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피 (Sweetpea) - 하늘에 피는 꽃 [재발매]
스위트피 (Sweetpea) 노래 / 파스텔뮤직 / 2009년 7월
품절


스위트피(달콤한 오줌? ㅎㅎ)는 지금은 휴업중인 '델리 스파이스'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은 김민규 씨의 일인 프로젝트 밴드입니다. 데뷰 EP 『달에서의 9년』과 1집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로 밴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음악적 실험을 하던 그는 이번 2집 앨범에서 포크로 돌아옵니다. 시니컬한 노래와 감미로운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불러제끼는' 그의 미성은 괜시리 마음을 울적하게도, 설레게도 만듭니다. 2집 앨범 『하늘에 피는 꽃』은 울적함보다는 설레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2004년에 구입한 이래로 해마다 봄이오면 부러 찾아서 듣는 앨범이지요.

2004년에 발매된 초판에는 본 앨범과 데뷰 EP(절판되어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던 소문난 앨범)가 함께 들어간 패키지였습니다. 아쉽게도 재발매된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죠. 시니컬의 극치를 보여주는「오! 나의 공주님」과 델리 스파이스와는 다른 버전인「인연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도 감미롭지만, 이 앨범의 아트워크는 경탄을 불러일으킬만큼 뛰어납니다. 정말이지 '먹음직스러운' 앨범이라할까요? 속지의 삽화와 가사는 '딱'이다 싶을만큼 예술적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데뷰 EP의 모습입니다. 언제 들어도 독특한 감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고보니 이 앨범은 제가 알라딘에서 제일 처음 구입한 상품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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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ss kiss」 ♬
    from 내가 읽은 책과 세상 2010-04-04 19:39 
                     I'm gonna believe in your eyes                So please don't say love is blind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3.5집 전투형 달빛요정: Prototype A [재발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 / 미러볼뮤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멍멍대면 너는 찍찍대고 나는 개 너는쥐         
              내가 멍멍대면 너는 찍찍대고 나는 개 너는쥐


              나는 개         


              왜 날 빨갱이로 만들어 왜 날 혁명가로 만들어         
              니가 아니어도 나는 개         
              왜 날 광장으로 내몰아 왜 널 상대하게 만들어         
              네가 아니어도 나는 개 너는 쥐 나는 개 너는 쥐


              나는 개 너는 쥐


              왜 날 빨갱이로 만들어 왜 날 혁명가로 만들어         
              니가 아니어도 나는 개         
              왜 날 광장으로 내몰아 왜 널 상대하게 만들어         
              네가 아니어도 나는 개 너는 쥐 나는 개 너는 쥐


              왜 날 빨갱이로 만들어 왜 날 혁명가로 만들어
              니가 아니어도 나는 개         
              나의 혁명은 시작됐어 너의 삽질은 끝날 거야
              그날이 와도 나는 개 나는 개 나는 개 

- 달빛요정 「나는 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가 돌아왔다. '역전만루홈런'을 떼어버리고, 그 앞에 '전투형'이란 단어를 달고 다시 돌아왔다. "손모가지 분지르고 / 발모가지 잘라내고" 「절룩거리네」를 부르던 그가,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 스끼다시 내 인생"을 부르며 자학하던 그가 전사가 되어 돌아왔다. 그가 갑자기 각성했다기 보다는, 지금 이 세상이 그가 이런 노래를 부르게 종용한 셈이다. 이전에 부른 노래가 막연하게 '한국사회'를 비판했다면, 이번 음반에서는 명확하게 그 비판 대상을 직시한다.

   이제는 유리상자 류의 "그대는 내 청춘의 무덤"이라든가, "첫눈 오는 날에는" 등의 서정적인 가사는 당분간 듣기 힘들 것 같다. 그의 전투는 적어도 3년은 계속 될 듯 하니까. 다행인 것은, 가사는 전투적이 됐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경쾌하면서 가슴시리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하게 그만의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한다. 

   앨범 커버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그는 무모하게도 MB정권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막강한 각하 로봇과 수세에 몰린 달빛요정 로봇의 모습은 애초부터 무모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린다. 

 

 

   총 6곡의 곡은 지금 이 답답한 세상을 향한 사자후로 들린다. MB시대의 '운동가요'로 불릴만한 네 곡 「축배」,「입금하라」,「나는 개」,「피가 모자라」는 들을 수록 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 네곡은 확실히 선동성이 있다. 그렇다고 서정적인 요소를 완전히 지운 것도 아니다.「치킨런」은 달빛요정의 서정성을 아직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노래다. 아니, 아름답다기 보단 가슴이 아린 경우라 해야겠지. 굳이 88만원 세대가 아니더라도, 이 땅에서 뮤지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 말하네 / 그래 알았어 / 그냥 찌그러져 있을게" 

 

 

   전투형 달빛요정의 이번 새 음반은 짧지만, 심금을 울리는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언젠가 주말 가요프로그램에서 달빛요정이「나는 개」를 부르는 모습을 기대한다.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 하지만,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나, 이곳 알라딘 차트에서라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진 않을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큰 실천은 자신의 지갑을 여는 일이다. 그의 전투, 아니 우리들의 전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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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Lucid Fall) 정규 4집 - 레미제라블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제가 이 음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들으면 들을수록 울적해지는 무참함에 자판을 두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자의 입장에서 몇 마디 적어야겠지요. 음반을 받은 수요일, 집에 도착해 CD를 데크에 넣고 플레이가 되기를 기다리는 그 찰나의 짧은 시간마저도, 두근거림으로 인한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전 루시드 폴의 음악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한 곡, 한 곡 스피커에서 그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전 그가 조곤조곤 읊조리는 외로움에 울적해졌습니다. 그 울적함은 체념이나 미련의 울적함이 아닌, 미안함과 죄의식의 울적함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더이상 골방에 틀어박혀 지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에 걸어나와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소외된 존재에 대해 노래합니다. <미선이>때 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를 '내지르지' 않습니다. 그는 소외되고 잊혀진 자들이 되어 그들을 노래합니다. 감정을 자극해 눈물을 짜내지 않습니다. 그냥 그들의 입장이 되어 세상에 남아있고 그들을 잊은 우리들에게 노래를 합니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중에서-                         

 

                    서서히 밀려오던
                    군화 소리
                    대검의 빛
                    줄어드는 시간

                    (......)

                    시간이 흘러가도
                    기억속의 그대 얼굴
                    지워지지 않아
                    작은 풀 하나 피지 못했던
                    차가운 여기 이자리에
                    홀로 남은 날 잊어 줘요
                    이제는 볼 수 없어도
                    그대는 나를 잊어요  

-「레미제라블 Part.1」에서-                        

 

                    죽어가던 사람들
                    싸늘하게 쓰러져
                    빛을 잃은 빛나던 도시
                    믿을 수 없던 비명소리
                    이제는 믿을 수 밖에
                    그대는 오지 않으니

                    (......)
         
                    시간이 흘러가도
                    기억속의 그대 얼굴
                    지워지지 않아
                    눈이 보지 못해도
                    귀가 듣지 못해도
                    차가운 여기 이 자리에
                    그대 있음을 알고 있죠
                    아직 날 울리는 사람
                    어떻게 그댈 잊어요  

-「레미제라블 Part.2」에서-                     

 

   노래를 들어보면 「평범한 사람」은 용산참사를, 「레미제라블 Part 1, 2」는 광주항쟁을 노래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노래들은 '우리들'을 위해 노래하고 있지 않습니다.  '울고 있는 내 친구여, /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와 같이 「평범한 사람」은 아직도 용산참사에서 죽은 '평범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싸우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따듯한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욕을하고, 이젠 그나마 그들을 '사건'으로 박제하려고 하는 '저'같은 놈은 이 노래를 듣고 슬퍼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노래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해 눈물흘리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레미제라블」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광주항쟁에서 공권력으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녀의 애틋한 사랑으로 풀어놓았습니다. 이 슬픈 이야기를 개인적인 사담으로 좁혀놓아서 '저'는 그들의 이야기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영화를 보듯, 아니 좀 더 돈을 써서 뮤지컬을 보듯,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보고 슬픈 눈물 한 방울 닦아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광주가, 용산이 그런 값싼 눈물로 해결되는 '비극'일까요? 루시드 폴은 우리들이 무의식 혹은 역사의 저 편으로 박제시켜놓으려는 우리의 아픈 현실을 잔인한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이런 잔인함이라면 전 당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우린 아무 문제 없다고 살아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루시드 폴은 다 풀어진 「진달래 타이머」를 다시 팽팽히 감았습니다. 

   물론 제 해석이 과장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그저 소외된 존재에 대해서 노래를 하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벼꽃」과 「고등어」를 들으면 그 의미는 훨씬 더 명징하게 다가옵니다. 

 

                    모두들 날 알지 못한다고 해도
                    한번도 날 찾아 본 적 없다 해도
                    상관없어요
                    난 실망하지 않으니
                    머지않아 나락들은 텅빈 들판을 채울테니

                    눈을 크게 떠
                    나를 찾아도
                    더 이상 나는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생각난다면
                    불꽃같던 내 사랑 하나는
                    믿어줘요  

-「벼꽃」 중에서-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고등어」 중에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밥과 반찬인 고등어에게조차 위로받는 삶이란... 그저 그 마음 씀씀이에 눈물이 나옵니다. 쌀과 고등어가 사람들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진데도, 이런 역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지만, 전혀 기억하지 않는 고마운 존재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생이 뭐 별 것인가요? 하지만 기록되는 역사는 '별 것'만 기록하죠. 그 역사를 굴리는 사람들은 무시하며... 루시드 폴은 그런 우리를 '고작' 벼꽃과 고등어로 우리를 위로해줍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두 번째 곡 「걸어가자」로 루시드 폴의 대답을 대신하려 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나를 데리고' 이렇게 걸어 '가자.' 

 

                    세상이 어두워질 때
                    기억조차 없을 때
                    두려움에 떨릴 때
                    눈물이 날 부를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내 심장 소리 하나 따라
                    걸어가자
                    걸어가자

-「걸어가자」중에서-                   

  

 

*덧붙임 

1. 열 한번째 곡「문수의 비밀」은 사랑스러운 후렴구 때문에 라디오에서 '어버이날'에 리퀘스트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러다 최성빈의 「사랑하는 어머님께」같은 대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2. 전체적인 앨범의 구성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집『Infield Fly』가 떠오릅니다. 사회 참여적인 전반부와 사랑 노래인 후반부. 물론 루시드 폴의 구성은 그렇게 이분법적이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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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o 2010-01-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드 폴, 아마 현 시점에서 최고의 음악가들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친구들이죠. 좋은 리뷰와 소식 감사합니다

Tomek 2010-01-10 19:00   좋아요 0 | URL
루시드 폴을 보면, 천재는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daze 2010-01-1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즐겨듣는 루시드폴이 바로 미선이였군요..Wow!!.....'시간'이라는 노래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알라딘에 책 사러 들렀다가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감사드려요 !! ^^*

Tomek 2010-01-11 14:16   좋아요 0 | URL
저도 「시간」좋아합니다. 루시드 폴 앨범 나온다고 했을 때, 「송시」를 기대했었는데 「시간」이 나와 좀 당황하긴 했었지만, 들어보니 계속 빠지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 고맙습니다. ^.^;
 
김창완밴드 - Bus
김창완밴드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2008년 전작 『The Happiest』에서 밴드 신고식을 마친 김창완 밴드가 올해 1년이 채 안되는 시점에서 새 앨범을 발표했다. 혈연 밴드 산울림을 뒤로 하고, 산울림이란 공통점으로 만난 사람들을 주축으로 새로이 밴드를 짜서 앨범을 발표했다. '솔로' 김창완이 아닌 김창완'밴드'로서 방점이 찍힌 이 결과물은 이전의 산울림과도, 그리고 이전의 EP와도 다른 노선을 택했다. 

   전작 『The Happiest』를 기대하고 데크에 CD를 넣은 사람이라면 서정적인 기타 솔로로 시작되는 첫 곡에서 적지않게 당황했으리라 생각한다. 산울림 13집과 김창완밴드 EP앨범에서 느껴졌던 위악적이고 내지르는 에너지는 회환과 쓸쓸함을 서정으로 감싸는 것으로 대체됐다. 이것이 김창완밴드에게 있어서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까지 판단을 할 수 없지만, 그는 평균연령의 2/3를 훌쩍 넘긴 나이로 세상을 돌파하기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가 바라본 세상을 한 번 살펴보자.  

 

   첫 번째 곡, 「내가 갖고 싶은 건」은 영롱한 기타소리로 시작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조곤한 김창완의 목소리. 그는 '멋진 자동차', '멋진 옷', '성같은 저택', '흰 돛 요트'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물론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대의 따뜻한 사랑'이라고 이야기 한다. 김창완은 '사랑'이란 말을 오랜 시간 피해왔었다. 산울림시절, 그가 '사랑'이란 단어를 처음 쓴 것은 산울림 8집 「내게 사랑은 너무 써」에서였다.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랑'이라는 말로 개념화시키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해왔다. 그 이후에도 그는 '사랑'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피해왔었다. 그런 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산울림 12집을 겨우 마친, 비공식적으로 산울림을 해체하고 난 후 발표한 솔로앨범 『Postscript』에서였다. 첫 곡 「추신(追伸)」에서 그는 '사랑해~~애애애애애~'라고 절규하듯이 부른다. 떠나간 사랑 앞에서 다급하게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비로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제서야 '사랑'이 어떤 것인지 느끼기 시작한 것일까? 만약 그것이 그의 동생을 잃어서 알게 된 것이라면, 인생에서의 깨달음은 얼마나 잔혹한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사랑'을 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두 번째 곡 「아이쿠」에서는 예의 그 김창완으로 돌아온다. 같은 사랑 노래이지만, 이 곡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상황만이 나올뿐이다. 어쩌면 이 곡이 사랑노래가 아닐 수도 있다. 사랑이 시작되는 그 낯설고 날선 감정. 모호하고 혼돈스런 그 감정속에서 사랑은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태초에 천지창조가 혼돈속에서 이루어졌듯,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닐까. 

   세 번째, 네 번째 곡 「Good Morning」은 시간때문에 part 1, 2로 나뉘어진 곡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노래는 지난 2007년 산울림 30주년 콘서트에서 연주했던, 산울림 14집에 실릴 예정이었던 「도시인」이란 노래다(한 번 들었던 노래라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산울림은 해체되었고, 그 곡은 고스란히 김창완밴드에 의해 연주되고 불려지게 되었다. 이 노래는 도시의 아침, '지하철에서 버려진 아침 신문'을 주워 '구직광고를 살피'는 구직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출근길 지하철, 모두들 어디론가 갈 곳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디 갈 곳도 가야 할 곳도 없는' 나는 도시의 '이방인'같은 존재다. 이 도시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Good Morning'인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차갑게 대한다. '내게도 희망은 있는'지, '내일은 내게도 기회를 줄'런지 알수 없는 기약과 자학만을 남기는 이 도시에서는 '그리움도 사치스러운' 존재다. 어디 갈 곳 없는 나에게 도시는 인사하지 않는다. '도시에는 바람만 분다 / 외로움이 바람이 되어' 

   다섯 번째 곡 「29-1」에서 김창완은 예의 개구쟁이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곡 진행은 빠르고 기타는 디스토션을 잔뜩 걸고, 목소리는 일부러 찌그러뜨렸다. 사고처럼 다가온 사랑을 29-1번 버스라는 매개물로 병치시키는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는 29-1번 버스는 노래를 부르는 '나'에게 있어선 그녀를 떠올리는 특별한 버스가 될 것이다.  

   연주곡을 건너 일곱 번째  곡 「길」은 예전에 『꾸러기들의 굴뚝여행』이라는 앨범에서 먼저 발표된 곡을 다시 불렀다. 김창완은 어렸을 때 부터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지녀왔는데, 20대에 만든 「청춘」이나 이 「길」이란 노래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그는 후에 '그 나이에 이런 노래를 만들었던 것은 만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도 좌충우돌 젊음의 시절이 있었고 젊어서 지닐 수 있었던 만용을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노래들을 부를때 드는 느낌은 그 때와는 다르다'고 이야기 한다. 젊음의 만용이 이제는 깨달음, 깨달음이 아니면 회환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원곡 「길」은 혼란스러움, 될대로 되라는 식의 감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50대 중반의 그가 부르는 노래는 어떤 '체념'의 정서가 물씬 베어 있다.  

 

          내게 길을 물어온다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오
          어짜피 아무도 모르는 길을

          전에 내게 애인이 있었어
          젊고 아름다운 연인
          그러나 이제는 지나간 추억 

- 「길」 중에서 -          

 

   여덟 번째 곡 「앞집에 이사온 아이」는 이 앨범을 통털어 가장 서정적이고 쓸쓸한 노래다. 도시에서는 어린아이들도 쓸쓸하다. 이들은 이 쓸쓸함을 몸에 새기고 이 도시를 살아나갈 것이다. 아이들은 이게 쓸쓸함인지, 지루함인지 모른다. 그게 쓸쓸하다고 느끼는 주체는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점이다. 텅 빈 오후의 도시는 그렇게 쓸쓸함을 머금고 있다.  

 

          앞집에 이사 온 세살쯤 되보이는 어린아이
          누가 묶어줬는지 머리엔 고무줄을 질끈 묶고
          아직은 낯선지 골목을 벗어나질 않고 노네
          친구가 없는지 혼자서 하루종일 놀고 있네 

- 「앞집에 이사 온 아이」 중에서 -          

 

   아홉 번째 곡 「그땐 좋았지」는 10여년전 『도시락(圖詩樂) 특공대』라는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한 곡을 다시 불렀다. 『도시락(圖詩樂) 특공대』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를 주축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추억하듯 불렀는데 이번에는 프로그레시브하고 싸이키델릭한 대곡으로 편곡해서 그런지 더욱 몽롱하게 들린다. 그도 나이가 들수록 그런 즐거운 일들은 아득한 추억이 되는 것일까? 따뜻했던 노래가 조금 차가워진 느낌이 들어서 더 먹먹했다. 

   열한 번째 곡 「결혼하자」는 제목같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노래다. 하지만 그 가사가 왠지 서글프다. '이담에 돈 많이 아주 많이 벌어 / 이담에 아이들 아주 많이 낳아 / 행복할거야' 결혼은 사랑의 약속이지만, 현재의 결혼은 '돈'이다. 돈이 없으면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다. 이 소꿉장난같은 노래는 결국 '돈'에도 소외되는 사람들을 노래하고 있다. 어쩌면 김창완의 노래에서 처음으로 '계급'이라는 단어를 쓰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 사회가 점점 계층화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그저 노래를 만들고 부를 뿐이다.  

 

   쓸쓸한 도시인의 삶에서 김창완은 노래한다. 예전처럼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고 선동하지도 않고, '변해야 한다'고 소리지르지도 않는다. 이제 그는 세상을 감싼다. 따스하게.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기타가 세상을 위로할 수도 있다. 김창완밴드의 이번 앨범은 그것을 실제로 증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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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밴드 - The Happiest [EP]
김창완밴드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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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울림이 결성한지 31년이 되던 2008년, 1월 29일 형제의 막내이자 밴드에선 드러머인 김창익이 죽었다. 캐나다에서 포크리프트를 몰던 중 사고로 자신이 몰던 포크리프트에 압사했다. 10년만에 준비하는 산울림의 정규앨범 14집을 기다리고 있던 산울림 팬들에게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겠지만, 밴드의 일원이자 형제를 잃은 김창완과 김창훈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결국 비틀즈와 같은 이유로 산울림은 해체되었고, 남은 두 형제는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둘째이자 보컬과 베이스를 맡았던 김창훈은 솔로 활동을 계획하고, 맏형이자 보컬과 기타를 맡았던 김창완은 산울림과는 다른 밴드를 결성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김창완밴드다. 

   이 앨범은 김창완밴드의 정규앨범이 아닌, EP앨범이다. EP는 보통 신인(개인이나 그룹 모두)이 정규 앨범을 내기 전,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홍보앨범의 경우로 쓰인다. 하지만 김창완밴드의 데뷔 EP는 김창완밴드의 소개 목적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서 동생을 잃어버린 슬픔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첫 번째 곡 「Girl Walking」은 연주곡이다.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 등 각 파트는 각기 따로 노는 듯해 연주가 아닌 소음을 듣는 것 같다. 거기에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기타가 들어온다. 마치 도도한 여성이 자신의 젊음을 내뿜듯이 행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김창완은 부러움과 시샘을 잔뜩 머금은채로 연주를 한다. 젊음은 무질서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곡은 도도함과 혼란스러움이 혼재되어 있는 세련된 연주곡이다. 

   두 번째 곡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는 예의 김창완의 노래답게 비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나이를 인지하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열두 살은 열두 살로 살고'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이 가사에서 '-로'를 쓴 것은 딱 한구절이다. '어린애는 어린애로 살고 / 어른들은 어른들로 살지' 그의 노래에서 항상 나오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인 어린이와 환멸의 대상인 어른. 전자는 주체적일 필요가 없고 후자는 주체적이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그의 위치를 '어른'으로 옮긴다. 많은 것을 경험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버린 '잃어버린 꿈'에 대해 그는 쓸쓸히 노래한다. 

   세 번째 곡 「제발 제발(멀쩡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부르는 이상한 노래)」에서는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절규하고, 네 번째 곡 「모자와 스파게티」에서는 헤어진 자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는 절규를 보여준다. 「제발 제발」이 시종일관 내지른다면 「모자와 스파게티」에서는 어느정도 체념의 느낌이 강하게 베어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곡 「FORKLIFT」에서 그는 드디어 죽은 동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앞의 곡들이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모든 감정을 발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읖조린다.  

 

               Snow hides wihout a trace
               taking my brother my little brother away
               Even after a while I keep chasing
               and kicking any forklift that I see 

-「FORKLIFT」중에서-                

 

   이 노래는 (내가 알고 있기론) 김창완이 처음으로 영어로 만들고 부른 노래다. 그는 혈연의 죽음을 차마 모(母)국어로 부를 수 없었던 것일까? 가슴이 아픈 가사지만, 그의 노래는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관조적으로 들린다. 어쩌면 이런 게 작별일런지도...  

 

               I hate the forklift
               I don't like the machine
               I hate the forklift
               I don't like you forklift 

-「FORKLIFT」중에서-                 

 

   그리고 마지막 곡 『우두두다다』에서 그는 다시 원래의 김창완으로 돌아온다. 시샘하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체념하고 동생을 떠나보낸 후,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다운 법이니까. 우두두두다다두다다 떨리는 심장소리만큼.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동생과 작별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김창완은 계속 세상의 긍정을 노래할 것이다. 때론 쓸쓸하고 때론 가슴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부르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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