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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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라이프>가 국내 처음 소개되었을때부터,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알았다. 일본소설 열풍 속 제법 주류에 속하기도 했던 그의 문체는 어느 햇살 따스한 오후의 낮잠처럼 편안하고 그러면서도 내 일생에서 그 낮잠이 어떻게 소중한지를 알게 해주는 깊이가 있었다. 빠져들고 싶지는 않지만, 놓치고도 쉽지 않은... 딱 그 정도의 깊이.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소설을 놓쳤다. 내가 나이가 든걸까, 아니면... 국내 출판마케팅의 흐름상 좀 작가가 뜨기만 하면 그 이전의 중단편들까지 모아다가 마치 신간인양(뭐 아주 작게 표시는 해둬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잘 읽지 않고 사는것이겠지만) 쏟아붓는 탓일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접하는 그의 책들을 통해서 그는 나이를 먹지 않는 것 처럼 보였고, 어느새 더 이상 일상을 얘기하기엔 바빠진 나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악인>은 2001년 12월의 후쿠오카, 어느 산골에나 있는 '귀신 나타나는 도로' 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소재이긴 하지만, 미스테리라고 하기엔 뭔가 한층 새로운 버젼의 기종을 본 느낌이랄까. 역시 ... 요시다였구나 하고 반성하는 느낌이랄까. 다시 만나 반가워요. 슈짱!ㅋ

단숨에 읽어버렸다.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의 글은 초반 발동이 잘 안걸린다고 하는데 사실 <악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반부터 펼쳐지는 사건의 진도와 등장인물의 인터뷰식 독백은 그 어떤 미스테리보다 숨가쁘게 책장을 붙들게 한다. 초반의 지루함은 마치 뒷부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약았다. 그 어떤 인물도 그냥 점선면으로 남겨두지 않는 그의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나를 단순히 독자가 아닌, 때로는 가해자 때로는 피해자로 주물럭거리며 심장을 요리한다. 어느새 나는 부끄러워진다. 사소한 일로 사람을 평가하고, 똑같이 사소한 일로 스스로 우쭐거리며 가볍게 혀를 놀리며 살고있다. 책장을 다 덮고 나면, 심장 위에 뭔가가 묵직하게 올려진 느낌이 날 것이다.

시미즈 유이치.

진실이 죽임을 당할까봐 두려워, 거짓을 죽인 남자. 그가 악인...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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