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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땐 내 취향이 남들을 너무 앞서가서 -_- 동의를 통 얻지 못하는데
또 어떤 때엔 너무 느리다. 아, 취향에도 '속도'가 있어야 한다니...

클래식 내지는 음악 뭐 이런 것엔 신경줄의 1%도 쓰지 않지만
1990년 로마 월드컵 테너 빅3 공연을 LCD인가 하는 것으로 처음 보았던 순간의 충격은 잊혀지지 않는다.
2년이나 늦게, 1992년 그걸 보고, 그 LCD 있는 카페에 종종 찾아가
그거 틀어달라 졸라서 몇번이고 반복해 구경하던 기억.
그리고 클래식 좋아하던 선배에게 부탁해서 테이프에 파바로티 노래를 녹음해 받아 듣던 기억.
지금은 파바로티를 대표하는 노래가 된 '네순 도르마'의 그 곡조, 파바로티의 목소리,
'오 솔레미오'를 경쟁하듯 늘여 부르던 파바로티와 도밍고/카레라스의 눈짓들까지 생생한데.

그 파바로티가 세상을 떴다 하니까 섭섭하다.

2년 늦게 시작되어, 그러나 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던 추억이 한 장 접혀들어가는 기분.
나는 버닝이 끝나는 것에도 좀 늦는 편이라서, 혼자 두고두고 생각하고 그런다.




로마월드컵 빅3 공연, 바로 그때의 모습이다. 음질은 과히 좋지 않다.




이것은 '오 솔레미오'.  저 세 사람과 주빈 메타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얼마나 행복했을까.


또 하나, 속도전에서 밀려 뒤늦게 버닝한 것은 '커피 프린스 1호점'.
다 끝난 뒤에야 하나TV로 전부 받아보면서 열광했다.

윤은혜 짱. 공유 짱. ^^

 

그리고 나의 또하나의 뒷북,
페더러가 이겼다.

흑흑 US오픈 한 경기도 못 봤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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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9-1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프린스요? 정말 한 발 늦으셔요~~~ 오랜만에 '닥본사' 하고 복습까지 하며 열광했던 드라마에요. 등장인물들이 그냥 다 좋아요, 다.

딸기 2007-09-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본사가 머예요?
암튼 저도 느무느무 좋았어요. ㅠ.ㅠ

마노아 2007-09-11 15:51   좋아요 0 | URL
'닥치고 본방 사수'란 전문(?) 용어지요^^ㅋㅋ

드팀전 2007-09-1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딕은 또 페더러에게 졌어요.ㅜㅜ 결승도 못갔지요.상대전적 1승 14패...2% 부족이야.페더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전성기의 샘프라스 밖에 없어요.ㅜㅜ

딸기 2007-09-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딕이 8강에서 페더러와 붙었다더니...
지난번 호주오픈 때 그 굴욕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다리 떨려서
맨정신으로 페더러와 붙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페더러 역대 최강이라고 하지만, 프랑스 오픈에서 나달한텐 쫌 그랬어요...

드팀전 2007-09-11 18:28   좋아요 0 | URL
저도 기사만 봤는데...잘싸우긴 했나봐요.계속 타이브레이크로 가서 2-2
마지막 세트도 타이브레이크...마지막 두 포인트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하더군요.패싱샷 하나와 서비스 에이스 하나....종이 한 장의 차이인데 그 종이 한장이 넘기 힘든 벽이지요...가끔 이런 놈들 보면 절망감이 생긴다는...

비로그인 2007-09-1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조코비치가 말했듯 (가엾은..다른 player 흉내 좀 냈다고 완전 미운털이 박힌 20살 청년), 부담감과 위기를 견뎌내는 능력과 우아함에 있어 페더러는 절대 강자지요. 오늘 페더러를 이기는 방법이란 기사까지 읽고선, 그래도 라파가 좀 더 잘해서 한번 투탑으로 윔블던처럼 재미있게 가보길 바라고 있어요. xports는 US오픈 중계해준다고 해놓고서 편성이 개떡 (용서해주세요, 이 표현)같아서 말이죠.

딸기 2007-09-11 07:10   좋아요 0 | URL
조코비치가 누구를 흉내냈었나요? 궁금해요, 알려주세요
xports 이건 espn 이건... 제대로 된 스포츠채널이라곤 볼 수 없어요
개떡같다는 것에 100표!

비로그인 2007-09-13 18:09   좋아요 0 | URL
음, 조코비치가 로딕 (목걸이 바로잡기, 옷 어깨춤에서 올리기), 샘프라스 (공치는 특유 포즈, 나달 (양말바로잡기, 엉덩이에 낀 바지 빼기==> 이게 좀 리얼, 푸하하하 했지요), 샤라포바 (귀 위에 머리카락 뒤로 넘기기) 흉내냈어요. 정말로 absolutely terrific character (사회자 둘이서 완전 뒤집어졌음)예요. 패션쇼 무대에선 어찌나 후까시를 잡았던지, 목이 좀 길잖아요. 푸하하하, 정말 귀여웠어요. 라파가 카메라 앞에서 갑자기 경직 (푸하하하)되는 것 마냥.

파비아나 2007-09-1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닥본사란 닥치고 본방송을 사수하라 라는 뜻이에요.ㅎㅎ
xsports는 정말 중계를 해주긴 한거에요. 거의 보지를 못했어요.
그나저나 에넹은 정말 잘하던데요. 윌리엄스 자매 이기는걸 보니 대단했어요.^^

딸기 2007-09-11 07:11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런 말이 있었군요.
에넹이 진짜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한번도 경기를 보지 못하다가...
프렌치 오픈 때 프랑스 여자애(바르톨리,,였던가)한테
무참히 깨지는 걸 보아서 말입니다...
저는 윌리엄스 자매가 무서워요 ^^;;

전자인간 2007-09-1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음악을 좋아합니다만, 이상하게도 파바로티의 음반은 그가 반토바공작으로 출연했던 <리골레토>밖에 없네요. 그래도 '여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불러제꼈던 그가 이제는 CD의 무수한 홈들 사이에서 굳은 채로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아쉽고 슬픕니다.

딸기 2007-09-11 18:12   좋아요 0 | URL
흑흑, 저는 저 위에 적은 것이 제가 아는 클래식의 전부...랍니다
파바로티의 여자의 마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유투브에서 찾아봐야겠어요.

전자인간 2007-09-11 23:29   좋아요 0 | URL
파바로티의 '여자의 마음'이 그렇게 유명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갖고 있는 파바로티의 유일한 음반(리골레토)이라...
'여자의 마음'은 무인도에서 평생을 살다 온 사람이라도 알만한 노랩니다.
제가 한 번 불러 드릴까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네순 도르마'보다는 파바로티에 더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

마노아 2007-09-1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뒷북이 귀엽고 정겨워요^^ 덕분에 파바로티의 곡을 다시 듣네요.

딸기 2007-09-11 18:12   좋아요 0 | URL
난 니가 귀여워 ^^

딸기 2007-09-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에 댓글달기는 안되는군요)
전자인간님,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그 노래인가요, 혹시?
나중에 꼭 한번 불러주세요~ ^^

전자인간 2007-09-13 18:39   좋아요 0 | URL
댓글의 댓글에는 댓글을 못 달지만, 댓글의 대상인 댓글에 댓글을 또 달 수는 있습니다. (뭔 말이지? -.-a)
그리고, 그 노래 맞습니다. 지금 불러 드릴테니 귀 기울여 잘 들으세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주 조그맣게 들릴 수는 있습니다. ^^;;
 


꽤 오랫동안 서재를 떠나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네요.

책상에는 다 읽고서 정리를 해놓지 못한 책이 한 무더기 쌓여 있고
이런저런 출장들 때문에 끼고 살았던 약 뭉치가 입 헤벌린 지퍼락 속에 뒹굴로 있고.

서재 먼지 털고, 가을을 알차게 보내고 싶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 다녀왔어요.
우즈벡에서 정말 힘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야기 & 사진 차근차근 풀어놓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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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9-0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근차근 듣고 싶군요.^^

딸기 2007-09-03 09:28   좋아요 0 | URL
아마도 '이야기'보다는 사진이 주가 될 것 같아요.
차근~차근~ 풀어놓을께요 ^^

hnine 2007-09-0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한동안 못뵈었군요.
이야기 차근차근 들려주세요.
가을을 알차게,
9월 첫 월요일, 저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딸기 2007-09-03 09:30   좋아요 0 | URL
'귀향'이라고 거창하게 올렸지만 실은 수요일부터 주말까지는 휴가랍니다.
휴가 다녀오고 나면, 정말 가을 분위기일 것 같아요.
hnine님, 우리 이번 가을에 하나씩 '꿈 이루기' 같은 거라도 해볼까요.
제 꿈은-- 집정리 ^^;; 랍니다.

전자인간 2007-09-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셨군요! 전 아프간이라도 가신 줄 알았답니다. ^^

딸기 2007-09-03 09:3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프간에 갈 뻔했는데... 안 갔지요 ^^
전자인간님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애기도 많이 컸겠네요.

비로그인 2007-09-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 만빵입니다 딸기님^^ 휴가 잘 다녀오셔요~

딸기 2007-09-03 10:40   좋아요 0 | URL
네, 테츠님 방가워요 ~~

다락방 2007-09-0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기님. 저도 테츠님처럼 기대만빵이어요. 돌아오셔서 반갑구요, 차근차근 이야기 풀어주세요!

딸기 2007-09-03 11:37   좋아요 0 | URL
이따가 사진들 몇장 올릴께요. 맛뵈기로. ^^

비로그인 2007-09-0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즈벡, 인도네시아. 상상만 해도 멋지네요.
아까 글이 두개라서 좀 기달렸다 이제 댓글 달아요 ㅎㅎ
어서오셔요 딸기님~ :)

딸기 2007-09-03 11:38   좋아요 0 | URL
인도네시아에서는 깔리만탄(보르네오)에 갔는데 밀림을 못 보았고,
우즈베크에서는 아랄해를 찾아갔는데 바다를 못 보았고...
뭐 그런 스토리랍니다. :)

라로 2007-09-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넘 반가와요!!!!
전 또 저처럼 임신하셨나 했네,,,ㅋㅋㅋ
차근 차근이든 빨리 빨리든 기대할께요~~.^^

딸기 2007-09-03 11:38   좋아요 0 | URL
임신 ㅋㅋ 그랬다면 좋았을 것을요. :)

로렌초의시종 2007-09-0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휴가셨군요~~!! 밀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오~~^^

딸기 2007-09-03 16:51   좋아요 0 | URL
넵, 기다려주세요~~

부하라를 가고싶은 파란여우 2007-09-0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하라의 '미르 아랍 마드라사'는 가 보았소? 사진을 찍어왔소?
차근차근하지 말고 언능 해 줌 안될까나?^^

딸기 2007-09-03 16:52   좋아요 0 | URL
ㅋㅋ 언니언니 미르아랍 마드라사 가보았지요.
어찌나 멋있던지... 일단 염장부터 지르고...

파비아나 2007-09-0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혹 아프간 가셨나 했어요.
어쨌든 잘 돌아오셨고 , 저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딸기 2007-09-04 07:00   좋아요 0 | URL
흑 어제 사진이라도 몇장 올린다 해놓고 못 올렸어요
파비언니, 여름 잘 보내셨는지. :)

마노아 2007-09-0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즈벡과 인도라니, 기대 가득입니다. 건강히 돌아오신거죠? 서재에 새글 올라오는 것을 보니 기뻐요^^

딸기 2007-09-04 07:01   좋아요 0 | URL
인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
방가방가. 그나저나 우리 맛난거 언제 먹지

마노아 2007-09-04 20:48   좋아요 0 | URL
앗, 흥분해서 인도라고 썼네요^^
언니 몸추리고(?) 보는 거죵! 여행담을 직접 들으면 얼마나 신날까요^0^
 




최근에 나를 가장 즐겁게 해준 아이템, <트랜스포머>!
보고 나서 바로 몇마디라도 남겨놔야지 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로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너무 바쁜데, 이상하게 자꾸 딴짓하게 되네요.
바쁠수록 딴짓 많이 하게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중요한 일 있으면
딴짓 같은거 통 못 하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밀린 리뷰도 좀 정리하고 싶고...

트랜스포머,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흔쾌하게 많이 웃다 나왔어요.
유치찬란한 줄거리, 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유치찬란한 줄거리'를 일부러 펼쳐놓고
감독이 통채로! 장난을 치는, 그런 영화니까요. 그 유치찬란한 줄거리를 내놓는 자체가 바로 장난이고
'설정'이란 말입니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스럽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비주얼 뿐만 아니라 (물론 비주얼도 훈늉;;)
디테일에 유념해서 봐야 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패러디에 키치에 비꼬기...
<인디펜던트 데이> 따위의 영화랑은 차원이 다르답니다.

첫 장면부터 재밌어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연상케하는 웅장한 도입부...
그 웅장함을 안어울리게 조합한 것이 어찌나 코믹한지.
하필이면 적들은 항상 미국 최첨단 전투기의 모습을 하고 오지요. 가장 먼저 나타난 적은
중동의 친미국가 카타르 사막의 미군기지에 '아프간에서 떨어졌던 전투기'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지요.
내내 그런 식입니다. 노골적이고 경쾌한 풍자.

"내가 안경을 갖고 있는지 어디서 알았어요?"
"e베이."

"넘 멋지다!"
"일제인가봐."

애교 만땅 로봇들, 수퍼맨 시리즈에 나왔던 후버 댐의 이미지 파괴(아니 사실은 이미지에 정확하게 걸맞는),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보다 과학기술분야 우위에 설수 있었던 '비밀'(베끼기 기법)..
맨 마지막, 얼렁뚱땅 엄마아빠의 "우리 정부는 투명하니까요"까지...

남녀 배우도 맘에 들고(솔직히 전 감독, 주연배우들 이름도 하나도 몰라요), 저한텐 100점짜리 영화였습니다.
아니, 기대 별로 안 하고 갔으니까... 2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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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2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 3학년 사내녀석들만 보라고 하면 재미있어할까요?
아님 제가 옆에서 설명해줘야 될까요?

딸기 2007-07-23 17:28   좋아요 0 | URL
설명 안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미취학 우리 딸도 재밌게 봤거든요. ^^

무스탕 2007-07-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 본답니다. 기대 만땅이에요. 두근두근... *_*

딸기 2007-07-24 06:48   좋아요 0 | URL
주변에 실망스러워서 졸았다는 사람도 있기는 해요.
암튼 저는 재밌었어요. 무스탕님도 재미있게 보세요. :)

비로그인 2007-07-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으악으악, 맨마지막 사진 어디서 구하신거예요!!! (숨넘어감) 음악도 죽여요!!!흑.

죄송해요. 여기저기 제 침이 다 튀어서....^^;;;;;

딸기 2007-07-24 06:49   좋아요 0 | URL
맨 마지막 사진, 아무데서나 훔쳐온 거예요
영화에서는 맛볼수 없는;; 초강력 후까시라고나 할까요 ㅋㅋ
옵티무스 프라임, 이름도 끝내주지 않나요?

앨런 2007-07-2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봉하는 날 봤어요. 동생이 공짜표가 생겼다길래 .....솔직히 그림만 봤어요. 아마 감상평이 극과 극일 거 같아요. 동생은 옆에서 계속 투덜거리고 저도 그림만 봤죠. 변신과정이나 움직이는 동작들이 섬세하더군요. 초딩 남자아이들이 열광할거예요.

딸기 2007-07-25 11:0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낭. 유치원생 우리딸도 열광하던걸요. ^^
비주얼 말고는 볼게 없다는 사람도 있고... 평가가 정말 극과극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
걸어오시던 뒷집 할머니, 똑바로 쳐다보기만 하신다.
좀더 목소리를 높여서 다시,
안. 녕. 하. 세. 요.
......
그래도 쳐다보기만 하신다.
후다닥 가까이 다가가서 이번에는 확실히 눈을 맞추면서 말해 본다.
안녕하세요.
......
저 밭에 뭘 심었나, 이 개가 멍멍 짖는구나
하고 보듯이 그냥 보면서 슥 지나가신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인사 하기가 좀 두려워졌다

가끔은 내가 인사하기 전에 날 먼저 발견하고
동네 어른이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있다.

"뭐 심어요?"

"고구마 밭 매요?"

"고추 많이 땄어요~?"

이렇게 물으신다
그러면 경우에 따라 나는 좀 당황한다

"아, 예. 그게, 저. 이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제가 잘 몰라서..."

성실한 답변을 해야 하는 건지,
걸음을 늦추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략해 답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고
간략한 답변을 찾기가 일단 어렵다.
도시에서처럼  '안녕하세요' 하고  싹 지나치면 좋으련만,

지난 봄에 고추를 늦게 심더니만 고추가 제대로 달렸는지
전에 매다 만 도라지밭은 다 맸는지
작년에는 감자를 다 썩혀 버리더니 올해는 감자로 돈 좀 벌었는지
아는 것도 많으니 궁금한 것도 많은 거다  
그러니
"안녕하세요?" ('엇, 너 지나가는구나. 모르는 척 할 수는 없고, 내가 먼저 아는 척 해 주지.')
"예, 안녕하세요?" ('그래, 나도 예의 없는 년은 아니야.')  
이런 대화는 이루어질 수가, 이루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나날이 시골 화법에 적응해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성공적인 예도 있었다
며칠 전에 혼자 길을 가다가 낯익은 동네 아주머니와 딱 마주쳤다

"어떻게 왔수?" (평일인데 어쩐 일로 여기에 있냐는 뜻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저기 밭에요." ("걸어서 왔죠"라고 말하려다가 대충 '밭에 간다'고 얼버무렸다)
"휴가 받았나 보지?" (오호, 이건 '밥 먹었니?'하고 같은 종류의 물음이렷다.)
"아, 예."  (이럴 땐 진상 규명이 중요한 게 아니지!)
"휴가에 놀지도 못 하고 고생하네."
"하하하, 뭘요." (착! --승리의 브이자 그리는 소리)  

예전 같으면 한참 머뭇거리다가
"제가 사실 서울에 종종 가기는 하지만  매일 출근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고,..."
라고 설명을 늘어놓다가 듣는 아주머니도 당황스럽게 했을 텐데
매 순간 위기를 넘기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마무리까지! !!

시골 대화법을 완전히 익히려면 대화 상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형식적인 의미가 아니라 '맥락'으로 서로 의사 소통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대화가 뚝뚝 끊기고 서로 머쓱해지기 일쑤였던 나의 과거에 비하면
위의 대화가 저렇게 온전하게 기승전결로 이어진 건 가히 대성공이라 할 수 있는 거디었다

그러다가 문득
뒷집 할머니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상상이 갔다

안녕하냐니,
안녕하지 않을 것도 없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안 쑤시는 데도 없는데
안녕하다고 해야 하나 안녕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전에 얻어 간 배추모는 잘 크는지
고추는 왜 죄다 죽었는지
물어 보려면 그런 걸 물어야지
안녕하냐니
그게 달려와서 소리질러 가며 물어볼 정도로 궁금한 일이냐
무슨 인사가 그러냐

 

--

농부네마을 www.dasalim.com 안방마님 글이랍니다.
재미있어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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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7-0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시골서는 그저 '식사 하셨어요?' 가 최고의 인사인듯해요 딸기님 ^^

딸기 2007-07-10 10:34   좋아요 0 | URL
저는 시골 가서 인사할 일이 별로 없어서, 생각을 해보지를 않았어요, 실은. ^^

홍수맘 2007-07-1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생각해보니 저희도 "밥 먹어수광~" 또는 "밥 먹읍디강~"이 처음 건네는 인사말이네요.
 

축구에 광분하다가, 요샌 테니스 쪽으로 더 기울어진 느낌.
축구가 주는 그 흥분을 테니스가 따라오긴 힘들지요.

그래도 테니스의 매력이라면(해본 적 한번도 없음, 테레비 보는 것을 기준으로 말하는 거예요)

연중 두달만 빼고 내리 시즌에 몰두해야 하는 축구와 달리
테니스는 그랜드 슬램에 집중! 해서 볼 수 있다는 것.
집에서 맘 내키는 시간에 언제라도 TV를 볼 형편이 못 되는 저같은 사람에겐
테니스가 그나마 여건이 나은 거지요.

축구는 대략 챔스만 몰아 봤던 것에 비해, 테니스는 '시즌'이 확실하니깐
그랜드슬램 맞춰서 보면 되고요. 아직 테니스를 좋아하게 된 역사가 길지 않으니까
지금은 그랜드슬램 대회라면 무조건 재미있어요.

하지만 테니스의 진짜 매력은 머니머니해도
축구처럼 괴물같이 살아움직이는 스포츠와 달리,
한 사람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인간성의 끝까지 모두 발가벗겨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페더러가 경기를 하는 걸 보면
페더러라는 사람의 기술과 모션 뿐 아니라 '인격'까지 다 드러내는듯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말 '모든 것'을 걸고 라켓을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윔블던에 이형택 선수가 나갔다고 하지만(이번에 32강까지 올라갔어요!)
울나라에선 어째... 중계를 잘 해주지 않아서요.
32강전 이형택-베르디흐 경기 하나 보고 못 보고 있었어요.

지난주 금욜 밤-토욜 새벽 야근인데 회사에는 위성 스타스포츠가 나와요.
아주 맘먹고 사무실에 앉아 '윔블던의 밤'을 보냈답니다.
옆에서 함께 보던 선배가 에넹 팬이라고 했는데,
그 선배 퇴근하자마자 이어진 에넹 경기에서-- 프랑스의 바톨리라는 선수에게 무참히 깨졌지요.

집에 가서 3시까지 마저 보고.

남자 준결승 오른 선수들이 페더러, 나달, 로딕, 조코비치, 나란히 1~4번 시드여서
은근히 기대가 됐었는데... 주말에 대전에서 여자 결승전 보다가 그만 잠들어버리고,
일요일인 어제 올라와서 TV 틀어보니 페더러, 나달이 남자 단식 결승에 올라왔더군요.



아슬아슬했습니다. 굳이 둘 중에 누구의 팬이냐고 묻는다면, 정말 굳이 골라야만 한다면
저는 페더러 쪽이예요. 범생이도 이 정도 범생이라면 '위인' 수준이죠,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전보다 나달이 페더러에 대적할만한 실력으로 많이 올라왔다는 느낌. 제법 대등한 경기...
4셋트 초반 보다가 풀세트 가야하는 상황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잤는데
일어나보니 페더러가 5연패를 달성했군요. 정말 대단, 대단...

그나저나, 나달의 저 무지막지한 힘은 몇살까지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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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0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시반까지 보다가 포기하고 잤어요.풀세트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 개인적으로 나달을 응원했거든요.5연패라니 넘 하잖아요.
페더러가 초반부터 서브에이스를 그렇게 얻고도 확 치고 나가지 못해서,
종반에 가면 나달의 힘이 좀 영향을 미치겠구나 했는데,
역시 페더러의 연륜이 대단하네요.

딸기 2007-07-09 13:45   좋아요 0 | URL
저랑 비슷한 노선을 걸으셨군요. ^^
마지막 페더러의 5세트를 못 봐서 좀 아쉽긴 하지만, 나달 플레이도 좋았어요.

드팀전 2007-07-0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테니스 좋아해요..몇 개월 레슨도 받고 그랬는데...전 페더러 싫어요.너무 얄밉게 잘하지만.그래서 싫어요.^^
전 꼬마 시절부터 올라오는 걸 봐온 앤디 로딕을 좋아했는데...이 친구가 2% 부족하더군요.페더러 한테는 밥이야요..^^ 종이 한 장의 실력차이가 나는데 그게 넘을 수 없는 차이라니까요 테니스에서는..^^
제가 테니스 좋아한건(보는 것부터 치면) 꽤 오래되었어요.비외른 보리,지미 코너스 나올때 부터 좋아했으니까.....근데 요즘은 흥미를 좀 잃었어요.

딸기 2007-07-09 13:46   좋아요 0 | URL
로딕은, 미모에 강서브에 다 좋은데,
언제나 그 '서브 뿐' 인듯한 느낌이 좀 들지 않나요?
드팀전님은 직접 테니스를 치기도 하셨군요!
전 그야말로 테레비만 후벼파는 족속이라서... ^^
운동을 뭐라도 하긴 해야할텐데 말입니다.

비로그인 2007-07-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전끝에 페더러가 우승했지요.
근데 이상하게 전 이번 결승전은 나달에게 한표를 주고 싶더라구요.
뭐랄까... 운(?)이 조금만 따라줬으면 나달이 이길것 같았어요.
그리고 나달은 정말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인거 같아요 :)
페더러가 싫은 건 아니지만 ㅎㅎㅎ

딸기 2007-07-09 13:47   좋아요 0 | URL
앗,앗, 체셔고양이님도 테니스 팬이시로군요.
드팀전님이 좋아하시는 건 알고 계셨고, 파비언니도 은근 스포츠 팬이고...
나달은 지금까지도 신동이었는데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궁금해요. :)

비로그인 2007-07-0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새벽 2시 30분 넘어서 보느라고 힘들었지요. 하지만, 타이브레이크의 연속이여서 한눈 하나 팔 수 없었어요. 와, 반갑네요. 테니스를 좋아하신다니..페더러의 롤렉스 광고 캡이지요!! 위기관리 대처능력이 탁월한거 같아요, 사용하는 기술도 다양하고. 그래도 열심히 뛰었던 나달도 정말 좋았어요. 프랑스 오픈하고 와서 저만큼 올라간건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는데 오늘 뉴스기사는 다들 나달이 무릎꿇었다느니...흑, 해서..전 둘 다 좋아요.

딸기 2007-07-09 17: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새초롬너구리님. 저랑 말 나누는 것 처음이죠? 반갑습니다.
페더러의 롤렉스 광고를 스타스포츠에서 보았는데, 뒤에 ESPN에서 살짝 편집해서 마치 테니스 홍보영상인 것처럼 내보내는 걸 보고 어찌나 황당하던지. 아무튼 그 광고의 페더러가 근사해보인다는 것에는 동감입니다. :)

마태우스 2007-07-1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생이도 이 정도 범생이라면 '위인' 수준이죠--> 잠깐 시들했던 테니스 열기를 다시금 지펴준 사람이 바로 페더러랍니다. 결승전은 정말 최고의 경기였죠!

딸기 2007-07-11 07:06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 테니스 얘기에 안 나타나시면 저 삐지거든요. ^^
제가 좋아하는 범생이 라울 곤살레스는 그래도 10대 때엔 불량아동이었다던데
페더러는 비행 10대 시절도 없나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