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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북서부 아랄해의 어촌이었던 무이낙. 아랄해가 사라진 지금 이곳에 남겨진 주민들은 강을 막아 만든 저수지 주변에서 소를 키우는 반 유목민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한 주민이 저수지를 건너 풀밭으로 향하는 소떼의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북서쪽에 위치한 무이낙. 한때는 활기찬 어촌이었으나 아랄해가 말라 줄어들면서 사막 가운데 남겨진 마을이 된 무이낙 근처에는 작은 댐과 호수들이 있다. 아랄해로 흐르던 아무다리야 강의 물줄기를 막아 만든 저수지들이다. 말라들어가는 아랄해를 사실상 포기해버린 우즈베크 정부가 무이낙 어촌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배려'가 바로 이 저수지들이다.

호수를 건너는 소떼들

지난달말 무이낙을 방문, 덤불만 듬성듬성한 소금땅을 지나 댐으로 올라갔다. 원래 이 곳은 아랄해 물이 넘실거렸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아랄해가 멀리 북쪽 카자흐스탄 국경 쪽으로 후퇴해간 탓에 바닥이 드러나버렸다. 그곳에 주민들이 사르바스 호수라고 부르는 저수지가 있었다. 오전 8시를 넘겨 해가 하늘로 솟아오르자 어디선가 소떼가 나타났다. 소들은 줄지어 호수의 얕은 부분을 건너 멀리 펼쳐진 풀밭으로 향해갔다.
무이낙이 어촌으로서의 생명을 잃은 뒤 이곳 어민들은 일자리를 사라진 꼴이 됐다. 무이낙은 아랄해에 기대어 형성된 마을이었기 때문에, 아랄해 고갈은 경제 기반이 사라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때 무이낙에 밀려들어왔던 외부 노동자들은 모두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가버렸고, 무이낙 사람들도 상당수 인근 대도시 누쿠스나 외국으로 향했다. 남아있는 주민들은 자식들이 외지로 나가 보내주는 돈과 소규모 농업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농사조차 쉬운 것은 아니다. 물이 모자라는데다 땅속 소금이 올라오는 염화(鹽化) 현상 때문에 농업에 적절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목민이 된 어부들

그래서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농작물보다는 소를 키운다. 저수지에 펼쳐진 소들의 행렬은 주민들이 소떼를 끌고 건너편 목초지로 데려가는 장면이었다. 아침마다 한 집에서 여러 이웃들의 소들을 모아 저수지를 건너고, 저녁이 되면 몰고 돌아오는 것이 일과다.
그러나 왕년의 어부들은 아직도 바다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는 아무다리야의 유산인 저수지에서 낚시질을 하는 것이 큰 소일거리다. 호숫가에서 만난 주민 아나톨리(59)씨의 손에는 낚싯대와 작은 생선 몇마리가 들려 있었다. 우즈베크 정부가 얼마 안 남은 아랄해 주변 출입을 봉쇄하기까지, 그리고 아랄해가 북쪽으로 200㎞ 이상 후퇴해버리기 전까지 그는 20년 가까이 아랄해에서 어선을 탔던 선원이었다. 지금은 연금수입으로만 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새벽이 되면 사르바스 호수로 나와 낚시질을 한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는 집에서 먹거나 고양이 밥으로 주곤 한다. "나는 20년간 아랄해에서 배를 탔다. 나는 지금도 어부다." 그의 터전이 눈 앞에서 사라진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아랄해에 묶여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

사막이 된 바다, 흐르지 못하는 강, 호수를 건너는 소떼들, 어부 아닌 어부들. 거대한 아랄해가 사라진 뒤 달라진 것은 이런 풍경들 만이 아니다. 이곳의 지형과 함께 날씨도 달라졌다.무이낙은 인간의 행위로 인한 자연환경의 갑작스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환경파괴가 어떤 식으로 기후 변화를 만들어내 사람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랄해가 말라붙으면서 생겨난 거대한 소금땅에서는 황사같은 먼지바람이 일어난다. 마른 땅은 국지적인 기후변화를 만들어내 겨울과 여름을 양극화시켰다. 그나마 남아있는 아랄해 물도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염분 농도가 짙어져 대류작용이 정체되면서 호수의 윗부분만 덥혀지고, 그 결과 과학자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증발량이 많아진 것. 이 속도라면 세 갈래로 갈라진 아랄해 중 남서쪽 부분은 15∼20년 뒤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사막화가 겹쳐 아랄해 생태계와 아무다리야 하류 식생도 파괴됐다.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들은 유독성분이 섞인 모래바람이 강해지면서 아랄해 인근 지역에 암과 호흡기 질병이 많아졌다는 조사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물에 염분이 많아지면서 위염과 담석증도 많이 생겼다. 아랄해 수량이 줄면서 염도가 높아지는 과정이 수십년간 지속됐던데다가 주변 지역에서 비료를 비롯한 화학물질들이 아랄해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모래바람이 중국까지

뿐만 아니라 아랄해였던 지역 말라붙은 땅의 먼지와 소금은 강풍이 불면 15㎞ 높이까지 올라가며, 멀리 중국의 톈산(天山)과 타지키스탄의 파미르고원까지 흙바람이 날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랄델타관리청의 자나베이 일랴소프 국장은 "정부는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 관목숲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막지대를 흐르는 아무다리야 곳곳에 댐과 저수지를 만들고, 수자원의 리사이클링(재이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랄해 일대의 사막화와 염화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무이낙 가는길에 지나쳐간 쿵그라트 마을에서는 곳곳에 소금이 지표면으로 올라와 하얗게 변색된 땅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자랐다는 택시기사 막수트(40)는 "내가 어릴 적엔 강물이 흐르던 곳인데 다 말라붙었다"면서 "농사를 지을수가 없어 주민들이 떠나거나낙타를 키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북서부 아랄해로 가는 길, 무이낙 근방의 한 농촌마을. 지나친 관개농업과 사막화로 염화현상이 일어나면서 땅속 소금기가 올라와 땅 위를 허옇게 덮고 있다.]


■ 최악의 재앙 불러올 파미르 빙하의 움직임

아랄해가 말라 줄어든 것은 옛소련 시절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것이지만, 그 결과로 아랄해 지역 주민들은 국지적 기후변화와 환경 피해를 겪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중앙아시아 전역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때문에 강물 고갈과 재난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아랄해로 흘러들어가던 아무다리야 강은 관개수로로 물이 빠져나가는 탓에 아랄해까지 도달하지 못할 지경이 됐지만, 근래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강물의 양 자체가 해마다 큰 변동을 보이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아랄해가 있는 카리칼팍 자치공화국 지역의 한 공무원은 "어떤 해에는 물이 많이 내려오고 어떤 해에는 물이 오지 않아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원래 5월에 물이 와야 하는데 올해에는 7월에 오는 바람에 벼농사를 짓던 이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무다리야는 타지키스탄 남동부 파미르고원의 빙하에서 형성돼 1415㎞를 흐르는 긴 강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최근 과학자들의 큰 관심거리로 부상한 것은 파미르 빙하의 움직임. 지난 7월 타지키스탄에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파미르고원의 빙하가 녹아 강둑이 터지면서 강물이 범람, 마을들을 덮친 것. 올여름 타지키스탄은 낮 최고기온이 40℃로 오르는 이상 고온을 겪었다. 현지 관리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파미르의 빙하가 녹으면서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결과를 전했다. 거대한 얼음덩이들이 녹으면 엄청난 홍수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빙하가 녹아 한차례 대홍수가 나고 그 뒤 아무다리야가 수원(水源)을 잃어 말라버리는 상황, 그것이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히말라야와 파미르, 중국 톈산(天山) 등 아시아 고지대의 빙하들이 녹을 경우 세계 인구의 40%가 재앙을 맞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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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는 참 쓰기 어렵다. 너무 좋았던 그 순간, 그 사이 별볼일 없었던 순간, 혹은 형편무인지경이었던 순간 등등을 별점 매기듯 점수 매겨 합산해 적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여행은 이러저러한 교통사정 탓에 78점짜리 되겠습니다, 이렇게 쓸수 있으면 참 편하겠지만 그럴수가 없으니. 하긴 여행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결국 책도 그렇고 영화도 음악도 그리고 인생도, ‘몇점 짜리’라고 합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이다. 그러니까 요는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달랑 일주일 다녀와서 좋았다 나빴다 혹은 이랬다 저랬다 얘기하는 것은 좀 우습다는 것이고...

꼭 이 나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여행기라는 것을 (특히 인터넷에) 적어놓으면 사실 인기도 없고(남의 여행기라는 것 90%는 재미없지 않나 싶다) 느낌도 제대로 안 사는 것 같다.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피해나가려면 느낌이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는 순간, 여행 도중 짬날 때나 여행에서 다녀온 직후에 싱싱한 맛에 화르륵 올려버려야 하는 건데.

처음 시작은 타슈켄트였지만, 그저 항공기 도착지가 그곳이었을 뿐이다. 타슈켄트는 ‘중앙아시아의 수도’라고 우즈베크 사람들은 주장한다지만 사실 까자흐스탄의 알마티라던가 차라리 우즈베크의 사마르칸드가 그런 호칭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 우즈베크에서의 이동 경로: 타슈켄트에서 무이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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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0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슬람 타일은 참 예뻐요 ^^ 근대 우즈벡 야간 기차가 이탈리아 기차보다 열배쯤은 좋아보이는군요 ㅎㅎ

딸기야놀러가자 2007-09-11 07:12   좋아요 0 | URL
야간기차 좋은데, 자동차로 4시간 갈 거리 6시간에 가면서 2만5000원...

라주미힌 2007-09-1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딸기야놀러가자 2007-09-11 07:12   좋아요 0 | URL
아직 이쁜 사진은 올리지도 않은 거예요 ^^

파비아나 2007-09-1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러니 저러니 해도 부러워요.ㅎㅎ

딸기야놀러가자 2007-09-11 07:13   좋아요 0 | URL
네, 우즈벡에선 정말 좋았어요. 많이많이 부러워해주셔요

마노아 2007-09-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부터 시작인 거죠? 지금도 멋진데 더 멋진 사진과 이야기가 나오면 부러워서 기절할 거야요^^ㅎㅎㅎ

딸기야놀러가자 2007-09-11 18:13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예술사진이라고 찍어왔는데,
사람들이 다 사진사의 노력은 안 보고 "카메라 뭐냐" "해상도 좋네"
이런 말만 하더라구 ㅋㅋ
 

(앞에서부터 계속~)


그리고, 자칼.
하이에나도 봤는데, 자칼보다 훨씬 못생겼어요.


이건 암보셀리에 사는 치타들인데요,
두 마리가 같이 있으면 수놈 둘이래요. 암놈은 항상 혼자서만 다닌다는군요.
치타가 저렇게 얌전~히 앉아있었는데 어느 순간
저 멀리에서 모래먼지가 일었습니다. 치타들이 달리기 시작한 거죠.
얼룩말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더군요.

이 시점에서, 초원의 평화를 깨뜨리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흔적들.


누구의 짓일까요... 아마도 어느 고양이과의 덩치큰 녀석들과,
그 찌꺼기를 받아먹는 녀석들의 합작;;이겠지요.

드디어,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
이 녀석들을 볼 순간입니다.

암사자가 누와 얼룩말떼를 향해 처어어언처언히, 다가가요.


이렇게... 가까이갈수록 몸을 더 낮춰서, 보이지 않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사냥하는 장면은 결국 못 보고 돌아서야했어요.
날이 어두워졌고, 사자들의 사냥을 방해하면 안 되니깐... (얘네도 먹고 살아야지요)

그래서 하룻밤 지내고, 얘네들이 사냥을 해서 먹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보러갔습니다.
(남 먹는거 보고있는게 젤 추잡한 짓이라는데;;)


버팔로의 시신... ㅠ.ㅠ


소화가 덜 된 풀들이 그대로 배 밖으로;;


벌써 포식을 끝내고 양지바른 곳에 누워있는 넘들.



나무둥치밑 흙더미에 뚫린 구멍들은 가족끼리 단란하게 모여 사는 자칼의 집이다. 하이에나 같은 야행성 동물들은 날이 더 어두워져야 활동을 시작한다. 얼핏 보기에 키작은 풀들과 관목들로 가득한 마사이마라는 평화 그 자체였다. 초원 사이사이 하얗게 드러나있는 동물의 뼈들만이 이곳이 포식자와 피식자 간 피튀기는 생존의 대결이 펼쳐지는 냉혹한 전장임을 상기시켰다. 푸른 풀밭 위 갈빗대 모양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들소의 유골은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국의 놀이공원들이 롤러코스터 따위 놀이기구들을 묶어 `빅5' 티켓을 팔곤 하는데, 빅5는 아프리카의 게임드라이브(Game Drive·사파리관광)에서 나온 말이다.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물소), 사자, 표범을 가리켜 아프리카 사람들은 빅5라 부른다. 게임드라이브 안을 돌아다니는 레인저(안내원)들은 무전기까지 동원해 서로들 정보를 주고받는다. 빅5의 출현에 맞춰 `물을 먹지' 않으려면 기민해야 한다. 레인저 차량들이 많이 모여 있다 싶은 곳엔 빅5 중의 하나가 있다.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동물들은 언제나 인기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관광객들이 가장 환호하는 것은 사자다.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자 드디어 사자가 떴다! 공원 안을 돌아다니던 레인저와 관광객들이 속속 모여들고, 그 사이로 포위되듯 사자 가족이 보였다. 사자들의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
숫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먹이를 구해오는 것은 암놈들의 몫이다. `동물의 왕'이라는 표현 그대로, 사자는 사자였다. 누와 얼룩말떼가 몰려있는 곳 가까이로 암사자들이 몸을 낮춰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초원엔 긴장이 감돌았다. 배를 땅에 끌듯 몸을 낮춰 얼룩말떼에게서 5m 떨어진 곳까지 암사자가 접근했을 때 관광객들은 아쉽게도 차를 돌려 공원을 나와야 했지만 다음날 새벽, 처참함이 가시지 않은 사자들의 포식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마사이마라의 롯지.

마사이마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묵는 곳은 소파 롯지(호텔). 아프리카풍 강렬한 원색과 문양들로 가득찬 초가지붕 모양의 호텔이다. 근처에 발전소가 없어 자가발전을 해야하는 탓에, 밤이 되면 객실 문만 나서도 칠흙같은 어둠이었다. 야간 경비를 서던 호텔 직원은 "가끔씩 가젤이나 얼룩말이 객실 옆 수풀에까지 내려오고 사자들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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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낙원 마사이마라

케냐 수도 나이로비를 떠나 마사이마라(Masai Mara)로 가는 길. 매연으로 가득찬 나이로비를 뒤로 하고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리니 고원이 끝나면서 광대한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인잔처럼 하늘을 향해 손가락들을 벌린 유포비아(선인장 종류)와 가시 돋친 아카시아 숲을 지나 절벽같은 내리막을 달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대협곡)에 이르렀다.
나이로비의 고원을 내려와 협곡이 시작되는 지역, 마이마휴 마을을 지나니 먼지가 폴폴 날리는 마른 초원 가운데에 위성 수신기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케냐의 경제개발을 상징하는 협곡의 위성기지를 지나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마사이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흙집 중에서 그래도 네모지게 각이 나온 것은 `새 집(modern house)'이고, 아예 움집처럼 생긴 것은 전통가옥들이다.
붉은 전통의상을 걸치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소를 모는 목동들을 지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케냐가 자랑하는 마사이마라는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마라'는 점박이라는 뜻. 누(들소의 일종) 떼들이 초원에서 풀 뜯는 모습이 점박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800㎢,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의 넓은 땅이 지구상 몇 되지 않는 동물의 낙원으로 남아 있다. 탄자니아 국경을 넘어 이 초원과 이어진 곳은 아프리카 동물다큐멘터리 단골 촬영지인 세렝게티 초원이고, 서쪽으로 더 가면 거대한 빅토리아호가 위치해있다.


비서새- 누구의 비서일까요?


신기하게 생긴, 줄무늬 있는 영양 ‘쿠두’

제 가이드였던 딕이, 얘가 아주 귀하다고 해서 그런줄만 알았는데
남아공에는 흔해서 이거 고기로도 많이 먹는다더군요;;


영양 종류 중에서 제일 작다는 ‘딕딕’. 아주 귀엽게 생겼어요.
영양 중에서 제일 큰 일런드도 보았는데 사진이 없네요.


그란트 가젤

그리고 아래 2장은 톰슨가젤들 사진이예요.



톰슨가젤은 그란트가젤보다 크기가 작고, 뒷다리 윗부분에 검은줄 흰줄이 있어요.

적도의 아프리카라지만 날씨는 한국의 가을 같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풀 뜯는 동물들은 모두 여기에 와있는 듯했다. 영양 종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다는 딕딕, 포유류 중에 가장 높이뛰기를 잘한다는 임팔라, 소처럼 크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일란드, 다리 위쪽에 독특한 검은 무늬가 있는 토피, 엉덩이가 흰 하트비스트, 금새 눈에 익어버린 얼룩말과 누 같은 초식동물들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450여종 동물들은 사바나 기후의 건기와 우기를 따라 세렝게티와 마라 사이를 이동한다. 130만 마리 누우와 40만 마리 얼룩말의 국경 이동은 장관으로 꼽힌다. 이들은 5월부터 7월 사이 마라로 이동해와 살다가 10월 중순이 되면 다시 세렝게티로 움직여간다. 운좋게 이동철에 이곳을 찾은 터라, 하늘과 닿은 능선에 누떼의 기나긴 줄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였나, 마구 돌진하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누 떼'에 비유한 것을 보았는데요, 이 누떼들을 가리켜서 이 곳 사람들은
마사이의 검은 점들, 즉 ‘마사이 마라’라고 부른다는군요.





이들이 달려가는 것은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본 일 있는데
정작 여기에선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것만 보았어요.
누는 소목 소과인데, 말목 얼룩말과인 얼룩말과 몸통이 거의 비슷해요
둘이 뒤섞여 놀고 있으면, 줄무늬 빼고는 큰 차이가 없어보일 정도.


멀리 코끼리들이 걸어가는 것도 보이지요?


(2 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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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1-0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치타가 좋아요.음 치타가 좋은건지 표범무늬가 좋은 건지는 가끔 헷갈릴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선이나 몸동작들이 우아하잖아요.ㅎㅎㅎ
 

어릴 적 보았던 소년잡지의 동물만화에는 마사이족이 곧잘 등장했다. 특유의 유선형 날이 달린 긴 창을 휘어잡고 사자를 좇는 마사이족은 야성의 상징이다. 케냐의 동서 고원을 가르고 있는 거대한 협곡은 모두 마사이족들의 땅이다. 개발의 길을 택한 다른 부족들이 나이로비와 뭄바사 같은 대도시에서 번잡한 현대인의 생활에 적응한 반면 마사이족들은 여전히 광활한 구릉과 협곡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케냐 남쪽 탄자니아 접경지대 암보셀리의 마사이 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에는 182명이 살고 있는데 모두 4개 집안 사람들이다. 소, 양, 염소, 당나귀 따위를 키우고 세공품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집 구경을 시켜주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마사이의 소들은 건조기후에 적응해, 신기하게도 낙타처럼 등에 혹이 달렸다.
전형적인 마사이 마을에서 남자들은 울타리를 치고 여자들은 집을 짓는다. 하루 식사는 아침저녁 두 끼만. 우기와 건기에 맞춰 두 개 마을에 집을 지어놓고 연중 절반씩 거주하는데, 암보셀리에 지내는 동안 마사이족 아이들은 한국인 선교사가 지은 사마리아선교회 교회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암보셀리 공원 안에 마사이 마을이 있는데,
공원 입구에서 마사이족 소녀들이 목걸이랑 팔찌 따위를 들고 다니며 팔아요.


마사이 마을가는 길, 저렇게 돌로 된 표지판이 있어요


여기가 마사이마을이랍니다





흙벽에 초가지붕을 얹은 마사이족 야곱의 집에는 2개의 침실이 있었다. 하나는 부모 방, 하나는 아이들 방이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는 캄캄한 집안에 손바닥만한 창이 나 있고, 소가죽 침상에서 야곱의 가장 젊은 아내가 목걸이 구슬을 꿰고 있었다.
병원이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킬리만자로 숲의 약초에 의지해 살아간다. 중병에 걸려도 약초 뿐. 말라리아에는 에레미트라는 풀을 달여먹이고, 산모에게는 오르크콸라라는 것을 먹인다고 했다. 몇몇 남자들이 아카시아 나무와 백향목 줄기로 불을 피워 코끼리똥 말린 것에 불붙이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마을 구경의 마지막 순서인 마사이 장터에서는 여성들이 하루 종일 어두운 흙집에서 꿰어 만든 목걸이와 팔찌 같은 장신구들을 흙바닥에 늘어놓고 판다.
집집마다 여자들이 만든 물건들을 가마니 위에 `진열'해놓고 있지만 `자유시장'은 아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들 몇몇이 나서서 거간꾼이 되어 관광객들에게 강매하다시피 물건을 팔면 그 돈을 비교적 고르게 나누는 것 같았다.

마사이마을까지 동행한 레인저(안내원) 딕은 키쿠유족인데, "지금도 사자들은 마사이를 만나면 도망을 친다"고 했다. 설마 싶겠지만 사자들도 마사이는 알아본다는 것이다. 마사이의 빨간 옷, 그들이 몸에 바르는 독특한 향료가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마사이 사내아이들은 어른이 되려면 통과의례로 사자를 한 마리 씩 잡아야 했다. 암사자는 안 되고, 숫사자만 의미가 있다. 그러니 동물의 왕 사자들에게 마사이족은 그야말로 천적이었던 셈이다.
"사자들이 키쿠유족을 보면 도망 안 가나요?"
"어림도 없지, 우린 당장 도망가야지."
딕은 "사자들은 오직 마사이족만 구분한다"고 했다. 서양 식민세력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해가던 시절에도 노예화하지 못한 것이 마사이족이다. 노예상인들이 붙잡기만 하면 `죽거나 죽이거나' 둘중 하나를 택해 결국 끌고 가지 못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 마사이 전사들이 관광객들 앞에 문을 열어주고 춤을 보여주며 돈을 벌지만, 국경도 국적도 그들에겐 여전히 의미가 없다. 킬리만자로 일대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은 군데군데 열려있는데, 동물들과 마사이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철따라 그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국경을 오간다.
마사이마을을 나와 다시 초원에 들어서니 톰슨가젤(영양의 일종)과 그란트가젤이 뛰어다녔다. 딕이 내게 물었다. "저기 타조 있네. 검은 것은 숫놈, 회색은 암놈. 알아요?" 야생동물은커녕 참새도 사라진 아파트촌에서 사는 내게 그런 상식을 기대하다니요. 그날 하루 종일 딕에게서 `동물 수업'을 받았다. 치타 두 마리가 얼룩말 떼를 쫓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저녁이 되자 멀리 구름 낀 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킬리만자로! 눈 덮인 산 킬리만자로, 조용필의 노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산에 로망을 갖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 땅에 있지만 국경 아주 가까이 있어서 암보셀리에서도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철에는 낮 동안 내내 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레인저(사파리 안내원) 딕이 "저녁이 되면 산 꼭대기가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처럼 낮 동안 하늘을 덮었던 뿌연 구름들이 걷히고 푸른 산이 보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는 열대의 만년설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그 눈마저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녹고 있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잡지나 다큐멘터리필름 속 모습보다 `눈 모자'는 확실히 작았다.



저 산이 킬리만자로랍니다.


코끼리가족은 엄마가 맨 앞 아빠가 맨 뒤, 단란하게 다녀요
생후 2주 된(딕의 말에 따르면) 아기코끼리도 보았어요. :)


어둑어둑해진 초원을 코끼리 가족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킬리만자로 기슭으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레인저 차량들은 모두 멈춰 코끼리 가족의 퇴근을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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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12-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마노아 2006-12-2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감탄이에요!

페일레스 2006-12-21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누님. 아프리카 가보고 싶드아드아드아... ㅠ0ㅠ

딸기야놀러가자 2006-12-21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아프리카에 꼭! 꼭! 가보셔요.
누구는 '미국 안 가보고 세상을 얘기하지 마라' '대통령이 미국도 안 가봐서야' 하는데, 그것도 일면 맞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아프리카에도 가보실 필요가 있다고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히히.
왜냐면, 우리와 다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깐...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배낭여행 가는 것보다 돈도 안 비싸고 거리도 비슷해요. 페일레스, 나도 아직 못 가본 곳이지만, 탄자니아에 꼭 가볼 기회가 있기를 바래. ^^

파란여우 2006-12-2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래, '가나 팔려간 아이들' 보면서 눈두덩이 뜨뜻.ㅠ.ㅠ
아프리카 어떻게 가는지, 여행경비는 얼마나 드는지좀 알려줘봐요.
세링게티 공원도 가고 싶고, 마사이도 만나 묵찌빠 하고 싶고...
당장은 못 가도 염소재벌되면 꼭! 가고 말테얌.
카드 왔어요. 부족한 사람의 글에 넘쳐나는 사랑으로 화답해주셨구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울 작은 딸기님하고도 메리 성탄하세요^^

딸기야놀러가자 2006-12-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언니, 아프리카는, 비행기 타고 가면 돼요 ^^
비행기를 좀 오래... 타야 하긴 하지만, 어차피 한국이 대륙 끝이라, 아시아 아니라면 어디든 오래 타야하니 큰 문제는 안 되겠지요. 유럽에서 갈아타도 되고 동남아에서 갈아타도 되는데, 저는 인도 뭄바이에서 케냐항공으로 나이로비까지 갔어요(실은 이게 좀 장난이 아닌 구석이 있지만 나름 재밌기도 했어요).
항공료는...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저는 아프리카의 두 곳을 가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돈이 좀 더 들었거든요. 100만원 좀 넘거나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렝게티하고 킬리만자로하고 잔지바르하고, 그런 것들이 모두 탄자니아에 있어요. 거기가 아마 우리 상상 속의 '아름다운 아프리카' 일 거예요. 언니 꼭 염소재벌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