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내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지역은 대부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미국에 가게 된다면 이상한 사람들과 악령들로 넘쳐나는 마을 트윈 픽스(드라마 <트윈 픽스>)와, 마찬가지로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한 스프링필드(<심슨 가족>이 사는 바로 그 마을)를 꼭 한 번 들러보고 싶고, 일본에 간다면 소용돌이로 가득 찬 쿠로우즈 마을(이토 준지 『소용돌이』)에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지만, 차라리 아틀란티스 제국이나 버뮤다 삼각지대로 가는 게 훨씬 더 실현가능성이 큰 것 같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파리의 퐁네프다리랄지(레오스 카락스 <퐁네프의 연인들>), 홍콩 중경 거리에 있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왕가위 <중경삼림>) 같은 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지만, 지금은 영화에서 느꼈던 아우라는 모두 사라지고 생경한 모습만이 남아 있다. 이 잔인한 예술가들은 단순한 배경에서도 정수라 불리는 것들을 다 뽑아내고 껍데기만 남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 반대일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감정을 이입하게 해서 바라보게 한 후, 일상은 사라지고 그 특별했던 느낌만이 남는 경험.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룬 공간은 함부로 찾아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쌓아온 나(와 작가)의 감정을 부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험은 꼭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고, 그 배경이 된 곳을 가 보았더니 진짜로 그와 비슷한 감흥을 느꼈던 일이 있었으니까. 바로 신경숙 작가가 「깊은 숨을 쉴 때마다」에서 묘사한 제주도, 성산포가 그렇다.  

이 책을 읽었던 때는, 군대 시절, 아마 1999년 가을 혹은 겨울이라고 생각한다. 군대, 특히 소대에 있는 책장은 정말이지 별 희귀한 책들이 모여 있기 마련인데, 90% 이상은 쓰레기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참혹했다. 그나마 가장 많이 읽힌 베스트셀러가 이현세 작가의 『까치병장』과 같은 정훈만화였으니, 상황이 어떤지는 대충 감이 올 것이다. 그래도 그 빈약한 책장 안에 보석 같은 작품이 있었으니,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과 신경숙 작가의 「깊은 숨을 쉴 때마다」가 그랬다. 특히 「깊은 숨을 쉴 때마다」는 80여 페이지에 불과한 이 단편은 이상하게도 읽는 내내 울컥하는 감상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제대할 때 무례하게도 이 두 권을 몰래 가져오는 범죄를 저질렀다. 미안하다, 전우들이여. 대신 그대들의 뜨거운 청춘을 식혀줄 도미시마 다께오의 불후의 명작 『여인추억』 시리즈를 대신 서가에 꽂아놓았으니 그렇게 불만은 없었으리라 본다.  

이 책을 들고 제주도에 간 것은 제대 후 그해 겨울이었다. 당시 나는 5년간의 지독하고도 일방적인 짝사랑을 해왔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감정이 사랑이 아닌 집착임을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오기였을지도 모른다. 내 안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그 때,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을 남기고 홀로 겨울 여행을 떠났다. 그 때 생각으로는 멋진 결말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쪽팔린 일이 아닐 수 없다. S야, 네가 끝까지 날 상처 입히지 않게 배려한 것은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지만, 가끔은 네가 조금 일찍 내게 야멸치게 굴었다면 너에 대한 내 집착이 조금은 일찍 사그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해. 뭐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  

「깊은 숨을 쉴 때마다」는 신경숙 작가의 자전 소설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녀는 소설의 힘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처음은 제주 공항에서 시작한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는 성수기가 다 지난 초가을에 이곳 제주도에 왔다. 뚜렷한 목적은 없고, 추석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녀에게 가족은 굴레, 희생, 사랑, 증오가 뒤섞인 존재들이다. 잠시 가족을 피하기 위해 온 이곳 제주도에서, 그녀는 가족은 물론이고 지금껏 흘려보낸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는다.  

그녀가 먼저 간 곳은 협재다. 원래는 함덕에 가려 했으나, 택시 운전사의 만류로 협재에 간다. 그리고 그녀는 협재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젓는다. 협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토록 고운 모래를 본 적이 없고, 바닷물은 남태평양의 보석 빛을 듬뿍 머금었다. 신경숙 작가도 그 풍경에 흠뻑 취했음에 틀림없다. “얼마나 상쾌했던지 멀리 해안식당에서 내놓은 흰 비치의자 등에 쓰여 있는 카스라는 맥주 이름까지 친구 이름 같았다.” 난 아직까지 풍경에 관한 이만한 상찬을 읽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녀가 성산에 머무는 이유는 그곳에 여자가 안전히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있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그 우연이 이끌어준 성산에서 그녀는 우연히 두 여자를 만난다. 한 명은 그녀와 같은 호텔에 머무는 여인이고, 다른 하나는 호텔 맞은편의 집에 사는 말라깽이 소녀이다. 호텔에 투숙한 여인은 쌍둥이 동생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상태고, 말라깽이 소녀는 신장병으로 두 달에 한 번씩 피를 간다. 이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나 역시 이런 우연을 바라며 성산에 갔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린 것은 그런 낭만적인 우연이 아닌, 쓸쓸한 적막뿐이었다. 봄과 여름의 성산은 활기차고, 가을의 성산은 고즈넉하지만, 겨울의 성산은 쓸쓸했다. 차가운 바람과 비가 몰아치는 우중충함.  

소설의 그녀는 성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목초지와 군인들의 초소, 주민들만 이용하는 일출봉의 뒷길과 성산 초등학교, 호텔 뒤편의 당근 밭과 말라깽이 소녀의 집, 그리고 유도화가 핀 제성장과 피아노 교습소까지. 그곳은 저자가 묘사한 그대로 있었다. 감히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부를 수 있는 저자의 묘사는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그곳을 그대로 답사해 본 셈이다. 솔직히, 난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 『바이올렛』을 읽은 이후, 그 지독한 심리묘사에 지쳐 감히 다른 소설을 읽지 못한다. 마치 『식스티 나인』으로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시작한 독자처럼. 하지만 그 지독했던 『바이올렛』에서도 내 마음을 흔든 부분은 세종문화회관 뒷길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신경숙 작가는 공간을 묘사하는 것으로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그 공간을 따라 돌아다니면서 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서 위로 받고 있었다.  

“내가 잊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가끔 사람의 일이 물길같이 느껴진다. 산꼭대기에서 같이 흘러내려 오지만 굽이굽이마다의 샛길에서 헤어지고, 한번 헤어져 흐르기 시작하면, 다시 만나기는 어려운 곳으로, 서로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는 물길.” 소설의 그녀가 제주도 성산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해 보인다. 물길이 모여 흐르기 시작하면, 종국에 도착하는 곳은 바다다. 그녀는 일출봉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한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물길은 결국 이곳 바다에서 만난다. 피하고 상처 입었던 가족 간의 관계는 이곳 성산에서 봉합된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 바다, 속죄와 관용의 바다. 혹은 다시 태어나게 하는 바다.  

그녀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쓴다. 깊은 숨을 한 번 머금고. 그녀의 깊은 숨은 생에 대한 의지다. 상처로 얼룩진 그녀의 인생은 치유 받지는 못했지만, 다시 세상을 바라보며 살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용기는 얼마나 힘든 것인가. 그녀는 오늘도 마음을 다잡고, 깊은 숨을 쉬며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치기 어렸던 기억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이 내 삶의 한 부분임을 기꺼이 인정하며, 힘들 때 마다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다잡고 살아갈 것이다. 부정하지 말고, 그 자체를 끌어안고 살아가기. 이게 신경숙 작가가, 성산의 겨울 바다가 내게, 그해 겨울에 들려준 이야기였고, 난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0-06-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이벤트 잊고 있었네요.
이책 하도 오래 전에 읽어 기억이 안나는데
배경이 제주도 성산이었군요.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쓰라는 말이 있듯이
이것에 가장 충실한 작가가 아닌가 싶어요.
저도 만일 소설을 쓴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구요.흐흐

Tomek 2010-06-29 14:04   좋아요 0 | URL
stella09 님의 소설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백 사장과 선우가 할 말이 있다고 하길래... 여러모로 달콤 쌉사름한 결과지만,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 

 

     괜찮아
     괜찮아
     여기까지는 괜찮아
     중요한 건 추락하는 게 아니라
     착륙하는 것이야
 

- <증오(La Haine)> 중에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MBTI - 성격.성향 테스트 (정확도 90%)

▩ ISFJ 임금 뒷편의 권력형 ▩

조용하고 차분하며 친근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헌신적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온정적이며 헌신적이고, 침착하며, 인내력이 강하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며, 일 처리에 있어서 현실감각을 갖고 실제적이고 조직적으로 처리한다.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할 때까지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꾸준히 밀고 나가는 형이다. 때로 의존적이고 독창성이 요구되며 타인에게 자신을 충분히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타인의 관심과 관찰력이 필요한 분야, 즉 의료, 간호, 교직, 사무직, 사회사업에 적합하다. 이들이 일을 하고, 세상일에 대처할 때 그들의 행동은 분별력이 있다.
 


▒ 일반적인 특성 ▒

자기 의견을 끝가지 주장하지 못하고 다수 의견에 따르게 된다 (ㅠ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 힘들어한다

끈기 있고 성실하며, 안정감이 있다

치밀성과 반복을 요하는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인내력이 있다

보수적이며 새로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직에 안정감을 준다

자기주장이 강한데 비하여 표현이 적어 속병이 많다.(위장병, 심장병 등)

많은 것을 가슴에 묻어 둔다 (크아~ +,.+)

남들은 좋으나 본인이 힘들다 (크아~ +,.+)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좋아한다 (ㅎㅎ)

현모양처 감이다

나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다

책을 목차서부터 읽기 시작하여 끝까지 읽는다 (어느 정도는 맞는듯 해요)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

무슨 일을 할 때 먼저 주변 정리부터 한다 (ㅋㅋ)

여럿이 모여 떠드는 것 보다는 1 : 1 대화가 좋다

모험을 하지 않고 아는 길로만 간다

남에게 상처 줄까봐 말조심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싫은 소리를 들으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캬~ 절실!)

여럿의 대화 시 침묵을 지킨다

여행 시 짐이 많다 (거의 없는 편)

어른들이 좋아하나 본인은 힘들다 (크아~ +,.+)

맏며느리 감이다

가정적인 아빠다 (wannabe!!)

 



▒ 개발해야할 점 ▒

술,담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

술 안 먹고 노래방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 필요 (그 반대는 꽤 했는데..)

에어로빅 같은 활발한 운동이 성격개조에 좋다

 

 

90% 이상은 맞는 것 같아요. ^.^; 좋은 말만 있어서 좀 머시기하지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SHIN 2010-04-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메님도 인내심이 강하고 헌신하는 분이군요 ^^

저절로 2010-04-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ENFP 스파크형이라는데요. 우헤헤 잘하면 님을 '물수도' 있겠습니다.

^^ 2010-04-26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들은 좋으나 본인은 힘들다..란 말이 와닿네요.
그냥 옳은 일을 옳은 방식으로 진행하는게 얼마나 힘든가 하는 생각이 밀려드는..
 

1. 가위 

체력이 저하돼서 그런지 요즘 가위에 자주 눌린다. 어렸을 때부터 유체이탈을 비롯하여 가위에 질리도록 눌려본지라 그려려니하고 지나가는데, 요즘엔 여자귀신들이 내몸을 눌러대서 좀 무섭다. 신기한 게, 밖에서 독서하는 마눌님을 불러 같이 자면 여자 귀신들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무섭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응? 

 

2. 아침 운동 

저질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아침마다 한강변을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부실 체력은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모양이다. 걷기만 했는데도 온 몸이 쑤시고, 발바닥엔 물집이 잡혔다. 요즘엔 걷기조차 힘들다. 건강해지려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전보다 덜 움직이는 것 같다. 이것도 통과의례인가. 

운동을 하면서 강변북로에 꽉 차있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얼마전까지는 저 속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왔다고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는다. 쉬는 게 좋기는 좋다. 확실히. 밥만 해결된다면야.

 

3. 원고 

처음으로 의뢰를 받아 글을 썼다. 글을 쓰고 읽어봤다. 한심했다. 체력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부실한지라 금방 밑천이 드러났다. 다시 새로 쓰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손에 들고 있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알기에 마감하고 올렸다. 역시 함부로 들이대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보다는 부끄럽고 무참하다. 이것도 통과의례인가. 

 

4. 블랙 달리아, 백야행 

책과 영화 덕분에 근 5일간 엘리자베스/매들린, 케이, 유키오/유미호 생각만 했다. 그래서 여자귀신 가위에 눌렸나? 잠자리에 드는 게 무섭다. 

 

5. 술 

어쩌면 술을 끊어서 생긴 환각 증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 오늘 한 잔? 이런 생각을 하는 날 바라보면, 진짜 알콜 중독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6. 셔터 아일랜드 

요즘 이 음악만 일주일째다. 처음엔 난해해서 싫었는데, 몇 번 귀에 익고나니 이만한 앨범이 없는 듯 하다. 기상천외한 현대음악과 클래식, 올드팝의 조화라. 이 음악들은 이상하게 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듣는 음악은 Aerosmith의 라이브 부틀렉 앨범. 스티브 타일러의 찢어지는 음성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물론 그의 딸도 매력적이지만. 

 

7. 헤이즐럿 

그래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빼 놓기는 서운하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포지 2010-04-1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랑 완전 비슷하군요. 헤이즐럿 빼고는... tomek님도 드립 커피 강추에요... 그런데 담배는 안태우시나 보내요...

Tomek 2010-04-12 10:37   좋아요 0 | URL
드립을 샀어야 했는데.. 어슬프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서 날마다 고생입니다. 담배는 2001년인가에 끊었어요. 술을 끊어야 하는데... ㅡ.ㅡ;;;

Forgettable. 2010-04-1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미호!!!!!!!!!! 손예진 진짜 대단했죠. 근데 한국 영화보신거 맞으실라나..
가위눌리실만 하다능 -_-

전 사랑니 뽑고 지금 4일째 금주중인데, 죽겠네요. 술마시고 싶어요;;
한강근처 사시나봐요. 전 요새 운전 면허 배우는거 끝나고 운동삼아 집에 걸어오는데, 요즘 날씨가 좋아서 걷는게 재미있어요. ㅎㅎ

Tomek 2010-04-12 10:38   좋아요 0 | URL
사랑니는 잘 뽑으셨어요? 전 뽑고나서 바로 술마신 것 같은데.. ㅎㅎ 요즘 걷기에 날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주변에 재개발때문에 좀 그렇지만.. ㅠㅠ
 
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앞서 마이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신간평가단 5기 활동기간동안 정신없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총 12권, 1주에 1권꼴의 평범한 독서를 한 셈이였습니다. 역시 흐름에서 벗어나니 큰 틀이 보이는군요. 평균적인 시간에 평균적인 독서를 한 셈이니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6기 때부터는 조금 더 자유로운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 대한 코멘트는 마이리스트에서 해놓았으니, 이번 결산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5기 인문서적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이 책은, 아마도 활동기간 내내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인문서적을 읽는 것은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 겪는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서평까지 써야 한다니 그 부담감은 이루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택했던 방법이, 책을 읽으면서 각 장마다 요약을 하고 인용문을 적는 것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틀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서평에는 적어놓은 것을 다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한 1/10 정도? 나머지는 삭제했습니다. 서툴게 읽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읽은 경우였고, 머릿속에서 머물러있는 (감상이 아닌)생각을 글로 풀어낸 예라고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의 책들은 이만큼 열심히 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 열심히 읽긴 했는데, 이렇게 메모를 하지는 않았지요. 대신 포스트잇을 사용했습니다. 저도 책에 줄치고 낙서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두 번째로 받은 이 책은, 지금와서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힘들게 읽었습니다. 책의 기획의도나 내용은 좋습니다. 좋은 사회를 꿈꾸며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다는 모습과, 사회 운동이 이념이 아닌, 자발성과 놀이로 할 수 있다는 생생한 예시는 식물처럼 생활하는 저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들 운동가들의 세세한 이야기가 그닥 재미있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아니라 '활동보고서'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왜 이렇게밖에 풀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였지요. 정신은 존중하나, 책으로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이번 서평단 활동 중 가장 빨리 읽은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을 들겠습니다. 책의 내용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힙니다. 저자는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별것 아니니까 어서 글을 써봐'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독일인이 독일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요. 한국이나 독일이나, 모두들 힘들고, 반복되는 쳇바퀴 일상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을 찾는 글쓰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나를 위한, 나를 찾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력은 충분히 전염될만 합니다. 

 

   자수합니다. 이번 서평단 도서의 서평을 쓰면서 끝까지 다 읽지않고 서평을 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이책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쓰지 말아야하지만, 의무감때문에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서평들중에서 가장 붕 뜬,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쓴 것 같습니다. 처음엔 서문만 한 세번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1장에서 3장까지는 그나마 꾸역꾸역 체증을 느끼며 읽었는데, 4~9장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부분은 건너 뛴 상태로 책을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절 넉다운시킨 책입니다. 하지만, 쓰러지고나니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시간 있을 때 조금씩 다시 읽을 예정입니다. 그때 되면 다시 서평을 쓰려합니다. 

 

   『이규태 칼럼』을 책으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치평론을 책으로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올 수 있는 것은 MB정권 덕이랄까요? 한번 소비되고 잊혀질 글이 책으로 묶이는 것은, 그의 글들이 명문이라기 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담은 글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올드보이>대신 <화씨 911>을 황금종려상으로 선택한 것과 같이, 정치적인 결정인 셈이지요. 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의 급박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소비되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은 2013년에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이며 디자인하며 굉장히 고루한 내용을 다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 예상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17명의 '명의'들은 모두들 존경할만한 분들입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회사원이 가정에서 빵점이듯,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명의들의 가정생활은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무관심의 연속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환자'와 '병(病)'만 생각하는 명의들을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때로는 촬영팀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시립니다. 의사로써의 사명을 지켜가며 불철주야 연구하고 근무하는 명의들과 그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가족들의 희생이 있기에, 적어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사회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발견. 가장 만만찮은 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책을 펼친 순간, 이렇게 쉽게 책에 빨려든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 생각합니다. 시와 철학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풀 수 있다는 것은, 둘 다 그 내공이 만만치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자 강신주 씨는 하나만 이야기해도 벅찰 대상을 정말로 쉽게 풀어냈습니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의 시를 가지고 마치 일상을 이야기하듯,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놓았습니다. 혹자는 이도 저도 아닌 쿡쿡 찔러본 책이라 비평했지만, 저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시와 철학을 한데 맛볼 수 있는 전체음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요리에도 어느정도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리영희'라는 사상의 은사를 그저 활자화된 인물로 여기고 평생을 살뻔한 제게 '찬물 한바가지를 끼얹은' 책입니다. 90년대 학번들에게 있어서 '리영희'라는 인물은 70년대 학번들처럼 사상의 은사도, 80년대 학번들처럼 극복의 대상도 아닌,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과거의 박제화된 인물이거나, 활자로 만나는 인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2010년, 21세기를 맞이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선생님의 여러 면을 통해 한국사회를 읽을 수 있고,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던 흔치않은 사람. 이런 선생님을 은사로 모실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과학관련 도서는 '뉴턴'에 관한 책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인문학과 출신인 제게는 과학이란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분야였지요. 이 책은 요즘 많이 언급되는 진화론의 허구에 다뤘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크게는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느낌이 오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갈수록 저자에게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낙 생소한 분야이니 그럴 수 밖에요. 가능한 저자와 팽팽하게 글을 읽고자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끌려다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우주는 커녕, 인간의 뇌 조차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무기력함을 무력함으로 읽어야할지, 새로운 희망으로 읽어야할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인문서적 중 가장 흥미진진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미국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과 석유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지요. 이 책은 석유가 1 갤런(약 3.7리터) 당 2달러씩 오르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하는 것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부터 석유와 밀접한 우리의 삶은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분의 매체는 '종말'의 분위기가 나는 반면, 이 책은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낭비의 삶에서 절약의 삶으로, 미국인의 무분별한 낭비와 소비가 절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죠. 가설에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꽤 유쾌한 내용입니다. 살기 좋은 지구라! 가슴이 설레는 말입니다. 

 

   『역사의 공간』이후로 녹록치 않게 읽은 책입니다. 작은 판형과 200여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두께의 책인데도, 표상정치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개념들의 난립으로 만만치 않은 독서를 요하는 책입니다. 읽기는 읽어서 서평도 쓰긴 했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읽었는가에 대해선 회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상을 개념화시키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에 대해서, 나와 가장 밀접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멀리 떨어진 일상을 개념화시키고, 그만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이책. 아직 독서 중이라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독서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이란 것은 저자와 편집자의 결과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 씨는 '독자의 편집' 또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편집을 하고, 편집자가 저자의 텍스트를 편집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면, 독자는 그 책을 가지고 자신만의 편집술을 이용해 저자와 독자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이 독서지요. 대신 무턱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계통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독서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1/3정도 남은 상황이어서 쉽게 단정짓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독서관련 책들 중에선 단연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항상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대신 후회는 없지요.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책읽기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임: 

세 번째 질문의 대답이 빠졌네요. 처음 읽었던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에서 뽑았습니다. 항상 '처음'이라는 경험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은 투표와도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에 따라서 가까운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