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18 소설 보다
박상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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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재희>는 빠르게 읽히고, 정영수의 <우리들>은 갑작스러운 전환에 가슴이 내려앉으며, 최은영의 <몫>은 계속해서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젊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부담없이 접할 수 있으니 좋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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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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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쓰여진 책이다. 주변의 남성에게 꼭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에 관한 책은 한번 읽는다고 생각이 바뀐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쉬운 책들이 비슷한 논리와 사례를 근거를 드는데, 이런 책들을 여러 종류 읽는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게 될 것 같다.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 인권 운동이다. 당사자인 여성이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성 페미니스트는 자신을 협력자로 정체화하고 여성이 하기 힘든 역할을 보조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남성이 전면에 나서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으며 여초 집단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치어리딩 이상의 의미는 없다. 페미니즘을 완장처럼 차고 여성에게 접근해 '한남짓'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남성 페미니스트로서 기능하고 싶다면 일상의 최전선에서 남성들과 대화하자. 내 가치는 그곳에서 빛난다. - p.137


읽다가 갑자기 어리둥절해진 부분이다. 남자 집단을 이해시키는 일을 남성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논조가 바뀐 느낌이 들어서. 글쓴이가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열심히 남자들의 의식변화와 적극성을 요구하다가 갑자기 전면에 나서지 말고 '한남짓'이나 하지 말라니 혼란스럽기도 하다.


어찌보면 고맙기도 하고, 나는 남자지만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정도로 논리를 쌓은 것도 아니기에 섣불리 나섰다가 큰코 다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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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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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활자를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요근래 많은 사람에게 책읽기를 권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과 비슷한 책인데, 왜 김봉진씨의 책에 대해서만 유독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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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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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에서 본 '최고의 육아서'라는 단어를 보고 읽게 되었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고, 그리고 남성이다. 그래도 아이와 부모를 만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육아서를 조금씩 들춰보곤 한다.
감상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효용은 올바른 육아라기보다는 이 시대, 우리나라 엄마들에게 주는 감정적 지지라고 보는 것이라고 맞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과 가정 사이에서 갖는 고민,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남편과의 비교, 집안일에 협조적이긴 하지만 적극적이진 않은 남편, 가부장제의 부조리함에 대한 불편함, 이웃 어머니들과의 교류에서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자신의 육아방식 등. 이런 부분에 대한 감정의 분출과 책을 통한 깨달음이 반복된다. 다소 감정의 표현이 거칠고, 깨달음의 순간 또한 매번 천지가 개벽하는 듯하여 좀 과장된 느낌이지만 분명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란 이렇게 크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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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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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직업으로 하면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된다. 중환자실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혹은 내가 담당하던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처음에 죽음을 접하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가면 '의사는 신이 아니고,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작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타자의 죽음을 접하는 것이지, 나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일 것이다. 건강하게 살고 있던 내가 갑자기 암을 진단받고 내 인생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근래 우리에게 죽음과 인생에 대한 화두를 던진 친숙한 인물은 스티븐 잡스다. 죽음을 결국 맞닥드리는 우리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그의 이야기는 사실, 죽음을 바로 앞에 둔 사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고 죽음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의사이면서 따뜻한 글을 남겨 널리 알려진 저자 올리버 색스는 여든살을 맞이하여 자신이 허비한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토로함과 함께 죽음이 임박했을 때까지도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소소하게 표현한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든 살이 되고서도 스무살 때와 마찬가지로 지독하게 수줍음을 탄다는 것도 아쉽다. 모국어 외에는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게 아쉽고, 응당 그랬어야 했건만 다른 문화들을 좀더 폭넓게 여행하고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중략) 마침내 갈 때가 되면, 프랜시스 크릭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하다가 갔으면 좋겠다.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하던 생각으로 돌아갔다. 몇 주 뒤에 사람들이 그에게 진단이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으면서 들볶자 크릭은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는 가장 창조적인 작업에 여전히 깊이 몰입한 채로 여든여덟 살에 죽었다. - p. 19


흑색종이라는 악성종양으로 9년여간의 투병 후에 그는 암이 간으로 번졌다는 사실, 그리고 인생에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 p. 29


충실한 삶을 산 사람이기에 담담하고 의연하게, 감사함을 표현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는 죽음을 앞에 두고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 <고맙습니다>에 수록된 올리버 색스의 뉴욕 타임즈 기고문 <My Own Life>의 번역문이 NewsPeppermint에 올라와 있다. 올리버 색스의 말년의 글 일부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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