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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부탁합니다.


폴 빌라드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놓은 집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벽에 붙어 있던, 반질반질하게 닦은 참나무 전화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화기가 그 통 옆에 걸려 있었다. 전화번호까지 생각나는데, 우리 집은 109번이었다.

나는 워낙 꼬마라서 전화기에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거기 대고 말을 할 때면 홀린 듯이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들어 올려 지방에 출장중인 아버지와 통화하도록 해준 적도 있었다. 이거 참, 요술 같은 일이 아닌가!

이윽고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그 사람은 여자였는데, 이름은 '안내를 부탁합니다'였다. 그 사람은 무엇이든 알고 있었다. 누구네 전화번호라도 어머니가 묻기만 하면 척척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어쩌다 밥을 안 줘 우리 집 시계가 멎기라도 하면,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즉시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곤 했다.

내가 이 전화기 속의 요정과 처음으로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어느 날 어머니가 이웃집을 방문하러 갔을 때였다. 지하실에 꾸며놓은 작업대 앞에서 놀다가, 나는 그만 망치로 손가락을 때렸던 것이다. 너무나도 아팠지만 집안에는 나를 달래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울어봤자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쿡쿡 쑤시는 손가락을 입으로 빨면서 집안을 헤매다가 어느덧 층계 옆에 이르렀다. 전화기다! 나는 얼른 응접실로 달려가 발받침 의자를 끌어왔다. 그 위에 올라서서 수화기를 들고는 귀에 갖다 댔다. 그리고 전화통에 붙은 송화기에 대고 말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한두 번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작지만 또렷한 음성이 귀에 들려왔다.

"안냅니다."

"손가락을 다쳤어, 잉...."

나는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었다. 이제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생기자,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이 펑펑 쏟아졌다.

"엄마가 안 계시나요?"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물었다.

"나밖에 아무도 없는 걸, 잉...."

"피가 나요?"

"아냐, 망치로 때렸는데 막 아파요."

"냉장고를 열 수 있어요?

나는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얼음을 조금 꺼내서 손가락에 대고 있어요, 금방 아픔이 가실 거예요. 얼음을 꺼낼 때 조심해야 해요."

이렇게 가르쳐준 뒤, 그 사람은 상냥하게 덧붙였다.

"자, 이제 그만 울어요. 금방 나을 테니까."

그런 일이 있은 뒤로 나는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지리 공부를 하다가 전화를 걸면, 그녀는 필라델피아가 어디 있으며 오리노코 강은 또 어디로 흐르는지 자세히 가르쳐주었다. 설명만 들어도 멋있어서, 나는 이담에 커서는 꼭 이 강에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였다.

그녀는 또 내 산수 숙제를 도와주었고, 내가 공원에서 잡은 다람쥐에게 과일이나 땅콩을 먹이면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우리들이 애지중지하던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즉시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이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 뒤 어른들이 흔히 어린애들을 달랠 때 하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아름답게 노래하며 온 가족에게 기쁨을 선사하던 새가 어떻게 한낱 깃털 뭉치로 변해 새장 바닥에 숨질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조용히 말했다.

"폴, 죽어서도 노래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왠지 나는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또 전화기에 매달렸다.

"안냅니다."

이제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휙스(수리하다)라는 말을 어떻게 쓰죠?"

"무언가를 고친다는 뜻 말이죠? 에프 아이 엑스(fix)에요."

바로 그때, 언제나 나를 골려주기 좋아하던 누나가 층계에서 나를 향해 뛰어내리며, '왁' 하고 소리쳤다. 나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쥔 채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수화기는 뿌리째 전화통에서 뽑히고 말았다.

우리는 둘 다 겁에 질렸다. '안내를 부탁합니다'의 음성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수화기 코드를 뽑아내어 혹시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았나 걱정되었다.

얼마 후 한 남자가 현관에 나타났다.

"난, 전화 수리공이야. 저 아래서 일하고 있는데, 교환수가 부르더니 이 집 전화가 어떻게 되었는지 가보라고 하더라, 무슨 일이 있었니?"

나는 그에게 조금 전의 일을 이야기했다.

"아, 뭐 그런 건 잠깐이면 고칠 수 있어."

그는 내게서 수화기를 받아들고는 전화통을 열었다. 얽히고 설킨 전선과 코일이 드러났다. 그는 끊어진 전화 코드를 잡고 조그만 드라이버로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이윽고 수화기를 한두 번 두드린 뒤 전회에 대고 말했다.

"여어, 나 피터야. 109번 전화는 이제 괜찮아. 누나가 겁주는 바람에 애가 놀라서 수화기 코드를 뽑았더군."

그는 수화기를 걸고는 빙그레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 모든 일들은 북서 지방 태평양 연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다 내가 아홉 살이 되자, 우리는 대륙을 가로질러 보스턴으로 이사했다. 그 때 나는 수화기 속의 내 가정 교사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물론 새로 이사온 집에도 전화기는 있었다. 그러나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어디까지나 두고 온 고향의 낡은 나무 상자 속에 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응접실의 작은 테이블에 놓인 번쩍번쩍 빛나는 새 전화기에는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0대로 접어들면서도, 어린 시절 그 사람과 나는 대화의 추억은 결코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간혹 어려운 문제나 난처한 일이 생기면, 그 옛날 '안내를 부탁합니다'에 물어 올바른 해답을 얻었을 때의 안도감이 생각나 나는 그녀와 헤어졌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제는 나도 알 것 같았다-얼굴도 모르는 꼬마 소년에게 자기의 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그녀는 얼마나 참을성 있고 친절하며 이해심 깊은 사람이었던가!

몇 년 뒤, 방학을 집에서 보내고 서부의 대학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공중 전화로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는 이제 결혼하여 그곳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무얼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느덧 나는 고향 마을의 전화국을 불러 말하고 있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흡사 기적과도 같이, 너무도 귀에 익은 저 가깝고도 또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안냅니다."

애당초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지껄이고 있었다.

"저, '휙스'라는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오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속삭이듯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아마 지금쯤은..."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말했다.

"..손가락은 다 나았겠지요?"

"정말 아직도 계시는군요. 하지만 모르실 걸요. 그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이 제게 얼마나 귀중한 분이었는지..."

"당신이야말로."

그녀는 대답했다.

"네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알고 있나요? 나는 평생 아이를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늘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곤 했답니다. 우습죠? 이런 얘기?"

결코 우습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내가 그 동안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가를 말하고, 1학기가 끝나 다시 누나를 만나러 올 때 전화해도 좋으냐고 물었다.

"부디 그렇게 해줘요. 그냥 샐리를 찾으면 돼요."

"안녕히 계세요, 샐리."

'안내를 부탁합니다'에게 다른 이름이 있다니 기분이 왠지 묘했다.

"혹시 다람쥐를 만나게 되면, 과일과 땅콩을 먹으라고 말해주겠어요."

"그렇게 해요."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오리노코 강에 가봐야겠지요? 그럼 잘 가요."

석 달 뒤, 나는 다시 시애틀 공항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안냅니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나는 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친구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러시다면 유감이지만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샐리 씨는 병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잠깐씩만 일하셨습니다. 그 분은 한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내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녀는 물었다.

"잠깐, 혹시 폴 빌라드 씨가 아니신 가요?"

"그렇습니다."

"그러시다면 샐리 씨가 남긴 말씀이 있습니다. 편지지에 적어놓으셨지요."

"무슨 말씀인데요?"

나는 물었지만 이미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 있군요. 읽어드리겠습니다. -그에게 말해줘요. 죽어서도 노래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는 내 말뜻을 이해할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감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샐리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였던 것 같군요. 별로 많이 알려져있지도 않은 폴 빌라드의 에세이같은 단편소설 ‘이해의 선물’이 실려 있었습니다. 원제는 The present of understanding 이라고 하는데, 영어 텍스트는 인터넷을 뒤져봐도 없네요.

옮겨놓은 것은 ‘안내를 부탁합니다’라고 번역되어 있는, ‘A TRUE STORY’라는 제목의 또다른 단편입니다. ‘이해의 선물’과 마찬가지로, 잔잔하고 단순한 듯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울리는 단편이지요. 너무 판에박힌 이야기같아, 라고 말해버리기엔, 누구나 마음 한곳에 저런 기억들이 있지 않을까요. 꼭 저렇게 아름답게 새겨진 것들이 아니더라도, 저는 어릴적 오래된 연립주택에 살 때에 저를 집으로 불러 ‘내 손녀와 네 이름이 똑같다’ 하시면서 집으로 불러 과자니 사탕이니 주시던 노부부 생각이 나곤 한답니다.


원문도 옮겨 놓습니다. ‘이해의 선물’은 다음에 올릴께요. :)


A TRUE STORY


When I was quite young, my family had one of the first telephones in our neighourhood. I remember well the polished oak case fastened to the wall on the lower stair landing.  The shiny receiver hung on the side of the box.  I even remembered the number - 105. I was too little to reach the telephone, but used to listen with fascination when my mother talked into it.  Once she lifted me up to speak to my father, who was away on business. Magic! Then I discovered that somewhere inside that wonderful device lived an amazing person - her name was "Information Please" and there was nothing that she did not know. My mother could ask her for anybody's number and when our clock ran down, Information Please immediately supplied the correct time. 


My first personal experience with this genie-in-the-receiver came one day while my mother was visiting a neighbour. Amusing myself at the toolbench in the basement, I whacked my finger with a hammer. The pain was terrible, but there didn't seem to be of much use crying because there was no one home to offer sympathy. I walked around the house sucking my throbbing finger, finally arriving at the stairway.  The telephone! Quickly, I ran for the footstool in the parlor and dragged it to the landing.  Climbing up, I unhooked the receiver and held it to my ear. "Information Please," I said into the mouthpiece just above my head. A click or two, and a small clear voice spoke into my ear. 

"Information."  "I hurt my fingerrr-" I wailed into the phone.  The tears came readily enough now that I had an audience.  "Isn't your mother home?" came the question.  "Nobody's at home but me," I blubbered.  "Are you bleeding?".  "No", I replied.  "I hit it with the hammer and it hurts".  "Can you open your icebox?" she asked. I said I could. "Then chip off a little piece of ice and hold it on your finger. That will stop the hurt.  Be careful when you use the ice pick," she admonished.

"And don't cry.  You'll be alright".


After that, I called Information Please for everything. I asked for help with my Geography and she told me where Philadelphia was, and the Orinco--the romantic river I was going to explore when I grew up.  She helped me with my Arithmatic, and she told me that a pet chipmunk--I had caught him in the park just that day before--would eat fruits and nuts. 

And there was the time that Petey, our pet canary, died. I called Information Please and told her the sad story. She listened, then said the usual things grown-up say to soothe a child.  But I was unconsoled. 

Why was it that birds should sing so beautifully and bring joy to whole families, only to end as a heap of feathers feet up, on the bottom of a cage?  She must have sensed my deep concern, for she quietly said, "Paul, always remember that there are other worlds to sing in."  Somehow, I felt better.


Another day I was at the telephone. "Information," said the now familiar voice. "How do you spell fix?".  F-I-X."  At that instant my sister, who took unholy joy in scaring me, jumped off the stairs at me with a banshee shriek-"Yaaaaaaaaaa!" I fell off the stool, pulling the receiver out of the box by its roots.  We were both terrified--Information Please was no longer there, and I was not at all sure that I hadn't hurt her when I pulled the receiver out.  Minutes later, there was a man on the porch. 

"I'm a telephone repairman. I was working down the street and the operator said there might be some trouble at this number."  He reached for the receiver in my hand. "What happened?"  I told him. "Well, we can fix that in a minute or two."  He opened the telephone box exposing a maze of wires and coils, and fiddled for a while with the end of the receiver cord, tightened things with a small screwdriver. He jiggled the hook up and down a few times, then spoke into the phone. "Hi, this is Pete.  Everything's under control at 105.  The kid's sister scared him and he pulled the cord out of the box."  He hung up, smiled, gave me a pat on the head and walked out the door.


All this took place in a small town in the Pacific Northwest. Then, when I was nine years old, we moved across he country to Boston-and I missed my mentor accutely. Information Please belonged in that old wooden box back at home, and I somehow never thought if trying the tall, skinny new phone that sat on the small table in the hall. Yet, as I grew into my teens, the memories of those childhood conversation never really left me; often in moments of doubt and perplexity I would recall the serene sense of security I had when I know that I could call Information Please and get the right answer.  I appreciated now how very patient, understanding and kind she was to have wasted her time on a little boy.


A few years later, on my way back to college, my plane put down in Seattle.  I had about half an hour between plan connections, and I spent 15 minutes or so on the phone with my sister who lived there now, happily mellowed by marriage and motherhood.  Then, really without thinking what I was doing, I dailed my hometown operator and said, "Information Please."  Miraculously, I heard again the small, clear voice that I know so well:"Information."  I hadn't planned this, but I heard myself saying,

"Could you tell me, please, how to spell the word 'fix'?"  There was a long pause. Then came the softly spoken answer. "I guess," said Information Please,"that your finger must have healed by now."  I laughed. "So it's really still you.  I wonder if you have any idea how much you meant to me during all that time...."  "I wonder," she replied,

"if you know how much you meant to me?  I never had any children, and I used to look forward to your calls. Silly, wasn't it?" It didn't seem silly, but I didn't say so.  Instead I told her how often I had thought of her over the years, and I asked if I could call her again when I come back to visit my sister when the semester was over. "Please do. Just ask for Sally." "Goodbye Sally." It sounded strange for Information Please to have a name. "If I run into any chipmunks, I'll tell them to eat fruits and nuts."  "Do that," she said. "And I expect one of these days you'll be off for the Orinoco. Well, good-bye."


Just three months later, I was back again at the Seattle airport. A different voice answered, "Information," and I asked for Sally.  "Are you a friend?" "Yes," I said.  "An old friend."  "Then I'm sorry to have to tell you.  Sally had only been working part-time in the last few years because she was ill. She died five weeks ago." But before I could hung up, she said, "Wait a minute.  Did you say your name was Villard?" 

"Yes." "Well, Sally left a message for you.  She wrote it down." "What was it?" I asked, almost knowing in advance what it would be.  "Here it is, I'll read it-'Tell him I still say there are other worlds to sing in.

He'll know what I mean'"


I thanked her and hung up. I did know what Sally meant.


Paul Vill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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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2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너무너무 감동이에요^^ 딸기님 고맙습니다~ 영문으로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감동일 것 같아요. 물론 제 실력에 사전은 필수지만요^^;;;;
그나저나 카페 길 안내를 부탁하기 위해서 이따 다시 올게요~

딸기 2006-08-2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추천해주셔야죠! ^^

까페는요,

여기랍니다.


마노아 2006-08-2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잊다니, 센스가 부족해요ㅡ.ㅡ;;;
딸기님은 시간 언제 괜찮아요? 금요일쯤 괜찮을까요? 편한 시간 얘기해주세요~^^

딸기 2006-08-22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추천 고맙습니다. 룰랄라~
그런데 저는 다음주 쯤에야 괜찮을 것 같은데... 어쩌죠?
저녁에는 집에서 애 봐야 하기 때문에;;

마노아 2006-08-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다음 주에 뵈어요~ 괜찮답니다. ^^ 앞으로 그쪽에서 누구 만날 때는 스타벅스 가지 말고 정원을 찾아야겠어요. 이름부터 넘 예뻐요^^

딸기 2006-08-23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우'님, 고맙습니다. 그 버찌씨 이야기 맞아요. 영어 원문이 거기에 있었군요.
마노아님, 그럼 다음주에 만나기로 해요. :)
 

굳은 마음(成心)

8. 우리에게 생긴 굳은 마음을 따라 그것을 스승으로 떠받들면, 스승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렇게 되면 어찌 변화의 이치를 아는 현명한 사람들만이겠느냐, 우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아직 이런 굳은 마음이 없는데도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마치 오늘 월나라를 향해 떠나 어제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과 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다고 하면 우(禹) 임금처럼 신령한 분이라도 알 수 없을텐데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 어찌 이를 알 수 있겠느냐?

해설을 보니 어떤 이는 成心을 좋은 뜻으로 해석하고 어떤 이는 '굳어진 마음'이라 해서 부정적인 뜻으로 읽는다고 한다. 이 책의 주석자는 문맥을 보아 후자를 따랐다고 하는데, 통 이해가 가지 않는 구절이다. 첫 문장, 성심을 스승으로 떠받들면 세상에 스승 없는이가 어딨겠냐고 하는 걸로 봐서는 부정적인 맥락 같기도 한데... 하물며 성심도 없으면서 무슨 재주로 시비를 따지냐는 얘기인가.

방금 전까지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를 읽고 있었다. 하필이면 시공간 얘기에, 양자론에 우주론이다. 두 책 모두 난해하기는 매한가지다. 어떤 점이 난해하냐면, 눈에 보이는 물리적 세계(뉴튼의 세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맥락을 얘기한다는 점이다. 장자는 곤과 붕의 세계, 나비의 꿈처럼 혼돈스러운 듯 하면서 본질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한다. 그린은 양자의 세계와 시간의 대칭성 등을 얘기한다.
장자는 '오늘 월나라를 향해 떠나 어제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과 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린은 '오늘 월나라를 향해 떠나 어제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겠지만 있을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시비를 따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 속 성심과 양자적 세계관이 충돌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

말을 한다는 것은

9. 말을 한다는 것은 그저 숨을 내쉬는 것만이 아니다. 말에는 뜻이 있지, 말을 했지만 말하려는 바가 뚜렷하지 않다면 말을 했다고 해야 할까,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말은 새끼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와 다르다고 하는데 정말 다른 것일까, 다르지 않은 것일까?
道가 무엇에 가리어 참과 거짓의 분별이 생긴 것일까? 참말은 무엇에 가리어 옳고 그름의 차이가 생긴 것일까? 도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어진 걸까? 참말이 어디에 있기에 제구실을 못하는가? 도는 자질구레한 이룸에 가리고, 참말은 현란한 말장난에 가리었다. 그리하여 유가와 묵가가 시비를 다투어, 한쪽에서 옳다 하면 다른 쪽에서 그르다 하고, 한쪽에서 그르다 하면 다른 쪽에서 옳다 하는 것이다. 이들이 그르다 하는 것을 옳다 하고, 이들이 옳다 하는 것을 그르다 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들의 옳고 그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밝음(明)이 있어야 한다.

노장사상이니 禪이나 명상이니 자연이니 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있고, 그딴거 관심 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후자 쪽이다. 그런데 아주 코딱지만큼 장자님 말씀을 읽다보니, 애당초 자기수련용으로 읽은 것이 아닌 만큼 수양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분 말씀이 한가지 이미지로만 고정될 것은 아니다 하는 생각도 든다.
초월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저것은 주석자가 붙인 것이고 실제 문장에는 없다. 원문은 則莫若以明 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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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난삽한 나의 독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다 읽었는데 다시 뒤적이며 정리를 해야함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지하철 안에서 오며가며 읽기로.


 

THE FUTURE OF LIFE- 푸켓에 바캉스가면서 무려 윌슨의 이 책을 들고갔다. 그것도 영어본으로... 웬일이니, 암튼 후까시하고는.

 

 

테러리즘의 문화- 이건 집의 전자렌지 위에.

 

THE COMING ANARCHY - 이건 회사에서 영어판으로 강독 중.


감옥에서 보낸 편지- 카탈로니아 찬가 읽은 김에 읽으리라... 하면서 갖고는 다닌다.


우주의 구조- 사놓은지 언제인데... 요새 읽고있는 것 중엔 이게 젤 재밌다. 이 책은 회사 책상에.


만델라 자서전- 엄청 두꺼운데;;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는 중. 역시, 책상 위에. 


장자- 이건 초장기 프로젝트 수준의 독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책상 위에.

 

--->>> 정신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한번에 9권을 펼쳐놓고 있다니 @_@

 


++ ‘곧’ 읽어야한다며 책상에 올려놓은 책들은


결국 질러버린 세계정치론, 유러피언 드림, 20세기 동남아시아 역사, 러시아경제사, 발칸의 역사.


여전히 난삽한 독서, 여전히 산만한 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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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1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리가 한참 먼 책들이구먼요^^;;;

라주미힌 2006-08-1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아이큐 높다는 페이퍼네욤. ㅎㅎㅎ

마노아 2006-08-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놀라고 가요.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제목들이었어요^^;;;

딸기 2006-08-1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놀라실 필요는 전혀 없고요, 어쨌든 머리 속을 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도대체가 주의산만... 집중력 부족... 엉덩이 가벼움증... ㅠ.ㅠ

반딧불,, 2006-08-1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저도 기본 다섯권입니다. 동지애를 굳게 느끼며(뭐 물론 님보다 훠월씬 질은
떨어지옵니다ㅠㅠ)

딸기 2006-08-1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도 애니어그램 7타입인가봐요! (덥썩)

반딧불,, 2006-08-1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마냐 2006-08-1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질이로군. 책 읽을 시간이....것두 9권이나 펼쳐놓을 틈새시간이 있다는거. 부럽고 또 부럽도다...ㅠ.ㅜ
 
 전출처 : 이매지 > 어린이책예술센터를 찾아서

어린이책예술센터를 찾아서

 



 

이번주 소개하는 곳은 그동안 출판사를 소개했던 것 과는 다르게 '어린이책예술센터' 라는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린이책예술센터'는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에 자리잡고 있고, 지난 5월에 <파주어린이책잔치>를 진행하면서 일시적인 이벤트적인 전시가 아닌 상설 전시와 도서 열람과 자료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이 절실히 필요해서 만들어진 상설전시관입니다.

국내외 희귀본을 1000여 점이 넘게 전시되어 있고 계속적인 자료수집과 이벤트를 계획중이며 분기별 세미나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면서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합니다. 전시관 이용 대상은 동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그림동화에 관심있어하는 작가이며 일반인들도 최소 이틀전에 사전 예약을 통해 날짜와 시간을 미리 정해야만 도서열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이용료는 무료이고 이용가능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입니다.

올해는 11월 '작가의 만남'을 통해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의 나카가와 모토코와 신명호 선생님과의 작가 초청을 계획중이고 내년 상반기는 2월에서 5월중으로 전시관과는 별도로 '어린이전문서점'도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주요 행사로 자리잡은 어린이책잔치를 내년 5월 4일부터 13일까지 정해 운영 계획중입니다.

 



어린이책예술센터로 가는 길은 두갈래의 길이 있다. 이런 계단길이 있고,
 



편안히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어느쪽을 이용하시겠습니까? ^^:
 



출판도시 정보도서관 입구
 



어린이책예술센터 외관

 





정병규 위원장님과 황인선 연구위원님
 사전 예약은 전화 031-955-0088이고 담당자는 황인선 위원을 찾으시면 됩니다. *^^*

 





 열도서정보관 열람실

 



어린이책예술센터 자료실

 



국내외 어린이책이 전시되어 있는 자료실 입구
 



원형 형태의 전시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

 



외국 어린이도서 전시공간
 



원화 전시와 오픈되어 있는 전시실
 



 



자료 열람실

 



KNIHY 라고 써있는 일반적인 크기의 책과 가장 커다란 책의 대비

(혼자 들지도 못하는 무게의 압박 ^^:)
 



자료실 안쪽의 쉼터
 



많은 장서들이 열람을 기다리는 듯 빼곡이 들어차있다.
 



곳곳에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그림책을 전시하고 있어 이동하는 내내 시선을 끈다.
 



황인선 연구위원이 상주하고 있어 이분을 찾으면 친절히 안내해준다.
 



 



 



보기 힘든 원화와 각종 희귀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얼마전에 내한 했던 존버닝햄의 초판본

 



 



입체감이 살아 있는 라푼젤 그림책과 쥬만지의 원서

 



 

어린이책예술센터 소장도서

<해외도서>

*영국 19세기 빅토리아시대 어린이그림책(오즈본 컬렉션) 복각본

*프랑스의 현대그림책

-프랑스 어린이 도서관 사서들이 만든 인디출판사<곰 세 마리Les Trois Ourses>도서

-종이공작 그래픽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는 가쯔미 고마가타 (Katsumi Komagata)의 도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그림책작가 타나 호방 (Tana Hoban)의 도서

*그림책 작가들의 초판본

 John Burningham,Edward Ardizzone,Edward Bawden,Reg Cartwright,

 Gerald Rose, Eric Ravilious, Eric Ravilious, Jan Le Witt, George Him ,Charles Keeping ,Raymond Briggs, Brian Wildsmith, Quentin Blake,Evaline Ness,Jan Pienkowski  ,Seymour Chwast


<국내 그림책>

*국내 수상작

*해외수상 국내그림책

    - BIB 선정도서

    - 볼로냐 선정도서

    -노마 콩쿠르 선전도서

*IBBY (국제 어린이도서협의회) 선정도서

*2005, 2006 신간도서

 







전시실을 모두 관람한 후에 주변을 둘러보아도 좋을 듯 싶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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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파벨 2006-08-1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도 되겠지요?
애들 데리고 조만간 한번 가보려구요~
감사합니다.

딸기 2006-08-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도 이매진님꺼 퍼온걸요 ^^
 

참주인(眞宰)


6. (이런 변화를 주관하는) 참주인이 분명히 있는데, 그 흔적을 잡을 수 없구나. 참주인이 작용하는 것은 믿을만한데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셈이지. 실체ㅏ 있지만 모양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뼈마디가 백, 구멍이 아홉, 여섯가지 내장이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을 특별히 더 좋아해야 하는 걸가? 자네는 모든 것을 다 좋아하나? 그 중에서 어느 것을 특히 더 좋아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그 좋아하는 것만 떠받들고) 다른 것은 모두 머슴이나 종처럼 취급하나? 머슴이나 종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인가? 서로 임금과 신하의 입장을 번갈아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 속에 참임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그 실체를 알든 모르든 그 참모습에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7. 일단 온전한 몸을 받았으면, 우리는 그것을 일부러 망치지 말고, 저절로 쇠잔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사물을 대하여 서로 깎고 가는 동안에 우리의 삶은 달리는 말처럼 걷잡을 수 없이 지나가고 마니 이 또한 슬픈 일이 아니냐? 죽을 때까지 일하고 수고해도 아무것도 잘된 것 보지 못하고, 그저 일에 쫓기고 지쳐 돌아가 쉴 데도 없으니 이 어찌 애처롭지 않으냐? 그래도 죽지는 않았다고 자위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살아있다는 것) 뭐 그리 대수냐? 어차피 몸도 쇠하고 마음도 그렇게 되고 마니 정말 애처롭기 그지없는 일 아니겠느냐?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본래 이처럼 엉망진창인 것인가? 오직 나만 이런 것인가? 사람들 중에 이렇게 엉망진창이 아닌 이들도 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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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님이 허무한 말씀을 하시니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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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8-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장자일기 느므느므 좋아요! 계속 써주세요 흐흐. >_<

딸기 2006-08-1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베끼는 거니깐 어렵지 않지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한권을 다 읽어볼 계획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