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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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힘들고, 어렵고, 두렵고, 답답할때 나는 나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고등학교 3학년때 대학입학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1년 뒤 지금의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내가 합격했는지 아니면 재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텐데 말이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취직시험과 면접을 보고 와서도 나는 똑 같은 생각을 했다. '일주일뒤의 내 모습을 미리 볼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내가 합격을 했는지 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을텐데라고. 세월이 흘러 결혼할때가 되어 과연 나는 언제 결혼을 하고, 나의 상대와 자녀는 과연 몇이나 두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때 여지없이 미래의 내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하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하곤했다. 지금도 간혼 일을하다 그러한 부질없는 생각을 하곤한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을 주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 이런 물음에 처음에는 분명히 행복할 것이라고 아니 적어도 나의 궁금증은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모든 것은 순리대로 살아야 하며 시간만이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진실이었다. 단지 나는 지금 이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이라는 것은 이토록 사람을 현실적으로 만들어 버리나보다 싶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바로 내가 알고 싶어하던 미래의 예지를 다룬 단편들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여기서 잠깐 다카노 가즈아키가 누구인가 짚어보고 넘어가야겠다. 그는 2-3년전 나에게 일본소설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 작가 중 한명이었다. 바로 13계단으로 말이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던 기억과 치밀한 구성과 짜임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작가였다. 이후 한참이 지나 '그레이브 디거'가 나오고 최근 나온책이 바로 이 작품인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빼고 5편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미래 예지 능력자 케이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드닷없이 지나가는 여자에게 다가가 '당신 6시간 후에 죽어'라고 말하는 다소 황당한 시작.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케이시가 말하는대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 여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6시간을 함께 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를 죽이려하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혹시 케이시가?... 

첫작품 '6시간후 너는 죽는다'와 마지막 작품 '3시간후 나는 죽는다'는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두 작품 사이의 차이라면 첫작품은 미래의 모습을 보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반면 마지막 작품은 그 미래를 바꾸어놓는다는 것 정도. 나름대로 마지막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박감과 긴장감이 감도는 작품이었다. 작품소개를 보니 2008년에 일본 TV에서 특집 영화화 했다고 한다. 꼭 한번 보고 싶어졌다. 

그 외의 3작품 시간의 마법사는 기묘한 느낌이드는  딱 일본스타일의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고,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한 작품 '돌하우스 댄서'는 자신의 룸메이트를 위해 자신이 포기하는 모습속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 기시감을 느끼면서 마지막에 자신의 모습을 찾는 장면이 흐믓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임의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간혼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일이 시간이 지나 아무것도 아닌 듯 거짓말처럼 해결되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믿으면 될 것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시간이 지나면 바로 현재이고 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p.250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지요. 긴 삶에서 겨우 그것을 알았다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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