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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조너선 울프 지음, 김경수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80년대 [자본론]을 비롯해 [경제학, 철학 수고], [도이치이데올로기 경제학, 철학 수고]등 마르크스 대부분 서적은 금서였다. 그이유는 이른바 이념서적이라 하여 불온서적에의해 조장된 일부 학생들의 의식화경향이 더 이상 방치할수 없는 선에 이르렀고, 특히 자율화이후 점차 격렬해지던 학생들의 시위구호가 「통일논의 자율화」「반공 이데올로기 거부」에까지 이른것은 바로 대학가 서점에서 마구 팔리는 이른바 이념서적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치, 사회는 암울했고, 대학가에는 늘 전경과 학생이 대치하는 양상이었다. 캠퍼스에는 꽃냄새보다는 최루탄 냄새가 진동했고, 많은 시간 휴강과 데모로 시간을 보내던 그런 시대에, 나는 선배들과 동아리방에 모여 많은시간을 이념서적과 논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대학 초년생이었고, 나의 짧은 이데올로기적 지식은 늘 논쟁에서 패배를 맛보곤 했었다. 당시 가장 읽기 힘들었던 책이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었다.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내용이 상당히 어려워 이해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은 중도에 포기했지만....
오랜시간이 흐른 지금,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를 접하게 되었다. 마르크스라는 이름에서 오는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내용이 딱딱하고, 다소 무게감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책을 받고서 나의 예상이 빗나갔음에 가벼운 웃음이 나오기 까지 했다. 20여년만에 만난 마르크스는 과연 어떠할까? 물론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의 새로운 저서는 분명 아니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런던대 철학과 교수 조너선 울프가 저술한 마르크스 입문서이다. 마르크스에 접해보지 못했거나, 마르크스를 처음 접하고자 하는 초보자에게 알맞은 상당히 잘 정리된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책을 보면서 두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그 첫번째 의문점은 번역판의 제목이다. 원제[Why Read MARX Today?-왜 오늘날 막스를 읽어야 하는가?]가 있는데 굳이 왜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로 한것일까? 독자들로 하여금 좀더 쉽고, 이해하기 좋게 하기 위함이었을까? 두번째는 방대한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내용을 190여 페이지의 분량에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였다. 그러나 두번째 생각은 이책을 펴는 순간 여지없이 깨졌다. 체계적이고 잘 정리된 듯한 구성, 당시의 시대상과 그시대의 다른 정치, 경제, 철학자와의 관계등을 일목요연하게 배치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왜 그렇게 되었고,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등등을 알기쉽게 풀어놓았다. 이책은 크게 4장으로 분류해놓았다. 여기서는 각 장의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하겠다.
다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장 서문에서는 '왜 마르크스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라는 명제를 던지고, 이어서 마르크스의 생애와 작품, 이책의 구성등이 포함되어 있다. 2장에서는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악명놓은 주장인 '종교는 민중의 아편"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으로 '역사 유물론의 철학', '노동과 소외', '화폐와 신용', '자유주의', '해방'의 순서로 서술해 놓았다. 3장에서는 계급, 역사, 자본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4장에서는 왜 여전히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가? 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대한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나 저자 조너선 울프의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를 따라가다보면 읽는이로 하여금 자칫 저자의 시각에 빠져들어 냉철한 판단이 흐트러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는 특히 마르크스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마르크스가 책에서 역설한 많은 사상적 내용이 당시나 현재나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것이다.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는 위대한 사상가중의 한명인 마르크스의 작품, 사상등을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마르크스를 처음 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것이다.
하지만 이책 하나로 마르크스를 다 알았다는 우를 범하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