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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시드니 셸던이 사망했습니다. 셸던 작품들의 문학성에 대해선 뭐라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그 소설들이 무지무지 재미있었다는 것에는, 한권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동의를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이모가 셸던 소설을 많이 갖고있어서 집으로 가져다가 보곤 했었는데요. `천사의 분노', `게임의 여왕', '한 밤의 저편', '신들의 풍차' 이런 소설들 참 얼마나 열심히, 많이도 읽었는지. '깊은 밤 깊은 곳에'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던 '한밤의 저편'을 비롯해, 팜프 파탈 분야에서라면 셀던을 따라갈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요.
어제 셸던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외신으로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참 섭섭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몇년 새 세상을 떠난 이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쨌든 경외의 마음을 품고 있는 에드워드 사이드라든가 수전 손택, 야세르 아라파트, 피터 드러커 같은 이들의 타계 소식과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면 적어도 셸던의 사망 소식에 어떤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은--

`화려하고도 저급한 베스트셀러의 대가(master), 세상을 떠나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는 31일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사진)의 죽음을 이렇게 추모했다. 수년간 폐렴 합병증에 시달리던 셀던은 30일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아이젠하워 병원에서 부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89세.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를 떠나보내면서 미국 언론들은 `통속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 뒤에 감춰진 그의 치열한 삶과 작가정신을 조명했다.
셀던은 `평단에게는 극한의 미움을, 팬들에게는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은 작가였다. 1970년 발표된 데뷔작 `벌거벗은 얼굴(The Naked Face)'은 평단의 혹독한 질타 속에서도 310만부가 판매되며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추리소설'로 뽑혔다. 공전의 히트작인 1974년 `깊은 밤의 저편(The Other Side of Midnight)'도 "대사는 진부하고, 내용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그의 소설이 가진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복잡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플롯에 열광했다. `천사의 분노(Rage of Angels)', `게임의 여왕(Master of the Game)', `내일이 오면(If Tomorrow Comes)'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세계 180여개국에서 번역돼 3억만부 이상 팔렸다. 파키스탄 우르두어, 인도어, 스와힐리어 등 51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가장 많은 언어로 작품을 출간한 작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나는 평론가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를 위해서 쓴다"는 말을 인터뷰마다 되풀이했으며 그의 작품에 비판적이었던 워싱턴포스트도 결국 "되풀이해 읽게 만드는 품질좋은 정크(쓰레기)소설"이라고 그의 작품이 가진 힘을 인정했다. 셀던은 또 치밀한 `취재'를 통해 작품을 구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냉전 시절인 1987년작 `신들의 풍차'는 미국 캔자스의 여성 대학교수가 루마니아 대사로 임명돼 활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음모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셀던은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처드 헬름스를 인터뷰하고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등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셀던의 삶 역시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들 못지 않게 파란만장했다. "내 아버지는 평생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고, 나는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회상했을 정도로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노스웨스턴대학에 진학했으나 경제적 부담으로 결국 학교를 중퇴했다. 스무살부터 할리우드의 영화 스튜디오를 전전하며 대본을 썼고 뮤지컬, TV 방송작가 등으로도 활동하며 토니상과 에미상 등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사랑한 것은 50세가 넘어서 시작한 소설작업이었다. 시드니 셀던은 지난 2000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책 속에서는 상상력이 무한대로 뻣어갈 수 있다. 예산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셀수 없이 많은 사람들 내 맘대로 등장시킬 수도 있다"면서 소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화일보 이영희 기자



아래는 AP 통신 기사예요.

January 30, 2007

Sidney Sheldon, Novelist, Dies at 89

Sidney Sheldon had a prolific and award-winning career writing for theater, movies and television, but he often proclaimed his greatest love for another creative outlet. "Writing novels is the most fun I've ever had," Sheldon once said. The best-selling author died Tuesday at 89 at Eisenhower Medical Center in Rancho Mirage of complications from pneumonia. His wife, Alexandra, was by his side.

"I try to write my books so the reader can't put them down,"
Sheldon explained in a 1982 interview.
"I try to construct them so when the reader gets to the end of a chapter, he or she has to read just one more chapter. It's the technique of the old Saturday afternoon serial: Leave the guy hanging on the edge of the cliff at the end of the chapter."

Sheldon mostly wrote about stalwart women who triumph in a hostile world of ruthless men. His notable novels included "Rage of Angels," "The Other Side of Midnight," and "If Tomorrow Comes."
"I like to write about women who are talented and capable, but most important, retain their femininity," he said.
"Women have tremendous power -- their femininity, because men can't do without it."

Several of his novels became television miniseries, often with the author as producer. Sheldon began writing as a youngster in Chicago, where he was born Feb. 11, 1917. At 10, he sold a poem for $10. During the Depression, he worked at a variety of jobs, attended Northwestern University and contributed short plays to drama groups. At 17, he tried his luck in Hollywood as a reader of prospective film material at Universal Studio for $22 a week. At night, he wrote his own screenplays and sold one, "South of Panama," to the studio for $250.
During World War II, Sheldon served as a pilot in the Army Air Corps. After the war, he established his reputation as a prolific writer in the New York theater. At one time, he had three musicals on Broadway: a rewritten "The Merry Widow," "Jackpot" and "Dream with Music." He received a Tony award as one of the writers of the Gwen Verdon hit "Redhead."
His Broadway success ushered his return to Hollywood, where his first assignment, "The Bachelor and the Bobbysoxer," starring Cary Grant, Myrna Loy and Shirley Temple, won him an Academy Award for best original screenplay of 1947.

When the movie industry began to feel the pinch of television's popularity, Sheldon decided to try the new medium.
"I suppose I needed money," he remembered.
"I met Patty Duke one day at lunch. So I produced `The Patty Duke Show,' and I did something nobody else in TV ever did. For seven years, I wrote almost every single episode of the series."
He also created and produced "I Dream of Jeannie," which lasted five seasons in the late 1960s. During the last year of "I Dream of Jeannie," he decided to write a novel, he said in 1982. His first work, "The Naked Face," was scorned by book reviewers and sold 21,000 copies in hardcover. The novel found a mass market in paperback, however, reportedly selling 3.1 million.
Thereafter Sheldon became a habitue of best-seller lists. He prided himself in the authenticity of his novels.
He remarked in 1987:
"If I write about a place, I have been there. If I write about a meal in Indonesia, I have eaten there in that restaurant. I don't think you can fool the reader."
For "Windmills of the Gods," which dealt with the CIA, he interviewed former CIA chief Richard Helms, traveled to Argentina and Romania and spent a week in Junction City, Kan., where the heroine had lived. Though he won a Tony, an Oscar and an Emmy (for "I Dream of Jeannie") during his career, Sheldon said he derived the most satisfaction from writing his novels.
"I love writing books," he said.
"When you do a novel you're on your own. It's a freedom that doesn't exist in any other medium."

Sheldon was married for more than 30 years to Jorja Curtright Sheldon, a stage and film actress who later became a prominent interior decorator. She died in 1985. He married Alexandra Kostoff, a former child actress and advertising executive, in 1989.

 

오래전 제가 셸던에 대해 올렸던 잡담도 연결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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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7-02-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몰래 보던 시드니 셸던....
할리퀸로맨스처럼 판형이 작았더라면 단박에 야한 소설 본다고 엄마한테 걸렸을텐데 겉표지만 보면 세계의 고전처럼 느껴진지라 레이다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감회가 새롭네요^^
재미는 진짜 엄청났는데.

paviana 2007-02-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잡담을 눌러보니 감동의 도가니네요.ㅎㅎ
데이지 공주와 아도라와 앤드류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다니...ㅋㅋㅋ
마냐님도 수업시간에 HR을 읽으셨군요.어쩌면 우린 같은 대여점책을 읽었을지도 몰라요.ㅋㅋ 학교가면 하루에 한권씩 도장찍듯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셀던 할아버지 책도 거의 다 읽긴 읽은거 같아요. 재미야 정말 보장할수 있으니...
데이지 공주 몰래 읽고 책장 속에 숨겨놓았다니까요. 엄마가 혹시라도 보실까봐..아마 지금 읽어도 꽤 야한거같은데요.ㅋㅋ 옛날일 생각하니 갑자기 흐뭇해집니다.

딸기 2007-02-0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므흣해지기도 하지요 ^^

2007-02-01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2-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그의 작품이 재미있었다는것에는 아무도 부인을 못할것 같아요. 책장은 또 어찌나 빨리빨리 넘어가던지. 동네 책방에 가서 더, 더, 하면서 시드니 셀던의 작품들을 찾아 읽던 생각이 나네요. 그의 사망소식은 퍽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 밖에요.

sooninara 2007-02-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던책 읽고 싶어집니다. 드라마도 재미있었는뎅..ㅠ.ㅠ

딸기 2007-02-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밤의 저편'인 것 같아요, 저는. '게임의 여왕'도 기억에 남고... 정말 여러권 보았는데 (특성상) 줄거리...는 잘 생각이 안 나는군요. ^^
 

  

'호반'이라는 제목과 '첫사랑'이라는 제목, 두 가지로 나와있네요

슈토름의 '호수'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제 서재에서도 한번 글을 올렸더랬어요).
독일 낭만주의 작가의 짧은 단편인데, 계몽사 동화집에서 읽었고 뒤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던 두꺼운 책으로 다시 읽었던 듯해요. 너무나 순수했던 첫사랑을 훗날 다시 만난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인데 주인공 이름이 라인하르트와 엘리자베스였어요. 두 사람은 서로 좋아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그런걸 어른들은 '인연이 아닌게벼' 하지요;;) 엘리자베스는 에리히라는 남자와 결혼하게 돼요. 둘이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

아무튼 줄거리는 뭐 로맨틱 신파였습니다만 그 이름들이 어찌나 멋있게 들렸던지... 호숫가, 멋진 이름의 주인공들, 그런 것들이 겹쳐져서 여전히 햇살받고 반짝이는 호수처럼 아름다운 느낌으로 기억되고요.

슈토름의 단편과 같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집 없는 천사'와 '인형놀음장이 폴레'였던 것 같네요. 꼭두각시 인형극단의 단장 아들인 신분 낮은 폴레와 어느 아가씨의 첫사랑 이야기였는데, 폴레가 '자투리 천'(이 말을 그 책에서 처음 보았어요)을 가지고 인형을 만들던 모습이 생각나고요, 좀 슬펐던 것으로 기억해요. 

   

독일동화집에 나왔던 '황새가 된 임금님'은 얼마전 딸아이 책으로 다시 읽었어요. 빌헬름 하우프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아주 유명해서 아마도 아이 책으로 읽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임금님이 마법사의 속임수에 넘어가 재상과 함께 황새가 되어버리고, 주문을 잊어버려서 헤매고 다니는. 둘은, 현명한 부엉이 아가씨 덕에 ‘무타불’이라는 주문을 기억해내게 되지요. 그리고 마법에서 풀린 임금님은, 역시 마법에서 되돌아온 부엉이 공주님과 결혼한다는 줄거리예요. 글의 배경이 바그다드이고, 주문이라든가 분위기가 아랍풍인데 어째서 이 이야기가 독일동화집에 있었을까 두고두고 궁금해 했었어요. 이번에 아이 책을 보면서 의문이 풀린 셈입니다.


 

독일동화집에는 저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들이 잔뜩 있었는데요, 특히 하우프의 또다른 작품들인 꼬마 요리사 이야기(지금 검색해보니 '난장이 코'라고 되어있네요)와 '난장이 무크'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지금도 달밤이 되면 밖에 나가 버섯을 찾아야할 것 같은 기분;;이랍니다. ^^ 독특한 버섯으로 너무나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마법에 얽힌 이야기였지요.
이 이야기들에는 '무스타파'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어째서 터키식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지 역시 궁금했었어요. 아마도 하우프는 아랍풍, 혹은 오스만풍에 심취해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P
저 이야기들은 모두 하우프가 어느 집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언급한 것들 모두 묶어서 '사막의 카라반' '카라반 이야기'라는 두 종류 책으로 나와 있군요.


그리고 또 손꼽기 힘들 정도로 기억에 새겨진 것들이 많지만 --

조르주 상드의 ‘사랑의 요정’, 일곱 남매 이야기가 나오는 ‘사랑의 집’, ‘사랑의 학교’로 번역됐던 쿠오레, 이렇게 ‘사랑의~’로 시작되는 책들 이야기랑,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은 스케이트’, 일본 동화집에 나왔던 모모타로오와 잇손바시 이야기, 또 세계명작동요동시집(이게 아마도 맨 끝권이 아니었던가 싶어요)에 나왔던 마더구스의 동시들, 기타하라 하쿠슈의 드문 동시들...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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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1-20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세계명작동요동시집까지...저 오늘부터 딸기님을 존경하기로 ^ ^

nemuko 2007-01-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역시나 대단한 기억력이십니다. 전 빌려 읽어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ㅠ.ㅜ <황새가 된 임금님>은 그래도 기억이 나네요.

딸기 2007-01-2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을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고, 기억력이 특별히 좋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여러번 읽은 거지요. ^^
 

서정주는 '나를 만든 팔할은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저의 경우는 아마도 어릴적 갖고 있었던 두 종류의 동화집들이 나를 만든 팔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벌써 몇차례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hnine집 서재에 들렀다가 계몽사 동화집 이야기를 읽었는데, 저는 이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거든요(저는 조금 친해진 이들에게는 거의 100% 이 책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의 1, 2, 3권 제목을 말씀드렸더니 hnine님과 네무코님이 기억력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히히). 이야기 나온 김에 댓글 길게 달다가 아예 포스팅으로 넘어왔습니다. 추억 속 이야기, 조금 올려볼까 해서요.


실은 저는 계몽사 전집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한권 한권(비록 순서는 못 외우더라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47, 혹은 48권 정도 됐었던 것 같은데, 한국현대동화집에 나왔던 마해송 선생의 '바위나리와 아기별'이라든가, 민들레 홀씨를 먹고 사람이 된 인어 이야기, '언네'(인형) 만들어달라고 조르던 가난한 아이 이야기... 생각해보면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의 동화였지요.


혜란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요, 엄마는 폐병으로 자리에 누워있고 그렇게 모녀가 살아가고 있었답니다. 친구들은 다 엄마가 만들어준 언네를 갖고 노는데 혜란이만 없어요. "넌 네 언네 갖고 놀렴." 친구들에게 설움받던 혜란이는 몸져누운 엄마 곁에 가서 바늘을 들고 팔뚝을 찌르려고 합니다.

놀란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 "주사(바늘)맞고 빨리 나아 언네 만들어달라고 그런다"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각혈을 하면서 엄마는 언네를 만들어주고, 그걸 들고 혜란이는 밖으로 나가요. 그날따라 친구가 안 보이네요. "군자야, 놀자~" 혜란이가 새 언네를 들고 친구를 부르는데 대답이 없으니 계속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동안 방안에선 엄마가 밭은 기침을 하면서 혜란아, 혜란아, 하는데 골목길 아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방안 엄마 목소리는 점점 잦아듭니다.

생각하면 너무 슬픈 이야기이지요. 친구 이름이 '군자'였던 것, 인형을 옛스럽게 언네라 썼던 것은 생생한데 아이 이름이 혜란이였는지 혹은 군자 말고 딴 친구 이름이 혜란이였는지는 조금 혼란스럽네요. 얼마나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였을까요.


홀씨 먹고 사람이 된 인어 이야기는, 조금 독특해서 우리나라 동화 같지가 않았었어요.

어떤 남자가 바닷가에서 인어를 만나요. 인어는, 자기를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남자는 아주 담담하게, 어떤 마법도 격정도 없이, 자기 사는 곳으로 돌아와 이꽃 저꽃 홀씨를 섞어 인어에게 가져다준답니다. 그걸 먹고 인어는 사람이 되어 사내의 각시가 되었어요.

그런데 항상 신부의 마음 속엔 바다가 있었답니다. 항상 숨기고 있었고, 남자는 이제 아내가 바다를 잊었나보다 했지요.

어느날 양장점 앞을 지나쳤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사라져버립니다. 남자는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아내가 보았다는 양장점의 '짙은 하늘빛 옷감'이 실은 바다빛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아내는 가버립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어린 아들이 있어요. 남자는 아이에게 바다빛 같은 것은 보여주지도 않고,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모두 피해가면서 아들을 키웁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바로 그 '짙은 하늘빛'으로 푸른 바다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헛된 노력이었음을 깨닫고 아이와 바닷가 여행을 떠납니다. 내용이 좀 휑하니 이상하지요?

글이 길으니깐, 다음 글로 이어서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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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7-01-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좀 담아갈께요^^

딸기 2007-01-2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셔요 ^^
 

The Sunday Times

January 14, 2007


How the CIA won Zhivago a Nobel


NEARLY 50 years after Boris Pasternak was awarded the Nobel prize for a body of work culminating in the epic Doctor Zhivago, it has emerged that British intelligence and the CIA secretly facilitated the accolade to embarrass the Kremlin, which had banned the novel.

A new book reveals that American agents led an operation to publish a Russian-language version of Doctor Zhivago to comply with Nobel rules requiring that works be considered in their original language.

“I have no doubt whatsoever that the CIA played a key role in ensuring Pasternak received the Nobel prize,” said the book’s author, Ivan Tolstoy, a respected Moscow researcher.

Immortalised by David Lean’s film, which won five Oscars, Doctor Zhivago was first published in Milan in 1957. It tells the tragic story of a doctor poet, Yuri Zhivago, and the love of his life, Lara, against the backdrop of the Bolshevik revolution. It was banned in the Soviet Union until 1987.

Pasternak sent several copies of the manuscript in Russian to friends in the West. Tolstoy has now discovered a letter from a former CIA agent describing the operation that followed. He says the CIA — aided by the British — stole a copy from a plane that was forced to land in Malta.

While passengers waited for two hours, agents took the manuscript from a suitcase, photographed it and returned it. The CIA then published the Russian edition in Europe and America simultaneously.

“They avoided using paper which could be identified as Western-made. They chose special fonts commonly used in Russia and printed chapters in separate locations to prevent it from falling into the wrong hands,” said Tolstoy, who is hoping to see his book, The Laundered Novel, published in the West.

Members of the Swedish Academy were surprised to be presented with copies of a Russian edition just in time for them to consider Pasternak for the 1958 prize. Two days after hearing that he had won, the writer sent a telegram to the Academy: “Immensely thankful, touched, proud, astonished, abashed.”

Four days later, under intense Kremlin pressure, Pasternak sent a second telegram: “I must reject this undeserved prize which has been presented to me. Please do not receive my voluntary rejection with displeasure.”

Pasternak was harassed by the KGB and threatened with expulsion from Russia. After his death in 1960, the Kremlin ordered the arrest of Olga Ivinskaya, his mistress and the inspiration for Lara.

Ivinskaya and her daughter were charged with receiving “illegal” royalties from the publication of Doctor Zhivago abroad. Ivinskaya was sentenced to eight years’ hard labour in Siberia, her daughter to three. An international uproar led to Ivinskaya’s release four years early.

“My father played no role in the publication of a Russian edition, nor had he any idea of the CIA’s interest,” said Yevgeny Pasternak, who accepted the Nobel prize on his father’s behalf in 1989.

“My father never expected to receive the prize. Sadly it brought him a lot of sorrow and suff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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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1-1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파스테르나크의 죽음을 재촉하게 돼버렸으니까 아이러니컬합니다...

딸기 2007-01-1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실은 아직 저 기사를 읽지 못했어요. 그리고 소설도 못 봤답니다. ^^;;
영화는 아주아주 감동적이었는데...
 

창백한 푸른 만두...



자, 제가 원했던(?) 공포스러운 만두가 되었습니다.
찐만두들 속에 물만두 하나가 숨어있습니다. 어느 것일까요....

그 어둡고 추운, 푸른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 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




만두언니에게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점' 하고요,
살만 루시디 '악마의 시' 상.하

이 어둡고 추운 겨울에 저는 갖고 싶던 책들을 고마운 분으로부터 선물받았으니
겨울날 키 작은 나무아래 지나가던 눈길, 마음속에 들어와 살게 된 인연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지요.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만 보이는 것은 아니지요.

♡ ♡ 만두언니,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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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물인줄알고 놀랐잖아요~ 재미나게 읽으세요^^

딸기 2007-01-1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언니, 저는 공포물 같은 것은 근처에도 못 가요, 보기보다 심장 성능이 안 좋아서요. ^^
새벽별님, 창백한 푸른 점은 아마도 새벽별에 대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

chika 2007-01-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두먹고잡다! ㅠ.ㅠ

딸기 2007-01-1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만두먹기, 그런 이벤트는 없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