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김진방 지음 / 홀리데이북스(Holiday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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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는 것, 주로 남이 요리한 걸 먹는 걸 좋아하나, 미식가는 절대 아니다. 막입으로 자랐고 어릴 땐 입이 너무 짧아서 뭐든 잘 안먹던 시절을 거쳐, 먹는 것만 유일한 위로였던 10대 범생이 시절, 요리를 즐기며 해먹기엔 너무 바쁜 삶을 늘 살았다.

하지만, 음식의 힘은 믿는다. 극히 실용적인 음식관을 가졌던 내게 음식을 먹는 시간을 나누는 법에 대해 알려준 건 프랑스 친구였고, 바베트의 만찬이란 영화와 책에서 뱃속 깊은 곳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의 힘을 배웠다.

미식가인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지점이 있다. 많은 차이가 존재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가서 음식만큼 쉽게 차이를 좁히는 수단을 난 보지 못했다. 외국 어디에 가서든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먹는 것을 같이 먹는 거라서 그렇다. 저자인 금진방 기자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는데, 음식 역시 다양하게 즐기는 그런 미각 소유자라서, 역시 다양한 맛을 아는 미각은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을 맛보는구나 싶다.

시실 미식가들은 보면, 자라나며 음식에 대해 깊고 다양한 체험을 한 이들이 많다. 모든 음식에는 추억과 사연이 있고, 감정이 따라 붙는다.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이 융숭하고 깊었던 이들은, 커서 그 맛을 기억하는 힘이 자존감의 토양이 되는 것도 같다. 깊이 각인된 맛에 대한 애정을 속에 품어 든든한 중심으로 삼아야, 세계 어떤 다른 맛들도 열린 마음으로 탐험하고 그 음식마다 깃든 스토리를 찾아 나누는 것 같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각종 요리가 넘치는 베이징에서 그래서, 그의 열린 마음, 애정으로 돋아난 미각 돌기는 그 누구하고도 다른 요리의 세계를 보여준다.

요리사들 그 전문가들처럼 음식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도 아니나 일반인들이 충분히 이해할 요리의 특징, 요리에 얽힌 역사와 추억으로 그는 혀로 맛본 중국에 대해 알려준다.

우츠와 문츠 같이 먹는 스타일에 대한 설명부터, 난징이 중국 수도였을 때 베이징으로 따라와 베이징 덕이 된 요리, 각종 훠궈와 곁들이는 술과 차까지, 너무 정보가 많아 헷갈릴 지경의 맛깔난 이야기를 술술 들려준다. (난 광시성의 우렁 전골이 가장 궁금타!)

혀로 맛보는 중국, 그 중에서도 베이징을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각으로 열어주는 중국 문화의 문, 열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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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김진방 지음 / 홀리데이북스(Holiday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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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로 맛보는 중국 문화, 음식이 문화 이해와 수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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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2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책읽고있는데 베이징에다시가면 책에소개된 맛집투어하고싶네요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1
버지니아 L. 캠벨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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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University는 레딩 대학교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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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20-05-0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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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결말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3
김서령 지음, 제딧 그림 / 폴앤니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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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진부하지 않은 연애는 없지만, 진부함 속에 늘 반짝이는 파편들이 연애를 구원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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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결말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3
김서령 지음, 제딧 그림 / 폴앤니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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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령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이 책의 제목, 연애의 결말을 읽으면 과연 연애의 결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연애의 결말이라하니, 왠지 삶에 결말을 맞을 때야 연애의 결말도 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살아있는 한 사람은 사랑을 하고, 사랑하지 않는 시간조차 사랑하고, 싸울 때조차, 헤어질 때 조차 사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단편집을 읽으니 들었다. 사랑이 환상이고, 사랑이 기망인 그 모든 순간조차 우리는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으니 과연 사랑을 부정하는 그 모든 순간이 다 사랑하는 순간이 아니면 무엇이고, 고로 살아있는 순간 모두가 다 사랑에 대한 게 아니라 무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이다.

단편에 담겨진 사랑은 닳아빠져서 그냥 놓아버린 사랑 이야기, 아버지와 같은 비극적 결함으로 잃어버리는 사랑 이야기, 같은 기대를 품어서 유대감을 느끼던 사랑이 허망하게 배신당하는 사랑 이야기,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이 중구난방인 사랑의 파편들 속에서 건져올리는 사랑 이야기, 알고서도 몰라야 하고 우연히도 몰라서 지켜지는 사랑이야기, 결혼하지 않는 것이 속죄라 생각했던 어떤 결혼이야기(라고 쓰고 가족간의 용서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가 연이어 나온다.

이중에서 가장 내게 와 닿았던 이야기는 '퐁당'이었다. 무언가를 위한다는 마음에 외려 무언가를 망쳐버리는 비극적 결함이 아버지에 이어 딸에게 이어진다. 누구보다도 밝은 귀를 가지고도 사랑하는 이의 마음 속 소리를 듣지 못해 결국 사랑을 잃어버리는 이야기인데, 어딘가에 사랑을 '퐁당' 두고 왔다는 말, '퐁당' 한 마디로 추억되는 사랑이 구구절절 구비구비 늘어지는 비극적 사랑보다 왜 더 슬픈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아주 희극적인 내 바보짓으로 사랑을 잃어본 경험을 나는 해봐서 그런가...왜 내 사랑은 이렇게 희비극인가...그렇게 나는 감정이입을 하고 있나보다.

'아무도 몰랐다' 역시, 순수함으로 시작해 우연과 기만으로 결혼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보여준다. 터무니 없는 결말이 아주 재미있고, 때론 우린 눈을 가리고 귀를 가리고 입을 막은 '원숭이들'이 되어야 결혼해서 희희낙낙 잘 사는가, 그런 생각도 들고, 알고도 모른체하여 구축하는 평화 혹은 짐짓 일부러 모르고 말아서 이끌어내는 평화와 적당히 타협하는 게, 잘 사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연애의 결말로 그려지는 결혼, 그 이후 더 치열하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닌가도 싶다. 알고도 모른체하여 구축하는 평화 혹은 짐짓 일부러 모르고 말아서 이끌어내는 평화. 😁

그러나, 그 평화와 타협하지 못하고 연애의 결말에 이어, 결혼의 결말도 맞은 나로서는, 지금은 그저, 모든 연애의 시작과 모든 결혼의 시작을 축복할 뿐이다. 연애와 결혼의 여정에 한해서는, 지구는 둥굴지 않고 평평하다는 걸 아는 이로서, 세계의 끝까지 가더라도 끝날 때 까지는 끝나지 않는다는, 죽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 그런 사랑의 여정이라고 그저 축복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어코 전작인 산문집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에 이어 <연애의 결말>에서 본인을 '사랑쟁이'라고 커밍아웃한 작가의 말에 깊이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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