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는 거의 다 본 편인데,나는 '톰 크루즈'에 대해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의 전 와이프였던 '니콜 키드먼'에게는 마구 열광하면서 왜 '톰 크루즈'에게는 냉랭하느냐,친구들이 가끔 물어도 별 다르게 할 말이 없었던 나였다.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주연한,이른바 호화 캐스팅인 '콜래트럴'은 작년에 엄마랑 같이 영화관에서 본 영화였다. 그다지 기대 안하고 봤다. 볼 영화가 없어서 시간 때우기로 봤다는 게 적당할 것이다. 아니,그건 나한테 통하는 말이고 엄마가 톰 크루즈를 좋아해서 봤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킬러로 분장한다. 최초로 악역을 맡았다고 하는데,희끗희끗한 흰 머리에 중후한 매력을 뽐내는 빈센트 역할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레이'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제이미 폭스는 여기서 소박한 택시운전사로 나온다. 그저 하루하루 만족하는 생활에,낙천적인 전형적인 흑인 택시기사다. 물론 그에게 꿈이 있지만 아직까진 먼 얘기고. 어느 날 택시 운전사 맥스(제이미 폭스)의 택시에 빈센트가 택시를 하룻동안 빌려야겠다며 대뜸 그의 차에 오른다. 총으로 위협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빈센트 앞에서 맥스는 무력할 따름이고 그를 쫓아다니며 행선지로 가는데 빈센트는 바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라는 것을 알아챈다. 맥스는 벗어나고 싶어하지만,잔혹한 빈센트는 그를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를 통해 직접 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여기서 영화 '콜래트럴'은 단 하룻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빈틈없이,그리고 긴박감을 조성하면서 화려한 도시 야경 속의 살인을 약간은 무뚝뚝하다시피 객관적으로 그려낸다. 결말에서 빈센트는 지하철 안에서 죽게 되는데 새벽의 기차는 무심히 그의 시체를 싣고 달릴 뿐 누구 하나 그의 죽음을 맥스와 여변호사 애니 빼고는 알지 못한다. 영화는 사람들의 무관심,즉 도시의 차가운 이면을 그려낸 듯 하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라는 식의 빈센트의 말은 점점 문명화 되어 가지만,그로 인해 점점 사람들과는 정을 끊게 되고 복잡해져가는 세상에 통렬한 비판을 던진 함축적 한마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겐 어려운 영화였다. 그저 재미로 영화를 보러다니던 나에게는 무언가 우울했다. 한 번 더 보면 영화의 내면에 숨겨진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와 이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는데,그 때 어떤 여자가 자기 애인한테 하는 소리를 무심결에 들었다. " 오빠. 도대체 이 영화 뭔 소릴까? 톰 크루즈 이상하게 나왔어. " 나도 그 질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톰 크루즈가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나는 톰 크루즈가 좋아졌다. 비로소,그가 자신의 역할을 찾아 명연기를 펼쳤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