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구판절판


'땜질 인두 하나쯤 있으면 편리하죠." 하고 와타나베 노보루는 말했었다.
건전한 생각이야, 하고 나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너 덕분에 이제 우리 집에도 땜질 인두가 하나 생겼다. 그러나 그 땜질 인두 때문에 그곳은 이제 내 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그건 내 성격이 편협한 탓일 거야.-105쪽

거리는 언제나 그 변함없는 거리였다. 뒤섞여 있는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사람들의 술렁거림과, 어디서라 것도 없이 잇달아 나타나 귀를 스치고 자나가는, 고기처럼 저며진 음악, 끊임없이 점멸을 거듭하는 신호와 그것을 부추기는 자동차의 배기음, 그런 모든 것이 하늘에서 쏟아진 무진장의 잉크처럼 밤거리에 내려앉아 있었다.-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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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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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해보았자 그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란 활동을 해야하는 것이고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엔 필경 만들어내고야 만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보다도 평온한 생활에 얽매여 있고 또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 운명에 말없이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197p쪽

"...나의 소망이오. 잊지 마시오. 자, 그럼 가보오. 아델러를 데려가도록 소피를 보내오. 그럼 안녕. 나의 ...."-330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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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품절


-오늘은 실험이니까, 다섯 명이 적당히 한 조를 만들어 앉도록.
선생님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그 한마디에 과학실 안에는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적당히 앉으라고 해서 정말로 적당히 앉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극히 한순간에 치밀한 계산- 다섯 명 전부 친한 친구로 뭉칠 수 있을지, 아니면 모자라는 부분을 남는 아이들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될지- 이 이루어지고, 친구를 찾아 헤매는 시선들이 순식간에 뒤엉키며 조가 짜여진다.-6p쪽

중학교 시절, 얘깃거리가 떨어지면 서로 눈 둘 데를 몰라하고, 별 볼일 없는 화제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고, 그리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요란하게 웃어대던 그 시절에, 수업과 수업 사이의 10분간이 나는 영원처럼 느껴졌었다.-19p쪽

그때의 난 얘깃거리를 찾기 위해 매일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썰렁'해지는 게 무서워서, 보트에 새어들어 오는 차가운 침묵의 물을, 별 볼일 없는 일상의 보고로 막아내는데 필사적이었다. 손가락의 어디를 다쳤다, 어제 본 텔레비전이 재미있었다, 아침에 금붕어가 죽었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도 모자라서 침묵의 물은 다시 졸졸졸 스며들어 온다.-86p쪽

"넌 언제나 한꺼번에 이야기를 쏟아놓지? 그것도 듣는 사람이 듣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자기 얘기만. 그러면 듣는 쪽은 맞장구치는 것 말곤 할 게 없잖아.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대화를 하면, 침묵 따위는 생기지 않아. 만약 생겨도 그건 자연스런 침묵이니까 초조해지지도 않고.-86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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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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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그렇다면 가지러 가자. 내일 말고 바로 오늘, 지금 떠나자. 한꺼번에 많이는 말고 한 번에 한 발짝씩만 가자. 남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거나, 남의 등에 업혀 편히 가는 요행수는 바라지도 말자. 세상에 공짜란 없다지 않은가.-277p쪽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지금 한창 제 철인 사과와 배를 맛있게 먹고 있는가? 아니면 철 지난 딸기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곶감을 먹고 싶어하며 애를 태우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것은 오늘뿐이다. 지금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을 고마워하자.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자.-237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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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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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인간의 삶에서 정의와 진리와 절제와 용기보다, 간단히 말해 네가 올바른 이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들에서는 네 마음이 자신에 만족하고 네 선택과는 무관하게 너에게 할당된 것들에서는 네 마음이 네 운명에 만족하는 일보다 더 나은 것을 발견한다면, 단언하건대, 네가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발견한다면, 너는 온 마음을 다하여 그쪽으로 향하고 네가 발견한 최선의 것을 즐기도록 하라.-45p쪽

이러저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그 본성상 필연적으로 이러저러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화과 나무에 즙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거과 같다. 간단히 말해 너도 그도 곧 죽게 될 것이며 잠시 뒤에는 너희들의 이름조차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명심하라.-55p쪽

다시 깨어나 정신을 차려라. 그리고 잠에서 다시 깨어나 너를 괴롭히던 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이번에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여기 이 현실들을 마치 저 꿈들을 보았던 것처럼 보라.-99p쪽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목적을 위하여, 어떤 행동으로 마음에 들기를 원하는가. 시간은 재빨리 모든 것을 감출 것이고, 이미 얼마나 많은 것을 감추었는가.-107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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