본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하는 충격.  

책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더 거창하게 말하면 전 지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외국의 재생가능 에너지 도입 현황과 제도 등을 살펴보고, 국내 실태를 점검한다. 우리나라 사정과 관련된 부분은 업데이트가 좀 덜 되어있다. 책이 나온 것은 2002년이고, 책 중에 몇몇 에세이들은 그 이전에 쓰인 티가 팍팍 난다. 당장 민간부문 소규모 전력판매만 보더라도 이 책이 나온 뒤에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법이 만들어졌으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뒷부분은 에세이들을 묶은 것이 되어서 일관된 흐름이 있긴 하지만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 있고, 앞서 말했듯 아름다운 문장도 아니다. 굳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사람도 내 생각에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핵분열 자체를 '가장 근원적이고 내밀한 부분인 원자핵에 인간의 칼날을 들이대어 마음대로 난도질함으로써 자연을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정도 개념을 갖고 있어야 진정한 '환경론자' 혹은 '생태주의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난 아니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식물 종자의 변형에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개입해왔다. 그 많은 애완견들, 품종개량된 그 모든 발바리들은? 심지어 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도 '예스'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사람인데, 핵무기에는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언정, 핵분열은 그 자체가 자연파괴적인 것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깍두기 2005-04-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렇게 말할 자신은 없어요. 지금 쓰고 있는 석유가 다 고갈되면(언젠가는 다 고갈될 거 아닙니까?) 그때 쓸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 원자력을 빼놓을 수 있을까요? 빼놓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태양열 에너지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다 충당할 수 있다든지.
저는 가끔 인간이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써도 좋은지, 이 시스템 그대로 영원히,가 가능할지 그게 의문이랍니다. 영원히, 는 고사하고 백년도 가능해 보이지 않아서요.

숨은아이 2005-04-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자연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문제는 자연 재생이 가능한 정도까지만 파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겠지요...

딸기 2005-04-12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핵에너지는 대체에너지에서 당연히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핵발전을 '대체에너지' 운운하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울나라 원자력 관련자들 외엔 없어요 ^^;; 그래서 요샌 환경단체들도 애매모호한 '대체에너지'라는 말 대신에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용어를 쓰더군요. 깍두기님, 자세한 설명은 못 드리겠고 '석유의 종말'이나 저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숨은아이님, 맞아요.

2005-04-12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04-1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공짜로 얻었어요. 인터넷으로 회원 가입을 했더니 저 책을 보내주더라구요.
이필렬이라는 분, 책을 몇달에 한권씩 써내는 것 같아요.
모임에는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유령회원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움직여주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 차원에서 이름이라도 남겨놓고 있답니다.

딸기 2005-04-1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도 회원가입하셨군요.
저도 회원가입했습니다. 그것도, 한달에 2만원 내는 엄청난 고급 -_-;; 회원입니다.
바람구두님, 책 한권을 24만원에 샀다구요. 이제 덜 억울하지요? 흐흐.

바람구두 2005-04-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에 이름 밝혀서 더 억울해졌소, 흐흐.

딸기 2005-04-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 그랬군요... 죄송 ^^;;
구두님 얼굴(어린 소년)이 참으로 억울해보입니다그려.
그나저나 저 그림,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사실 구두님한테 잘 어울려요.

쿠자누스 2008-11-2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 실험은 자연에 가하는 폭력'이라는 저자의 말, 황당하군요. 인류의 역사는 과학의 발전 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부인하고 반 과학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일까요? 석유가 정말 고갈될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인류 역사는 에너지를 창조하는 역사라는 사실을 저자는 모르는가 봅니다.

이창우 2013-10-2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원자핵 발전소는 자연의 내밀한 부분에 폭력을 가한 것이라는 말씀이 제 심금에 와 닿는군요. 좋은 글 감사하구요. 제 블로그에 퍼가고 싶네요. 일단 퍼가겠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연락주세요.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제 블로그 주소를 남깁니다. 시간나시면 한 번 오세요. 저는 루마니아 목사님이 받았다는 예언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서 원자핵 저장고가 폭발하여 도시들이 불타버리는 광경을 환상 중에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핸리 그루버라는 미국 목사님도 환상을 보았는데요. 러시아의 잠수함이 미국 본토에 가까이 와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도시에 한순간에 사라지는 광경을 보았답니다.

물론 언제 러시아가 미국을 공격할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푸틴 대통령 뒤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나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저도 최근에 이런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유튜브에서 핸리 그루버와 두미트루라는 분들을 검색하면 볼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설교 동영상]메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리뷰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창우 2013-10-2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입니다. 너무 좋아서 제 블로그에 퍼 갑니다.
원치 않으시면 연락주세요.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랄함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흔히 말하는 ‘씨니컬’하다는 것, 냉소, 차가운 웃음, 이런 것이 신랄함의 한 종류가 된다. 냉소를 듣고 나면 씁쓸하다.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진다. 나는 그만 ‘너나 잘해보시지’ 하는 심사가 되어버린다.
냉소와 다른 맥락의 신랄함, 유쾌한 비꼬기도 있다. 갈레아노의 글이 그렇다. 비유는 비유이되 작은따옴표가 없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농담인지 새겨들어야 한다. 귀담아 듣다보며 모든 것이 농담 같으면서 동시에 진담이다.

"이 책에는 공범이 많다. 그들을 고발하는 일은 즐겁다. 1013년에 사망한, 멕시코의 위대한 예술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만이 오로지 죄가 없다. 이 책에 실린 삽화들은 그도 모르는 채 출판되었다. 우선 나는 엘레나 비야그라, 카를 휘베너, 호르헤 마르치니와 그의 컴퓨터 마우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을 저지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다음의 사람들도 내 범행 유혹을 읽고 논평을 해주면서 사악한 마음으로 동참했다... 또한 좌절하고 절망한 사람들의 수호성인 성녀 리타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거꾸로 된 세상에서 ‘거꾸로’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은 범죄행위로 몰리기 십상이다. 비꼬기의 귀재, 갈레아노의 재치가 넘쳐나는 서문. 책은 더러운 세상을 비꼬는 해학으로 가득 차 있다. 던지듯, 내지르듯 진실을 떨구어 놓으니 이것이야말로 ‘광대극’이고 명쾌한 풍자다. ‘거꾸로’는 무엇이며 ‘학교’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우리는 어릿광대가 펼쳐 보이는 신랄한 한 판의 광대극이 진실임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책은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 형식으로 되어있다. 말이 좋아 교과서이지, 그다지 치밀하진 않다. 역사, 민주주의, 폭력, 환경, 매스미디어 등등 오만가지 주제를 섭렵하면서 속사포같이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다. 문장이 주옥 같냐면, 그건 아니다. 이 책이 지겨워져 신물 나거나, 이 세상이 우울증 걸리도록 신물 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고문: 고통을 주는 새로운 기술(종교재판소), 적당한 신체적 고통(이스라엘 대법원), 불법적 핍박(라틴아메리카), 벙어리마저도 불게 하는 기술(갈레아노)
법: 거미줄과 같아서 파리 같은 작은 곤충은 잡지만 커다란 짐승의 진로를 방해하지는 못함
우연한 사고: 자동차가 저지르는 범죄
존엄: 칠레 독재시절 어느 수용소의 이름
평화와 정의: 1997년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을 살해한 준군사조직

거꾸로 된 교과서의 용어들은 대부분 이렇게 용도 변경된 단어들이다.

"평생 마약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은 무역의 자유를 거스르는 그 용서할 수 없는 불경스러움을 비난하며, 중국 해안에 전함을 파견했다. 여왕은 두어 차례를 제외하고는 1839년 시작되어 20년 동안 지속된 아편전쟁 기간 동안 전쟁이란 단어 역시 입 밖에 내본 적이 없다."
유행하는 말로 하면 ‘뒤집어보기’이지만, 어느 쪽이 제대로 본 것이고 어느 쪽이 거꾸로 본 것인가. 영국의 중국 침탈이 잘못된 것인가, 빅토리아 여왕을 감히 ‘19세기 최고의 마약 거래상’이라 부르는 갈레아노의 입담이 잘못된 것인가.
"1997년 브라질리아를 방문 중이던 인디언 지도자 갈디노는 버스 정류장에서 자고 있다가 산 채로 타 죽었다. 좋은 집안 출신의 십대 다섯 명이 술을 마시고 야단법석을 떨다가 그에게 알코올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그들은 이렇게 변명했다. '거지인 줄 알았어요.' 1년 후 브라질 법원은 살인 의도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을 가벼운 금고형에 처했다. 법원의 기록관은 이렇게 말했다. 소년들은 가지고 있던 알코올의 반 밖에 사용하지 않았고, 바로 그 점이 ‘살인이 아니라 즐기려는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인디언 ‘지도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자고 있었는지는 묻지 말자. 책은 역사와 지역,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거꾸로 된 진실’의 잔치이며 곳곳에 유혈이 낭자한 ‘자본주의 잔혹사’다.

세상이 거꾸로 된 것인가, 책이 거꾸로 된 것인가. 거꾸로 된 세상과 진실 사이, 장자의 꿈처럼 나비가 날아다닌다. 세기말과 세기초의 호접몽(胡蝶夢). “세계에는 1억 개가 넘는 대인지뢰가 흩어져 있다. 이 장치는 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폭발하고 있다. 어린이를 유인하기 위해 고안된 어떤 지뢰들은 어린이의 눈길을 잡아끄는 인형이나 나비, 색색의 잡동사니 모양을 하고 있다. 희생자의 반 이상이 어린이들이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양심이라는 불편한 분비선을 달고 태어난’ 덕일까.
그 날카로운 펜 끝으로 군더더기 분비선을 쿡쿡 찔러놓고, 갈레아노 스스로도 미안했나보다. "어떤 시간이 될 지 알수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가 바라는 시간을 상상할 권리는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무기력하게 상상하길 포기했던 시간의 목록을 풀어놓는다. 거리의 자동차는 개들에게 짓밟히리라, 사람은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하리라, 역사가는 모든 국가가 침략당하기를 반긴다고 믿지 않으리라, 음식은 더이상 상품이 아니고 커뮤니케이션은 장사가 아니리라, 거리의 어린이는 쓰레기 취급을 받지 않으리라, 정의와 아름다움에 대한 의지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민족이자 동시대인이 되리라...

거꾸로 된 세상이지만 꿈꿀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시간을 상상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 적들이 우리에게서 가져가려는 것이 바로 그것, 상상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이었기에, 상상이 곧 힘이 될 것이기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5-03-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이책 읽었었는데, 반갑습니다. 그리고 역시 딸기님은 리뷰를 참 잘쓰세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와 그렇구나 싶어요.

nemuko 2005-03-1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를 유인하기 위한 지뢰....끔찍하네요. 그나저나 저처럼 농담과 진담을 구분 못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안되는 거 아닌지 몰라요^^

딸기 2005-03-1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마태우스님! '어머나'라는 감탄사가 너무나...너무나...
네무코님, 이 책, 재미있지는 않아요. 끔찍한 얘기들만 계속 늘어놓으니까요.
 
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리오 영감.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안 좋았다. 발음에서 '고리대금업자'가 연상되기도 하고, 어쩐지 구질구질하고 쪼잔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어느 분의 리뷰를 보니 '딸이 둘 뿐인 리어왕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리어왕은 리어왕인데, 영감탱이 날로 추락해 지지리 궁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선 리어왕이지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만한 최소한의 존엄성도 없다.  

책 설명에 '부르주아의 몰락' '시대를 예견한 소설'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좀 뜨아했다. 굳이 '시대'를 운운한다면, 봉건귀족제가 끝나고 부르주아의 시대가 온 것이어야 할텐데(왕정복고시대가 있긴 했지만) 어째 소설이 진행되어가는 꼬락서니는 그게 아니었다. 다 떨어진 귀족제, 그 끝물에 올라타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젊은 청년과 몰락한 부르주아의 이야기라니. 
좀더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시대를 예견한 소설'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예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돈 독(毒)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도 사랑도 모두모두 돈에 의해 지탱되는 사회,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사람들. 그러니 저 불쌍한 영감, 불쌍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어찌 애처롭지 않을쏘냐.

1년간 일본에 머물다 돌아와보니 우리 사회가 돈독이 오르긴 올랐다. IMF 이후에 로또 열풍입네 대박입네, 돈독 오른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 싶다. 기러기 아빠의 자살은 차라리 '인간희극'('고리오 영감'의 시리즈 제목)에 불과하다. 인터넷 '살인청부'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이건 '희극적인 너무나 희극적인' 21세기 초입 한국사회의 에피소드들인가. 
회사에 복직해 만나는 사람들마다 돈 이야기. 내 입에서도 나오느니 돈 이야기 뿐이다. 발자크는 소설에서 봉건제 끝물의 파리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했고, 그 스케치를 보는 것이 책 줄거리 못잖게 재미있었다. 허나 허영과 돈에 미쳐 제 부모 뼛골 빼먹는 자식들이 발자크 시대에만 있었겠는가. 죄없는자 고리오영감의 아름다운 두 딸들에게 돌을 던져라, 아니 '돈을 던져라'.

그러니 2005년 한국의 소시민들에게 '고리오 영감'은 '시대를 예견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 시대를 그린 소설'이 되겠다. 책은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시대의 초상을 보려면 굳이 소설을 펼칠 것도 없이 신문지만 들여다봐도 될 터이니 뒷맛이 몹시 씁쓸하다.

(사족. 번역자가 불문학자인 것 같은데, 책 중간에 '법왕'이라는 말이 나온다. 발자크에 대해 해설까지 붙인 걸로 보아 불문학 전공자가 틀림없는데... 어째서 일본어가 들어가 있는 것일까. 중역의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