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licia Keys - Unplugged
알리시아 키스 (Alicia Key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아마도 우리 나라 음악 쇼와 미국의 음악 쇼를 구분하는 데에 있어 확연한 선을 그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마도 이 '언플러그드'의 역할 비중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플러그드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아마도 90년 대의 언플러그드를 살리는 데 공이 컸던 머라이어 캐리와 너바나의 라이브 공연 음악을 듣고 나서 제 기억 속에 많이 자리잡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90년 대의 언플러그드 쇼는 참으로 대단했었는데,글쎄요. 그런 언플러그드가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아무래도 예전의 명성을 드높이기보다는 유지하기에 좀 더 바쁜 안타까운 상황으로 몰려있다고 많이 듣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음반 리뷰를 또 한 번 쓰게 만들어준 이 언플러그드 라이브 앨범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어쨌거나,언플러그드 쇼의 영향력이 좀 축소되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언플러그드 쇼의 예전의 명성을 회복시킬 뿐더러,그 영향력을 배로 증폭시켜 줄 아티스트가 이 쇼에 출연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오히려 이 공연을 고대해왔었다며,최고의 쇼를 연출해내겠다며 자신있게 언플러그드 쪽의 손을 잡은 아티스트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녀는 바로 현재 미국의 아티스트 중에서도 최고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알리시아 키스입니다. 20대 중반도 되기 전에 1집 1000만장 돌파의 신화,그리고 그래미가 매우 사랑하는 아티스트. 그리고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소울을 재해석시킬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겨우 2장의 앨범으로 증명해낸 대단한 아티스트입니다.
앨범에는 총 16곡이 실려있는데요. 이 앨범이 다른 앨범보다 귀중한 이유는 물론 알리시아의 라이브를 즉석에서 듣는 것처럼 바로 감상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중들의 환호와,바쁜 듯 열심히 빈곳을 메워주려는 풍성한 코러스와,알리시아의 나레이션,그리고 청중들에게 대화를 건네는 알리시아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이 음반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또 다른 매력을 더해줍니다. 앨범에는 1집의 히트곡,그리고 2집의 히트곡,2곡의 신곡과 고전을 재해석해낸 3곡의 노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 트랙은 아카펠라로 짧게 공연의 첫 시작을 알린 다음 바로 두 번째 트랙에는 2집 [A diary of the Alicia keys]의 세 번째 싱글 커트가 되었던 'Karma'가 있습니다. 강렬한 톤의 반주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알리시아의 보컬이 치고 들어오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빠르게 들려오는 바이올린 연주와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알리시아의 보컬,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전혀 안어울릴 것 같은 소리들을 하나로 결합하여 이 노래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곧바로 2집에 수록되어 있는 'Heartburn'으로 넘어갑니다. 가슴앓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노래 제목과는 달리 신나는 반주에 알리시아의 즉흥성 있는 보컬 처리와 가사 부분부분에 나오는 관악기의 연주,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달뜬 멜로디가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네 번째 트랙에는 역시 2집에 수록된 노래,'A woman's worth'인데요. 원곡과는 약간 느릿느릿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코러스와 맞물려지는 차분한 음색이 이 노래의 큰 매력이죠. 곧바로 이어지는 다섯 번째 트랙에는 신곡 'Unbreakable'이 실려있습니다.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인데요. 이미 빌보드 차트에 등장했더군요. 아마도 새 앨범의 첫 싱글로 낙점된 것 같습니다. 글쎄요,2집의 첫 싱글이었던 'You don't know my name'보다는 약간 화려한 느낌의 반주가 줄어들고 소박하지만 꽉 찬 코러스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녀의 음악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또 다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노력이 단박에 보입니다. 여섯 번째 트랙에는 프린스의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1집에 수록한 'How come you don't call me'가 있습니다. 신인이었던 알리시아의 리메이크 곡을 듣고 그 까다롭던 프린스가 단번에 좋다는 말을 내뱉었다는 소문 때문에도 잘 알려졌던 노래죠. 고전적인 느낌이 풍겨났던 리메이크 곡보다 언플러그드 쇼에서는 약간의 세련됨을 더 가미했습니다. 알리시아의 잘 다듬어진 피아노 연주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죠. 일곱 번째 트랙에는 2집에 수록된 'If I was your woman'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근데 솔직히 저는 듣는 내내 원곡이 더 좋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음반에 실려있는 노래는 알리시아의 보컬 처리가 훨씬 뛰어난 느낌은 주지만 약간 느려서 였는지 감흥은 별로 없었던 듯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훨씬 뒤떨어진다거나,그런 느낌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여덟 번째 트랙에는 그 유명한 2집의 두 번째 싱글 'If I ain't got you'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어떻게 듣더라도 정말 좋다는 느낌 밖에 설명을 못 드릴 정도로 매우 뛰어난 알리시아의 라이브가 짙은 코러스 음색과 기교 있는 피아노 연주와 잘 얽혀 있는 노래입니다. 한번 쯤 연인과 같이 이 노래의 매력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홉 번째 트랙에는 브론다 할로웨이의 곡인 'Every little bit hurts'가 있습니다. 매우 편안한 느낌으로 재해석된 노래입니다. 톡톡 튀는 알리시아의 보컬 역량이 잘 드러나 이 노래의 매력을 한껏 더해줍니다. 열 번째 트랙에는 나스와 같이 불렀던 'Streets of new york'이 약간 나레이션이 많고 좀 더 엇박자 스타일의 버젼으로 다시 부르고 있고,열 한 번째 트랙에서는 2004년이 낳은 최고의 락 밴드인 'Maroon 5'의 보컬이 애덤 래빈이 알리시아와 함께 롤링스톤즈의 명곡인 'Wild horses'를 불러 그들의 우정을 과시하는 동시에,여러 장르의 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채색할 수 있다는 알리시아의 자신감이 돋보입니다. 열 두 번째 트랙에는 2집의 네 번째 싱글 커트가 된 발라드 곡 'Diary'가 차분한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남자 코러스와 같이 호흡을 맞추는데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이 코러스를 맡은 보컬이 오히려 알리시아의 보컬을 누를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렇다고 알리시아의 보컬이 미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후렴구에 가서는 여과없이 큰 폭발력을 지닌 음색을 들려줍니다. 어쨌든,우리 나라와는 달리 이렇게 빈 칸을 메우는 코러스 보컬도 뛰어난 역량을 과시하는 것에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열 세 번째 트랙에는 2집의 첫 싱글 'You don't know my name'이 있는데요. 원곡보다는 소박한 반주이긴 하지만 원곡이 가지고 있던 고전적인 느낌의 훅은 여전히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아니,오히려 소울의 맛을 더 잘 살려내고 있다고 할까요. 약간은 화려하게 치장했던 원곡과는 달리 투박하다시피한 드럼에 간간히 드러나는 관악기 연주가 허스키한 알리시아의 보컬과 멋들어지게 결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열 네 번째에는 신곡이 자리잡고 있고,열 다섯 번째에는 대박을 터뜨린 1집의 첫 번째 싱글 'Fallin'이 약간은 동양적인 첫 간주와 함께 등장합니다. 마지막 열 여섯 번째 트랙에는 이제 알리시아가 랩퍼들을 끌어들여 힙합을 시도합니다. 매우 흥겨운데요,소울과는 좀 낯선 장르라고 해도 레게와 힙합을 제대로 결합시켜 또 한 번의 훌륭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21세기가 낳은 최고의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최고라 일컬어도 아깝지 않을 알리시아 키스. 그런 그녀의 음악이 여기 언플러그드 라이브 쇼에 영감을 주고,팬들의 기억에 머물러 있으려 합니다. 아직까지 그녀에 대해 문외한이신 분이 있다면,아니면 아직까지 그녀의 1집 아니면 2집을 구입하시는 걸 아직까지도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먼저 이 언플러그드 앨범을 들어보시고 정규 앨범을 사시는 건 어떨까요. 라이브 음악은 스튜디오 음악보다도 청중들과 더 밀착될 수 있는 음악입니다. 그녀의 능력을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으시다면,생생한 음악을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여기 알리시아 키스의 언플러그드 음반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음반의 열 여섯 번째 트랙이 끝나갈 즈음이면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을 고대하시는 건 당연지사이실 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