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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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서평단 신청해서 함께 읽었다가
나 혼자 가슴 먹먹해졌던 책.

매미에게는 아직 소화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른인 나의 시각에서의 착각일 뿐이고

매미는 매미가 좋아하는 포인트로 책을 받아들였다.

요즘들어 매미를 위해 읽는다고 착각하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힐링과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나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정은 90%쯤이 반성인데
그리고 나는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매미에게 내용을 전달해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직은 이르다. 하며 접어두었는데

매미는 정말 '그림책' 으로써 잘 받아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환경 과 #어른들의욕심 #생태계파괴 등에 대해서 다가가는 동시에
'팬더도 엄청 폭력성이 짙다던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매미는 #눈보라 가 진흙을 묻혀 #팬더 가 된 것에 초점을 맞춰서 받아들였나보다.

재밌게 듣길래 두어번 읽어주었고
매미는 팬더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 이거 봤지.! 이렇게 누워있었지!!!" 하면서
에버랜드에서 만났던 팬더를 기억하며 흉내를 냈고! (그걸!!! 그 누워있는 자세를 기억하다니!! 내새꾸... 라며 감탄... 허허이러지 말아야지 했으나 어쩔도리 없다 ㅠㅠ)

이걸 코로나까지 연결 시켜서 설명해주어야 하나 고민하는 35개월의 엄마였는데
그랬다간 매미가 질려할 것 같아서 두었었다.

그러다가 그림을 그리는 통에 하얀 내복을 까맣게 만들어놓더니
"빨면되지" (아니 내가 빠는데 왜 꼭 니가 된다는거야? 그 멘트는 엄마꺼지) 라더니
"오오 엄마 나도 팬더" 라고 말해서.
엄마를 가득 만족 시켜주었던 매미였다.

성인으로서 이 책을 받아들이자면
어떻게 이 작고 얇은 책에 인간의 탐욕과, 그 탐욕으로 인한 문제를 가득 함축적으로 담아내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요즘들어 계속해서 느끼는 바이지만, 매미와 함께 그림책을 접하게 되어 너무 다행이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생각을 해야하는 여백을 주는, 글자 가득한 책은 싫다고 여겼었다.
그 책 안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 전달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그에 따른 결론까지 가득 담아내서 전달해주는 책을 읽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과 고민이 파생되는 것이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다.
이게 작가가 원한 답이야? 이게 그 방향이 맞아? 하고 옳고 그름만을 따졌었다.

그런데 요즘 그림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림책은 그림과, 많지 않은 활자로 많은 것을 전달하고 그 여백속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그것이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었는지 그렇지 않은 방향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35개월의 내 아이가 이 책을 받아들일 때, 환경과, 인간의 탐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하얀 곰이 검정 얼룩을 묻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 부분을 즐거워하는 걸.
나도 내 나름대로의 포인트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그 '고민 한번', '생각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변화시키고 책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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