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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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과 똑같을 만큼 괴로울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눈 앞에서 짐을 꾸려 자기 집을 떠나버린다는 것이 그렇게 괴로운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을 성격이 안 맞는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12쪽

문을 열었다. 모르는 남자 옷이 벽에 걸려 있었다. 양복이었다. 나는 안심했다. 양복의 질로 봐서, 보통 회사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야쿠자에게 걸린 것은 아닌 듯했다. -44쪽

슬픈 것은 죽음이 아니다, 이 분위기이다.
그, 충격이다.
충격은 머릿속에 남아 있고, 아직도 덩어리져 있다. 아무리 해도 녹아 없어지지 않았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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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 easy 문학 논술대비주니어문학 11
나다니엘 호손 지음, 장진한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절판


그 어떤 비밀도 탐구할 기회와 자유를 가진 숙련된 탐색자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대단한 비밀을 가슴에 묻어 둔 사람이라면 의사와 깊이 사귀는 일은 피해야 한다. 만일 의사가 타고난 직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또 남의 일을 함부로 간섭하는 이기적인 성격이거나 자신의 좋지 않은 특징 같은 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라면 말이다. 또는 타고난 어떤 힘을 가지고 있어 마음을 쉽게 열고 저도 모르게 가슴속 비밀을 말하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면, 또 이런 일들을 알았다 해도 떠벌리지 않고 동정의 눈길도 주지 않으며 숨소리마저 죽인 채 침묵으로 대하다가 간간이 뭐든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면 더더욱 그렇다.-127쪽

헤스터의 얼굴이 대리석처럼 차갑게 굳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생활이 열정과 감정에서 사색으로 바뀐데 큰 영향이 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여자, 사회와 유대도 끊긴 여자, 딸을 혼자 힘으로 키우며 옛날로 돌아가는 것을 수치로 여길 정도로 되찾을 희망도 전혀 없는 여자, 그녀는 산산이 부서진 사회와의 사슬을 던져 버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의 법칙은 이제 그녀가 따라야 하는 법칙이 아니었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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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품절


종종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제 들춰보지 알 수도 없는 책을 왜 그리 보관하고 있느냐고. 전에 한 번 읽었을 뿐 지금 내 독서 취향과는 동떨어진, 그리고 몇년이 지나도 다시 펼칠 일이 없을 듯한, 아니 어쩌면 영영 읽지 않게 될 책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몇 안 되는 유년의 기억 가운데 하나인 <야성의 부름>이나 소년 시절의 눈물을 담은 <조르바> 또는 <25시>처럼 내 책장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떤 책들과 어떻게 그리 쉽게 결별할 수 있겠는가. -16쪽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17쪽

애서가로서 우리는 친구들의 서가를 심심풀이로 염탐하곤 한다.-18쪽

사실은 서가의 주인이 특정한 주제를 선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온전한 하나의 세계를 완정하게 되는 것입니다.-38 쪽

몇 년 전 트리스단 나르바하에 있는 서점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눈에 그가 구제불능이라는 걸 알아봤어요. 어떻게 아느냐하면, 피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책에 중독된 사람의 피부는 약간 양피지 같아 보이지요.-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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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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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최대 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모르겠는데?"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야. 가령 내가 반 친구한테 뭘 좀 하자고 하면 상대는 이렇게 말한단 말이야. '나 지금 돈이 없어서 안 돼'라고. 그런데 내가 그런 입장이 된다면, 절대 그런 소리를 못하게 돼. 내가 가령 지금 돈이 없어 그런다면, 그건 정말 돈이 없다는 소리니까. 비참할 뿐이지. 예쁜 여자가 '나 오늘은 얼굴이 엉망이니까 외출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과 같거든. 못생긴 여자가 그런 소릴 해봐, 웃음거리만 될 뿐이지. "-108쪽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 케이크야' 하고 내미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 건 이젠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며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거란 말이야."-129쪽

어느 날 담당 의사에게 그 말을 했더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옳다고 했어. 그는 우리들이 이곳에 와 있는 건, 그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지. 우리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거야.-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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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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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 인두 하나쯤 있으면 편리하죠." 하고 와타나베 노보루는 말했었다.
건전한 생각이야, 하고 나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너 덕분에 이제 우리 집에도 땜질 인두가 하나 생겼다. 그러나 그 땜질 인두 때문에 그곳은 이제 내 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그건 내 성격이 편협한 탓일 거야.-105쪽

거리는 언제나 그 변함없는 거리였다. 뒤섞여 있는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사람들의 술렁거림과, 어디서라 것도 없이 잇달아 나타나 귀를 스치고 자나가는, 고기처럼 저며진 음악, 끊임없이 점멸을 거듭하는 신호와 그것을 부추기는 자동차의 배기음, 그런 모든 것이 하늘에서 쏟아진 무진장의 잉크처럼 밤거리에 내려앉아 있었다.-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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